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따스하게 될 길
내가 살아오면서 느낀 인생의 깨달음
사고가 나기 전 나는 비참했던 사람이었다. 잘 하는 것 하나 없이 태어났으니 사는 인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언제 한 번은 우연히 사고가 나서 사라지기를 바랐다. 살고 싶지 않으니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살아왔다. 사고가 난 그날, 그날 이후로 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고 있었다.
작년 6.25, 72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온 가족들과의 모임을 할 생각에 신이 나 언니를 데리고 브레이크가 고장 난 줄도 모르는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나 사고력이 부족했던 탓일까 내리막길에서 사고가 났다. 의식은 있었지만 정신이 없었다. 처음으로 느끼는 엄청난 공포로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언니를 보고 나라도 무언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쉬기가 힘들어 도와 달라 외쳤지만 외딴 시골길에서 누가 도와줬겠으려나. 살고 싶었다. 살기 위해 이성을 붙잡고 신고를 했다.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 그 3분이 지옥과도 같았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아 소리를 질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인지. 심각한 공포가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 견뎌야 했다. 살고 싶었으니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던 2주였다. 언니가 운전한 자전거가 턱에 부딪혀서 난 사고였다. 언니가 운전한 탓에 언니가 더욱 크게 다쳤다. 본인의 오른 다리 십자인대와 연골판이 다 끊어진 줄도 모르고 나를 찾겠다고 일어났다. 언니가 다시는 못 걷게 될 수도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었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며칠은 자책하며 울기만 했다. 아빠도 나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해했다. 나보다 아빠가 더 힘들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니와 나는 툭하면 싸우고 서로를 증오하듯 살아왔었다. 항상나를 화나게 하는 언니가 너무 싫었었다. 언니가 빨리 내 눈앞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땐 언니가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인 줄도 몰랐었으니까. 본인의 다리가 만신창이 된 줄도 모르고 그 고통을 감수하고 나를 찾겠다며 그런 몸뚱이를 일으켜 두리번거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니는 당연히 나를 생각한 적 없이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우린 가족이었기 때문에 서로를 위했다. 이날 이후로 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 뒤로 성찰하며 살았다. 일어나기도 힘들었던 2주를 뒤로하고 걷는다는 것, 숨을 쉰다는 것,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등 사소한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죽을 것 같던 고통을 죽을 것 같이 버텼더니 난 누구보다도 더 성장할 거라 깨달았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은 머지않아 금방 식어 버렸다. 퇴원을 하고 몇 달 뒤 버티기 힘든 일들과 실패가 쉴 틈 없이 일어났었다.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라는 도에 어긋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 뒤로 다시 날 성장시켜 주는 경험이 생겼다. 그 경험을 갖고 나는 다시 싸웠다. 실패를 연속으로 겪었을 때 나는 땅끝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주옥같은 실패들을 계속하니 나에게 얻어지는 것은 ‘곧 괜찮아질 거야’이다. 사고가 나고 쾌유되는 것도 시간이 해결해 줬다. 이런 정신적 고통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냥 버텼다. 뒤따라오는 짐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난 너무나도 괜찮은 사람이 됐다.
하지만 다시금 가치 없는 사람, 필요 없는 사람이 반복되었다. 힘들고 괴롭고 괜찮았다. 괴로울 때 사고 장소에 있던 내가 나에게 속삭였다. ‘곧 괜찮아질 거야’ 자신을 믿으며 다시 버텼다. 인생을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 다시 괴로워했다. 더 이상 나의 속삭임도 효과가 나지 않아 그 외로운 길에 들어갔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는 '살고 싶었다'이다. 내가 그날 했던 말임에도 이젠 소용없었다. 나는 점점 더 깊은 길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은 괴물과 벌레가 가득했다. 도망치듯 그 길을 빠져나왔다. 스스로 빠져나왔다는 쾌락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 뒤로 고통이 와도 힘들어했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이리치고 저리 치일 때에는 다시 꺼내와 나를 위로했다. 넌살고 싶은 사람이라고, 넌 소중한 사람이라고, 너의 고통을 남의 기쁨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 되자고 성찰 했다. 미래의 내가 분명 실패할 때가 있을 것이다. 혹여나 정말 큰 괴로움이 닥쳐 나를 가만두지 못할 땐 그 고통에 따르기로 했다. 난 반드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그 괴로움과 고통을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버틸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 그 고통을 견디어 내면 한 발짝 한 발짝 서서히 성장할 수 있게 되는 좋은 경험이다. 경험이 없는 사람은 성찰하지 못하고 성장할 수도 없다. 고통 뒤에는 행복이라는 우리의 작은 소망이 있다. 그저 묵묵히 노력하면서 버틴다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진리를 맞닥뜨리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최근 느낀 깨달음은 실패는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과정에서는 실패가 아닌 그저 장애물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넘어졌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크게 넘어졌을수록 더 오랜 시간을 가지면 된다. 남들 보다 장애물이 많다는 것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즐거워 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비망록이다. 부디 모두가 큰 경험을 통해 자신의 깨달음을 정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길은 아름답고 따스하게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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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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