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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400 70우리말 기고 15매 기고 새벗 우리말 교실 `마루치 `아라치
마루치와 아라치 '지-치'는 '사람'의 뜻을 가진 말 '거지'의 '지'나 '벼슬아치'의 '치'도 똑같은 말
오늘은 봄이네가 장승배기 마을에서 모래내라는 마을로 이사를 하는 날이다. 봄이네 집안 식구들은 한쪽에선 짐을 싸느라 또 한쪽에선 짐을 밖으로 내 놓느라 그리고 또 한쪽에선 짐을 싣느라 모두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봄이 언니는 이층에서 책들을 챙기고 있었다. 봄이는 어제 이미 자신의 책이나 가져갈 물건들을 모두 추려서 상자 안에 정리해 놓은 상태여서 언니의 일이나 도와 줄까 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온 방에 책이 가득 널려 있었다. 그런데, 책을 챙기던 언니는 갑자기 일을 하다 말고 옛날 일기장 갈피 속에 끼워져 있던 어떤 광고 쪽지 같은 것을 열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언니, 뭐야?" "책을 추리다 보니까 옛날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본 만화 영화의 팜플렛이 나오지 않겠니. 그래서……" "짐 싸다 말고 그건 왜 들여다보고 있어?" "이번 이사 가는 기회에 필요 없는 것은 모두 버리고 갈 작정이거든. 이런 팜플렛 같은 것은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야." 봄이는 언니가 보고 있는 그 팜플렛을 보았다. 만화 영화의 제목이 크게 들어왔다. '마루치와 아라치' 제목이 특이했다. 무슨 뜻일까? "마루치? 언니, 마루치가 뭐야? '며루치'의 사투리야?" "호홋, 며루치? 아 참, 그러구보니 이제 생각나는데, 이 영화에서도 네가 물은 그런 물음이 한번 나왔었어. '네가 그 며루치란 놈이냐' 이렇게 묻는 대목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건 아니구 '마루치'는 '으뜸이 되는 사람'의 뜻이래. '치'는 '사람'의 뜻이라나 봐." "그럼, 아라치는?" "그건 영화 내용 중에서도 나왔는데, '아름다운 사람'의 뜻이라고 했어." "………?" 모두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 중에서도 '치'가 '사람'의 뜻을 나타낸다는 말은 처음 듣는 말이었다. 멸치, 갈치, 공치, 참치,…… (……'치'는 대개 물고기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봄이는 이 '치'가 왜 '사람의 뜻을 뜻하는지 더 자세히 알아 보기로 했다.
'치'는 원래 '지'였고, 이 말이 거센 투로 변해 '치'가 되었다. 우리 나라의 삼국시대에 많은 벼슬 이름이 나오는데, 거기에도 이 '지'가 '사람'의 의미로 씌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벼슬이 '막리지'였는데, 이 말은 '마리지'란 말이 한자식으로 옮겨 간 것으로 '으뜸 벼슬'의 뜻을 지닌다. '마리'는 '머리'로, '으뜸 자리'를 뜻하고, '지'는 '사람' 또는 '벼슬 가진 이'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가 '치'로 변했을까? 우리말은 곧잘 거센소리로 돼 가는 성질을 지녔다. 그래서, 옛날에는 '고'라고 하던 것이 변해서 '코'가 되었고, '갈'이라고 하던 것이 변해서 '칼'이 되었다. 이러한 것을 '거센소리되기' 또는 한자말로 '격음화'라고 하는데, '사람'이란 뜻의 '지'도 그러한 거센소리되기의 버릇에 따라 '치'로 된 것이다. '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내긴 하지만, 그것이 단독으로 쓰이는 일은 별로 없고, 그 앞에 어떤 말이 있을 때, 그러한 사람, 또는 그 일과 관계되는 사람의 뜻을 나타낸다. 경상도 일부 지방에서는 이런 말을 쓰고도 있다. "그 치는 밤낮 빈들빈들 놀고만 있어." "어제 왔던 치나 오늘 왔던 치나 버릇들이 다 좋질 않아." '장사치'에서 '치'도 '사람'이다. 즉, 장사를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관리들을 전에는 '벼슬아치'라고 했는데, 이것은 '벼슬을 하고 있는 사람'의 뜻을 지닌다. '벼슬치'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치'는 성격상 그 앞의 '아'나 '어' 같은 모음을 불러 오는 경우가 많아 '벼슬치'가 아닌 '벼슬아치'가 된 것이다. '장사치'도 원래는 '장사아치'였는데, '사아'가 '사'로 줄어들어 그런 말로 된 것이다. '거지'의 원래 말은 '걸어지' 또는 '걸어치'였다. 이 말이 거리를 떠도는 사람의 뜻에서 나온 것인지, 걸어다니며 구걸을 하기 때문에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말이 변해 지금의 '거지'로 된 것이다. '걸어지-걸어치'에서의 '지-치'도 물론 '사람'의 뜻을 지닌다. '거지'는 또 다른 사투리로는 '거렁뱅이'라고도 한다.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갓바치'라고 했다. 여기서 '갓'은 '가죽'을 나타내는데, '가죽'의 원래 말은 '갖'이었다. '갖'이란 말이 변한 것이 '가죽'이고, 또 달리 변한 것이 지금의 '거죽'이란 말이다. '속'의 반대인 '겉'도 그 친척말이다. 어떻든 '사람'의 뜻을 나타내는 우리말인 '치'는 '장사치'나 '벼슬아치'처럼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 그러나, '치'가 원래 '사라'의 뜻을 나타낸 말이었음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음은 어쩐 일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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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도 우리 토박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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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번 지으면 평생을 갖고 써야 하는 이름...
그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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