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의 전문이다. 암울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존심 하나 남았다는 이 가사는 노래의 시작에서 애절한 느낌을 준다. 사실 나는 이 노래의 원곡을 한번 밖에 들어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복면가왕’이라는 방송에서 ‘음악대장(하현우)’가 이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이 노래의 벅차는 분위기는 너무나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인생이란 여행길의 거의 끝에 다다른 한 남자가 모든 짐을 털어놓고 이제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으며 마지막 태양을 향해 후회없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진솔한 남자의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신해철이 자신의 묘비에 이 노래를 써달라 한 이유가 조금이나마 와닿는다.
처음 이 노래를 들을 때는 하현우의 가창력과 분위기 때문에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노래의 가사를 더욱 인상 깊고 감성적으로 전달해 주는 것은 가수의 덕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 노래를 여러번 들어보고 점점 가사가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 이 노래가 생각보다 감성적이고 우리가 흔히 문학적이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한 남자의 포부같은 말들로 채워져 있다. 노래는 전문과 같이 애절하고 홀로 있는 쳐진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위와 같이 다시 일어서서 미소짓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미련 없이 끝낸다는 저 가사는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들게 한다. 최근에 나오는 노래들의 가사 전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와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 또는 주변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등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 노래의 가사는 차별화된 것 같다.
어떤 이는 문학을 '인생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창조의 세계'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문학이란 것은 간단히 정의를 내릴 수 없고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나는 저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와 이 노래의 가사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회광반조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로 하여금 많은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는 점에서 이 노래가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문학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다른 수많은 작품들도 문학성을 가지고 있고 작품의 메세지가 나에게 충분히 와닿지만 이 노래가 나에게 가장 큰 울림과 메세지를 주기 때문에 이 노래를 선정했다. 이 글을 읽을 앞길이 어둡게 보이거나 흐릿하게 느껴지는 사람, 그리고 한 아이, 소년, 남자가 이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