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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지난 26일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선수 A씨(24)는 어머니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선수는 2017~2019년 몸을 담았던 실업팀 소속 감독과 선배 선수 등 총 4명을 모욕·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다. A선수가 남긴 일기장에도 폭행을 당했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남겨져 있다.
A선수는 2015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며, 2018년에도 국가대표로 선발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8년엔 심리적 압박감 등을 호소하며 약 1년간 운동을 쉬느라 국가대표 자격으로 경기에 출전하진 못했다.
━ “살쪘다고 토할 때까지 빵 먹여” 함께 훈련을 받던 선수들은 A씨가 감독 등에게 ‘식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감독과 팀닥터는 “살이 쪘으니 너희가 좋아하는 빵 20만원어치를 사와서 죽을 때까지 먹어보라”며 A씨를 비롯한 선수 3명에게 빵을 억지로 먹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당시 A선수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는 동료 선수는 “빵을 억지로 계속 먹다 세 명 모두 구토했다”며 “감독은 욕을 하면서 빵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고 말했다. 이 동료선수는 “이 모습을 팀닥터와 선배 선수는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다”라고도 설명했다.
━ “폭행당하는 모습 웃으면서 지켜봐”
폭언·폭행은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감독과 팀닥터가 머리, 배 등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A선수가 감독 몰래 복숭아를 먹고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20분 분량의 녹취 파일엔 감독, 팀닥터가 A씨에게 “이를 꽉 깨물어라” “죽을래?” “병X아”라고 말하는 음성이 담겨있다. 폭행을 하는 듯한 ‘퍽퍽’ 소리도 들린다. A선수가 울자 감독은 “짜지마(울지마)”라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같이 폭행을 당했다는 또다른 동료선수는 “선수 4명을 따로 숙소 부엌으로 불러 머리를 때리고 배를 발로 찼다”며 “팀닥터가 주로 폭행을 했고 감독은 이 모습을 웃으면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 “국가대표 출신 선배도 상습적 괴롭힘”
동료 선수들은 평소 같은 팀에 있던 국가대표 출신 선수 B씨와 C씨도 해당 선수를 상습적으로 괴롭혔다고 말한다. 한 동료 선수는 “두 선배 선수가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장면을 자주 봤다”며 “실력이 뛰어난 B선수가 주도하는 대로 팀 분위기가 돌아갔다. 팀 내 1~2명을 왕따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또 A선수의 가족은 “전지훈련을 갈 때마다 체류비 등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입금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대한철인 3종 협회에 징계신청서도 제출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 감독·선배 선수 "폭언·폭행 없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은 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빵을 억지로 먹인 게 아니라 간식비가 따로 나와 빵을 간식으로 제공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2019년 전지훈련 당시 닥터 선생님이 술에 취해 해당 선수를 폭행한 건 맞지만, 나는 당시 상황을 말렸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제자를 잃어 슬프고 정신이 없다”면서도 “폭언·폭행은 한 적이 없고 경찰 조사도 성실히 받았다.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며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 사건은 현재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된 B선수 역시 “폭행·폭언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A선수와 약 3년간 같은 팀에 있었지만, 평범한 동료 사이였다”고 해명했다. 팀닥터와 선배 선수 한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 이용 의원 “가해자들의 엄중한 처벌 촉구”
한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해당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이용 의원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고인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자들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원 대한철인 3종 협회 회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협회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스포츠 공정위심의에 따라 협회가 할 수 있는 빠르고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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