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문산마을의 사람과 삶을 기록해보자는 취지로 네 사람이 모였다. 문산마을 김희련샘, 문산마을 이미지스튜디오 사진작가 김인숙샘, 인터뷰를 꾸준히 해 온 김성희샘, 그리고 대안학교 교육공간오름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나, 박은영 이렇게 넷!!!!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기록한다는 것이 나에게도 새로운 일이었기에 설렘 반 두려움 반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문산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양한동 어르신을 만나 뵈었다. 올해 여든 셋인 어르신은 축구를 좋아하시고 마을에서 문중 일을 하고, 자녀들도 가까이 살아 자주 만나며 사신다고 한다.
봄이 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문산마을공동체 ‘톡톡’을 통해 문정여고 학생들과 함께 마을기록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마을과 사람을 기록한다는 것만으로 여고생 열 댓 명이 모였다. 어색하고 낯설었던 첫 시간 자기소개 대신 2명 씩 짝을 지어 친구를 인터뷰하고 대신 소개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언론, 방송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았고 동네 맛집을 좋아하고 개성이 강한 유쾌한 여고생들과의 첫 만남은 즐거웠다.
봄과 여름을 지내며 학생들과 함께 문산마을공동체 대표이자 마지막 영화 간판화가 박태규 선생님을 만나 마을에서 공동체 활동을 해오신 이야기와 간판화가로서의 일에 대해 듣고 이야기 나눴다. 영화간판을 보고 영화를 선택한 경험이 없는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청소년들에게 영화 간판을 그리는 일을 생업으로 했고 아직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간판그림의 역할과 그리는 과정 그림 스타일, 아직도 영화 간판 그림을 그리는 일의 의미를 묻고 듣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마을공동체에 대한 박태규 선생님의 열정과 애정이 전해지는 만남이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고 싶어했던 학생 의견이 있어 사진작가 지망생 배우형 청소년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하루의 절반 가까이 학교에서 지내는 인문계 여고생들은 제도권 밖이라는 다른 선택을 한 청소년에게 호기심을 갖고 여러 질문들을 쏟아냈다. 학교를 왜 떠났는지, 후회는 없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며, 편견을 깨고 다름에 대한 인정의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지역의 대표 신문사인 광주드림의 채정희 기자님을 모셨다. 진로와 연관된 직업인을 만나는 시간이었기에 한생들은 평소 보다 더 진지하게 보였다.
기자로서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 기억에 남는 기사 그리고 신문사 재정관련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바쁘신 와중에도 학생들의 시간에 맞춰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성의 넘치게 답변해주셔서 감사했다.
상반기 학생들과 8회를 만났다. 첫 시간 서로 인터뷰로 소개하고 두 번째 시간 앞으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기록할 지 이야기하고 인터뷰를 한번 하고 글을 정리하는 시간 한번 갖는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쁜 인문계 학생들과 이런 활동으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와 더불어 학생들의 시간에 맞춰 문산마을까지 오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는 나의 믿음이 전해질 수 있는 활동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