AI, AI, AI
김홍섭
2000년 전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벤처기업 행사에서 'WWW(World Wide Web)'를 주제로 강연을 자주 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은 일부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여겨졌고, 재계 총수들에게는 낯선 세상이었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젊은 창업자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낯설었다. 바쁜 일정 속에 강연을 듣던 기업인들 가운데는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은 이해진의 말대로 흘러갔다. 인터넷은 우리 삶의 중심이 되었고, 대한민국은 IT 강국으로 성장했다.
당시 코스피는 500~600선에 머물러 있었지만, 인터넷 혁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2000선까지 치솟았다. 비록 닷컴 버블은 꺼졌지만,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뒤, 이번에는 손정의가 한국을 찾아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같은 말을 했고, 그 장면은 뉴스로도 크게 보도되었다.
그때 나는 '도대체 AI가 무엇이기에 저렇게까지 말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으며, 우리나라에서 AI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어디인지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네이버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던 중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장악했던 것처럼 이번 작전도 일주일이면 끝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개전 초기에는 수도 키이우를 압박했고, 돈바스와 헤르손, 자포리자 등 주요 지역도 빠르게 점령하며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던 러시아군은 시간이 갈수록 큰 어려움을 겪었고, 전쟁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나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했다.
그 답 가운데 하나는 AI를 활용한 전쟁이었다.
드론은 더 이상 단순한 비행체가 아니었다. AI와 결합한 드론은 적의 위치를 탐지하고, 목표를 식별하며, 정확한 타격을 수행하는 무기가 되었다. 막강한 러시아의 기갑부대도 값비싼 전차보다 훨씬 저렴한 드론에 큰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병력을 투입했다. 죄수와 민병대, 심지어 북한 병력까지 전장에 투입되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그러나 현대전은 과거와 달랐다. 기술은 병력의 숫자를 뛰어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나의 기억에 남았다.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산업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는 일론 머스크에게 X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당신이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뒤 머스크는 단 한 줄로 답했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에서 활성화되었습니다."
그 한마디는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아니었다. 스타링크는 정부와 군, 병원, 구조기관의 통신을 유지했고, 전쟁 중 끊어진 통신망을 연결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여기에 팔란티어도 합류했다.
팔란티어는 드론 영상과 위성사진을 분석하고, 러시아군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며, 표적 선정과 포병 사격, 미사일 운용, 지뢰 제거 계획, 전쟁범죄 증거 수집, 방공망 운영까지 다양한 AI 기반 분석을 지원했다.
나는 이 내용을 접하면서 비로소 손정의가 왜 AI를 그렇게 강조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AI는 더 이상 편리한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었다. 국가의 안보와 산업 경쟁력, 그리고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증시가 AI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인터넷 혁명이 대한민국을 바꾸었듯, AI 혁명 역시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바꾸고 있다.
AI는 분명 두려운 기술이기도 하다. 인간의 일자리를 바꿀 수도 있고, 전쟁의 양상마저 바꾸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쉽게 주식을 팔지 못한다.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훌륭한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믿고 응원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참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었듯, 이제는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https://youtu.be/jW2yjR_reGg?si=hvmU4B5aVPeg3WZ6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