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란(托卵)
손해일
평생 무주택 가객(歌客) 뻐꾸기는 탁란의 명수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뻐꾸기알을 품는다
족제비쥐똥나무 둥지
뻐꾸기가 바꿔치고 버린 자기알 대신
오목눈이는 천상 눈먼 대리모
하얀 자기알과 낯선 탁란도 구분 못한다
사나흘 먼저 깬 뻐꾸기새끼는
텃새 오목눈이알을 떨어트려 얌체 안방차지
세계 10대 무역대국
21세기 새별 ‘동방예의지국’은
출산율 꼴찌에도 해외 고아수출은 으뜸
우리 뻐꾸기들은 오늘도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로
제 알을 우겨 넣고 있다
개구멍받이
속아서 기른 정 적공도 없다는데
속 뒤집힌 보갚음 하러
뻐꾸기 둥지로 쫒아 올라?
대리모 오목눈이, 박새, 딱새
개개비, 휘파람새들이
도루묵을 은어(銀魚)라 하라
-新자산어보·27
손해일
동해안 근해 목어(木魚) 도루묵은 겨울철 냉수성 어종.
톡톡 터지는 알맛, 연하고 담백한 살맛
구어 먹고 찌개로 먹는 겨울철 별미지만,
‘말짱 도루묵’ 기구한 팔자
조선조 선조대왕께서
임진왜란 허기진 피난길에 진상 받은 별미라서
“앞으로 이 생선을 銀魚라 부르라”
지엄하신 분부로 특급승진 시켰건만,
난리 끝나 다시 맛보곤 실망해서
“도로 묵이라 하라” 내치시니,
“전하! 정녕 이럴 순 없사옵나이다, 통촉해 주시옵소서”
토사구팽 변덕 입맛, 개탄스런 염량세태
예로부터 잘나고 귀한 고기는 ‘은어(銀魚)’요.
못나고 흔해빠진 건 ‘묵’이라
목어(木魚)도 천덕꾸러기 ‘묵‘ 됐지만,
물고기팔자 시간문제.
원폭피해 특효, 백혈병 특효 입소문에
일본 수출 날개 단 귀하신 몸 되니,
강원도 속초 동명항, 양양군 물치·수산·남애항엔
‘말짱 도루묵’에서 팔자 고친 ‘금도루묵’ 문전성시
“앞으론 제발 내이름 좀 팔지마라”
“말짱 ‘도루묵’이 아니라 ‘도로무익(徒勞無益)’이니라”
생강나무 아래
손해일
상큼한 생강나무 지천인 실개천변
살얼음 실실 녹아 새봄을 재촉하고
꽃물든 소소리바람 노랑천지 반기네
산수유 생강나무 개나리 유채꽃밭
초록은 초록끼리 노랑은 노랑끼리
꽃잎들 각각 벙글어 경염하는 꽃 시샘
산수유 먼저 피니 생강나무 이어 피고
목련화 백매 홍매 벙글벙글 화답하니
인간사 하수상 해도 어김없는 계절순환
약력
서울대, 홍익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1991 문학박사)
1978년 <시문학>등단,
저서 : 시집<떴다방 까치집> 외 다수
평론집<심리학으로 푸는 한국현대시> 외 다수
수상 : 대학문학상,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외 다수
(전)농협대 교수, 홍익대 강사, 농민신문 편집국장, 시문학회 회장, 서초문협 회장 등
한국현대시협 평의원(제23대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서울대총동창회 이사 등
(전)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