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옥 시집 <사과의 생각> 현대시세계 시인선 61 노수옥 지음 |북인|2015년 10월 03일 출간
계간지 [시인정신] 가을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첫발을 내딛은 노수옥 시인이 첫 시집『사과의 생각』. ‘도시’를 소재로 차용한 시들이 많다. 어긋나고 흔들리는 도시에 집중하고 그 현장으로 뛰어들어 ‘상처와 결핍’이라는 일정한 주제를 유지하며 침착한 목소리로 공통의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저자 : 노수옥
저자 노수옥은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2015년 계간 『시인정신』에 「책장(冊葬)」 외 4편으로 등단했다. 중앙대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목차
제1부
연못 /늙은 장제사 /노량진 고등어 /내비게이션 /책장冊葬 /도시는 공사 중이다/ 바람의 노동 /절반의 공식 /처음/ 우리들의 천국 /발자국 /사과의 생각/ 詩魚낚기/ 동굴의 법칙 /민들레族 /현금인출기
제2부
로또복권/닫힌 상자 /시간의 장례식 /초로치매 /가계부의 공식 /독거노인/ 어름산이/ 쉼터 /소가 운다/ 반쪽/위험한 착지 /아들은 열대과일을 먹는다/ 얼룩말/ 하루살이/ 밥상/ 인저리 타임 /디지털 장의사
제3부
골무 /엄마는 바리스타 /동기동창회 /기억보관소/ 봄, 한 점/ 빈 자리/ 安養에 살다/ 쪽진 엄마 /龍을 찾아서/ 꿈을 캐스팅하다/ 보리누름 /몸돌/ 은행나무집 /원자력병원/ 해바라기/ 아버지의 가방 /물끄러미
제4부
낙화 /계단/ 봄비/ 복숭아 /약속 /구름의 통증/ 풍선 /비눗방울 /사육된 바람 /도마의 내력 /도시의 바다/ 분재/ 맨드라미/ 칸나 /런웨이/ 어둠의 옷 /압화
해설 도시의 미간에서 발견한 쓰디쓴 밀약 / 마경덕
[책 속으로]
시집 속의 시 사과의 생각
내가 사는 곳은 허공 허공은 부드러워 내 몸 어디에도 모서리는 없어요 하지만 나와 같은 얼굴이 너무 많아요 같은 혈족이지만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긴 싫었죠 나는 부분이 아닌 전부가 되고 싶어요 내 몸의 중심에 씨가 있어 멀리 날아갈 거예요 건들건들 바람의 걸음새에 과수원의 눈초리가 예민해지고 찰나에 몸을 조인 나사가 풀렸어요 그때, 자유! 라고 외쳤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낙과라고 불렀죠 날카로운 칼끝이 둥근 상처를 도려내요 내 피는 새콤달콤 향긋한데 이게 아닌데 붉은 드레스 차림으로 바구니에 나붓이 앉아 어느 화가의 이젤 속 정물이 되고 싶은데 외마디 비명이 냅킨에 쓱쓱 닦이고 칼날에 파인 살점은 갈색으로 변해가요 누군가 까만 씨를 뱉고 있어요\
출판사 서평
다양한 사회문제를 파헤친 노수옥 시인의 첫 시집 『사과의 생각』 출간. 2015년 시전문 계간지 『시인정신』 가을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첫발을 내딛은 노수옥 시인이 등단과 동시에 첫 시집 『사과의 생각』을 펴냈다. 노수옥 시인의 시집 『사과의 생각』은 ‘도시’를 소재로 차용한 시들이 많다. 어긋나고 흔들리는 도시에 집중하고 그 현장으로 뛰어들어 ‘상처와 결핍’이라는 일정한 주제를 유지하며 침착한 목소리로 공통의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에서 공격적으로 변해가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날카로운 예각으로 관찰한 「노량진 고등어」는 과열된 시대의 환부를 잘 짚어낸 수작(秀作)이다. 등단작 「책장(冊葬)」은 치열한 생의 밀도가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는 시이다. 중환자실에서 출고를 기다리는 병력(病歷)이 두툼한 전집들, 세상과 단절한 젊은이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홀로 Book쪽 하늘의 길을 찾아가던 형광펜은 옥상에서 투신해 파본이 되었다. 막 나온 신간마저 곧바로 폐기처분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노수옥 시인의 시는 견고함을 특징으로 한다. 시인은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출발하여 유년기에 대한 회상,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 등을 그리고 있지만 그 지점에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문화의 폐해, 방황하는 청춘의 초상, 방치된 독거노인, 다문화가족의 비애, 슬픈 교육현실과 불안한 고용시장 등 다채로운 사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소재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심사를 다루는 말의 조율 능력이 대단히 침착하고 안정적이다. 이외에도 시 「처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심리와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처음’이길 바라고 여자는 반대로 남자가 ‘마지막’이길 바라는 이율배반의 바람을 담았다. 도시를 떠도는 「민들레族」은 노숙자와 같은 혈통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다룬 「닫힌 상자」, 시체 없는 죽음을 다룬 「디지털 장의사」, 월척을 낚은 명당에서 지루하게 행운의 입질을 기다리는 「로또복권」, 부모의 조작된 꿈을 거부하는 사춘기의 반항을 거침없이 표출하고 있는「꿈을 캐스팅하다」 등 사회가 낳은 부작용을 드러낸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노수옥의 『사과의 생각』 속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이 세상에 대한 걱정이 얼마나 많은지, 그와 더불어 이 세상에 대해서 애정이 얼마나 많은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세상사에 대한 연민의 정이 차고 넘치는 그녀는 상처받은 우리를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