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땅콩 이야기 김도향
구수한 맛이 슬픔이라니
톡톡 터지는 소리가
가을운동회날 모래주머니로 터트리는
박바가지 얻어터지는 소리
흥부 박덩이 터지듯 쏟아지는 오색종이가루 속
점심시간 알리는 두 줄기 폭포 내리꽂히면
청군 백군으로 갈라졌던 시간도 와해되고
차일 속으로 가족 찾아 뿔뿔이 흩어졌지
노랑무 파란시금치 고개 내민 김밥 볼 미도록 삼키고
목울대 쏘아대는 벌떼같은 사이다
그 따끔거리는 맛의 여운
땡감을 소금물에 삭힌 쉰 냄새나던 떨떠름한 미각
양은도시락에 치인 찌그러진 삶은 고구마
죽도록 먹기 싫은 간식이었지
또래 아이들 자랑 처럼 먹던 쌍둥이 땅콩들
오동통통 구수한 냄새 하나만 먹었으면
소원 없겠다 싶던 그 땅콩
하양장날 햇땅콩 마음껏 삶아 한 입 깨무는 순간
울컥, 그때의 슬픔이 살아났었지
허기진 슬픔이 똬리 틀고 있었지
<회원작품>
개구리와 두꺼비 세기의 대결 외 3편 김도향
개구리와 두꺼비 세기의 대결
안개장터, 두 눈 부라리는 개구리
앞다리는 어깨넓이로 떡 버티고
뒷다리는 곧 튀어오를 용수철 근육이 불끈
갈퀴발은 부채살 펴듯 현란하다
한 뼘 사이
반쯤 부화된 뱀대가리 하나 꼬물거린다
언제쯤 꼬리는 껍질 부수고
한 목숨 완성할까
구름 사이 반쯤 얼굴 가린 햇님
못내 궁금한 듯 기웃거린다
바소구리만한 입 크게 벌린 두꺼비
앞다리는 턱밑까지 높게
뒷다리는 엉덩이 밑으로 낮게
공기 가득 채운 뱃심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갓 지은 밥 한 그릇처럼
누구 입에 먼저 들어갈까
그 밥 궁금한 나는
못내 안절부절 그새,
텅빈 안개장터 먹구름만 몰려온다
개구리와 두꺼비의 대담
두 눈 뜨고 못 보겠다
야바위판 돌아가는 꼬락서니
뒷발로 이단옆차기 해 버릴까
입 있어도 말 못하겠다
둘러치고 메치고
눈 가리고 아웅하고
먹은 돈 안 먹었다 입 쓱 닦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양심은 저당 잡히고
목소리 큰 놈 완장 차고
가방 끈 긴 놈 쇠고랑 차고
말 하자니 입 아프고
두고 보자니 속 쓰리고
얼큰한 해장술로 속풀이 하듯
등때기 긋고 가는 송곳비 올 날만
목 빠지도록 기다려 보세
가재와 구더기
너와 나는 노는 물이 다르잖아
찬물에서 참신하게 참마음으로 살지
졸졸졸 작은 웅덩이에서
목 축일만큼의 양식으로
새끼들 기르지
가계가 훤히 보여 감출게 없지
거울같이 들여다보는 하느님은 아실 거야
나는 진창에서 천국이라 생각하며
찐득찐득 질기게 살지
흥청흥청 똥물에서 배 두드리며 살지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아귀 목구멍
득실득실 새끼들 내까리며
유구한 족보 내림받지
검은 휘장 속 아웅 다웅,
돋힌 날개 눈앞이 우화등선이라
나비떼 와 구더기떼
극락과 지옥은 한 끗 차이
여기 두고 어디서 찾았나
왔는지 갔는지
신선의 옷자락 물결만 일 뿐
해가 지지 않는 대명천지
등꽃의 버선발에 잠시잠깐 입 맞추다
컴프리꽃 보라빛 작은 종 흔들어 보았다
아카시아 새하얀 이 톡톡 건드려도 보았다
온갖 재미난 놀이 독차지한 극락 간 나비떼
똥통에 머리 쳐박고
이곳만이 내 세상이다
와글와글 바글바글
고개 한번 쳐들지 못하는
오직 먹고 보자
한 치 앞 볼 수 없는 똥덩어리 밟고
올라 설 수 없는 구수한 똥 맛에
길들여진 지옥중생 구더기떼
아직 우글거리고 있다
김도향 약력
63년 군위 출생
시와소금 등단
시집 <와각을 위하여>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죽순문학회
김도향 사진
카페 게시글
군위문학 5호 작품
김도향 원고 (시)
김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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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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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갑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