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배달특급 다회용기 배달, '깨끗할까?'..세척 업체 가보니
이병희 입력 2021. 07. 24. 06:00
화성 동탄 1·2신도시에서 배달특급 다회용기 배달 시작
애벌세척, 고온·고압세척, 고온건조, UV살균, 검수 등 7단계 거쳐
불특정 다수에 배달되는 '그릇'..직원들 '매의 눈'으로 정밀검수까지
[광명=뉴시스] 이병희 기자 = 식기 세척·대여 스타트업 '뽀득' 세척허브. 뜨거운 물에 그릇을 담가 불리는 작업. 2021.07.23.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명=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도 배달특급 배달에 사용되는 다회용기는 청결한 환경에서 7단계에 걸쳐 살균·소독된 깨끗한 그릇입니다. 걱정 말고 많이 사용해주세요!"
24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화성 동탄 1·2신도시 공공배달 플랫폼 '배달특급' 일부 가맹점에서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했다.
다회용기 사용을 신청한 배달특급 가맹점은 141곳이지만, 이달에는 우선 ▲농가의 하루(왕배산1길) ▲감동족발(왕배산2길) ▲최고당돈까스(왕배산3길) 등 3곳에서 시범사업을 한다. 다음 달부터 신청 가맹점을 대상으로 사업을 늘려갈 방침이다.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하면 가장 큰 문제는 사용 그릇 수거와 세척이다. 가맹점은 수거·세척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걱정이고, 소비자는 사용된 그릇이 위생적으로 깨끗한지 우려된다.
이에 도는 신청 가맹점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수거·세척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음식을 먹고 난 뒤 배달에 사용된 다회용기를 내놓으면, 전문 업체가 그릇을 수거·세척해 음식점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광명=뉴시스] 이병희 기자 = 식기 세척·대여 스타트업 '뽀득' 세척허브. 직원들이 식기 애벌세척을 하고 있다. 2021.07.23. iamb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척·대여는 스타트업 '뽀득'이 맡았다. 뽀득은 1000평 규모의 세척허브(공장)에서 자체 개발한 친환경 세제와 자동화 세척로봇을 통해 식기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전날 오후 찾은 '뽀득' 세척허브는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모든 직원이 위생을 위해 헤어캡, 마스크, 앞치마, 고무장갑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세척허브는 워시존(wash zone)과 클린존(clean zone)으로 나뉜다. 워시존에서 세척·건조 과정을 거쳐 클린존에서 검수·포장 작업이 이뤄진다.
작업은 ▲불림 ▲애벌세척 ▲고온·고압세척 ▲고온건조 ▲UV 살균 ▲정밀 검수 ▲이중 포장 등 모두 7가지 과정이다.
먼저 천연세제를 푼 90도 뜨거운 물에 그릇을 30분 동안 불린 뒤 직원들이 손으로 닦는 애벌세척 과정을 거쳐 고온·고압수를 분사하는 고압 세척, 헹굼과정이 이어진다.
세척라인의 고온건조부에서 1차 완전건조 뒤 110도 고온소독고에서 30분 동안 2차 건조를 진행한다. 이후 60도에서 4~5시간가량 살균하는 UV살균을 거쳐 직원들의 '매의 눈' 정밀검수까지 마쳐야 자동밀봉 시스템으로 포장된다.
7가지 과정에서 '뽀득'이 가장 집중하는 작업은 정밀검수다.
유아용식판 납품을 주로 담당하는 업체지만, 유아용 식기 검수보다 배달용 그릇 검수에 1.5배 가까운 인력을 투입한다. 유아용 식기 검수 인원으로도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배달그릇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배달되는 그릇에 '신뢰'를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릇은 젖병이나 식기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져 내용연수가 끝나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또 내열 온도가 영하 20도~영상 110도로, 환경호르몬 발생 걱정도 없다.
태경재(31) 뽀득 이사는 "일회용품은 공장에서 찍어낸 뒤 세척하지 않은 제품이라 위생이 담보되지 않는다. 반면 다회용기는 고온 살균작업까지 마친 뒤 진공 포장돼 깨끗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기 세척·대여 업체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위생'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고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도 점검하고, 미국 공인인증기관 NSF 정기시험·기업부설 연구소 ATP 검사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도 검증 받아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다회용기 시범사업. 배달특급 앱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아직 다회용기 배달이 가야할 길은 멀다.
시범사업이다 보니 일부 가맹점을 대상으로 그릇 2종으로만 사업이 진행된다. 현재 원형 우묵한 그릇인 볼(bowl) 2가지만 제공되며, 다음 달 원형 3종·사각 3종 등 6종으로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소스, 단무지, 반찬 등을 담을 그릇은 제공하지 않는다.
배달플랫폼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최초로 시도하다 보니 수요파악이 되지 않아 무작정 다양한 그릇을 만들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염호근 경기도 자원재활용팀장은 "성공여부가 담보되지 않은 시범사업이라 수요에 맞는 모든 그릇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줄여보자'라는 취지로 일부 그릇을 다회용기로 사용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개선할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염 팀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마중물이 돼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이 변화를 통해 민간부분까지 다회용기 사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다회용기 사용에 참여한 '농가의 하루' 장준하 대표는 "음식 포장을 하면서도 일화용품 때문에 환경오염이 늘 걱정됐다. 배달문화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환경과 후세를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척·대여업체가 그릇을 책임지고 가져다주니까 위생적으로도 안전하고, 인건비 등 걱정도 덜 수 있었다. 과도기라 아직 다회용기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사용에 번거로움이 있겠지만, 많은 시민이 동참해 다회용기 사용에 나서주셨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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