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
#1004 생태양성과정
#최수경 선생님과 하는 강인문학
생태양성과정 5회차 수업으로 대전의 하천생태를 돌아보기 위해 갑천을 찾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고개와 떨어져 들에 있는 시냇가 마을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아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이중에 공주(현재 대전)의 갑천을 제 일로 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숲길을 따라 하천이 흐르며 숲으로서의 지리적 기능과 다양한 생태계의 가치가 어우러져 있는 전위지대 갑천을 찾았다. 갑천은 하천의 수중생물들이 육상으로 올라오고 숲의 생물들이 다시 물속에 들어가서 알을 낳으며 수서곤충의 형태를 띠고 그안에서 먹이 활동이 이뤄지며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갖고 있는 자연하천 구간이다.
쏴아아~바람이 불면 작은 손바닥만한 미루나무 이파리가 찰랑찰랑 거리며 갑천을 찾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들도 계단에 앉아 선생님이 들려주는 갑천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었다.
갑천은 대전 서구와 동구의 경계를 흐르는 하천으로 금산군 진산면 대둔산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하다가 어곡천과 합류 후 북동류하며 계룡산에서 흘러내리는 두계천과 합류 후 계속 북동류하며 완만히 흐르다가 진참천, 유성천, 탄동천과 합류하여 동북 방향으로 물줄기를 바꾸어 흐르면서 유역의 평야를 형성시키고, 다시 삼천동 부근에서 대전천과 합류된 유등천과 합류하여 북쪽으로 흘러 신탄진 부근에서 금강 본류로 흘러든다.
1990년대 초 대전엑스포가 개최되고 갑천을 중심으로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짧은 기간에 하천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배후습지를 매립하며 갑천의 자연하천 생태계는 대부분 파괴되거나 교란되어 생태계와 지형이 불안정한 상태다.
불과 칠 팔년 전까지도 뒤로 보이는 아파트단지가 있던 자리에는 비닐하우스와 논과밭, 과수원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도시하천은 고수부지와 수면공간으로 구성되며, 최근 도시화에 따른 하천공간이 갖는 자연적, 개방적 특성으로 인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갑천은 자갈하천으로서 하상은 대체로 안정적이고, 계절에 따른 수질 변동 폭이 크며 갈수기에는 수질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갑천변은 시민들에게 회색도시안에 허파와 같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산책로나 휴식공간과 같은 치유의 공간으로 사랑 받고 있다.
햇살을 받아 퍼지던 윤슬이 가을바람을 타고 물결 위를 소금쟁이처럼 또르르 구르며 흘러가는 모습이 은구슬처럼 아름답다.하천바닥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유영과 패각류들 물소리가 어우러져 시월의 오페라를 연출하며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대자연의 감동을 선사한다.
태풍 솔릭때 나무에 걸린 쓰레기 높이 만큼 물이 찼다고 한다. 몇년 전만 해도 홍수로 많은 물이 내려 오면 쓰레기도 함께 내려오며 나무에 걸려 물의 흐름을 방해 한다 해서 하천에 자라는 나무를 베어 버렸다. 요즘은 하천 정책이 점차적으로 생태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게 되며 인간 이기가 아닌 자연에서 살고 있는 많은 생명들의 입장인 생물다양성 차원에서 베어내지 않는다고 한다. 하천에 버드나무가 자연스럽게 자라며 수생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물인지 풀밭인지 알수 없는 공간 속에서 다양한 곤충 어류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다.
선생님 뒷편으로 부들이 보이는 곳엔 웅덩이가 있다 . 실제로 10년동안 모니터링한 결과 웅덩이로 물이 들어오면서 흙이 같이 들어와 퇴적하는 배후습지 특성으로 인해 두꺼비와 개구리의 서식공간이 점점 작아지고 있어 물묻동물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한다.
반반의 서식환경으로 인해 생육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물묻동물은 주로 숲에서 살지만 산란장소는 웅덩이다.
하천은 흐르는 공간이라 알이 떠내려 가므로 물묻동물의 산란장소로 이용할 수 없다.
갑천변 개활지엔 버드나무들이 많이 산다. 숲에는 상수리 참나무 잎들이 바람에 뒤집혀 은빛속살을 반짝거리며 숲은 온통 차르르 차르르거리며 아우성이다. 마치 수천개의 은방울이 햇살에서 쏟아져 내려와 참나무 숲을 구르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게 한다.
사대강 사업이 잘한 딱 한가지는 개활지 주변에 불법 경작지를 근절한 것이다. 불법경작이 한창 성행할 당시엔 버드나무 그늘이 밭경작에 방해된다고 해서 나무를 교묘하게 죽였다. 전기톱으로 표피만 살짝 2센치 정도 금을 낸다. 물관부와 생장점이 이곳에 있어 훼손되면 수분과 영양공급 차단되기 때문에 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어 간다.
자연스레 고사목이 많아지며 오색딱따구리가 급격하게 많아진다. 먹이 활동이 용이해 졌기 때문이다. 오색 딱따구리는 깊은 산속에서 자연적으로 천이과정이 이뤄져 죽은 고사목들이 많은 곳에서 사는 것이 정상이다.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 버드나무를 마주하고 바라보는 도시로 진입하는 하천의 모습이 장관이다. 계절마다 사진 찍을 때 경관이 다 다르다고 한다.
저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조성되기전엔 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고 한다. 시간의 흐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는 버드나무이다.
갑천에서 계곡에서 내려오는 여울이 가장 아름다웠던 곳이었단다. 15년 전만 해도 최수경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추운 겨울에 맨발로 여울을 건너는 체험을 하던 아주 예쁜 여울이었다고.
표지판 바로 밑에 월평공원이라는 보문산을 관통하는 터널로 이어져 있는 다리가 보인다. 십년 전 남북으로 뻗어있는 월평생태공원을 가로질러 동쪽과 서쪽의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구간을
만드는 도시 계획이 구체화 되며 환경 단체와 끊임없는 마찰이 이뤄졌다. 남북으로 뻗어있는 월평공원의 가장 가는 허리부분인 골짜기를 관통하는 개발의 특성상 많은 희귀종 식물들과 양서류 도마뱀들의 서식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현실이었다. 이곳의 생태환경을 지키기 위해 환경단체들이 애썼으나 결과적으로 개발논리를 막을 수 없어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부엉이는 바위 위에서 부우부우 밤중에 울고 반딧불이는 날아다니고 바로 밑에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아픔의 공간이다. 지금은 부엉이도 사라지고 반딧불이도 예전처럼 많이 나오지 않는다.
다리를 만들려고 교각을 만들다 보니 다리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교각밑에 견고한 콘크리트 보호공을 쳤고 하상이 쇄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과도하게 치다보니 갑천에서 제일 예뻣던 공간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보에 영향으로 바닥이 미끄러워 지며 다슬기가 부착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기에 다슬기를 먹고 사는 반딧불이의 개체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개발로 인해 변화되기 전 흔적만이 몇몇 사람들에게 희미한 추억으로 고스란이 남아 있다.
나무뿌리 주변 구멍 뚫린 공간이 물총새가 탁란하던 장소라고 한다. 바로 앞 바위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며 먹이 활동을 했다고 한다.
참나무 연리지를 바라보며 고사성어 신토불이가 생각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신토불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농산물에 적용하는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땅을 인간의 편의에 의해 훼손한다면 정작 우리의 삶이 병들었을 때 우리가 훼손한 이땅의 흙이 나를 살릴수 있을까?
이끼 옷을 입고 있는 버드나무의 따뜻한 품을 찾아 바람타고 날아온 작은 씨앗이 싹을 튀웠다.
고갱이를 작은 날짐승들과 이름 모를 풀씨들에게 쉼터로 내어 주며 공생 하고 있는 나무를 보며 겸허히 내 삶에 작은 쉼터를 구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