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불암산
조망과 한강 풍경이 근사했던 화랑대~광나루
1. 일자: 2018. 12. 8 (토)
2. 산: 서울둘레길 화랑대역~광나루역
3. 행로와 시간
[화랑대역(08:28)
~ (묵동천/서울의료원) ~ 신내역(09:06) ~ (송곡여고) ~ 양원역(09:20) ~ 중량캠핑장(09:34) ~ 오작교(09:46) ~ 망우산 3보루(10:08)
~ 전망대(10:14) ~ (망우산) ~ 깔딱고개(10:44) ~ 용마5보루(11:01)
~ 아차산(11:22) ~ 해맞이공원(11:51) ~ 아차산공원(12:11) ~ 광나루역(12:18) / 12.34km]
물론 처음이
가장 어렵지만 두 번째 역시 만만치 않다. 3주가 훌쩍 지나간 느낌이다. 그 사이 계절은 완전히 겨울로 돌아섰다. 게다가 이번 주말은 영하 10도로 곤두박질치는 혹한이 예고되어 있다. 먼 산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이럴 때 둘레길이 제격이다.
코스를 망설이다 2구간
화랑대~광나루역을 선택한다. 날씨가 맑아 망우산에서 북한~도봉~수락~불암의 연봉들을
바라보는 재미와 용마~아차 하산 길의 한강 조망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둘레길 안내서에도 2구간을 풍광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안내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 온, 영상
앨범 산에서 3년 전 방영한 서울둘레길 동영상을 보며 157km 전
구간에 대한 대강을 머리에 넣어 둔 터라 어디를 먼저 간 들 크게 새로울 것 없다. 망우리 묘원, 용마/아차산성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와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애매한 새벽에 깬 잠은 쉬이 다시 들지 않더니, 깜빡 졸았다
생각했는데 6시다. 그 사이 꿈을 꾸었나 보다. 희미한 잔상이 남는다. 꿈에서도 산이 주제였다.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이내 집을 나선다. 버스에 오르고 나서야
지갑과 장갑 등을 두고 온 걸 알아챈다. 늦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가지 뭐 하고 준비성 부족을 잊으려 하나, 매서운 바람과 강한 햇살 걱정이 커져만 간다.
전철이 동작대교를 지난다. 강물 넘어 빌딩 숲 사이로 일출의
주홍빛 기운이 느껴진다. 스냅샷으로 모습을 담는다. 여러
장 중 한 장을 선택한다.
처음 와 보는 화랑대역, 전철 플랫폼 사이로 정장을 한 군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비로써 이곳이 육사 부근임을 실감한다. 커피숍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싸늘한 공기, 방향
구분이 되지 않는다. 용케 둘레길을 알리는 주홍리본을 발견한다. 잠시
후 붉은 스탬프 포스트와 서울둘레길을 알리는 안내판을 발견한다. 시간은 8시 30분, 적어도 1시까지는 난 둘레길에 있을 게다. 작은 공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에
들어선다.
작은 하천이 흐르는 천변을 걷는다. 햇살이 내리쬐는 묵동천(이름은 집에 와 알았다.)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빛 바랜 갈대 숲 옆으로 김이 올라온다. 색다른 아침 풍경이다. 봉화산역을 지나 서울의료원을 바라보며 걷는다. 북서풍을 등지고 걸어서인지
우려했던 바람 걱정은 없다. 공기는 차지만 걷기엔 그만인 날씨이다. 서울
북동부 마을과 거리를 한갓진 마음으로 걸어간다.
신내역 인근부터 길이 을씨년스러워진다. 인적이 드물고 주변에
흉물스러운 건물들이 여럿 보인다. 택지 개발 공사가 한창인 공사장을 지나 양원역으로 향한다. 텅 빈 길에도 둘레길의 든든한 길잡이 주홍리본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특이한
모습을 한 송곡여고를 지나 양원역에 당도한다. 화랑대역 출발 50분만에 3km 넘게 걸어왔다. 도중 편의점에서 산 다용도 장갑은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공원을 지난다. 중량캠프장과
생태공원이 길게 이어진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망우리로 이어진다. 오작교를
건너 예전에 오른 기억이 남아 있는, 망우리 공원묘지 길에 들어선다.
묵직한 도로 오르막을 올라선다. 되돌아 보는 눈에 도봉산의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산길에 들어서니 새로운 볼거리만 많아진다. 내 눈에는 수 많은 풍경
중 산 봉우리와 능선이 우선이다. 이웃한 불암산도 선명하다.
묘지공원에 초입에 도착했다. 박인환 시인의 묘소를 안내하는
표지판도 보이고, 일제 강점기 애국 지사들의 사진을 모아놓은 공간도 지난다. 지금이야 길이 나고 멋지게 꾸며 놓았지만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망우리는 공포의 공동묘지 그 자체였다. 이곳에 묻힌 애국지사 대부분은 결국 일제와 사회의 핍박을 받으며 쓸쓸히 생을 마감한 분들이다. 초라하던 이곳이 늦게나마 잘 정비된 것에서 나라의 힘을 본다.
아차 하는 순간에 둘레길을 놓쳤다. 망우산 사잇길을 오른다. 오르막 산길이다. 산정에 오르면 길이 나눠지겠지 하고 묵묵히 걷는다. 망우산 3보루를 지나고 데크 전망대에 선다. 불수도북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 보려 했지만 지나는 이가 없다. 홀로
산행의 비극이다. 빈 풍경만 사진과 마음에 담는다. 코발트빛
하늘 밑으로 북한산에서 불암산으로 이어지는 산 능선이 선명하다. 확 트인 시야는 추운 날의 선물이다. 내 마음도 확 열린다. 따스한 이부자리를 떨치고 길을 나선 보람을
이곳에서 찾는다. 이제부터 익숙한 길과 만난다. 여전히 둘레길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
정자를 지나 깔딱고개 계단 앞에 선다. 둘레길 스탬프 포스트가
반갑다. 긴 계단을 오른다. 산과 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번엔 한강 조망이 우선이다. 시원스레 흐르는 푸른 물결은 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강 넘어 또 산, 그 너머에는 다시
산이 있으리라. 아름다운 강산이다. 암사대교가 빤히 내려다
보인다. 어느새 잠시 헤어졌던 둘레길과 만났고 망우산과는 이별하고 용마산 자락에 들어선다. 옛 보루였던 자리는 어김없이 멋진 조망터로 변해 있다. 바라보는
눈에 이제 남산과 서울 도심이 들어온다. 서울은 산과 강에 둘러 쌓인 천혜의 길지이다. 굽어보는 눈이 호강한다. 특히 용마산 5보루 난간에서 바라보는 서울 서남쪽의 풍경은 새롭고도 경이로웠다. 강을
낀 드넓은 평원에서 서울의 힘을 느낀다. 남산이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앉음새나 품새보다는 서울의 중앙이라는 그 놓임새에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용마산 정상은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워커힐 앞으로 펼쳐진 한강 풍경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어찌 왔는지도 모르게
아차산 정상 보루 위에 선다. 최고의 조망터다. 한강이 바로
눈 밑에 흐르고 옛 성곽이 멋진 조형미를 안겨 준다. 왜 이 구간을 둘레길 최고의 조망 구간이라 했는지
알겠다. 과거와 현재,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룬다. 발 길에 힘이 간다. 하나라도 더 새로운 풍경을 경험해 보고자 바삐
발품을 판다.
용마~아차산 길의 묘사는 굳이 글로 할 필요가 없다. 아니 아둔한 내 글재로는 감히 표현할 대상이 아니다. 부족한 글을
사진이 보충해 주리라 믿는다. 몇 년 전부터 이곳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잠실 롯데빌딩의 우람한 모습이다. 강 건너 회색빛 실루엣으로
우뚝 솟은 마천루는 그 자체가 서울이다. 역광에 빛나 그 모습이 더욱 우람해 보인다. 인공은 자연의 대척점에 있지만은 않다. 공존은 늘 가능하다.
익숙한 길에서 새로움을 찾는다. 여러 번 용마~아차산 길을 걸었지만 오늘만큼 날씨가 좋았던 적은 없다. 인파에 쌓여
걸으면서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멋진 풍광은 남과 나누어도 결코 감동이 줄어들지 않는다. 서울의 남녘의 따스한 기운을 걷는 길 내내 경험했다. 둘레길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본다. 마음의 여유와 우리네 강산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해 보자는….
해맞이 공원을
지난다. 길이 어지러워진다. 언젠가 내려가 본 고구려 대장간
마을 이정표도 보인다. 길은 흙길에서 포도로 변한다. 아차산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한다. 12시가 훌쩍 지났다. 토요일
오후의 휴식을 위해 산으로 오르는 이들 사이에서 난 하산한다. 광나루역은 지천이다. 추위에, 바람에, 잠의
유혹을 이기고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바로 잡고 길을 나서길 잘했다. 오늘도 둘레길에서 힐링을 얻고 간다.
< 에필로그 >
‘묵동천,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을 연결하는 산 능선을 따라 산책하는 코스로, 서울둘레길 중
전망이 가장 뛰어난 코스이다. 애국지사가 잠들어있는 망우묘지공원, 아차산보루
등 역사, 문화자원이 풍부한 구간이다.’둘레길 앱에 기록된 2구간에
대한 설명이다. 핵심을 잘 요약했다. 서울둘레길이 표방하는
숲길, 하천길, 마을길이 잘 어우러진 명품 구간이었다.
늘 그렇듯 전날 사진을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 컴퓨터 앞에
앉는다. 지난 기억을 더듬어 본다. 군더더기 없는 4시간이었다. 홀로라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다음 구간에서는 걷기만이 아닌 쉼과 돌아봄이 있는 나들이를 실천해 보아야겠다.
종료한 트랭글 궤적에 기록된 ‘휴식시간 00:03:00’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고작 3분, 걷는 행위에는 분명 관성이 깊게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