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 목간
김지명
볼 게 없소
무얼 희원할 줄 몰라
같이 갑시다 말할 줄 몰라
당신의 감정을 모르는 초록이었소
지난해 독을 마셨소
추위라는 독
죽었다 살아남은 진심은
복숭아 향 같았소만
화려한 옛날이 측은해졌소
화를 내볼까 도움을 청해볼까
누구에게?
쉼 없이 걷고 있는 저 나무는
생각을 털 듯 낙엽을 털어도
용서와 구원이 필요 없는가 보오
내 분신이 없소
꽃 대신 새가 피었소
파란 하늘이 어르면 나는 더욱 정물일 것 같소
앙상함은 더 갈 데가 없다오
모과나무도 베어졌소
노랑 불을 켜 들고 별자리를 안내하던
목소리는 부서져 안녕이 되었소
맡지 않았소만 책임으로 떠안은
상록, 계체량이 홀쭉해졌소
당신이 부재라는 정표 아니겠소
그래도 독을 먹어본 게 다행이오
한쪽을 잃어보니
가만히 와서 가만히 어른대던 만리향
함부로 가질 수 없음을 알았소
나를 쪼개 불확실을 쪼개
주소지가 조금 달라도
한계선 틈새에 목을 축여야 한다는 걸 알았소
새 한 마리
문진 온 듯 호젓이 울고 있소
김지명 | 201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쇼펜하우어 필경사』 『다들 컹컹 웃음을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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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바다 2022 겨울호 청탁시 / 금목서 목간 - 김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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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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