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현 논설위원
충청도 논산에 어머님이 뇌졸중으로 벌써 5년째 투병 중이다. 풍양
조씨로 대갓집에서 시집온 어머님은 젊을 때 고생을 많이 하셨다. 계
룡대 앞 두계장터에서 3.1운동 시위봉기를 주도한 배영직 할아버지 덕
분에 불가피하게 집안 살림이 어려워졌고 신혼초부터 집안 일은 물론
농사 일에 매달려야 했다.
초등학교 졸업자로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부여부군수를 지낸 아버
님은 공무에 시달려 아침에 출근하면 저녁 늦게 퇴근하셨다. 아버님
형제자매 7남매와 필자의 형제자매 5남매를 모두 어머니가 거두어야
했다. 결핵으로 병마와 싸워야했던 작은 아버님과 결혼에 실패해서
생활이 어려웠던 고모님, 농협에 다니다가 금융사고를 낸 삼촌 등 산
적한 집안일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자녀 5남매가 도시락은 어떻게 싸고 학교에는 어떻게 등교하는지 정
신없을 정도로 내달리던 어머님은 새벽에 물 길러 나가기 시작해서 집
안 식구 아침밥을 챙겨놓고는 일터로 농토로 나가 밤10시에나 집에
돌아오셨다.
지나친 노동은 마침내 무릎에 큰 부담이 갔고 50세 안팎에 관절의
깊은 손상으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했다. 양쪽 관절을 5차례나
수술하셨던 어머님은 마침내 윗몸 비대현상이 나타났고 당뇨현상에
뇌졸중이 발생했다.
뇌졸중은 머리의 실핏줄에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신경마비로 팔
과 다리 한쪽이 마비되는 현상이다. 흔히 중풍 맞았다고도 한다. 어머
님은 다행히 바로 집 앞에 있는 논산시민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요양
병원은 1개 층에 5개의 병실로 구성되어 있고 1개 병실에 9명의 환자
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각층 중앙에 간호사 한 사람이 지휘를
하고 각 병실마다 2명의 간병인이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어머님은 요양병원 입원 초기에는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셨다. 머리
속은 건강하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생생하고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못
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간병인의 통제를 넘어서 침대를 내려오거나 소
리를 지르는 등 요동치는 사례가 빈번했다. 어느 날에는 간병인이 침
대에 몸을 묶어놓은 적도 있었다. 간병인을 탓할 수도 없는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젊을 때 달리기 선수이었을 만큼 건강하던 어머님은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고 요양병원에서 퇴원해서 요즈음 집에서 요양 중이다. 특히 집
목욕실에 반신욕 시설을 설치해 놓고 매일 반신욕을 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지셨다. 올해 82세인 어머님은 최근에는 더욱 좋아져서 뇌졸중 초
기 장애 1급이던 것이 지금은 3급으로 내려갔다. 건강상태가 좋아
져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던 분이 지팡이 짚고 화장실을 오갈 수 있는 정도다.
반신욕 등 온열치료의 효험이 큰 것을 보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으로 활동하는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 노인정을 찾아 반신욕시설을 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노인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효험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물을 받고 청소해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다는 것
이다. 그래서 고양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건식 적외선 사
우나 시스템을 설치해주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제통치와 6.25전쟁 등 변화와 격동의 시대를
살아왔다. 이른바 산업화 시대에서 가족과 함께 먹고살기 위해 피땀
흘리면서 살아왔다. 조금 살만하다싶으니까 몸이 아프고 각종 성인병에 퇴행성 신체변화가 다가와 고통을 겪고 있다. 1, 2 낳은 자녀들은
각자의 생활전선에 뛰어야한다. 노인들은 불가피하게 요양병원이나 요
양원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
로 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좀더 적극적인 요양복지정책을 펼쳐
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배유현 <주필 ․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첫댓글 배 유현 논설위원님! 부모님의 감동적인 일들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의 감동을 일어나게 합니다. 우리나라 나이 드신 여인들의 애환을 잘 표현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사이의 젊은 여인들은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이 하고 자녀들을 버리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고아원 원장님께서 하시는 말씀들이 전쟁이 없는 우리나라가 고아원에서 보살피는 아이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현 세상의 풍토가 한심합니다. 論山에서 靜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