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답사를 다니기에 앞서 여러 책방지기의 기록을 읽고 있습니다.
먼저 책방 일을 한 선험자의 기록을 살펴보며 어떤 책들이 좋은 책인지 알고 싶었고, 책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찾아뵈었을 때 기록을 구실로 이런저런 이야기 여쭙고 싶었습니다.
4월 헌책방 답사에 앞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소소책방 책방일지' 읽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는 4월 마지막 주에 답사 예정입니다.
(아직 연락드리진 못했습니다.)
진주에 있는 '소소책방'에는 4월 6일에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흔쾌히 허락해주신 소소책방 책방지기 분께 감사했습니다.
'풀무질'에 이어 책방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읽기' 그리고 '쓰기' 입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도 좋은 음식 먹듯이 하고 글 한 줄 쓸 때는 고른 숨을 쉬듯이 한다.'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118쪽
'책방지기의 제일 큰 즐거움은 책을 파는 데 있지 않고, 들어온 책들을 열심히 읽는 데 있다는 것을 무시로 깨닫는다.' - 소소책방 책방일지 54쪽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 소소책방 책방일지 35쪽
책방지기에게 읽기와 쓰기는 일이 아닌 삶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먹고, 씻고, 자는 보통의 일상처럼 읽고 씀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글과 삶이 가까웠습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책방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많이 알진 못했습니다.
이를 책 몇 권으로 알려고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책방지기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읽기'와 '쓰기'
이는 사회사업가에게도 해당하는 일입니다.
부지런히 읽고, 써야겠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47쪽
처음에는 이렇게 이상한 기준을 가지고 책방을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아무도 이 책방에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물론 지금도 대형 책방처럼 사람들로 북적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 이런 기준으로 책장을 채워 놓으니까 오히려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방을 많이 찾아온다.
68쪽
어떤 사람은 시 한 편을 읽고 인생 가치관이 변하기도 한다. 그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수억 가지 일 중에 몇 안 되는 기적적인 일이다. … 이오덕 님 말씀대로 글이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정직하게 쓰는 것이 당연한 기보이지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치를 부여하고 함께 읽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72쪽
그러니까 자연히 글을 쓸 때도 자기 의견이 별로 없다. 수동태 글이 넘쳐 난다. …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런 시대일수록 자기주장이 필요하고 자기 생각이 중요하다. 오늘 강의의 핵심이 바로 그런 것이다. 언제나 솔직하고 가치관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그게 자기 말로 나타나고 글로 나타난다.
83쪽
나는 이 공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어떤 철학을 담아야 할까, 문을 열기 전 몇 달 동안 고민했다. 여전히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북에 철학을 만들 수 있는 뚜렷한 계기가 되었다.
118쪽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게 밥 먹고 숨 쉬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읽을 때도 좋은 음식 먹듯이 하고 글 한 줄 쓸 때는 고른 숨을 쉬듯이 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책과 글을 이렇게 대하기를 희망한다.
152쪽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더러 아주 거만한 분들이 있다. 책을 많이 읽었든 적게 읽었든 벼 이삭처럼 사람도 익으면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져야 하는데, 머리에 든 게 많다고 뽐내며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다니는 분들이 있다. 책을 잘못 읽은 것이다. 책은 사람을 거만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275쪽
책방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주인과 손님이 인간적인 관계로 만나고 손님과 손님이 만나고,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책과 함께 어울리는 사랑방이 되어야 한다.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여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279쪽
나는 당장 이 계획을 실천하기로 하고 생가나는 대로 기획안을 만들어 정리했다. 정리한 내용을 책방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보여 주고 어떤지 물었다. 어떤 분은 다 좋으니 당장에 시작하라고 했다. 간혹 세세하게 이것저것 지적하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기획안을 꼼꼼히 검토해 주신 이도 있다.
283쪽
책방에서 책만 팔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처럼 생긴 물건을 파는 거나 같다. 책을 파는 책방이라면 책 안에 있는 가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가치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 그러니까 책만 팔아서는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가치를 만드는 건 누구 한 사람이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만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철학하고, 그걸 그러모아 계획해야 하는 일이다.
소소책방 책방일지
6쪽
책방일지를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책방의 현재를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사라지기 전에 글 한 줄, 사진 한 자이라도 남겨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책방일지는 사랑했던 책방과 책을 위한 송가이기도 합니다.
35쪽
박목월 선생님은 <문장의 기술>에서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이 이미 누구에게 읽히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루어지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비밀에 속하는 사실을 혼자 보관하기 위하여 기록해 둔다 하더라도, 어떤 기회에 누가 읽게 될지 모르는 일이며, 그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입니다”고 했습니다. …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제대로 쓰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54쪽
책방지기의 제일 큰 즐거움은 책을 파는 데 있지 않고, 들어온 책들을 열심히 읽는 데 있다는 것을 무시로 깨닫는다.
60쪽
나에게는 책방이 안정적인 공간이다. 책방을 보고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비 오는 날 책방 문을 열면 나는 책 냄새가 좋다. 고향 같은 느낌이랄까. 책방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
168쪽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직관적으로 어떤 힘의 존재를 깨달았지만 그 힘이 우주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수학이라는 ‘지적 연장’에 능숙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 분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비인간적인 모습에 분노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꿰뚫어 본 것은 마르크스 밖에 없었다. 마르크스가 위대하다면 그것은 그가 도덕적 정열 못지않게 지적 설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자연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서는 직관력도 필요하고 세상의 불의를 보면 분노도 느낄 수 있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진리와 정의는 보편성 있는 언어를 획득해야만 실천력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