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종대왕(孝宗大王)의 만사(輓詞) 기해년(1659, 효종 10)
하늘이 장차 큰 임무를 내리시려 大任天將降
일찍이 온갖 어려움 고루 겪게 하였네 艱難早備嘗
천 년 묵은 거북 껍질 상서를 알렸고1) 千年龜協瑞
오색구름 길조(吉兆)를 나타내었다오 五色氣徵祥
대국(代國)을 떠나 기업(基業)을 이어받았고 去代基仍纘
창에게 전하여 기업이 더욱 빛났네2) 傳昌業愈光
아, 남기신 은택이 많으니 於戲遺澤厚
세상을 떠나셨어도 영원히 잊지 못하리 沒世永無忘
주고받아 직접 교훈을 받드시니 受授親承訓
위미의 열여섯 글자라오3) 危微十六言
글을 품속에 간직하여 공경할 줄 알았고 懷書知克敬
구슬 자리에 당하여 끝내 존위(尊位)에 거하셨네4) 當璧竟居尊
화악은 이불과 베개를 연하였고5) 花萼聯衾枕
봄볕은 시원하고 따뜻함을 받들었다오6) 春暉奉凊溫
다른 해에 시호 짓는 법을 보면 他年觀諡法
백행 중에 효도가 근원이라네 百行孝爲原
마음 다해 천운(天運)을 회복하려 銳意恢天步
십 년 동안 한결같이 걱정하셨네 憂勤一十年
훌륭한 법은 온갖 법도를 바로잡았고 英猷貞百度
뛰어난 계책은 현자들을 굴복시켰다오 長策屈群賢
기나무와 가래나무 초 나라에 많이 자라고 杞梓多生楚
화류마(驊騮馬) 연 지방을 향해 달려가네7) 驊騮競向燕
중흥의 사업 끝마치지 못했으나 中興未究業
그 자취 청사(靑史)에 분명하게 기재되리 昭晣在靑編
성스러운 덕 어찌 다 기술할까 聖德何能述
신묘한 공 쉽게 형용할 수 없네 神功未易名
바람과 우레와 같은 지극한 가르침 폈고 風霆流至敎
해와 달처럼 항상 밝음 우러렀다오 日月仰貞明
문고의 공업(功業) 장차 이루려 하였는데 文考勳將集
헌황의 솥이 갑자기 이루어졌네8) 軒皇鼎忽成
하늘은 어이하여 아껴 주지 않으셨는가 昊天胡不弔
신첩들 살고 싶은 마음 없다오 臣妾欲無生
시월이라 좋은 시절 이르렀는데 十月靈辰屆
반호9)하여 눈물이 얼어 얼음 되었네 攀號淚作氷
풍운은 기색이 참담하고 風雲色慘淡
상로의 기운 너무 춥구나 霜露氣嚴凝
깊은 밤 용의를 닫으셨고10) 厚夜容衣閉
높은 하늘로 신선 수레 타고 승천하셨네 重霄僊馭昇
온갖 신들 상설11)을 모시니 百神陪象設
울창한 기운 선왕의 능과 접하였네 蔥鬱接先陵
사신의 수레 타니 성지를 외람되이 받았고 乘輶叨聖旨
고삐를 잡으니 옛사람에게 부끄러웠다오12) 攬轡愧前人
맹하(孟夏)에 궁중에서 하직하였는데 首夏辭中禁
단양13)에 승하하셨다는 소식 접하였네 端陽報上賓
애통해하는 심정 북극성에 감돌고14) 痛纏天北極
슬픈 마음 남해 가에 끊기었네 心絶海南瀕
부질없이 천 줄기 눈물 가져다가 空把千行血
돌아와 궁중에 뿌리리라 歸來洒紫宸
[주1] 천 년 …… 알렸고 : 옛날 점을 칠 때에는 거북 껍질을 태워서 그 갈라진 모양을 보고 길흉을 판단하였는데, 오래 묵은 거북일수록 영험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말한 것이다.
[주2] 대국(代國)을 …… 빛났네 : 한(漢) 나라 문제(文帝)는 대국의 왕으로 있었는데, 혜제(惠帝)가 아들 없이 죽고 그의 어머니 여 태후(呂太后)가 집권하다가 죽자, 들어와 대통(大統)을 이었다. 창(昌)은 주(周) 나라 문왕(文王)의 이름이다. 문왕의 아버지 계력(季歷)은 태왕(太王)의 셋째 아들이었는데, 형인 태백(泰伯)과 중옹(仲雍)이 모두 왕위를 사양하였으므로 태왕의 뒤를 이어 문왕에게 왕위를 전하였다. 효종은 원래 봉림대군(鳳林大君)으로 있었는데, 소현세자(昭顯世子)가 죽어 대통을 이었으므로 문제와 문왕에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주3] 위미(危微)의 열여섯 글자라오 : 위미는 위태롭고 미묘한 것으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묘하니 정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하여야 진실로 중도(中道)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고 한 열여섯 글자를 가리킨다. 원래 요(堯) 임금이 순(舜) 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주면서 “진실로 중도를 잡아지키라.〔允執厥中〕” 하였는데, 순 임금이 우왕(禹王)에게 전위(傳位)하면서 다시 열두 자를 더하여 위와 같이 훈계하였는바, 이는 제왕들이 서로 주고받은 심법(心法)으로 알려져 있다.
[주4] 구슬 자리에 …… 거하셨네 : 구슬 자리를 당하였다는 것은 임금이 될 조짐을 비유하여 말한 것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13년 조에, “초(楚) 나라 공왕(恭王)이 적자(嫡子)가 없고 다만 총애하는 아들 다섯 명이 있어 적자를 세우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신(神)들에게 망(望) 제사를 지낼 적에 사당인 태실(太室)의 뜰에다 구슬을 묻어 놓고는 다섯 아들이 차례로 들어와 절을 하게 하고, 그중에 구슬을 묻어 놓은 자리에서 절하는 자를 적자로 세우기로 하였다. 이때 평왕(平王)은 나이가 어리므로 궁녀가 안고 들어와 재배(再拜)를 하였는데 두 번 다 구슬의 끈이 있는 곳을 밟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평왕이 즉위했다.” 하였다.
[주5] 화악(花萼)은 …… 연하였고 : 화악은 아가위나무의 꽃인데 서로 붙어 있으므로 형제간을 상징하는바, 곧 형제간의 우애가 깊어 한 이불을 덮고 함께 잤음을 말한 것이다.
[주6] 봄볕은 …… 받들었다오 : 봄볕은 어머니의 은덕(恩德)을 비유한 것으로,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에, “한 치 되는 풀의 마음 가져다가, 삼춘의 따뜻한 햇볕 보답하기 어려워라.〔難將寸草心 報得三春暉〕”라고 하여,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삼춘의 따뜻한 봄볕에 비유하고 자신의 작은 정성을 한 치 되는 풀의 마음에 비유한 데서 비롯되었다. 온청(溫凊)은 어버이를 위하여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림을 이른다.
[주7] 기나무와 …… 달려가네 : 기나무와 가래나무는 모두 좋은 재목으로 중국의 초(楚)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고, 화류마(驊騮馬)는 준마(駿馬)의 이름으로 류(騮)는 붉은 몸에 갈기가 검은 월다말인데 연(燕)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바, 국가에 훌륭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주8] 문고(文考)의 …… 이루어졌네 : 문고는 훌륭한 아버지라는 뜻으로, 부왕(父王)을 가리킨다. 《서경》 태서(泰誓)에, “무왕이 말씀하기를, ‘황천이 진노하시어 우리 문고에게 명해서 하늘의 위엄을 엄숙히 시행하게 하셨는데, 큰 공을 완성하지 못했다.〔皇天震怒 命我文考 肅將天威 大勳未集〕’하였다.” 하였는데, 이는 부왕인 문왕이 미처 천하를 통일하지 못하고 별세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헌황(軒皇)은 삼황(三皇)의 하나인 황제 헌원씨(黃帝軒轅氏)이며, 솥은 선약(仙藥)인 단사(丹砂)를 굽는 솥으로, 황제(黃帝)가 이 단사를 먹고 신선이 되어 승천했다 해서 제왕의 승하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 이는 곧 효종이 청(淸) 나라에 대한 복수전을 계획하였으나 미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승하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주9] 반호(攀號) : 반호는 용의 수염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것으로, 용은 군주를 상징하는바, 군주 또는 부모의 상사를 당하여 매우 슬피 울며 가슴을 두드림을 이른다.
[주10] 깊은 …… 닫으셨고 : 깊은 밤은 깜깜한 땅속을 가리키며, 용의(容衣)는 제왕이 생전에 입던 의관(衣冠)이나 수의(壽衣)를 가리키므로, 시신을 땅속 깊이 매장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주11] 상설(象設) : 상(象)을 진설하는 것으로, 궤연(几筵)을 가리킨다.
[주12] 사신의 …… 부끄러웠다오 : 고삐를 잡는다는 것은 처음 부임하여 정치를 쇄신해서 혼탁한 사회와 인심을 깨끗하게 하려는 뜻을 품음을 이르는바, 후한(後漢) 때 기주(冀州)에 흉년이 들어 도적떼가 일어나자, 범방(范滂)을 청조사(淸詔使)로 임명하여 다스리게 하니, 범방이 수레에 올라 고삐를 잡고 천하를 깨끗이 하려는 마음을 다진 데서 비롯되었다. 이는 곧 자신이 성지(聖旨)를 받들고 호남 암행어사가 되었으나, 범방처럼 정치를 쇄신해서 깨끗하게 하지 못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주13] 단양(端陽) : 5월 5일, 곧 단오(端午)를 가리킨다.
[주14] 애통해하는 …… 감돌고 : 북극성(北極星)은 하늘의 중추(中樞)로 임금을 비유하므로, 곧 임금을 향해 서글퍼하는 심정이 간절함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