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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22년 7월23일 (토)
o 날씨: 흐림
o 코스 경로: 일산해변 - 남목마성 - 주전봉수대 - 주전항 - 주전몽돌해변 - 당사항 - 까치전망대 - 제전항 - 정자항
o 거리: 21.3km (도상거리 19.1km)
o 소요시간: 4시간 40분
o 걷기 정보 및 여행포인트: 일산해수욕장, 현대예술공원, 주전봉수대, 주전해변, 당사항, 정자항
o 지역: 울산 동구, 북구
o 일행: 나홀로
o 트랙:
o 코스지도
사람 마음이 참 얍삽해진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일 날씨가 흐리고 기온도 높지 않다고 하니 지난주말에 이어 해파랑길9코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는 날씨가 흐리니 그냥 집에서 쉴까하는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 그렇게 예정보다는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일산해수욕장은 텅 비어있고...
일산해수욕장을 벗어나면 마성터널 입구까지는 방어진순환도로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방어진순환도로의 동쪽, 즉 해안가는 국내 최대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도심속 도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부산에서의 대학시절에 이곳 현대중공업에서 20여년을 근무하셨던 이모부 댁에서 신세를 졌었다. 서울에서 바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모부를 자주 뵐수도 없었고 은혜를 갚을 시간도 없이 이모부는 세상을 떠나셨다. 살아계신다면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소주 한잔에 회 한점 정성껏 대접하고 싶은데...
현대중공업앞 교차로 서쪽에 현대예술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울산시민에게 제공한 공원으로, 주변에는 호텔, 백화점, 젊은층을 위한 광장, 노년층을 위한 휴식공간 등 다양한 편의 공간이 있고, 공원 조경은 한국정원의 전통적인 모습으로 꾸몄다고 한다. 공원 남쪽에는 울산대학교병원이 있다.
도로가에 핀 무궁화꽃이 화사롭게 다가온다. 도로 건너편으로는 울산의 사학 명문인 청운고등학교도 보이고...
청운고등학교를 지난 후 안산삼거리에서 우틀하고 마성터널 입구 사거리에서 좌틀하면 남목마성과 봉대산으로 이어진다.
동부현대패밀리아파트 옆 남목생활공원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예전에 남목마성이 있던 곳인지라 관련 조형물들과 안내판도 곳곳에 보인다. 마성(馬城)은 말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장둘레를 돌로 쌓은 담장으로,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쓸 말을 기르기 위해 주로 해안가와 섬 등을 중심으로 200여개의 목장을 설치했는데, 남목마성도 그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남목마성은 염포동 중리와 성내 경계지점부터 남목으로 넘어오는 도로남쪽 산기슭을 지나 동쪽으로 미포까지 이어지는데, 높이는 1.5~2m정도이고, 둘레는 1930보(步)라고 하고...
남목마성터를 지나면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의 맨 꼭대기에 봉대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왼쪽은 군사시설이라 출입이 금지되어 있고, 직진하면 봉호사로 연결된다.
봉대산 바로 아래에 봉호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봉호사 뒷편에 주전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주전봉수대 동쪽으로는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보살이 모셔져 있고...
해수관음보살상 앞에서 동해를 바라보니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다가온다. 남쪽으로는 지나온 국내최대의 조선소의 위용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주전항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1997년 울산시 기념물로 지정된 주전봉수대는 조선 세조때쯤 세워진 것으로, 천내(川內)에서 봉수를 받아 유포(柳浦)로 전했는데 돌로 둥글게 쌓은 지름 5m, 높이 6m의 연대(燃臺)가 남아 있다. 봉수대 아래 봉호사는 예전에 봉수대의 부속건물인 봉대사(烽臺舍)가 있던 곳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주전봉수대를 지나면 임도를 따라 하강하여 하기해변으로 연결된다. 이곳부터 당사항까지는 해변길이다. 평소에도 몇번 와 봤지만 마음먹고 걷는 지금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평소와 다르다. 이곳 저곳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게 된다.
주전해변은 2014년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해안 경관도 우수하고 주변환경도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 패밀리캠핑장도 들어서있고 어촌체험장도 운영되고 있다. 좁은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선 현대식의 카페들도 눈길을 끈다. 신구의 조화라고 해야 할지 한집 건너 한집꼴로 늘어선 카페를 보면서 투자대비 수익이 있을까 하는 염려도 들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 분위기와 커피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솔 불어오는 아침 해풍도 싱그럽고, 철썩이는 파다소리도 낭만적이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이렇게 해풍이 계속 불어준다면 오늘 해파랑길은 더할나위 없을 것 같다...
주전항까지 가는 도중에 하리항, 큰불항 같은 작은 항구를 지나간다. 항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모습이지만, 요긴할 때는 그 이상의 기능과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이나 사물이나 크고 작은 것으로 전부를 판단하면 안되는 이유일 것이다...
주전항을 지나면 주전몽돌해변이 기다리고 있다. 주전몽돌해변은 동해에서는 보기 드물게 직경 3~6cm의 까만 몽돌(자갈)이 1.5km에 걸쳐 드넓게 펼쳐진 해변으로 울산12경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해안경치가 좋다. 쏴하고 파도가 왔다가 밀려나가면 그 파도에 촤르르 촤르르하는 자갈의 맑고 경쾌한 노래소리에 기분을 저절로 좋아진다. 녹음을 해서 스트레스 받을때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전~정자~강동을 잇는 해안도로는 울산 최고의 드라이브코스로 꼽힐 만큼 해안경치가 좋으며, 주전바닷가에는 우럭·도다리·장어·전복·성게가 풍부하며 특히 주전돌미역이 유명한 곳이다. 기장에 못지 않게 이곳도 돌미역이 유명한지 지정판매소로 지정되어 있는 민가도 꽤 보인다.
몽돌해변을 지나다 보니 강동누리길 또는 강동사랑길이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강동누리길'은 국토부에서 추진하는 개발제한구역 환경문화사업으로 선정되어 국비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길로서 울산 북구 개발제한구역내 5개 어촌마을 해안이 이어진 해안산책길로 '강동사랑길'과 연계하여 산과 바다가 공존하며, 어촌마을 각각의 특색있는 볼거리와 먹거리 및 체험거리를 가족과 연인과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테마형 누리길이라고 한다...
강동누리길은 강동사랑길로 이어지고, 해파랑길은 해양낚시공원으로 연결된다. 2013년 완공한 당사해양낚시공원에는 용바위가 있는데, 그 위에 용 조형물과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용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용바위 전설] 큰 뱀과 거북이 살았다. 이 둘은 하늘나라에서 서로 앙숙이어서 옥황상제가 지상으로 쫒아냈다. 둘 중 누가 음모를 꾸미고 나쁜 행동을 하는지 분간할 수 없었던 옥황상제는 둘 다 벌을 주었다. 평소 말이 없고 묵직한 행동에 난처하면 고개를 안으로 당겨놓고 말이 없는 거북이 옥황상제에게 더 신임을 얻었다. 그런데 거북은 두꺼운 판을 뒤집어 쓰고 밤낮 모함과 음모를 꾸며댔다. 지상에 쫒겨나서도 계속되었다. 후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뱀이 용으로 승천하던 날 한바탕 바람과 비가 내렸고 천둥이 쳤다. 바위가 둘로 갈라지면서 용은 하늘로 올랐고 바위 때문에 막혔던 물길이 뚫렸다. 이때부터 용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내판)
발걸음은 당사항으로 이어진다. 당사항은 작은 항구지만 매력적인 경관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한때는 당사항에 선주께서 직접 운영하는 횟집을 단골삼아 자주 왔었는데, 그 횟집이 없어지고 나서는 아쉽게도 이제는 그냥 지나치는 곳이 되어 버렸으니...
당사항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다시 숲속으로 향한다. 1027번 지방도와 나란하게 해안길을 따라가도 되겠지만 이곳 해안길은 절벽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또 숲길에 보여주는 또다른 매력과 스토리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숲길은 먼저 강동축구장을 지난다. 뜨거운 열하의 날씨와 싸우는 축구선수들의 열정이 더 뜨겁게 느껴진다.
임도의 끝이 우가산 정상이며, 까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우편엽서처럼 보이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으면 좋겠는데 혼자서는 아무리 해봐도 각도가 안나오네요ㅎ. 강동사랑길과 겹치다보니 곳곳에 '사랑'을 테마로 한 조형물과 안내판 그리고 스토리가 표현되어 있다.
[까치산 전설] 까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하는 건축가를 찾아가 결혼해 달라고 말했다. 건축가는 손사래를 치면서 지상에서 가장 건축을 잘 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까치라고 말했다. "나는 전세계 곳곳에 바리를 놓아 보았지만 까치처럼 하늘 다리를 놓아보지는 못했지요. 까치는 까마귀와 더불어 일찍이 하늘에 오작교라는 긴 다리를 놓았지요. 인간은 지금까지 못해내고 있는 일을 말이예요" 결국 까치는 우가산에 사는 까치와 결혼을 했다.... (안내판)
까치전망대를 내려오면 옹녀로와 강쇠로를 따라 제전항으로 연결된다. 함양이 고향인 변강쇠와 평안도가 고향인 옹녀의 스토리가 이곳에도 숨겨져 있는 곳일까? 피가 끓던 학창시절 친구들과 두편을 동시상영하던 삼류 영화관에서 '변강쇠' 영화를 보면서 낄낄대던 옛날 생각도 나고ㅋㅋ
산을 내려오면 제전항으로 연결된다. 산과 바다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계속 바다를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고, 또 계속 산길만 걸으면 눈길에 제한이 있을 것 같아서...
복성마을과 제전마을 경계가 되는 바위 부근에 동굴이 있었는데, 이곳을 '꿀따밑 (동굴이 있는 아래)'이라고 한다. 굴에는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굴을 폭파하여 용이 죽었다고...
물신을 띄웠던 판지항을 지난다. 작은 항구 밖 갯바위에는 열혈 낚시꾼들이 많이 보이고 항구 안쪽으로는 초현대식의 카페에서 하루를 즐기는 카페족들도 많이 보인다.
[판지항 이야기] 여신은 '후'하고 입김을 세게 불었다. 여신의 입김에 많은 바위들은 조금씩 해안가로 물렀고 그 중 한곳에 깊고 동그란 구멍이 뚫렸다. 여신은 이곳을 '해지'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바로 지금의 '판지항'이다. 여신이 잠든 사이 마을 총각이 여신의 신을 훔쳐갔다. 물신을 육지로 들고 나오면 금방 말라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던 총각은 축축한 손만 내려다 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물신을 신지 않으면 여신은 해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여신으로서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여신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으로 환퇴하여 마을 총각과 결혼했다. 이후 판지항에는 신발을 건져주는 총각은 신발의 주인이 되는 처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안내판)
정자항이 가까워지면서 파도도 거세진다. 큰 항구에는 큰 바람과 큰 파도가 이는 모양이다. 정자항에는 귀신고래등대가 유명하다. 이곳에는 울산의 상징인 귀신고래의 암수형상을 한 등대가 마주보고 있는 풍격이 인상적인데, 특히 암수 귀신고래등대는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사랑을 다짐하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파랑길9코스의 종료지점은 정자항 입구 정자교다리 아치가 세워져 있는 곳이다. 정자항은 다음번 이곳에서 10코스를 시작하면서 천천히, 자세히 구경하기로 하고 오늘은 빨리 시원한 밀면집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