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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첨부가 안되네요. 파일은 용량이 커서 잘라야 할 것 같음
함께 한 일행들도 나같은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여행의 대미(大尾)를 장식할까 한다.
~ 진주, 산청, 구례, 하동, 사천의 명소를 찾다
1. 일시 : 2016년 1월 12일(화) ~ 13일(수), 1박 2일
2. 숙소 : 더 케이 지리산 가족호텔
3. 여정
◐ 2016년 1월 12일(화) : 부산(아침)-진주-산청(점심)-구례-숙소(저녁식사)
◐ 2016년 1월 13일(수) : 구례(아침, 점심)-하동-사천-부산(저녁식사)
◆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있다. 여행하는 것을 두고 이 속담이 생겨났는가 보다. 여행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만 듣는 것보다 실제 보고 듣고 체험함으로써 뼈 속 깊이 느끼는 체험을 한다. 그리고 집 나가면 고생이라지만 고생 속에 즐거움을 찾는 것이 또한 여행이리라.
이번 여행지(旅行地)의 대부분은 적어도 한두 번은 찾은 곳이다. 그런데도 다시 찾고 싶은 곳이기에 일행들과 함께 여행에 동참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는 구경보다도 짧은 1박 2일이지만 친한 분들과 함께 먹고 자며 생활한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번 여행의 특이 사항은 숙소를 저렴하게, 아니 평소 숙소 1실의 가격(15만 원가량)도 안 되는 가격(9만 9천원)으로 2개의 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숙소인 지리산가족호텔에서 사용하기 2개월 전인가 특별 이벤트로 숙소를 제공한다는 연락이 왔기에 서슴지 않고 예약했다. 이번 여행으로 숙소인 지리산가족호텔에 갔더니 이벤트 덕분인가 주말이 아닌데도 손님이 꽤 많았다. 방을 비워 두기보다는 이렇게 이벤트를 하는 것도 호텔 측에서는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어쨌거나 때를 잘 만나면 이용객의 입장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도 있는 행운도 있는가 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리산을 중심축으로 삼고, 지리산에 접해 있는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관광지를 탐방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탐방으로 듣고 보고 느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볼까한다.
◆ 진주에서 논개를 만나다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07:30, 부산광역시 사상구 괘법동 파라곤호텔 정문 앞에서 만난 일행들은 곧 바로 사상구 삼락동에 소재한 ‘하동재첩국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이른 아침에 만난 것도 아침식사를 식당에서 외식하게 한 이유 중의 하나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으려면 식욕이 당기지 않고 설거지 등 뒷정리에 그만 기력이 모두 소진해져서 여행의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에 내가 주선하는 여행은 항시 아침은 외식이다.
08:30, 진주로 향발하였다. 진주는 늘 들어서 자주 가보지 않아도 가본 곳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느낌의 진주가 아니라 실제로 여행하는 진주로 설정하고 여행 코스에 넣었다.
먼저 진주, 그리고 진주성, 진주성이라면 늘 연상되는 촉석루를 찾았다. 남강가 바위벼랑 위에 장엄하게 높이 솟은 촉석루는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제8호로 영남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각이라 했다. 흔히 평양의 부벽루와 비교하여 북쪽을 부벽루, 남쪽을 촉석루라 했으며, 한국전쟁 전에는 촉석루가 국보였으나 아깝게도 전쟁 중 폭격으로 불타고 말았다고 했다. 그런데 1960년 5월 시민들이 힘을 모아 결성한 진주고적보존회를 통하여 옛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천년고도 진주시는 남강이 있어서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 진양호에서 큰 강의 면모를 과시한 남강은 진주시를 관통하면서 촉석루 아래 논개가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충절의 현장 의암을 만나고, 뒤벼리와 새벼리 절벽을 지나 의령군이나 함안군 등으로 흘러가다가, 이후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에서 낙동강과 합류하여 부산 앞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영남의 젖줄이었다.
논개 바위 의암을 찾았다. 의암은 제2차 진주성전투에서 성이 함락되자 이 바위에서 왜장을 유인하여 껴안고 장렬하게 투신한 논개를 기려 의암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바위는 오랜 시일을 두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움직여 때로는 육지의 암벽 쪽으로 다가서고 때로는 강 속으로 들어가서 암벽에서 건너뛰기가 힘들 정도로 떨어지곤 한다고 하는데 내가 실제로 건너뛰어 의암에 오르려고 하니, 이쪽에서 의암까지의 거리가 거리인지라 자신감이 없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의암이 ‘용용 죽겠지’하고 강 안으로 들어갔는가 보다.
☚ 진양호 노을
진주성을 한 바퀴 돌았다. 성 안에 있던 예전의 일반 주택들은 모두 철거되고 그 자리에 옛 성터를 모두 복원해 두었고 아주 큰 규모로 진주성 박물관도 있어 한참 동안 관람했다.
사실 유적지 등을 탐방할 때 입장료나 주차료에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을 알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입장료는 미리 준 것이지마는 주차료는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붙으니까 대강 구경하고 가자는 말을 함직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얼른 진주성을 탐방하고 일명 너우니라 칭하는 진주 남강땜과 푸른 물을 구경하려 진양호로 달려갔다.
우리나라 다목적댐 1호인 남강댐 준공으로 만들어진 진양호는 덕유산과 지리산에서 흘러내린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 형성되었다. 진양호 전망대는 3층 규모의 현대식 휴게 전망대로 시원하게 트인 넓은 호반과 지리산을 비롯하여 와룡산, 자굴산, 금오산 등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전망대와 연결된 365개의 1년 계단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인기가 높다고 했으며, 그밖에도 상락원 가족쉼터, 진주랜드 등 가족단위로 휴식과 즐거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들을 잠시 탐방하고 다음 목적지인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향했다.
◈ 산청 동의보감촌에는 허준이 살아 있었다
산청군 금서면 특리의 왕산과 필봉산 자락에 위치한 동의보감촌은 산청의 한의학과 동의보감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먼저 한의학 박물관을 찾았다. 지하 1층, 지상 2층 약 740평 규모의 건물에 여러 전시실이 들어서 있었다. 1층 전통 의학실은 한의학의 역사와 발전과정, 전통요법, 한의학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었다. 옛날 한의원 모습과 한방 치료법이 공개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2층 약초 전시실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자연 그대로의 약초에 대한 종류와 효능을 소개했고, 입체영상실에서는 산청군을 배경으로 허준에 얽힌 가상스토리를 상영해 재미있게 관람했다.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주제관 오른쪽 건물은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건물 서가에 꽂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음을 의미하고, 왼쪽 한옥은 한국적 토양에서 동의보감이 발간된 것을 뜻한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 데스크로 안내된 곳을 따라가니 약초 테마공원, 산청약초관, 전망대, 한방 기체험장, 허준 순례길, 한방 테마공원이 맞아 주었고 수려한 자연경관이 여수(旅愁)를 달래 주었다.
웅장한 지리산 자락 수려한 자연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운 산청 동의보감촌에서는 코끝을 스치는 매서운 바람조차도 꽃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듯 했다. 이 덕분에 그냥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한방 치유가 되는 듯,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치유·건강·한방체험’을 모두 할 수 있는 여행지답게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황금 장수거북의 조형물이 더 의미 있게 보였다.
특히, 한방 기체험장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기(氣) 명소 중 한 곳인 동의보감촌에서 좋은 기를 활용하여 관광객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특별한 기(氣)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수려한 지리산 자락 아래 있는 기천문을 들어서면서 하늘과 땅의 조화로운 좋은 기(氣)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귀감석(귀감이 되는 글자를 새긴 바위), 석경(돌로 만들어진 거울), 복석정(복을 담아내는 그릇) 등 삼석(세 개의 돌)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 돌의 좋은 기운을 받은 덕분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한다.
석경, 귀감석, 복석정에서 건강, 임신, 행운, 승진 등 ‘복의 기’를 받고 만사형통의 소망과 염원을 담아 동의전에서 명상으로 마무리하는 기 체험! 믿든 안 믿든 좋은 기(氣)를 받는다는 마음으로 체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본인 역시 마음속으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참여했다. 돌부리에 이마를 대고 기를 받는데 벌써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체험을 했는지 돌부리가 까맣게 변해 있었다. 동의보감촌을 다 돌아본 후 마지막으로 허준 순례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이번 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회복과 휴식·치유의 시간이 헛되지 않는, 살면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실감했다. 바쁘게 사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치유의 시간, 잠시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삶의 진리를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느낀 것이다.
◆ 가락국(駕洛國) 제10대 구형왕의 돌무덤을 찾다
동의보감촌에서 힐링한 후 찾은 곳은 사적 제214호, 경남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에 있는 가야국 제10대 구현왕의 돌무덤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상상하며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돌무덤이 있다는 것, 천여 년의 역사를 거치면서도 무덤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는 것에 신기함을 느낀 마음이 지난번에 한 번 다녀간 후 나도 모르게 다시 찾게 된 이유인가 했다. 잠시 두 손 모아 묵념을 올린 후 망국의 한을 안고 죽은 구현왕의 무덤에서 인생무상을 새삼 생각하며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251- 5번지에 소재하고 있는 생초식당에 들러 민물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은 후 남원으로 향했다.
◆ 구례의 명물 수락폭포의 비경이 발길을 멈추게 하다
그런데 일행들 모두가 바로 구례로 가잔다. 남원에 볼거리가 없어서가 아니고 구례의 명승지(名勝地)를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맨 먼저 찾아간 곳은 구례의 명물 수락폭포였다. 수락폭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찾았으나 쉬이 나타나지 않아 몇 번이고 차를 좌로, 우로, 또는 유턴한 후에 수락폭포로 가는 길로 들어섰으나 그 길은 수락폭포 위로 한 바퀴 돌아 수락폭포에 닿는 길이었는데 초행길이고 끝나는 데를 확실히 몰라 제법 불안해 하였지만 결국 수락폭포에 도달할 수 있어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런데 우회도로 덕분으로 수락폭포의 주위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꿩 막고 알 먹는 홍재를 했다고 할까? 하여튼 우연히 얻은 행운의 탐방이었다.
구례군 산동면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산동면 소재지 원촌에서 4㎞거리의 수락촌 아래 절벽에 걸려있었다.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이루는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혀 가는데 이 곳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국악의 성지로도 통했으며 동편제의 국창 송만갑 선생 등 동편제 소리꾼들이 인근 주천 구룡폭포와 더불어 득음 장소로 활용했던 곳이라 한다.
오염 없이 폭포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원히 간직되기를 기원하면서 폭포와 이별한 후 지리산치즈랜드를 찾았다.
◈ 안녕하세요. 지리산치즈랜드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매우 차가웠다. 사람들의 드나듦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지리산치즈랜드(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업로 1590-62/구례군 산동면 이평리 133/전화061-782-2587/홈페이지 www.jcheeseland.com/관광,명소>관광농원)는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차를 주차장에 정차한 후 치즈랜드의 여러 채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런데도 누구 한 사람 안내자가 없어 대표 번호로 전화했더니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몇 시간 전에 전화한 사람이라고 말하니 잠시 숙소 입구에서 기다리란다.
곧 젊은 여인 한 분이 나와 우리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겨울 치즈랜드의 현 상황을 설명한 후 지리산치즈랜드에서 직접 생산한 요구르트를 한 아름 우리들에게 안긴다.
☚ 치즈랜드 전경
오늘은 휴일이어서 체험학습장 등은 탐방할 수 없단다. 어쩔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지리산치즈랜드 외곽을 한 바퀴 돌았다.
치즈랜드 사무실 앞의 구만제저수지, 그리고 그 저수지 위로 놓인 아름다운 다리, 그 다리를 건너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을 것 같아, 따뜻한 봄이 되면 오리라고 약속하면서 추위로 서둘러 지리산치즈랜드와 이별했다.
◈ 지리산 가족호텔이 반가이 맞는다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날씨는 더욱 추워진다. 일행들이 묵을 숙소를 찾았다.
지난 10월 13일 지리산 가족호텔의 특별 이벤트로 20평형 방 2개를 숙박비 99,000원으로 예약해둔 지리산가족호텔(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317/061-783-8100)로 향했다.
지리산가족호텔은 구례 산동 지리산온천지구, 노란 산수유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2003년 10월 오픈해 총 134실의 콘도형 객실과 카페테리아, 연회장, 스포츠 시설, 실내 수영장, 사우나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휴양 시설이었다.
대략 여장을 푼 후 저녁식사 하러 호텔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내려 더욱 겨울 여행 분위기를 북돋웠다. 예약해둔 일송정 식당에서 승합차가 와서 우리를 태워 가니 그것 또한 좋았다.
◈ 일송정 식당에서 흑돼지 삼겹살구이를 마음껏 즐기다
"음식이 맛있는 집은 물도 맛있다"는 말은 기본이 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일 게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지구 내에 위치한 일송정(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131/061-783-8989)은 장과 젓갈부터 직접 담가 사용하는 기본이 충실한 곳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담근 김치는 고소한 멸치액젓의 향이 그대로 전해지면서도 무언지 모를 삼삼한 감칠맛이 있었다. 흑돼지바비큐를 주문했더니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약 손님만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 일송정의 다른 대표 메뉴는 뭐냐고 했더니, 묵은지고등어쌈밥과 흑돼지쌈밥, 흑돼지삼겹살, 묵은지갈치조림. 산채한정식 등이라, 우리는 흑돼지삽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진수성찬을 즐겼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행복’을 즐기는 밤이었다.
◈ 간밤의 술취를 달래며 이대순두부식당에서 아침을 먹다
2016년 1월 13일(수), 새벽 잠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달려간 곳은 호텔 내 사우나다. 지리산가족호텔의 사우나는 게르마늄 온천수를 이용하는 진정한 온천이었다. 촉촉해진 피부를 경험한 순간 게르마늄 온천수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여유롭게 노천탕을 포함해 온‧냉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온천욕 즐긴 후 여장을 챙겨 09:00시경 이대순두부식당(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로 257/061-783-0481)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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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순두부'라 해서 처음엔 이화여대 출신의 주인이 순두부집을 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2대(代)에 걸쳐 순두부집을 해 오고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집에서 자랑하는 건 두부와 물. 국산 콩으로 이틀에 한 번씩 음식점 바로 옆에서 만드는 두부 맛이라 했다. 또 한 가지 강추하는 메뉴는 능이버섯해장국. 귀하다는 자연산 능이버섯 해장국 한 그릇을 먹으면 온 몸이 다 젖을 정도로 속이 확 풀린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순두부백반에다. 능버섯해장국으로 간밤의 숙취도 풀고 게르마늄온천수로 허기진 배도 가득 채웠다. 자. 가자! 어제 못다 본 구례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향하여.
◈ 반달가슴곰 생태체험학습장의 반달가슴곰은 어디로 갔지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안에 있는 ‘지리산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402-31)은 지리산에서 사라져버린 반달가슴곰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세워졌다. 생태전시관, 생태학습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생태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니 1층과 2층이 뚫려 있어 육지 동식물과 조류 표본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관 중심에는 큰 나무 모형이 심어져 있고 그 나무 위에는 뚜렷한 형태의 흰색 V자가 상징인 지리산반달가슴곰의 모형이 매달려 있었다.
우리나라 멸종 위기 종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멸종 위기 종 생태관,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갖춘 곳에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을 조성하여 반달가슴곰의 생태적 특성을 연구하고, 자연생태계 보전과 복원사업의 의미를 탐방객들에게 알리고자 탐방해설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었다.
겨울이라, 곰의 겨울잠으로 인해 탐방로로 가서 살아 있는 반달가슴곰을 보지 못한 것에 못내 아쉬워하며 찾은 곳은 구례 5일장이다.
◈ 3일 , 8일에 열리는 구례 5일장에서 풍요로운 시골의 정취에 흠뻑 젖다.
구례5일시장(구례읍5일시장작은길 20/061-782-848)은 전통적인 5일장으로 3, 8일에 장이 선다. 일제시대부터 장이 열렸단다.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투박한 사투리가 오가고 덤으로 나물 한 줌 얹어주는 살가운 정과 풍취가 아름답다.
시장 보러 온 사람들과 하나 되어 밀려갔다가 밀려오며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아! 바로 이거다고 하며 구입한 것은 1박스 10kg에 1만원하는 야콘이다. 부산이라면 2~3만원할 것을 단돈 1만원에 구입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었다. 일행들에게 붕어빵 하나씩을 손에 쥐어주며 구례5일장을 빠져 나와 달려간 곳은 그 이름조차도 생소하고 처음 대면하는, 그래서 호기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그 곳 바로 압화전시장이다.
◈ 압화전시장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다
압화는 자신이 표현하고픈 대로 짐작하여 식물들을 산처럼 쌓아 한 번에 눌러 압축하여서 만든 그림인데 모두 식물들로 만든 그림이다.
◀외국 작가 작품인데
바닷물을 수국 같은 꽃잎으로 표현함
꽃을 눌러 말려서 또 다른 꽃을 그리는 압화, 꽃의 변신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눈으로 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전율이 내려 왔다.
구례읍내 농업기술센터에는 야생화 압화전시관, 잠자리생태관, 농경유물전시관이 있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세계를 함께 관찰할 수 있었다. 참으로 신비롭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몰고 사성암으로 향했다. 섬진강을 건넜다.
◈ 서설(瑞雪)이 반가이 맞는 오산 그리고 사성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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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네비게이션이 더 가자고 재촉하건만 완장을 찬 아저씨가 차를 세운다. 승용차로써는 사성암(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061-781-4544)에 오를 수 없으니 버스를 타란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에 오르니 버스는 굽이굽이 그 가파른 오르막을 겁도 없이 오른다.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며 사성암 입구 주차장에 내려 한 발 두 발 디디니 갑자기 쏟아지는 눈으로 미끄러지면서도 백색의 세상에 머무는 것이 즐거웠다.
국가 명승 제111호로 지정된(2014.8.28) 사성암은 자라모양을 하고 있는 해발 531m의 오산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정상에 오르면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과 구례읍, 지리산 연봉들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고 하기에 기를 쓰고 올랐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이 어찌 우리 일행을 두고 한 말인가? 온통 눈(雪)이 앞을 가로막아 아쉽게도 아름다운 경치를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산하여 승용차에 오르니 언제 눈이 왔드냐는 듯 하늘이 맑고 땅도 본래의 모습 그대로이다.
점심식사는 선미옥다슬기(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 76-9/ 061-781-6756)식당을 예약해 두었다.
시골이 고향인 사람은 누구나 어릴 적 추억 한 자락씩은 갖고 있다. 그 중 재미있던 것이 다슬기 잡기 놀이였다. 그건 분명 놀이의 일종이었다. 물고기는 낮에 활동하고, 다슬기는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밤이면 개울가에 동네 아이들이 모여 횃불 하나 들고 다슬기를 많이 잡았다. 잡은 것은 그냥 삶아서 까먹거나 국에 넣어 끓여 먹었다. 짭조름한 그때 그 맛이 지금도 입 안에 맴돌곤 한다.
그런데 이 다슬기로 한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 구례 읍내 실내체육관 옆에서 음식점 선미옥다슬기를 운영하는 선미옥 씨 부부다. 다슬기우리밀수제비, 다슬기비빔밥, 다슬기정식, 토장탕, 다슬기초무침, 다슬기장무침, 다슬기전 등 다슬기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우선 놀랐다. 우리 일행들은 구례까지 온 덕분으로 선미옥다슬기 요리를 맛보는 행복을 누렸다.
◈ 운조루의 부잣집 며느리는 외롭다
토지면의 운조루는 구례의 옛 한옥으로 옛 풍취를 더한다. 조선 후기 양반 고택의 멋을 잘 살려낸 운조루의 대청마루 앞에는 동백꽃이, 대문 밖의 연못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단아하다.
그런데 대문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쓸쓸하기 만하다. 이 고택의 며느리로서 수많은 식솔들과 더불어 살았을 날들을 뒤로 하고 혼자서 방문객들에게 관람료 받고 직접 빚은 각 종 식자재 팔고, 무상한 세월이여!
◈ 하동 화개장터에서 옛 사랑을 생각하다.
구례를 떠나 돌아오는 길에 화개장터에 들렸다. 얼마 전 화재로 대부분의 시장 건물이 불타버렸다더니, 언제 새로 지었는지 거의 대부분 원상회복이 되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 말끔했다.
화개장터는 가수 조영남 씨가 부른 노래 화개장터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시골장터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는 시골 인심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장터로 조선시대 때부터 지리산 일대의 산간 마을들을 이어주는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옛날 시골장터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이 화개장터에는 국밥집, 도토리묵, 재첩국집, 주막, 엿장수, 산나물, 녹차 등의 특산품 등이 있었으며 특히 우리 전통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대장간이 있어 호미, 낫 등 전통 농기구와 주방용 칼 등을 즉석에서 구매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훈훈한 인심을 주고받는 만남과 화합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한편 화개장터는 김동리 소설 [역마]의 무대이다. 막걸리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계연을 못 잊어 어머니 옥화와 이별하는 성기가 엿판 매고 정처 없이 떠도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화개 장터를 떠났다.
◈ 앞으로 펼쳐질 우주시대를 꿈꾸는 사천 항공박물관
얼마 멀지 않은 시대에 우리 인류는 우주 시대를 열 것이다. 화성에 우주선이 도착했다는 뉴스는 곧 뉴스 꺼리도 아닌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 되리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의 메카는 경남 사천이다. 그 사천에 항공박물관이 있다. 주로 예전에 사용했던 전투기와 수송기, 폭격기, 헬기 모델들 30여종, 그리고 열기구부터 인공위성까지 망라한 교육자료와 각종 실물 항공기 등, 6·25전쟁 당시의 군용품도 전시해 두었다.
남해안 고속도로에서 사천인터체인지에서 내리니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항공박물관(T.055-851-6565/사천시 사남면 공단1로 78)이 있어 매서운 추위임에도 불구하고 항공기에 탑승해서 내부도 구경하는 등 자연 경관이 아닌 인간이 만든 위대한 기계에 또 다른 감흥을 맛보았다. 특히 북한 김일성이 타던 소련제 리무진 승용차는 귀한 전시물이었다. 1948년 소련의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선물한 것으로 1950년 10월 국군이 평안북도에서 노획하여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82년 다시 우리나라에 와 사천항공박물관의 자유수호관에 전시되게 되었다고 했다.
겨울이라 낮이 짧았다. 차는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저녁은 장산해물탕(T. 051-314-5500/ 부산 사상구 사상로202번길 16)에서 맛있게 해결하며 1박 2일간의 지리산을 중심축으로 한 여행의 대단원의 막을 서서히 내렸다.
◈ 즐거운 여행, 재미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여행을 떠난다. 봄이 되면 꽃을 보러, 여름이면 시원하게 물놀이하러, 가을이면 붉게 물든 가을 산, 겨울이면 눈꽃 내린 설경을 만나러 서둘러 여장을 챙기는 것이다.
이번 여행지 중 가장 각광받았던 구례는 사계절 어느 때나 각광받는 여행지다. 봄이면 산수유, 매화, 벚꽃이 천지에 흐드러지고 여름이면 사면으로 빙 두른 산속의 계곡에서 물이 쏟아진다. 가을이면 피아골 같은 골짜기에서 단풍이 알록달록 발길을 잡아당기고, 겨울이면 노고단 성삼재에서 안 보면 평생 후회할 눈꽃 축제가 벌어진다. 게다가 여행에 지친 육체를 노작지근하게 풀어줄 온천까지 있으니 대체 어떻게 구례를 피해갈 수 있단 말인가.
이 번 여행은 겨울 여행이다. 구례의 노고단 성삼재의 눈꽃 축제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야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함박눈 흩날리는 눈 오는 구례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맛집 탐방의 즐거움과 온천, 특히 게르마늄 온천욕을 마음껏 즐겨 보는 여행다운 묘미를 만끽하는 겨울 여행이었다. 물론 진주나 산청도 빼 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1박 2일간의 지리산을 중심축으로 보낸 행복한 여행이었다.
함께 한 일행들도 나같은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여행의 대미(大尾)를 장식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