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보고 싶은 그곳 (간호학과 홍수정)

[간호학과 홍수정]

다시 가보고 싶은 그곳

간호학과 홍수정

     얼마 전, 동기에게 과제에 대해 물어보려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문자를 보낸 사람은 동기가 아닌 옛 중학교 동창이었다. 이름이 똑같아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실수로 인한 연락이었지만 오랜만에 친구의 근황이 궁금해 대화를 이어나갔고,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역 단위로 이사를 자주 다녔다. 부모님은 수원 출신이지만 아버지의 직장 사정으로 인해 창원으로 이사를 가셨다. 창원에서 내가 태어났고, 8살 까지 창원에서 살다가 인천 중구로 이사를 갔다. 그 다음엔 군산, 다시 인천, 천안으로 이사를 갔고 지금은 본가인 천안에서 떨어진 서울의 기숙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서 내가 얻은 것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와 낯을 엄청 가리면서도 낯선 이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였다. 또 그리운 고향이 여러 곳 생겼다. ‘고향이 여러 곳이라니, 무슨 소리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의 고향은 어느 한 곳이라고 정의내릴 수 없다. 인터넷에 ‘고향’을 검색해 보면

1.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창원)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수원)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군산, 인천, 천안)

세 가지 뜻의 ‘고향’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이렇듯 나만의 그리운 추억은 우리나라 곳곳에 담겨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두 장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장소는 창원에서 다니던 유치원이다. 노란색 개량한복이 유치원 원복이었는데 우르르 돌아다니면 항상 동네 어른들이 ‘예쁘기도 하지!’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이 원복을 입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긴 터라 기억에 많이 남았고 한복을 좋아하게 되었다. 유치원 정원은 굉장히 큰 편이었다. 야외 새장도 있었고, 작은 폭포에 물레방아도 있었고 수영장과 같은 놀이시설이나 나무도 굉장히 많았다. 물레방아 앞에선 생일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엔 선생님께서 기타를 들고 밖으로 나와 다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특히 가수 예민의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라는 노래를 불렀던 날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이 노래는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물레방아 옆에는 일반 사과보다 훨씬 작은 꽃사과 나무가 있었는데, 빨갛게 익으면 급식으로 나왔다. 작지만 맛있어서 친구와 몰래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엔 오랜만에 유치원을 다시 찾았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끌벅적해야할 유치원은 텅 비어있었다. 안을 둘러보다가 원장 선생님을 만났는데 유치원을 이전할 것이며 이곳은 내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없어졌을 그곳은 왠지 이상하게도 나를 기다려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아쉬움과 동시에 고맙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장소는 인천에서 살던 한별아파트이다. 우리 아파트는 TV 프로그램 ‘있다?없다!’에 소개된 아파트이다. 신기하게도 바로 앞에 철도가 나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쌀과 소금을 인천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일제가 1937년 개통한 ‘수인선 협궤열차’가 있었는데, 아파트 인근이 종점이었다가 지금은 터만 남아 화물 주차장으로 쓰이게 된 까닭이었다. 우리가 살던 당시에 그 선로는 화물열차 길로 쓰이고 있었다. 처음 이사 온 날엔 뭣도 모르고 창문을 열고 외출했다가 청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석탄 가루가 집안까지 들어와 코를 풀면 까만 콧물이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엄마는 기차를 싫어했지만 나는 싫지만은 않았다. 기찻길에서만 할 수 있는 놀이도 많았고 선로를 따라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 뒤편 골목에는 '수인곡물거리'가 있는데 과거 역 주변에는 큰 장이 형성됐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동네에는 쥐가 굉장히 많았고 곡물가게들은 전부 고양이를 키웠다. 동물을 좋아해서 고양이들을 구경하면서 가게 아저씨들과 할아버지,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여기까지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에 대해 소개해 보았다. 예전엔 어린 마음에 이사 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사를 많이 다닌 덕에 다양한 경험들, 인연들, 추억들을 쌓은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시 방문한 고향들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뀌어갈 장소들에 남아있던 나만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변하는데 그리운 장소만은 영원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이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반년간 살고 있는 회기동 구석구석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추억들이 쌓였다. 언젠간 이곳도 나의 고향이 될 것이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설레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김민지]

전학을 많이 다녀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 슬픈 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전학을 다녔던 경험때문에 살갑게 먼저 다가가는 능력을 얻게 되신것 같아요 ㅎㅎㅎ
저희 조원끼리 말하는 시간에 말해주셨던 기찻길!!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였는데 그런 기억이 정말 소중하게 남았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신혜진]

고향이 여러 곳이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유치원이야기보면서 애틋하고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ㅎㅎ

[오승원]

언젠가 이곳도 나의 고향이 될 것이라는 구절이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