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후회, 그리고 성장
나의 성장에 있어 가장 아팠고 후회했던 경험
어렸을 때의 나는 부모님의 교육관 덕분에 미술이나 발레, 한국무용, 태권도, 피아노, 바이올린, 한자 등 공부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고 무엇을 하든지 곧 잘 해냈다. 대회에 나가 상을 탄다거나 시험을 보고 한 번에 붙는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어떤 분야에 가든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혹은 자만심을 가졌다. 작은 씨앗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중학교 3년, 많은 꿈을 꾹 더 많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보기도 아까운 시간, 나는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자만 하나만으로 무수히 많은 변명 속에 살았다. '나중에 하면 돼.' '조금 있다가 해도 늦지 않아.' '난 조금만 해도 잘하잖아.' '금방 할 수 있어 난 뭐든 잘하잖아.' '나년도 있잖아.' 끝없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나는 조금의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내 스스로가 나의 눈을 가린 샘이다. 고등학교 1학년, 마음 깊이 뿌리내린 나의 자만은 고등학교도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 어리석고 미성숙한 마음을 가진 채 치른 시험은 내 마음속 모든 것을 헤집어 놓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런 노력 없이 오직 자만 하나만으로 잔꾀를 부린 나의 잘못이었다. '내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었나?'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난 무엇이든 잘하지 않았나?' '그럼 난 무엇을 잘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질문이 나를 어지럽게 했고 발밑이 울렁거리며 나를 삼키는 것처럼 아득해졌다. 두려웠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마음속 커다란 나무가 뽑혀 나갔고 나무는 결국 내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나는 한동안 거대한 후회의 폭풍속에 살았다. '중학교 때 이렇게 할걸.' '조금 더 어렸을 때 이렇게 했다면.' 나는 나의 지난 모든 행동을 후회했고 후회 속에서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나의 모든 것이 불안했고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것 같이 느껴젺으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런 나를 지지해 주고 이끌어 주며 기다려 준 것은 부모님이었다. 나는 그런 부모님께 죄송했고 또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를 믿어주며 기다리는 부모님을 봤으면서도 단 하나의 노력도 하지 않은 내가 너무나 창피했다.
나는 마음을 다잡으며 후회 속에서 빠져 나와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다. 나는 나를 위해 또 나를 지지하는 부모님을 위해 부질없는 후회 잡념, 자만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자신감을 갖되 자만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며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찾고 있다. 또 나의 선택에 있어 더 이상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후회하더라도 금방 털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