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형제자매의 상속 권리가 사라진다
1. 최근 흥미로운 신문기사를 보았다. 40년 만에 법무부가 형제자매의 유류분 상속권리를 제외하는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내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민법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등)은 법정상속분의 1/2씩을, 직계존속(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1/3씩을 유류분으로 정해놨다. 유류분은 사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자녀가 있다면 재산 상속의 권리는 자녀에게 귀속됨으로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배우자도 자녀도 없는 싱글족의 경우이다. 본인이 제 3자에게 재산 상속을 원하여도 법에 의해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형제자매 사이가 소원하여도 상속되는 것을 막기 어렵게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2. 실제 이러한 문제점은 금년 초에도, ‘박수홍 사태’ 보도 때 부각되었다. 기사에는 박수홍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삼촌의 재산은 내 거에요”라는 조카의 발언을 보도하고 있다. 형제 사이에 사이가 틀어지면서 법정 싸움까지 하는 형제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법적으로 형제가 사망하면 형제의 자녀에게도 상속권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주고 싶지 않은 가족에게 재산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신탁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많은 싱글족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여 유산의 배분 문제를 미리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형제자매 중에서도 특정한 사람은 배제하고 재산을 상속하거나, 가족이 아닌 공익기관을 수혜자로 지정하는 것이다.
3. 현재 민법 조항에 포함되어 있는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제도는 대가족 하에서 장남에게 모든 재산이 상속되어 다른 형제자매의 권리가 침해받았던 오래된 한국적 상황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은 바뀌었고 가족 들 간의 관계도 점차 친밀도가 떨어지고 있다.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제도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계속 되었고 ‘유류분’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었던 것이다. 신문은 “독신자의 재산 처분권을 확대하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형제자매가 아닌, 제 3자에 대한 상속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법 개정인 것이다.
4.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나 또한 싱글족이며, 어떤 직계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상속에 관한 정보는 이번 기회를 통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2019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름 돌발사태를 대비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여 다이어리에 보관하고 있다. 유언장의 내용은 사실 작성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내용이었다. 사망자의 형제자매 그리고 조카들에게 유산이 승계되는 것이 현재의 상속제도이기 때문이다. 특별하게 유언을 남기지 않는다면 법 개정 이후에도 특별한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큰 형의 관리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유언장을 다시 작성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5. 법 개정에 관한 신문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을 실감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가족주의’가 해체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개인주의’의 실현이 법으로 보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가족의 증가가 보여주듯, 개인주의의 확대는 ‘개인’의 권리를 확장시키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장점도 갖고 있지만, 최근 보도되는 ‘고독사’의 문제나, 사회적 단절의 위험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개인’의 권리는 ‘책임’이라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부담을 동반한다. 문제는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니지 못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확산이 가져올 위기이다. ‘형제자매 상속 권리’ 폐지는 개인의 권리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획기적이고 반길 일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개인주의 확산 속에서 붕괴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이나 현실적인 기반에도 시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는 하나의 흐름이 지속되면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실종되는 것이다. 개인의 권리에 대한 보장과 개인주의의 확산은 환영한다. 하지만 빛이 가져오는 그늘에 대한 관심도 잃어서는 안 된다.
첫댓글 사회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