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영의정 김공 시장〔議政府領議政金公諡狀〕

[향산 김문진]

                                           의정부 영의정 김공 시장〔議政府領議政金公諡狀〕

    공은 휘가 수흥(壽興)이고 자가 기지(起之)이며 호는 퇴우당(退憂堂)이다. 비조인 선평(宣平)은 고려 태조(太祖)가 삼한(三韓)을 통일하는 것을 도운 공으로 책훈되어 태사가 되었으며 고창군(古昌郡)의 사당에서 대대로 향사(享祀)되었다. 고창이 뒤에 안동부(安東府)가 되었는데 자손들이 마침내 안동을 본관으로 삼으니 공은 바로 그 후손이다. 증조고 휘 극효(克孝)는 돈녕부 도정을 지내고 영의정에 추증되었고, 조고 휘 상관(尙寬)은 장단 부사(長湍府使)를 지내고 좌찬성에 추증되었으며, 선고 휘 광혁(光爀)은 동부승지를 지내고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증조고 도정공은 아들 다섯을 낳았는데, 장자는 우의정 문충공(文忠公) 상용(尙容)이고, 그 아래는 바로 부사공이고, 또 그 아래는 좌의정 문정공(文正公) 청음(淸陰) 선생 상헌(尙憲)이다. 도정공의 백형인 삼가 현감(三嘉縣監) 대효(大孝)는 아들이 없어 문정공을 데려다가 후사로 삼았고, 문정공은 또 선고 승지공의 아우 휘 광찬(光燦)을 데려다가 양자로 삼았는데, 광찬은 동지중추부사를 지내고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동지공이 연안 김씨(延安金氏) 청주 목사(淸州牧使) 내(琜)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셋을 낳았는데 둘째가 바로 공이다. 그런데 승지공에게 아들이 없어 공을 양자로 삼았다. 선비는 광주 김씨(光州金氏)로 동지중추부사 존경(存敬)의 딸이다.

   공은 천계(天啓) 병인년(1626, 인조4) 10월 26일에 태어났다. 8세에 대부인이 별세하자 문정공이 거두어 슬하에 두고서 측실에게 기르도록 하였다. 계미년(1643, 인조21)에 승지공의 상을 당하였으며 상기를 마친 후 무자년(1648, 인조26) 사마시에 합격하였다. 태학에 있을 때에는 뛰어난 의론으로 크게 인정받았다. 기축년(1649, 인조27)에 양어머니의 상을 당하였다. 상기가 끝나고 현종(顯宗)이 성균관에 입학할 때에 공은 많은 선비들의 추대를 받아 장명(將命)이 되었다. 공은 일찍이 의론을 제창해 상소하여 성묘(聖廟)의 석전(釋奠) 축문에 청(淸)의 연호를 쓰지 말 것을 청하였다. 을미년(1655, 효종6) 문과에 급제하고 선발되어 승문원 권지부정자에 보임되었다. 다음해에 세자시강원 설서를 겸하였는데, 아우인 문곡공(文谷公)이 당시 문학을 겸하고 있었으므로 인혐하여 사직하고 체차되었다. 가을에 문곡공과 나란히 중시(重試)에 급제하여 생부 동지공이 재임 중인 청풍(淸風)의 임소로 함께 가서 만나 뵈니 사람들이 영광스런 일이라고 하였다.

    승정원 주서로서 다시 설서를 겸하였고, 천거되어 예문관에 들어가 검열에 제수되었으며, 이어서 홍문관 정자의 망(望)에 기록되었다. 중시 급제에 대한 은상(恩賞)으로써 성균관 전적으로 승진하였다가 병조 좌랑으로 옮겼다. 또 홍문관 부수찬으로 전직하였는데 사직하고 독서하기를 청하였으나 윤허 받지 못하였다. 고과(考課)에서 중고(中考)를 받아 체직되었다가 사복시 주부에 제수되고 비국의 낭청을 겸하였다. 다시 옥당으로 돌아와 수찬이 되었는데, 성상이 경연에서 《심경(心經)》에 나오는 여씨(呂氏)의 ‘중(中)을 구한다’는 설의 의미를 묻자 공은 물러나 정자(程子)와 여씨가 문답한 내용과 주자(朱子)가 변론한 내용을 상고하여 차자를 갖추어 올렸다. 사간원 헌납으로 옮겨 자신이 가진 생각을 상소하여 아뢰었는데, 대체의 요지는 본원의 공부가 미진하다는 것과 묘당에 계책을 주도하는 자가 없다는 것과 대각의 기풍이 점점 무너져 간다는 것이었다. 모두 수천여 자나 되는 말로써 반복하여 간곡하게 아뢰니 성상이 절실하고 바르다고 장려하였다.

    인평대군(麟坪大君)의 상(喪)에 성상이 재차 나아가 곡하려고 하자 공이 동료들과 함께 그만두도록 간쟁하였으나 성상은 이를 듣지 않았다. 성상이 또 예법에서 벗어나 친히 제사하려고 하자 공이 부교리로서 거듭 차자를 올려 명을 거둘 것을 청하였다. 대각에서도 계사를 올려 국조에서 행한 적이 없는 일이라고 아뢰며 강력히 간쟁하자 성상이 크게 진노하여 마침내 짐승을 포위하여 모는 일을 속히 행하라고 명하였는데, 이 예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공이 또 아뢰기를, “인군이 아랫사람을 다스릴 때에는 성실히 행함을 귀하게 여기고, 성인이 마음을 다스릴 때에는 희로(喜怒)의 감정을 더욱 절제합니다. 어찌 술수에 따라 사람들을 다스리고 희롱하여 이치를 전도시켜서 가까운 곳과 먼 곳에서 보고 듣는 사람들을 어지럽게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하였으나, 성상은 이번에도 듣지 않았다.

   서학 교수(西學敎授)를 겸하고 지제교에 선발되었으며 병조 정랑으로 옮기고 다시 부교리에 제수되었다가 곧바로 이조 좌랑으로 전직하였다. 이때 성상이 큰 뜻을 품고서 우암(尤菴) 송 선생(宋先生)을 발탁하여 총재(冢宰 이조 판서)로 삼았다. 그러자 조야(朝野)의 사람들은 눈을 씻고 보며 기대하였고, 공 또한 분발하여 공도(公道)를 넓히고 사로(仕路)를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삼았다. 기해년(1659, 효종10) 봄에 상소하여 융통성 있게 인재를 등용하는 방도로서 모두 여덟 가지의 조목을 논하였고, 또 내수사의 공사(公事)는 반드시 본조(本曹)를 경유하게 하도록 하여 조종조(祖宗朝)에서 《주례(周禮)》의 법을 취한 본의를 따를 것을 아뢰었으며, 어사로서 호서 지역을 염찰하였다. 5월에 효종이 승하하자 경성 판관(鏡城判官) 홍여하(洪汝河)가 상소하여 우암을 공격하니 공도 스스로 마음이 편치 못하다가 고과에서 중고를 받아 체직되었다. 얼마 안 되어 동춘(同春) 송 선생(宋先生)이 전조(銓曹)에 들어가 계품한 덕분에 다시 제수되어 정랑으로 승진하고 동학 교수와 교서관 교리를 겸하였다.

   경자년(1660, 현종1)에 실록 낭청과 한학 교수에 차임되었으며 또 부교리에 제수되어 열여섯 가지 조목을 상소하여 아뢰니 당시의 정사에 절실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에 성상은 우대하는 비답을 내려서 장려하였다. 이윽고 응교에 오르고 또 어사로서 호남 지역을 염찰하였으며 실록을 찬수한 공로로 특별히 통정대부(通政大夫)에 올랐다. 광주 부윤(廣州府尹)으로 나가서 보장(保障 국방)에 관한 열여섯 가지 조목의 편의책을 아뢰니 내용이 모두 절실하여 채택되어 시행된 것이 제법 많았다. 광주는 관방(關防)의 중요한 지역인 데다가 경계도 넓었으므로 전부(田賦)에 관한 정사가 매우 많고 복잡하였는데 공은 손 가는 대로 능숙하게 재결하면서도 늘 법도에 들어맞게 처리하였다. 또 서한이 빽빽하게 쌓여 있어도 지칠 줄 모르고 한결같이 모두 순조롭게 응대하였고 반드시 손수 답서를 작성하였다. 동춘이 이를 듣고 감탄하기를, “아무개에게 이러한 도량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하였다.” 하였다.

임인년(1662, 현종3)에 조정에서 양전(量田)을 시행하자 공은 몸소 그 일을 담당하여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균전사(均田使) 민공 정중(閔公鼎重)과 함께 공문과 서한을 주고받으며 협의를 통해 결정하여 토지의 등급을 매기고 부세를 정하기를 치우침 없이 균등하게 하였다. 이에 백성들이 모두 고무되어 지금까지도 칭송하고 있다. 계묘년(1663, 현종4)에 조정으로 들어와 대사간에 제수되었으며, 얼마 후 동부승지로 옮겼다가 우부승지로 승진하였다.

   다시 대사간이 되었는데, 이때 성상이 오랫동안 폐했던 경연을 열자 공은 이런 거조(擧措)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위로할 수 있다고 하여 마침내 차자를 올려 더욱더 학문에 분발할 것을 청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 통의 상소문을 올려 당시의 병폐에 대해 극론하니, 첫 번째는 정사를 듣는 일에 점점 게을러진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간언을 받아들이는 일에 점점 나태해진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백성들의 재력이 점점 곤궁해진다는 것이고, 네 번째는 인재가 점점 고갈된다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조정의 기강이 점점 무너진다는 것이고, 여섯 번째는 법이 점점 까다로워진다는 것이고, 일곱 번째는 기강이 점점 해이해진다는 것이고, 여덟 번째는 풍속이 점점 야박해진다는 것이었다. 각 조목마다 모두 병폐를 바로잡을 계책을 제시하고, 끝에 가서는 성상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에 대하여 간곡하게 아뢰었는데, 성상이 깊이 가납하였다. 이후로 두 차례 병조 참의와 승지가 되고 다시 대사간이 되었으며 대사성을 지냈다.

   좌승지로 있다가 특별히 경기 관찰사(京畿觀察使)에 제수되니 묘당에서 천거한 것이었다. 임기가 찬 뒤에도 그대로 연임하였다가 한성부 우윤으로 전직하였고, 도승지로 옮겨 온천에 행행(行幸)하는 어가를 수행하였다. 병오년(1666, 현종7)에 발탁되어 호조 판서에 제수되었는데 강력히 사직하였으나 윤허 받지 못하고 도총부 도총관을 겸하였다. 다음해에 온천의 행행을 수행한 공로로 정헌대부(正憲大夫)에 올랐는데, 성상이 또 온천에 행행하면서 공을 정리사 겸 승문원제조로 삼았다. 영녕전(永寧殿) 수개도감 당상(修改都監堂上)에 차임되었으며 공사를 마친 뒤에 숭정대부에 올랐다. 또 집상전(集祥殿) 수개도감당상(修改都監堂上)에 차임되었는데, 집상전은 바로 동조(東朝 대비)가 거처하는 궁이었다.

   탁지(度支 호조)에는 업무가 많아 문서가 항상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나 공이 이를 처리하게 되면서 안건들이 씻은 듯이 해결되고 합당하게 수습되었다. 자질구레하게 살펴 조사하지 않아도 아랫사람들이 감히 속이지 못하여 나라의 재정이 이 덕분에 넉넉해지니 연륜 있는 관리들이 말하기를, “전고(前古)에 보기 드문 일이다.”라고 하였고, 성상 또한 유능하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공은 국고(國庫)의 자물쇠를 엄중히 간수하면서 경계의 말을 아뢸 때면 반드시 검소히 절약할 것을 당부하였다. 집상전을 수개할 때에는 또 하늘의 재앙을 두려워하고 백성들의 말을 살펴야 한다는 내용으로 거듭 경계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연신(筵臣) 김만중(金萬重)의 논척을 받게 되었는데, 그가 공이 올린 차자에 있는 말을 들먹인 것은 앞뒤의 말을 잘라내고 말한 것이었고, 이른바 당주(唐朱)로 기둥을 칠하자고 자청했다는 것 역시 사실무근이었다. 성상은 공이 사직하자 누누이 변론하면서 《맹자(孟子)》에 나오는 ‘횡역(橫逆)’의 설을 인용하여 공의 마음을 풀어주기까지 하였고, 이어서 두세 번에 걸쳐 패초(牌招)의 명을 내렸다. 공이 강력히 면직을 청할수록 비답의 명은 더욱 간곡해졌다. 공이 대궐에 나아가 상소문을 올리고 또 병을 이유로 휴가를 청하여 끝내 다시 출사할 뜻이 없음을 보이자 비국에서는 이를 아뢰어 체직되게 하였다. 그러나 얼마 뒤에 다시 의정부 좌참찬에 제수되었다.

   무신년(1668, 현종9) 2월에 생부 동지공의 상을 당하였으며, 집상전을 수개한 공로로 숭록대부(崇祿大夫)에 올랐다. 기유년(1669, 현종10)에 공이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성상은 연달아 내의(內醫)를 보내어 병세를 살펴 치료하게 하고 약재를 내려주었다. 상기를 마친 뒤에 지중추부사에 제수되고 한성부 판윤과 좌참찬으로 전직하였으며 총융사를 겸하게 되었다. 공은 군무(軍務)에 능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 강력히 사직하였으나 윤허 받지 못하고 비국당상을 겸하였다. 강화부 유수(江華府留守)로 나가서는 입대하여 강화부의 아홉 가지 폐단을 아뢰고 이어서 변통하는 마땅한 방법을 열거하였다. 다음해에는 다시 탁지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침 큰 흉년이 들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정사가 가장 시급하게 되자 비국에서는 하교하여 속히 공을 불러들이도록 청하였다. 공이 상소하여 간곡히 사직하자 성상의 비답에 이르기를, “경과 같은 훌륭한 인재가 어찌 사직하려 하는가.” 하였다.

지경연사를 겸하였다. 일찍이 탑전(榻前)에서 백성을 구휼하는 정사를 논할 적에 굶주린 백성을 가려내는 일이 어렵다고 말하는 자가 있었다. 이에 공이 아뢰기를, “지금은 마땅히 사람을 살리는 일을 급선무로 여기고 곡식을 손해 보는 것을 사소한 일로 여겨야 합니다.”라고 하니 이를 들은 자들은 공의 말이 대체를 얻은 것에 감탄하였다.

   동춘이 상소하여 허적(許積)을 논척하다가 성상의 뜻을 크게 거슬렀다. 이에 성상은 뜻이 같은 이와 영합하여 뜻이 다른 이를 공격한다는 전교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동춘의 병이 위독해지자 공은 차자를 올려 선왕이 동춘을 융숭히 대우했던 일을 간곡히 아뢰고 은혜와 예우를 다할 것을 청하였는데 그 말이 매우 완곡하고도 간절하였다. 이에 성상은 즉시 명하여 의원을 보내어 동춘의 병을 구완하도록 하였다.

    판의금부사에 제수되었다. 이때 간악한 무리들이 오랫동안 화심(禍心)을 품고서 온갖 방해하는 짓을 자행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러다가 계축년(1673, 현종14)에 영림부령(靈林副令) 이익수(李翼秀)가 아뢰기를, “영릉(寧陵)의 석물(石物)에 균열이 생겼으니 이는 당초에 감독하고 봉심한 여러 신하들이 선왕에게 불충한 죄를 지은 것입니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쪽 사람들의 사주를 받은 것이었다. 문곡공 역시 이 사건에 연좌되어 삭탈관직 되자 성상은 특별히 공을 발탁하여 대신 우의정으로 삼았다. 공은 연달아 상소하여 강력히 사직을 청했으나 당시 한재(旱灾)로 인해 심리(審理)를 거행하는 일 때문에 계속해서 공을 출사하도록 재촉하였다. 이에 공은 부득이 명을 받들어 입대한 뒤에 이전에 간곡히 사직을 청했던 뜻을 다시 아뢰었는데 성상이 이르기를, “국사(國事)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경은 응당 사양하지 말라.”라고 하였다.

   영릉을 천릉하기로 논의가 결정되자 또다시 이익수의 공격을 받았고, 이어서 장응일(張應一)의 상소가 있게 되었다. 이익수는 공이 성실하게 봉심하지 않았다고 하고 장응일은 공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하면서 심지어는 성상을 능멸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으며 매우 오만하고 불경스럽게 굴었다. 이에 공이 책임을 지고 사직을 청하자 성상은 곡진하게 위로하여 타이르고 또 이르기를, “나의 효성이 불초하여 이러한 말이 나오게 되었으니 그저 혼자 애통히 눈물만 흘릴 따름이다.”라고 하였다.

    이 당시 심한 가뭄이 든 데에다가 새로운 능을 여주(驪州)에 조성하기로 결정하여 공사의 규모가 커지고 운로(運路)가 멀어진 까닭에 백성들의 재력이 갑절이나 곤궁해졌다. 공은 그때그때 융통성을 발휘하여 되도록 간략함을 추구하고 폐단을 줄이고자 힘써 내수사에서 비용을 대어 공주의 저택을 수리하는 공사 등을 중지하도록 청하였다. 또 우암을 초치(招致)하여 국사에 대해 자문하고 이어서 천릉에 대한 지문(誌文)을 짓게 할 것을 청하였다. 또 아뢰기를, “장응일의 상소에서 이른바 수원(水原)에 능을 쓰지 않았다고 한 문제는 실제로 이해(李澥) 등 여러 신하들이 제시한 의견을 마지막에 송시열이 말한 것이니 이는 송시열의 주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비록 수원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것이 어찌 반드시 지금처럼 홍제동에 영릉을 쓰자는 것이겠습니까. 그런데 외인들은 번번이 이것을 송시열의 주장이라고 지목하여 기어이 이를 빌미로 죄를 씌우고자 하니, 이번 장응일의 상소도 이러한 의도입니다.” 하고는, 이어서 그의 간악한 태도를 하나하나 열거하여 매우 자세히 아뢰었다. 공은 체격은 작았으나 뛰어난 기상이 사람들을 움직였으며, 주의(奏議)하는 목소리는 마치 금석(金石)을 울리는 것처럼 청량하고 아뢰는 내용은 더욱 더 명백하고 간절하였다. 이 때문에 자주 성상으로 하여금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에 성상이 마침내 하교하기를, “예부터 ‘참소하는 사람이 끝이 없다.〔讒人罔極〕’라는 말이 있지만 저들이 참소하는 말을 하게 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라고 하였다. 얼마 후에 특별히 우암을 좌의정에 제수하고 장응일은 마침내 멀리 유배 보냈다. 여러 소인들이 성상의 움직임을 엿보면서 장응일을 계제로 삼아 기회를 노렸는데 이때에 이르러 매우 낙담하게 되니 사림들이 공을 의지하여 소중하게 여겼다.

   이공 숙(李公䎘)이 민희(閔熙)를 논척하고, 김공 만중이 허적을 논척하자 성상이 진노하여 이들을 멀리 유배하도록 명하였다. 또 민공 정중(閔公鼎重)이 출사하지 않는 것에 노하여 또한 삭탈관직을 명하였다. 이에 공이 강력히 간쟁하여 모두 사정을 헤아려 너그럽게 용서해 줄 것을 청하였으나 성상의 뜻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공이 반복하여 개진하자 비로소 김공과 이공의 죄를 감면하도록 윤허하였고, 얼마 뒤에는 민공에게 내린 명도 환수하였다. 정언 성호징(成虎徵)도 이 일에 대해 간언하다가 성상의 뜻을 거슬러 먼 변방으로 유배하라는 명이 내려졌는데 공이 또 글을 올려 이를 구원하였다. 뒤에 또 경연에서 민공의 진정을 아뢰고, 이어서 전후로 온당치 못한 하교를 내리고 느닷없이 찬배하게 한 일들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성상의 마음이 이로 인해 다소 누그러졌다.

    이때 우암이 지문(誌文)을 짓는 일 때문에 도성에 들어왔다가 국구(國舅) 김우명(金佑明)에게 논척을 당하였는데, 그가 논척하는 말에, “사람들이 감히 그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라고 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공이 입대하여 아뢰기를, “김우명은 전하와 사사로운 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송시열은 방외(方外)의 유현(儒賢)입니다. 만약 이 일로 인해 유현이 편히 있지 못하여 물러가게 된다면 어찌 성덕(聖德)에 누가 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송시열의 상소에 대한 비답에 특별히 위로하는 유지(諭旨)를 더해 주소서.” 하였다. 우암이 물러나면서 글을 올려 산릉의 일을 아뢰고 또 국구의 일을 언급했다가 성상의 뜻을 크게 거스르게 되었다. 성상이 우암의 상소문을 꺼내어 보이고는 이어서 온당치 못한 하교를 내리자 공은 우암을 위해 변론하고 물러나와 다시 글을 올려 거듭 논하기를, “송시열의 상소는 한편으로는 현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까닭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표한 것이고, 한편으로는 국구에게 논척을 당한 까닭에 편치 못하여 말씀을 아뢴 것입니다. 성상께서 이에 대해 연유를 말씀해 주시고 속히 타이르는 비답을 내려 의심을 없애 주신다면 한때의 분분한 의론은 마땅히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하였다.

    겨울에 우레가 친 일 때문에 면직을 청하고 이어서 김공 만중, 이공 숙, 민공 정중 등의 여러 신하들이 죄 없이 견책을 당한 일에 대해 아뢰었다. 또 끝에는 우암의 상소문에 대한 성상의 비답을 언급하면서 옳지 못하다고 극언하며 아뢰기를, “송시열이 지금 도성에 온 지 며칠도 안 되어 많은 사람의 구설에 시달리다가 돌아갔으니 이것부터가 아름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성상께서는 또 비답을 내린 글에서 불만스런 태도와 언사를 대놓고 드러내어 마치 견책을 가하듯이 하셨습니다. 신은 후일에 간사한 사람들이 이것을 구실로 삼아 송시열의 죄안을 보태어 모함에 빠뜨리는 계책으로 활용할까 두렵습니다. 어쩌면 성상께서는 미처 여기까지 생각하지 못하신 것입니까. 송준길은 한 차례 올린 상소문에서 자신의 진정을 다 밝히지 못한 채 한을 품고 죽었고, 지금은 오직 송시열만 생존해 있습니다. 그런데 전하의 정성과 예우가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초나라에서 머리를 깎고 칼을 씌워 경계한 일이 어찌 밝으신 성상의 세상에서 행해져서야 되겠습니까. 신이 송시열의 일에 대해 전후로 아뢴 것이 한두 차례일 뿐만이 아니니 성상께서도 필시 듣기가 지겨우실 것입니다. 그러나 예로부터 나라를 위해 힘쓸 일은 유현을 높이고 도를 중히 여겨 사기(士氣)를 굳게 붙드는 것보다 우선하는 것이 없습니다. 음과 양이 사라지고 자라는 기미는 실로 나라의 치란(治亂)과 존망(存亡)에 관계되니 신하된 자가 어찌 이것을 가지고 임금에게 간곡히 아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성상이 이 때문에 마음이 풀렸다.

   이때에 기해년(1659, 효종10) 산릉 도감의 낭청이었던 신명규(申命圭) 등을 사형의 형률로 논단하도록 명하자 공이 차자를 올려 간쟁하고, 또 나아가서 아뢰기를, “옛날에 채확(蔡確)이 그 군주에게 아뢰기를, ‘사대부를 죽이는 일이 폐하로부터 시작되어서야 되겠습니까.’ 하였습니다. 신이 비록 불초하지만 어찌 차마 채확만 못한 사람으로 자처하겠습니까.” 하였다. 성상이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하였으나 나중에는 결국 살려주는 방향으로 논의하게 하였다.

   갑인년(1674, 현종15)에 영의정에 올랐다. 이때 인선왕후(仁宣王后)가 승하하자 도신징(都愼徵)의 상소가 있게 되었다. 이전에 기해년(1659, 효종10) 대상(大喪)이 난 초기에 여러 신하들이 장렬대비(莊烈大妃)가 입어야 할 복제를 논의하였는데, 혹자는 삼년복을 입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암이 가공언(賈公彦)의 《의례주소(儀禮注疏)》를 인용하여 중자복(衆子服)인 기년복(朞年服)을 입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니 여러 유신들이 이 의견에 동의하였다. 대신은 이것이 정쟁(政爭)의 발단이 될까 염려하여 국전(國典)에 실려 있는 대로 장자와 중자 모두에게 기년복을 입는다는 법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자 간사한 사람들이 마침내 우암이 효종을 폄하하여 적통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다투어 무함하기 시작했다. 이에 현종이 그들의 음흉함을 환히 알고서 번번이 죄준 일이 있었다. 이때에 이르러 다시 장렬대비가 입어야할 복제를 논의하면서 예관이 처음에는 국전에 실려 있는 대로 장자부(長子婦)의 복제를 적용하여 기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결정했으나 사론(士論)이 이를 잘못됐다고 여기자 중자부(衆子婦)의 복인 대공복(大功服)으로 바꾸게 되었다. 이에 도신징이 여러 간사한 사람들의 사주를 받아서 이를 비방하고 나선 것이었다. 성상은 여러 신하들을 불러 그 상소에 대해 논변하고 조당(朝堂)에 모여 의논하도록 하는 등 매우 급하게 독책하였다. 이에 공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기해년에도 이미 국전을 적용했었으니, 국전에는 장자와 중자 모두에게 기년복을 입고, 며느리의 경우 장자부는 기년복, 중자부는 대공복을 입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금일의 복제도 이 때문에 이와 같이 결정한 것입니다.” 하였다. 성상이 또 하교하기를, “국전이 미비하다면 어찌 고례(古禮)를 참고하지 않는가?” 하였다. 공이 아뢰기를, “고례를 가지고 말하자면, 고례는 장자와 중자의 구분이 매우 명확하므로 선왕께서 비록 대통(大統)을 이으셨다고 하더라도 장자와 차자의 순서를 바꾸는 것은 불가합니다.” 하였다. 성상이 노하여 하교하기를, “대신의 직책은 문서를 받들어 행하는 데에 있지 않으니, 큰일에 직면해서도 지조를 바꾸지 않은 뒤에야 임금의 직임을 보좌할 수 있는 것이다. 영상 아무개가 선왕을 잊고 다른 논의를 따른 죄는 바로잡지 않을 수 없다.” 하고 중도부처(中道付處)하게 하였다.

   그러자 승정원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하고 삼사(三司)에서는 간쟁하기를 마지않았다. 대사간 남이성(南二星)이 상소하여 분명하게 변론하기를, “일에 직면했을 때 시세에 따라 부침(浮沈)하면서 지켜 오던 뜻을 바꾸는 이유는 자신에게 이로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년복과 대공복 가운데 성상께서 무엇을 마음에 두고 계신지 예상할 수 있었으나 여러 차례의 엄한 하교에도 불구하고 미련하게 변통할 줄을 몰랐으니 기대할 만한 이로움은 없고 반드시 닥쳐 올 해로움만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두고 융통성 없이 뜻을 고수한 것이라고 한다면 진실로 수긍할 수 있지만 지조를 바꾼 것이라고 한다면 신은 감히 수긍할 수가 없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성상은 남이성이 대신에게 아부하였다고 하여 절도(絶島)로 찬배하도록 명하였다. 예전에 공이 도승지로 있을 때에 유세철(柳世哲)이란 자가 효종을 폄하했다는 주장으로 우암을 공격하였다. 그러자 성상은 그가 올린 상소문과 책자를 꺼내 보이며 공에게 읽게 하고는 조목조목마다 하문(下問)하였고, 공은 이에 대해 하나하나 풀어서 답을 올렸다. 성상이 바로 깨닫고 답하기를, “송시열의 ‘참최복(斬衰服)을 두 번 입지 않는다’는 주장의 주된 뜻이 이와 같구나.” 하고는 마침내 유세철을 정거(停擧)하도록 명한 적이 있었다. 도신징과 유세철이 전후로 같은 주장을 했으나 그 계책이 받아들여지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각각의 시세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공은 의정부에 들어간 뒤로 해마다 산릉의 역사(役事)를 만나 두 차례 총호사를 겸하며 국가의 중요한 일을 홀로 담당하게 되었는데, 진실로 몸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하고자 하였다. 군덕(君德)의 잘못과 조론(朝論)의 득실에 있어서도 아는 바가 있으면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말을 할 때에는 할 말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또 오삼계(吳三桂)가 남부지방에서 군사를 일으키고 정금(鄭錦)이 해도(海島)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등 천하의 일이 매우 근심스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에 공은 마침내 인재를 수합하여 폐정(弊政)을 개혁하고 병기(兵器)를 정비하며 변방의 수비를 튼튼히 하여 안으로는 정사를 잘 다스리고 밖으로는 외적을 물리치고자 도모하였다. 이 당시 성상은 공을 전적으로 신임하였고, 공 또한 뜻을 펼 수 있으리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이 마침내 크게 어긋나고야 말았다. 공은 도성을 나와 동쪽 교외에 머물면서 대각의 논의가 수습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8월에 현종이 승하하자 양사에서 논의를 중지하니 마침내 관동(關東)의 춘천(春川)으로 유배되었다. 이후로는 여러 흉적들이 정권을 차지하였다.

    다음해 봄에 재이(災異)로 인한 소결(疏決)을 시행하면서 성상이 특별히 공을 석방하도록 명하였다. 그러자 양사에서 명을 환수할 것을 청하였으나 성상은 끝내 윤허하지 않았다. 공이 곧바로 양주(楊州) 금촌(金村)에 있는 선영 아래로 돌아가자 성상은 직첩(職牒)을 지급하도록 명하고 해마다 서용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매번 대신(大臣)과 대간(臺諫)의 고집스런 주장 때문에 환수하였다. 기미년(1679, 숙종5)에 우암의 문인 송상민(宋尙敏)이 장문의 상소를 올려 우암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다가 형신을 받고 사망하였다. 이 때문에 우암의 죄가 가중되고 재앙의 그물이 더욱 급박하게 펼쳐지니 결국 공은 집안 식구를 데리고 가평(加平)의 산골짜기로 들어가 작은 집을 짓고 살았다.

   공은 어려서부터 집안의 가르침을 받들어 학문에 독실히 뜻을 두었다. 광주부(廣州府)에 있을 때에는 관청에서 공문서를 다루는 일을 뒤로하고 정관재(靜觀齋) 이공 단상(李公端相)과 함께 산사(山寺)에서 강학하였으니,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평소의 학업을 잊지 않음이 이와 같았다. 유배생활을 한 이후로는 더욱 경전의 가르침에 침잠하여 날마다 사서(四書)와 주자서(朱子書)를 일과로 삼아 공부하고, 의심나고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왕복하면서 우암에게 질문하였다. 또 성현의 격언을 가져다가 창과 벽에 써 붙여 놓고 경계하고 반성하는 바탕으로 삼았으며, 뒤에 다시 조정에 들어갔을 때에도 독서를 그만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견을 낼 때에 모두 근거한 바가 있었던 것이니, 특히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힘을 얻은 것이 많았다.

   경신년(1680, 숙종6) 4월에 이남(李柟)과 허견(許堅) 등이 반역을 모의하다가 일이 발각되었다. 성상은 가장 먼저 유배지에 있던 문곡을 기용하여 수상에 제수하고, 이어서 특명으로 공을 서용하여 영중추부사에 제수하였다. 공은 사정을 아뢰고 사직하였으나 비지(批旨)의 뜻이 매우 간절하므로 마지못해 조정으로 나아가 사은숙배하고 국문하는 일에 참여하였다. 단양(端陽)에 숭릉(崇陵)의 제관으로 차임하여 이로써 지극한 통한을 풀 수 있게 해줄 것을 청하니 성상이 윤허하였다.

   일찍이 소결하는 일 때문에 입대하여 아뢰기를, “제왕의 학문은 앎을 지극히 하고 이치를 밝혀서 사정(邪正)과 시비를 분별하는데 요점이 있으며, 군주의 덕이 성취되는 것은 경연에 책임이 있습니다. 청컨대 세종조(世宗朝)의 고사와 같이 자주 유신(儒臣)을 불러 경전과 사서(史書)를 강론하소서.” 하였다. 또 아뢰기를, “조정은 바로 정치가 이루어지는 근본이니 청컨대 교화를 다시 펴시려는 초기에 우선 사유(四維)를 널리 가르쳐 온 세상을 면려 하소서” 하였다. 이어서 지패(紙牌)에 폐단이 있는 것과 화전(火田)을 금지하기 어려운 것과 둔전(屯田)을 혁파해야 하는 것 등의 일을 누누이 진술하여 아뢰니 성상이 가납하였다.

   휴가를 얻어 분황(焚黃)을 하려 하자 성상이 명하여 말을 지급하고 또 요전상(澆奠床)을 하사하였는데 이후에도 매번 이와 같이 하였다. 분황을 떠나기 전에 상소하여 학문을 강론하고 뜻을 세우는 방도와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이 일체가 되어야 하는 의리를 지극히 논하였다. 우암이 서용되어 다시 서추(西樞)로 돌아오자 공은 차례에 따라 강등되어 판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 얼마 후 성변(星變)이 발생한 일을 계기로 상소하여 당시의 병폐를 차례차례 아뢰었는데, 요점은 성상이 건극(建極)의 다스림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었다.

   11월에 사은 겸 동지사에 차임되어 연경(燕京)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인경왕후(仁敬王后)의 승하로 인하여 성상을 직접 뵙고 하직인사를 올리지 못하게 되었다. 공은 출발할 때가 되자 차자를 올려, 슬픔을 억누르고 병환을 조심할 것을 권하고, 이어서 국장에 따른 여러 가지 부역은 되도록 간소하고 검약하게 할 것을 청하였다. 연경으로 가는 도중에 혜성(彗星)이 나타나자 급히 상소하여 백성들과 화합함으로써 영원한 국운을 하늘에 기원할 것을 청하였다. 또 해서(海西) 지방에서 세초(歲抄)하는 일을 중단하여 그 지방 백성들의 원망을 없애 줄 것을 청하였는데, 모두 채납되었다.

   신유년(1681, 숙종7) 3월에 복명하자 성상이 인견하여 노고를 치하 하였는데, 공은 연로(沿路)에서 들은 내용을 별단(別單)에 써서 올렸다. 이때 오시수(吳始壽)의 옥사가 일어났는데 윤지완(尹趾完)이 사실을 왜곡하여 그를 구원하려 하자 공이 차자를 올려 매우 준엄하고 바른 말로 그의 잘못을 논척하였다. 이해 동지(冬至)에 공은 다시 천리를 따르고 덕을 기르는 방법과 정당한 것을 북돋아 주고 부당한 것을 억제하는 의리에 대해 지극히 논하였다.

   임술년(1682, 숙종8) 정월 초하루에 ‘신(新)’자 한 글자를 부연하여 열한 개 조항을 만들어 매우 간절히 경계하는 말을 아뢰었다. 뒤이어 다시 차자를 올려서 시사(時事)를 논하였는데, 주자(朱子)의 말을 인용하여 대본(大本)과 급무(急務)를 강령으로 삼았으며, 군민(君民)을 해치는 병폐 가운데 마땅히 혁파해야 할 여섯 가지 조목을 낱낱이 아뢰었다. 그리고 끝에 가서는 유현(儒賢)을 예우해야 한다는 것으로 차자를 마쳤다. 또 재해가 발생하여 성상이 직언을 구하니 ‘사(私)’자의 해악에 대해 극언하면서 군주의 마음 하나에 만 가지의 국사가 달려 있음을 반복하여 아뢰고 끝에는 “사욕을 누르고 예(禮)로 돌아가면 천하가 그 인(仁)함을 허여한다.”라는 것을 성상에게 바랐다. 마지막에는 다시 인망 있는 사람을 등용할 것과 언로(言路)를 넓힐 것과 사기(士氣)를 배양 시킬 것 등의 세 가지 일에 힘쓰기를 권하며 아뢰기를, “이 일들도 전하께서 사사로움을 제거하는 데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하니, 비답을 내릴 때마다 번번이 좋은 말이라고 칭찬하였다.

   10월에 우암이 소명을 받고 도성에 들어왔다가 이현석(李玄錫)의 상소로 인하여 물러나 돌아갔다. 대간들이 이현석을 찬배하도록 청했으나 성상은 단지 삭탈관직하여 문외출송 하라고 명하였다. 공은 차자를 올려 대간들이 아뢴 바를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논하고 이어서 이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특별히 유지(諭旨)를 내려 기어이 송시열을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고 청하였다. 이에 성상이 결국 이현석을 유배 보냈으며 우암은 다시 소명을 받고 달려 왔다.

    계해년(1683, 숙종9) 봄에 홍변(虹變)이 일어나자 공은 차자를 올려 송나라 선화(宣和) 연간에 큰 홍수가 발생 했던 일을 인용하며 경계하는 말을 아뢰었다. 우암이 치사(致仕)하기를 청하자 성상은 공과 다른 대신을 불러 의논하였다. 공이 나아가 아뢰기를, “70세에 치사하는 것은 진실로 《예경(禮經)》에 기록되어 있는 큰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법전(法典)에는 또한 이르기를 ‘국가의 중요한 임무를 책임져야 하는 자는 치사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더구나 지금 조정과 사림이 송시열을 의지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태산(泰山)과 교악(喬岳)을 대하는 것보다 큽니다. 이런 상황에 송시열이 이제야 겨우 조정에 나왔는데, 지금 어찌 곧바로 물러가는 것을 허락한단 말입니까. 마땅히 궤장(几杖)을 하사하고 정성을 다해 간곡히 만류해야 합니다.” 하니 성상이 이 말을 따랐다. 성상은 우암을 힘껏 만류하였고 또 현석(玄石) 박공 세채(朴公世采)를 조정으로 불러들였으니, 이는 장차 정신(精神)을 모아 훌륭한 정치를 펼 것을 도모한 것이었다. 또 원임대신들에게 번갈아 경연에 입시하도록 하니 공 또한 성상의 뜻을 깊이 헤아려 자주 입시하여, 좌우에서 바른 말을 아뢰고 치도(治道)를 도와 이루게 하는 것에 모든 힘을 다하였다.

   일찍이 재이(災異)가 발생한 일로 인하여 경계하는 말을 아뢰기를, “이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때에 이미 성상께서 공구(恐懼)하고 수성(修省)해야 하는데, 필시 이런 마음이 중단되어서 그런 것일 뿐입니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오늘날 재앙을 막는 방법은 오로지 유현들을 모아서 함께 국사를 도모하는 것뿐이니 현자가 조정에 있으면 조정은 절로 존귀해집니다. 옛날에 한나라 조정의 공경(公卿) 중에서 오직 급암(汲黯) 한 사람의 힘으로 능히 회남왕(淮南王)의 역모를 꺾었습니다. 더구나 이러한 때를 당하여 어찌 어진 자가 떠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이때 우암이 기어이 치사하고자 하고, 현석도 어떤 일로 인하여 물러나 돌아갔기 때문에 공이 이러한 말을 한 것이었다. 우암이 결국 치사의 청에 대해 윤허받자 공이 다시 영중추부사에 올랐다.

   정언 박태유(朴泰維)가 상소하여, 재상이 며느리를 맞이하면서 혼수를 마련한 비용이 천금을 넘어 선다고 논척하였는데, 소문을 전하는 자들이 공을 지적하여 말한 것이라고 하였다. 공은 급히 글을 올려 스스로 논핵하고 이어서 향리(鄕里)로 물러나 여생을 마치기를 청하였다. 공은 당시에 막 독자(獨子)의 혼례를 행하기는 했지만 천금의 돈이 들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그러나 공은 이 논척을 받아들여 자신의 허물로 삼고 다시 깊이 논변하지 않았다. 당시에 박태유에게 논척을 당한 자들은 간혹 자신을 변명하면서 노한 기색을 드러내곤 하였다. 이 때문에 박태유의 부친 박세당(朴世堂)이 공의 상소문을 보고는 감탄하여 말하기를, “아무개 공과 같은 분은 도량이 있다고 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성상이 태묘(太廟)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에 공은 병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고 사정을 아뢰어 대죄하고는 마침내 금촌(金村)으로 떠났다. 그러자 성상이 세 번 이나 승지를 보내어 간곡히 타이르고 함께 돌아오도록 하니 공은 어쩔 수 없이 도성으로 들어왔다. 성상은 즉시 명하여 인견하고 매우 정성스럽게 선유(宣諭)한 뒤에 이어서 경기지역의 농사에 대해 물었다. 공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만약 풍해(風害)와 상해(霜害)만 없다면 풍년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만히 민정(民情)을 들어보니, 오래 묵은 포흠(逋欠)을 일시에 징수할까봐 크게 염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송나라 신하 진덕수(眞德秀)가 ‘금년에 풍년이 들었다 말하지 말고 항상 흉년이 든 때처럼 민생을 가엽게 여겨야 한다.’라고 말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성상께서 마땅히 유념해야 할 바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은 교외에 있을 때에 진서산(眞西山 진덕수)의 주의(奏議) 가운데 군덕(君德)과 시정(時政)에 절실한 것을 10여 편 뽑고 이어서 자신의 견해를 그 아래에 각각 붙여서 권면하고 경계하는 뜻을 나타내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이 내용으로 차자를 갖추어 올리니 성상이 우대하는 비답을 내리고 가납하였다.

    을축년(1685, 숙종11)에 윤증(尹拯)의 일이 발생하였다. 윤증은 젊었을 때부터 우암을 스승으로 섬겼으나 우암이 지은 부친의 비문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감을 품어 사이가 벌어진 뒤로는 함부로 입을 놀려 우암을 무함하고 모욕하였다. 또 자신의 부친이 구차하게 강도(江都)에서 화를 피해 도망 나온 일의 허물을 숨기려고 율곡(栗谷)을 침해하더니, 심지어 율곡에게 진실로 잘못이 있다고 말하기까지 하였다. 이에 논하는 자들이 윤증이 스승을 배반하고 선현을 무함했다고 배척하였다. 그러자 시배(時輩)들이 모두 휩쓸려 윤증을 두둔하면서 우암까지 비방하고 나서자 공은 마침내 분개하여 아뢰기를, “근래 조정의 논의가 어그러지고 과격한데, 윤증의 일에 이르러 더욱 심해졌습니다. 만약 윤증이 선현을 무함했다고 곧장 말한다면 저들이 필시 승복하지 않겠지만, 애초에 망발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옳지 않습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은 오직 옛 사람을 찾는다.’라고 하였고, 또 ‘백발의 노인에게 자문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노성한 사람으로는 송시열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데 겉으로는 높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배척하고 있으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러합니다. 세도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한심하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문곡이 정승에서 체직되어 영중추부사가 된 까닭에 다시 판중추부사로 강등되었다가 문곡이 얼마 후 다시 정승이 되자 도로 영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 병인년(1686, 숙종12)에 수천 자의 상소문을 올려서 당시의 병폐를 지극히 논하였는데, 백성을 안정시키고 군사를 훈련시키며 인재를 등용하고 근본을 세우는 방도에 관하여 특히 간곡하게 논하였다. 또 총융청의 군정(軍政)을 마땅히 변통해야 한다고 논하면서, 연해 지역의 대여섯 고을을 강도(江都)에 소속시켜서 수미(首尾)에서 서로 호응하게 함으로써 위급할 때에 적을 막도록 대비할 것을 청하였다. 이때 막 청나라가 질책하는 말을 하여 성상이 심한 치욕을 당하였으므로 이처럼 여러 번 군대의 일을 가지고 이와 같이 아뢴 것이었다.

    성상이 경연에 입시한 신하가 후궁의 일을 논한 것으로 인해 갑자기 진노하여 예사롭지 않은 처분을 내렸다. 공은 근심하고 탄식함을 이기지 못하고 차자를 올려 강력히 간하였으나 성상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정묘년(1687, 숙종13) 정월 초하루에 또다시 차자를 올려서 경계하는 말을 아뢰고 이어서 특별히 농사를 장려하는 일과 풍년을 기원하는 일 등을 행할 것을 청하자 성상이 이를 따랐다. 이 일이 뒤에는 마침내 고사(故事)가 되었다. 무진년(1688, 숙종14) 3월에 태조의 영정을 받들고 전주(全州)에 다녀왔으며, 복명한 뒤에는 호서(湖西) 지방에 흉년이 든 상황을 아뢰고, 영정이 경유했던 각 고을은 사정을 헤아려 춘세(春稅)를 감면할 것과 도로로 잘려 들어간 민전(民田)에서 재배하던 곡식의 종자에 따라 계산하여 보상해 줄 것을 청하였다. 또 호서의 재해를 만난 고을과 호남(湖南)의 산중 고을의 대동미는 그 절반을 가을 이후로 기한을 미루어서 봉납하도록 하여 눈앞에 닥친 백성들의 근심을 덜어주며, 홍주(洪州)의 구호미 또한 탕감해 주도록 청하였는데, 성상이 이를 모두 따랐다. 장렬대비(莊烈大妃)가 여러 달 동안 병환을 앓자 공은 계속 내의원에 머물면서 곁에서 모시고 탕약을 올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때 역적 종친 이항(李杭)이 군주의 총애를 믿고 후궁의 원조에 기대어 바라는 바가 예사롭지 않으므로 나라 안에 소문이 자못 파다하였다. 현석이 총재(冢宰 이조 판서)로서 조정에 나아가 수차(袖箚)를 올려 이항을 대우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가장 먼저 아뢰었다가 성상의 뜻을 크게 거슬러서 심지어 하나의 괴물이라고 지목 받기까지 하였다. 영상 남구만(南九萬)과 우상 여성제(呂聖齊)가 입대를 청하여 변론하면서 이정(李楨)과 이남(李柟)의 일을 인용하여 말하자 성상이 크게 노하여 모두 먼 변방으로 찬배하였다.

    이때 좌상 조사석(趙師錫)도 외지에 머무르면서 조정으로 들어오지 않자 성상은 나라에 하루라도 정승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특별히 공을 영상에 제수하고 이어서 속히 출사하도록 명하였다. 공은 연달아 차자를 올려서 면직을 청하였으나 간곡한 성상의 부름에 못 이겨 마침내 나와 사은하고 입대를 청하여 남구만과 여성제 두 정승을 힘껏 구원하였다. 또 아뢰기를, “사간원의 상소에 대한 비답에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옛날 송나라 황제가 여러 신하를 꾸짖은 일이 있었는데 주자(朱子)가 상람사(上藍寺)에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는 매우 우려하고 상심하여 촛불을 밝혀놓고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당시 재상에게 편지를 써서 바른 말로 간쟁하지 못하였다고 질책하였습니다. 지금 전하의 이번 조처는 불행히도 여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또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박세채(朴世采)는 독서하며 지조를 지켜 평소에 중한 명망이 있었기 때문에 성상께서 예를 갖추어 초치(招致)하셨는데, 지금 마침내 괴물이라고 지목하셨으니 이것은 인면수심이란 말보다도 더 심한 것입니다. 하교하는 말씀이 이와 같아서는 안 될 듯합니다.” 하였다. 성상이 대답하기를, “경이 이 정도로 간언하니 두 가지 말을 내가 고치겠다.” 하였다. 공이 또다시 아뢰기를, “신의 한 마디 말 때문에 곧장 비지를 고치시니 신은 진실로 감격스럽습니다. 다만 천둥벼락과 같은 성상의 위엄 아래에 모든 사람들이 억눌려 있어서 장차 국사를 수습할 수가 없으니, 다시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마음을 평탄히 하고 생각을 깊이 하시어 한결같이 평온하게 안정되도록 힘쓰소서.” 하였다.

   공이 숙직 하던 중에 갑자기 코피를 심하게 흘리자 성상이 집으로 돌아가서 병을 조리하도록 명하였다. 공이 나오고 나서 또 심하게 피를 흘리고 혼절하니 성상은 어의를 보내어 약물을 가지고 가서 살펴 구완하게 하였다. 공이 연달아 다섯 번이나 차자를 올려 정승의 직책과 내의원의 겸직을 사직하였으나 모두 윤허하지 않았다. 병환 중에도 차자를 올려 전일에 경연에서 미처 다 아뢰지 못한 것들을 거듭하여 간절히 아뢰기를 지극히 하였다.

    8월에 장렬대비가 승하하자 성상은 근심하고 애를 태우며 상심이 쌓여 더욱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공은 병을 무릅쓰고 입대하여 눈물을 흘리며 권도(權道)를 따를 것을 청하니 윤허하였다. 겨울에 재이(災異)가 발생한 일 때문에 면직을 청하면서 분을 누르고 욕심을 막는 방도에 대해 함께 아뢰었다. 하루는 성상의 명초(命招)를 받고 좌상과 함께 들어가 두 재상과 박공의 일에 대해 아뢰었는데, 성상이 오랫동안 비답을 내리지 않다가 나중에는 신하로서 감히 들을 수 없는 하교를 내렸다. 공은 황공해 하며 물러 나와서 좌상과 함께 연명(聯名)하여 대죄하였다.

   10월에 경종이 탄생하자 공이 나아가 아뢰기를, “신이 내의원에서 봉직한 지가 지금 이미 3년이 되었는데 밤낮으로 기원하면서 고매(高禖)의 경사를 보고 싶어 하였습니다. 이제 왕자의 탄생 소식을 들으니 기쁘고 다행스러운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하고는 이어서 호양(護養)을 조심히 하고 유모를 선택하는 일에 대해 아뢰었다. 성상이 답하기를, “서른의 나이에 비로소 사내아이를 보니 비록 매우 기쁘고 다행스럽기는 하나 대행대비께서 밤낮으로 원손을 바라셨건만 끝내 보지 못하시고 승하하셨으니 슬픈 마음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노라.” 하였다. 공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전하께서 추모하는 정성이 어찌 그렇지 않으시겠습니까. 신들도 대비의 유의(遺意)를 생각하면 또한 슬픈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후로 본손(本孫)과 지손(支孫)이 백세토록 번창하는 경사가 있기를 밤낮으로 송축할 뿐입니다.” 하였다.

   기사년(1689, 숙종15) 정월에 성상이 명하여 대신과 육경 및 삼사(三司)의 장관을 명초하여 인견하고 하교하기를, “국본(國本 세자)이 아직 정해지 않아서 나라의 형세가 미약하니 지금 가장 중요한 계책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만약 망설이고 관망하면서 감히 다른 뜻을 갖는 자가 있다면 벼슬을 내놓고 물러가도록 하라.” 하였다. 그러자 뭇 신하들이 모두 깜짝 놀라면서 성상의 의중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였다. 성상이 재차 하교하자 공이 마침내 대답하여 아뢰기를, “왕자가 탄생한 후로 온 나라의 신하와 백성들 가운데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앞으로 만약 정궁(正宮)에게서 종사(螽斯)의 경사를 볼 수 없으면 국본의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다만 지금 왕자가 태어난 지 겨우 몇 달밖에 안되어 강보 속에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명호를 정하는 것은 복을 아끼는 도리가 아닐 듯합니다.” 하였다. 성상이 이르기를, “종묘사직의 대계(大計)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 명호를 정하도록 분부하여 거행하라.” 하였다.

   공이 물러나온 뒤에 유위한(柳緯漢)이란 자가 상소하여 공을 공격하면서 공이 전일에 축하 말씀을 올린 것을 두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 겉으로 꾸민 것이라 하고 또 먼저 건저(建儲)를 청하지 않은 것을 죄로 삼아 심지어 말하기를, “이미 세자의 명호가 정해진 뒤에도 여전히 불쾌한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그 말이 매우 통탄할 만하였다. 공이 차자를 올려 아뢰고 대죄하자 성상이 답하기를, “나라의 기강이 엄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마음이 선하지 못하여 여우나 쥐처럼 보잘것없는 소인배들이 감히 의중을 떠보고 화를 전가시킬 계책을 꾸며 멋대로 투소(投疏)하여 지극히 흉악하고 참혹한 말을 하니, 통탄스러운 일이 이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만약 명쾌하게 변별하여 배척하지 않는다면 말류(末流)의 폐해를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기에 이미 투비(投畀)의 형법을 시행하였다. 경에게는 조금도 편안하지 못할 만한 혐의가 없는데 어찌하여 글을 올려 면직을 청하기를 이토록 지나치게 하는가.” 하고, 이어 승지를 보내 전유(傳諭)하였다. 다음날 복상(卜相)하라는 명이 있자 공이 패초를 받들어 대궐로 나아가니 성상이 즉시 사대(賜對)하고 매우 간절히 개유하였다. 공은 물러나와 다시 사정을 아뢰며 면직을 청하니 성상은 또다시 온화한 비답을 내렸다.

    공은 경신년(1680, 숙종6)에 조정에 나아간 이후로 품은 생각이 있을 때마다 직접 아뢰거나 차자를 올려 아뢰었는데, 정리(政理)와 시무(時務)에 관한 중요한 내용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요점은 마음을 순수하게 갖고 현자를 등용해야 한다는 데로 귀결되었다. 그러므로 전후로 우암을 언급한 것이 열 번 중에 일곱, 여덟 번이었다. 또 일찍이 주자서(朱子書)에 대해 우암이 주해(註解)한 것을 간행하도록 청하였다. 이때에 이르러서 다시 아뢰기를, “효묘께서 송시열과 함께 긴밀히 세웠던 계책이 전후의 어찰에 담아 있는데 깊은 산중에 보관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이 일이 민멸되어 전해지지 않는다면 성조(聖祖)께서 대의(大義)를 분발하여 북벌을 도모한 뜻을 후세에 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바라건대 가져다가 국사(國史)에 빠진 부분을 보완하도록 명하소서.” 하였다. 성상이 사관(史官)을 보내어 가져오도록 명하였으나 미처 시행되지 못하였다.

    이때 우암이 상소하여 건저(建儲)를 경하하고 이어서 권면하고 경계하는 뜻을 간략히 아뢰었는데, 성상은 그 속에서 고사(古事)를 인용한 구절을 지적하여 세자의 명호가 정해진 뒤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면서 특명으로 삭탈관직 하여 문외출송 하도록 하였다. 다음날 공을 명초하여 복상(卜相)하도록 했는데 공이 나아가지 않자 특명으로 공을 파직하고 아울러 승정원과 삼사(三司)의 여러 관원들도 함께 파직하였다. 그러고는 특별히 한쪽 편의 사람들을 기용하여 빈자리를 대신 채우게 하니 조정이 완전히 변하였다. 공은 그날로 도성을 나와 금촌(金村)에서 대명하였는데, 우암이 가장 먼저 대간의 논핵을 입어 탐라(耽羅)로 유배되었고, 뒤이어 양사의 합계가 있어 공은 장기(長鬐)로 유배되고 문곡은 진도(珍島)로 유배되었다. 이때 체포령이 사방에서 일어나 재앙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떼지 못하고 넋이 달아났다. 그러나 공은 전과 다름없이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자약하였다. 금오(金吾)의 낭관이 이르자 즉시 출발하여 지체하지 않았으며 온 집안의 사람들이 울부짖어도 공은 또한 동요하지 않았다.

   공은 유배지에 이르러서는 그 지방의 풍속을 즐거워하여 평소 살던 곳처럼 편안히 여겼다. 처음에 공은 경황없이 길을 나서느라 미처 문곡과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다만 한 통의 편지를 보내 권면하기를, “평생 배운 도의 진실한 의리는 생사에 따라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네.〔平生學道眞實義 不與生死俱存亡〕” 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동파(東坡 소식(蘇軾))가 아우 자유(子由 소철(蘇轍))에게 준 시였다. 적소에 있으면서 문곡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온 종이에 가득한 말들이 모두 몸은 어려움에 처해 있으나 도는 더욱 형통하다는 내용이었다. 문곡이 후명(後命)을 받게 되자 또한 공에게 결별하는 편지를 보내왔으나 공의 병이 위독했기 때문에 집안사람들은 공이 놀랄까 염려하여 감히 편지를 올리지 못하였다. 또 곤성(坤聖 인현왕후)이 폐출된 일부터 우암이 화를 당한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밀로 하였다. 이에 공은 번번이 문곡의 안부를 물었고, 백씨인 곡운공(谷雲公 김수증(金壽增))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바다를 건너 밝은 달빛을 그대와 더불어 나눈다.〔跨海淸光與子分〕’라는 시구를 인용하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만약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을 보면 매번 바다 밖에 있는 우암의 소식을 물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병이 차도를 보이면서 그때까지의 일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는 듯하더니 마침내 다시는 묻지 않았다. 다만 때때로 벽을 마주보고 혼자 중얼거리기를, “인재들이 죽으니, 나라가 병든다.”라고 하고는 이어서 신음하고 크게 탄식하였다.

    경오년(1690, 숙종16) 가을이 되자 병환이 다시 위독해졌다. 하루는 집안사람들에게 이르기를, “어젯밤 꿈에 문곡과 더불어 공복(公服)을 갖추어 입고 함께 효종을 뵈었으니 이것이 무슨 조짐이란 말인고. 아마도 나의 목숨이 위태로운가 보다.” 하였는데, 끝내 10월 12일에 현성(縣城)의 촌사(村舍)에서 별세하니 향년이 65세였다. 아들 창열(昌說)이 앞서 공의 병환 때문에 의원을 구하러 상경한 터라 오직 부인과 서제(庶弟) 한 사람이 임종을 지키고 겨우 반함(飯含)과 염습을 행하여 마침내 영구를 모시고 금촌으로 돌아왔다. 다음해 신미년(1691, 숙종17)에 길일을 택하여 선영 아래 병향(丙向)의 언덕에 장례하였다. 3년 뒤인 갑술년(1694, 숙종20) 4월에 성상이 비로소 잘못을 뉘우쳐 공의 관작을 회복하도록 명하고 예관을 보내 치제하였다. 우암과 문곡 모두 차례로 신원되고, 곤성(坤聖) 또한 처음과 같이 복위되었다. 공론이 정해지는 것이 굳이 백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할 만하니 천도(天道)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부인 남원 윤씨(南原尹氏)는 목사 형각(衡覺)의 딸로 인자하고 총명하며 통달한 식견이 있어서 명예와 절개로써 남편을 권면하였다. 곤궁한 상황에 처하여도 천명을 편안히 여기며 한탄하거나 원망하는 기색이 없었다. 공보다 19년 뒤에 별세하니 공의 묘에 합부(合祔)하였다. 모두 2남 9녀를 낳았는데, 장남 창렬(昌烈)과 딸 넷은 일찍 죽었다. 그 아래가 바로 창열로, 군수이고 다섯 딸의 사위는 현령 홍택보(洪澤普), 군수 송광속(宋光涑), 참판 이희조(李喜朝), 판서 이만성(李晩成), 목사 이성좌(李聖佐)이다. 창열이 판서 오두인(吳斗寅)의 딸에게 장가들어 아들 넷을 낳았으니, 원겸(元謙), 형겸(亨謙), 이겸(利謙), 정겸(貞謙)이다. 홍씨 사위는 아들 둘을 낳았으니, 득수(得壽)는 봉사이고 득복(得福)은 세마이다. 송씨 사위는 아들 셋을 낳았으니, 징설(徵卨)과 징리(徵履)는 모두 진사이고 징계(徵啓)는 정자(正字)이다. 이씨 사위는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교관 종신(宗臣)이고, 다른 이씨 사위도 아들 하나를 낳았으니 사어(司禦) 구(絿)이다. 내외의 손자, 증손, 현손이 모두 90여 명이다.

    공은 선대의 영광을 품고 태어나 타고난 자질이 순수하고 아름다웠으므로 조부 문정공이 매우 사랑하였다. 일찍이 병환 중인 문정공을 곁에서 모시면서 간호하고 기도하였는데, 보통 사람이 미치지 못하는 바가 많았다. 여가에는 독서에 힘써서 학업이 빠르게 진전되니 문정공이 자주 칭찬하고 장려하였다. 문정공이 심양(瀋陽)에 들어가자 비로소 양부인 승지공의 거처로 돌아왔다. 승지공이 고질병으로 몸져누워 공에게 몸을 의탁하니, 아픈 곳을 주무르고 가려운 데를 긁는 여러 일에서 띠와 옷깃을 여미고 수저와 젓가락을 잡는 일에 이르기까지 공이 모두 대신 거들면서 밤낮으로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에 승지공은 매번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공의 효성을 칭찬하여 말하기를, “일찍이 이와 같은 아이를 보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이른 나이에 모친을 여읜 것을 매우 슬퍼하여 이모와 큰 누님을 한결같이 선비(先妣)처럼 섬겼다. 또한 서모(庶母)를 잘 모셨으며, 이런 마음을 아우와 누이들에게까지 미루어 나가 이들을 대할 때마다 그 도리를 곡진히 다하였다.

   병자년(1636, 인조14)과 정축년(1637)에 호란(胡亂)이 발생했을 때에, 태어난 지 겨우 아홉 달 된 서제(庶弟) 수징(壽徵)이 피난 도중에 천연두에 걸렸다. 공이 서제를 업고 도망쳤으나 흉적이 추격하여 가까이 이르렀고, 공의 힘도 다하여 두 사람 모두 무사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이에 하인이 서제를 숲속에 버리려 하자 공이 슬피 부르짖으며 안고 지켜서 무사히 살릴 수 있었다. 이때 공의 나이가 겨우 열한 살이었으니 듣는 자들이 감탄하고 기이하게 여겼다. 양자로 들어간 집의 누이를 간호하고 보살피기를 더욱 돈독히 하였고 내외의 친척에 이르기까지 극진히 보살피지 않음이 없었으니, 그 진실하고 간절한 행실은 모두 정성스러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공은 타고난 성품이 간소하고 차분하며 기국과 도량이 너그럽고 공평하였다. 장중하게 자신을 단속하고 위의(威儀)를 반드시 신중하게 하였으니, 몸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고 입은 비루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 기상이 화락하여 얼굴빛과 웃음이 친애할 만하였으며, 남을 대할 때에는 너그러워서 피차간에 간격을 두지 않았다. 또한 막히거나 거리끼는 바가 없어서 아무리 공사(公私) 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어지럽고 복잡하더라도 항상 평이하고 정직하며 온화하고 순조로운 마음을 간직하여 절대로 분노하거나 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자질구레하게 따지고 살피는 것을 일에 능한 것으로 간주하려 하지 않고, 오직 대강(大綱)의 요체를 챙기면서 절목을 간소하게 하였다. 총명함이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고 일을 처리함이 과감하고 민첩하였다. 정술(政術)에 가장 뛰어나 실마리가 얽혀 있어 사람들이 해결하기 어려워하는 일이라도 한 번만 눈으로 보면 즉시 그 요점을 파악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 번번이 핵심에 들어맞았다. 이 때문에 전후로 지낸 벼슬 중에, 이를테면 대부(大府 호조)에 앉아 있을 때에나 여러 관아를 관장할 때에는 거행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그 편리함을 즐거워하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백성들이 노래하고 칭송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뛰어난 재주로써 등용된 뒤로 해마다 제수되고 승진하여 마침내 삼공(三公)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처음 벼슬을 시작한 때로부터 겨우 19년 만이었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발탁된 것은 국조에 드문 일이었다. 공은 더욱 감격하여 스스로 힘써서 마음과 힘을 다하여 성상의 지우(知遇)에 보답하고자 하였다. 공은 생각하기를, “유현(儒賢)은 국가의 원기(元氣)이니 본디 꺾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더구나 우암 같은 분은 바로 효종과 마음을 함께한 신하이니, 만약 처음에 효종이 우암을 예우했던 뜻을 지금의 성상이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탄식하는 말이 나오게 된다면 이는 성덕(聖德)에 끼치는 누가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하의 도리는 마땅히 군주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혐의스러운 자취를 피하지 않고 번독스럽게 아뢴다는 꾸짖음도 돌아보지 않은 채 좌우에서 부지하고 보익하기를 시종 한결같이 하였다.

    경신년(1680, 숙종6)에 조정으로 돌아와 한직에 머물러 있었으나 또 수수방관하고자 하지 않아서 일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간언하여 충성스러운 염려를 다 아뢰었다. 그러다가 다시 의정부에 들어갔을 때에는 세상의 변고가 더욱 심각해지고 나라의 형세가 장차 위태롭게 되어서 이미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오히려 차마 그만두고 떠나지 못하고서 반드시 이쪽의 쇠약한 기세를 강화시키고 저들의 전진하는 기세를 꺾어버려서 이로써 위태롭게 기울어진 종국(宗國)을 구원하고자 하였는데, 끝내 뜻대로 하지 못하였다.

    문정(文正) 선생은 시비와 선악을 판별하여 나누기를 매우 엄격히 하였으니, 공은 이미 사우(師友)의 연원(淵源)을 계승하였고 또 가정에서 이를 익혔으니 위로 주 부자(朱夫子)의 법문(法門)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이었다. 이에 세상을 농락하면서 구차하게 행동하고 은밀히 자신만 온전하게 살아남을 계책을 꾸미는 자를 보면 마치 자기 몸이 더럽혀진 듯이 부끄러워하였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화를 입기는 하였으나 공은 진실로 이를 자신의 분수로 편안히 받아들이고 이런 뜻을 선왕과 선조에게 보여드리고자 기약하였을 뿐이지, 결코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는 뜻이 없었다. 만일 평소에 깊이 수양한 자가 아니라면 어찌 이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

  아! 공은 영특한 재주와 민첩한 식견으로 일찍부터 세상의 명망을 얻어 군주에게 크게 인정을 받았다. 만년에 이르러서는 덕망과 학업이 모두 높아지고 명망과 실제가 모두 융성하여 크게 세도(世道)를 유지시키는 동량(棟樑)이면서 선류(善類)가 모범으로 삼는 인물이 되었다. 또 문곡공과 나란히 양부(兩府 의정부와 중추부)를 통솔하며 번갈아 원보(元輔 영의정)가 되어서 일에 따라 군주를 바로잡고 보익하며 힘껏 사림(士林)을 부지하였다. 비록 화를 당한 것은 경중의 차이가 있으나, 정도(正道)를 고수하며 흔들리지 않았던 절개와 자신을 잊고 나라를 호위했던 충성으로 말한다면 진실로 형과 아우를 가리기가 어렵다. 문충공(文忠公 김상용(金尙容))과 문정공(文正公 김상헌(金尙憲)) 두 선생이 나란히 큰 절개를 세워서 함께 훌륭한 명성을 수립한 것과 비교해 보면, 또한 길은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으며 서로 짝이 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고 할 만하다. 아, 훌륭하도다.

   공은 글을 지을 적에 내용이 풍부하고 통창하였으며, 특히 소장(疏章)과 차자에 뛰어났다. 시 또한 격식과 힘이 노련하고 웅건하였다. 효종 말년에 호당(湖當)에서 공부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논의할 적에 문형을 맡은 자가 공을 첫 번째로 뽑고자 하였다. 이 일이 비록 중간에 중지되긴 하였으나 공이 촉망 받는 인재였음을 알 수 있다. 문집 10권이 세상에 간행되었다.

   공이 별세한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나라에 갈수록 연고가 많아져서 시호를 하사하는 은전을 오랫동안 행하지 못하였으며, 임인년(1722, 경종2)에 이르러서는 사화(士禍)가 또 크게 일어나 공의 종자(從子)인 몽와공(夢窩公)이 수상(首相)으로 있다가 국난에 희생되었다.그러나 지금은 이일(离日)이 다시 밝혀져 여러 억울한 일들이 모두 신설(伸雪)되었다. 이에 가장 먼저 관작을 회복하고 시호를 하사하도록 명하고 오랫동안 시행하지 못한 예전(禮典)을 크게 닦아서 숙종 때의 구신(舊臣)들에게 차례로 추증의 은전을 베풀었으며, 문곡공에게도 시호를 하사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공의 아들 군수공이 나에게 이르기를, “우리 선친의 덕업(德業)에 대해 당연히 태상(太常)에서 논의한 바가 있을 것이나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으니, 이는 아마도 기다리는 것이 있어서인가 봅니다. 그대께서 제 선고의 평생의 일과 행실을 차례로 엮어서 조정에 시호를 청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사양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못하였다. 이어서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의 선친인 우사(雩沙 이세백(李世白)) 부군은 실로 공에게 생질이 되므로 내가 유년시절부터 공의 곁에서 추우(趨隅)하면서 공의 덕용(德容)을 살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세상일이 백 번 변하여 교목(喬木)과 같은 신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에 외람되이 거칠고 비루한 글솜씨로 공이 남긴 자취를 기록하며 옛날과 지금을 돌아보니 어찌 마음을 가눌 수 있겠는가. 슬프다.

                                                                議政府領議政金公諡狀

公諱壽興。字起之。號退憂堂。鼻祖宣平。翊麗祖統合三韓。策勳爲太師。世祀古昌郡社。古昌後爲安東府。子孫遂爲安東人。公其後也。曾祖諱克孝。敦寧都正。贈領議政。祖諱尙寬。長湍府使。贈左贊成。考諱光爀。同副承旨。贈領議政。都正公有五子。長曰右議政文忠公尙容。次卽府使公。又其次左議政文正公淸陰先生尙憲也。都正公伯氏三嘉縣監大孝無子。取文正公爲嗣。而文正公又取承旨公弟諱光燦子之。官同知中樞府事。贈領議政。同知公娶延安金氏。淸州牧使琜之女。生三子。仲卽公。承旨公無子。以公爲後。妣曰光州金氏。同知中樞府事存敬之女。公生於天啓丙寅十月二十六日。八歲。大夫人卒。文正公收置膝下。使貳室鞠之。癸未。丁承旨公憂。旣外除。中戊子司馬。在太學。以名論見重。己丑。遭所後妣喪。制畢。顯廟入學。多士推公爲將命。嘗倡議上疏請於聖廟祝文。不書虜人年號。乙未。擢文科。選補承文院權知副正字。翌年。兼世子侍講院說書。以季文谷公方兼文學。引嫌辭遞。秋。與文谷並登重試。同覲同知公于淸風任所。人榮之。以承政院注書。復兼說書。薦入藝文館。拜檢閱。仍錄玉堂南床。用重試恩。陞成均館典籍。移兵曹佐郞。又移弘文館副修撰。請解職讀書。不許。中考得遞。除司僕寺主簿。兼備局郞廳。復還修撰。上於筵中。詢心經呂氏求中之義。公退而考出程呂問答及朱子所辨者。具箚以進。移司諫院獻納。疏陳所懷。大要言本源之功未盡。廟堂之謀無主。臺閣之風漸壞。首尾累千餘言。反覆勤懇。上奬以切直。麟坪大君之喪。上將再臨。公與同僚爭執。不聽。上又欲越禮親祭。公以副校理。申箚請寢。而臺啓力爭。以國朝所未行爲言。天怒大激。遂命速行打圍驅禽事。以其載五禮儀也。公又諫以爲人君御下。貴在誠實。聖人治心。尤愼喜怒。豈宜任數御物。簸弄顚倒。以惑遠近瞻聆哉。上亦不聽。兼西學敎授。選知製敎。移兵曹正郞。復拜副校理。旋移吏曹佐郞。時上有大志。擢尤菴宋先生爲冢宰。朝野拭目。公亦慨然以恢公道淸仕路爲己任。己亥春。上疏論用人變通之道。凡八條。又言內需司公事。必關由本曹。以遵祖宗朝取法周官之本意。以御史廉問湖西。五月。孝廟昇遐。鏡城判官洪汝河疏攻尤菴。公不自安。中考遞職。未幾。同春宋先生入銓曹啓稟。還授陞正郞。兼東學敎授，校書館校理。庚子。差實錄郞廳，漢學敎授。又拜副校理。疏陳十六條。無非切於時政者。上優批褒奬。已陞應敎。又以御史。廉問湖南。以寶錄勞。特陞通政。出爲廣州府尹。陳保障便宜十六條。言皆切實。頗見採施。州旣關防重地。界且廣。田賦之政。不勝浩繁。公信手裁决。動輒中窾。書疏擁倂。一皆順應無倦。必手自作答。同春聞而歎曰。不意某有如許度量。壬寅。朝家行量田。公躬莅不憚勞。與均田使閔公鼎重公移私簡。往復商定。等壤成賦。均一無偏。民咸鼓舞。至今稱頌。癸卯。入拜大司諫。尋移同副承旨。陞右副。又還大司諫。時上開講於久廢之餘。公以爲只此擧措。亦大慰人心。遂上箚請益加振厲。復以一疏極論時弊。一曰聽政漸倦。二曰納諫漸怠。三曰民力漸困。四曰人才漸乏。五曰朝著漸壞。六曰文罔漸密。七曰紀網漸弛。八曰風俗漸偸。各條皆有救弊。而終眷眷於本源之地。上深嘉納之。自後再爲兵議，承旨。還大司諫。歷大司成。由左承旨。特拜京畿觀察使。廟堂薦之也。秩滿仍任。轉漢城府右尹。移都承旨。隨駕溫泉。丙午。擢拜戶曹判書。力辭不許。兼都捴府都捴管。明年。以溫幸勞陞正憲。上又幸溫泉。以公爲整理使兼承文提調。差永寧殿修改堂上。事訖。陞崇政。又差集祥殿修改堂上。集祥卽東朝所御之宮也。度支務殷。文書常苦積苑。公處之。案牘如洗。綜理得宜。不瑣瑣鉤校。而下莫能欺。國用贍裕。老吏以爲前古罕睹。唯上亦以爲能。然公謹守管鑰。進戒必以節儉。及有集祥役。又以畏天灾恤人言。申戒不已。乃被筵臣金萬重論斥。摭公箚語。大抵是掇去首尾。而所謂自請塗柱以朱。亦無事實。上因公辭免。縷縷辨晳。至引孟子橫逆之說以解之。仍命牌招至再三。公丐免愈力。而批命愈勤。公旣詣闕陳疏。又以病請急。終無復出意。備局啓遞之。已又拜議政府左參贊。戊申二月。丁同知公憂。以集祥勞。加崇祿。己酉。得奇疾幾殆。上連遣內醫看救。給藥物。旣免喪。拜知中樞府事。移判尹，左參贊。兼摠戎使。公自以不閒戎務力辭。不許。兼備局堂上。出爲江華府留守。入對陳九弊。仍列變通之宜。明年。復入度支。時値大殺。荒政最急。備局請下諭促召。公陳疏懇辭。批曰。以卿之才。何用辭爲。兼知經筵。嘗論賑政於榻前。有以區別飢民爲難者。公曰。今當以活人爲急務。失穀爲細事。聞者歎其得體。同春疏論許積。大忤上旨。至有黨同伐異之敎。及病篤。公上箚極言先朝際遇之隆。願卒其恩禮。辭甚婉惻。上卽命遣醫救其疾。拜判義禁府事。時不逞之徒。積包禍心。百方抵巇。屢不售。癸丑。靈林副令翼秀言寧陵有石罅。當初監董奉審諸臣。不忠於先王。盖受一番人嗾也。文谷亦坐此奪職。上特擢公代爲右議政。公連疏力辭。時以旱灾審理。仍促公出仕。公不得已承命入對。更申前懇。上曰。國事至此。卿宜毋讓。遷陵議定。又被翼秀侵攻。繼有張應一之疏。翼秀謂公奉審不實。應一謂不可信。至於語逼上躬。極其悖慢。公引咎乞解。上慰諭備至。且曰。予之誠孝無狀。致有此言。只自痛泣。時旱甚。新陵又定於驪州。役巨路遠。民力倍困。公隨加通變。務歸於從簡省弊。請停大內修理公主第宅等役。又請召致尤菴。咨訪國事。仍令撰遷陵誌文。且曰。應一疏所謂不用水原者。實李澥等諸臣之議。末後宋時烈乃言之。此已非其主張。况雖捨水原。豈必用寧陵。而外人輒指爲時烈所主。必欲因而加罪。今應一疏亦此意也。仍歷數其奸態甚悉。公形貌短小。而精彩動人。奏音響亮。若出金石。言尤明白剴切。故善回上聽。於是乃下敎曰。讒人罔極。古有是語。使彼有言。予之過也。未幾。特拜尤菴左議政。應一竟遠竄。羣壬伺上俯仰。以應一爲兆。而至是頗落膽。士林恃以爲重。李公䎘論閔煕。金公萬重論許積。上震怒命遠竄。又怒閔公鼎重不仕。亦命削職。公極力爭之。乞並參酌寬宥。上意落落。公反覆開陳。始許减金，李兩公罪。俄還收閔公命。正言成虎徵言事忤旨。命竄極邊。公復上章伸救。後又筵白閔公心事。仍及前後聖敎之不當。竄配之太遽。天意爲之少解。是時尤菴因寫誌入城。被國舅金佑明侵斥。至曰人莫敢矯其非。公入對言佑明殿下私人。時烈方外儒賢。若因此事。使儒賢不安而退。則豈不爲聖德累乎。請於疏批。別加慰諭。尤菴臨退上章。以山陵爲言。且及國舅事。大忤上旨。上 上出示其疏。仍有未安之敎。公爲之辨白。退又上章申論曰。宋時烈之疏。一則以玄宮無欠。有所慨惜。一則以被斥於國舅。不安而言。聖上於此說破曲折。速下批諭。俾無疑阻。則一時紛紛。當自消釋矣。因冬雷乞免。仍陳金，李，閔諸臣無罪被譴。末及尤菴疏批。極言其不可曰。宋時烈今來未滿數日。困於多口而歸。已非美事。聖上又於文字間。顯示色辭。有若訶責者然。臣恐日後奸人以是籍口添時烈罪案。以售傾陷之計。抑聖慮未及乎此耶。宋浚吉一進章疏。心事未白。齎恨而沒。今惟時烈獨存。而殿下誠禮大不如前。楚國髡箝之戒。豈宜出於聖明世也。臣以時烈事。前後陳達。非止一再。聖上亦必厭聽。而自古爲國之務。莫先於崇儒重道。扶植士氣。陰陽消長之幾。實治亂存亡之攸係。爲人臣者。何可不以此眷眷於君父哉。上爲之開釋。時命己亥山陵郞廳申命圭等以死律論斷。公旣上箚爭之。又進曰。昔蔡確告其君曰殺士大夫。豈可自陛下始。臣雖無似。豈忍自處於確之下哉。上始牢拒。後竟傅生議。甲寅。陞領議政。時仁宣王后上賓。而有都愼徵之疏。盖於己亥大喪之初。羣臣議莊烈大妃服制。或以爲當服三年。尤菴引賈公彦儀禮疏。以爲當服衆子朞。諸儒臣從之。大臣恐啓爭端。定用國典長衆皆朞之制。奸人乃謂尤菴貶薄孝廟。不以嫡統歸之。競起誣捏。顯廟燭其陰兇。輒罪之。至是又議莊烈服。禮官初用國典長子婦服。定以朞制。士論非之。改以衆子婦大功。於是愼徵受羣奸旨訐之。上召諸臣。辨其疏。命會議朝堂。督責甚急。公對曰。己亥旣用國典。國典長衆皆朞。而婦則長朞衆功。今日之服。所以如此。又敎曰。國典未備。何不參考古禮。對曰。若以古禮。則古禮固分長衆。先王雖承大統。倫序則不可改也。上怒下敎曰。大臣職責。不在於奉行文書。臨大事不變志。然後可補衮職。領相某忘先王附他論之罪。不可不正。中道付處。於是政院覆逆。三司爭執。大司諫南二星陳疏辨明曰。臨事俯仰。變其所守者。利於己也。朞功之間。可想聖意之所在。累度嚴敎之下。迷不知變。無可徼之利。有必至之害。謂之膠守則誠有之矣。謂之變志則臣未敢以爲然也。上謂阿附大臣。命竄絶島。始公之爲都承旨也。有柳世哲者。以貶薄之說。攻尤菴。上出示其疏與冊子。使公讀之。逐條賜問。公一一箋解。上卽領會曰。宋時烈不二斬之說。主意如是矣。遂命停擧世哲。愼徵與世哲前後一說。而計有售不售者時也。公自入政府。適値連歲方中之役。再兼摠護。獨當鞅掌。固以鞠躬盡瘁爲期。至於君德闕遺。朝論得失。知無不言。言無不盡。又聞吳三桂起兵南方。鄭錦據有海島。天下事有不勝其憂者。於是遂欲收合人才。更革弊政。鍊戎器固邊圉。以爲內修外攘之圖。是時上旣任公專。公亦自謂其志可展。而事乃大謬矣。公出在東郊。以俟臺論收殺。八月。顯廟昇遐。兩司停論。遂配關東之春川。自是羣兇竊枋。明年春。因灾疏决。上特命放釋。而兩司乃請還收。上終不允。公卽還楊州金村先墓下。上命給職牒。連歲有叙命。輒因大臣臺諫論執。還寢。己未。尤菴門人宋尙敏上大疏。訟尤菴之寃。受刑而死。因是加罪尤菴。禍網益急。遂挈家入加平峽中。結小屋以居之。公少奉庭訓。篤志問學。在廣府。捨朱墨。與靜觀李公端相。講學於山寺。雖於倥偬中。猶不忘素業。有如此者。而自謫居以來。尤潛心經訓。日以四子及朱子書爲功課。隨有疑晦。往復質問于尤菴。又取格言。書付窻壁以資警省。後復入朝。亦不廢佔𠌫。以故發爲言論。俱有根據。盖於語類。得力尤多云。庚申四月。柟，堅等謀反事覺。上首起文谷於謫中。拜首相。仍特命叙公。拜領中樞府事。公陳情辭免。批旨敦懇。黽勉赴謝。仍參鞫事。請以端陽。差祭崇陵。以伸至痛。許之。嘗因疏决入對言帝王之學。要在致知明理。以辨邪正是非。而君德成就。責在經筵。請頻召儒臣。講論經史。如世宗朝故事。又言朝廷是出治之本。請於更化初。先張四維。以勵一世。仍以紙牌有弊火田難禁屯田當罷等事。縷縷陳啓。上嘉納。乞暇焚黃。命給馬。且賜奠床。後每如之。臨行。上疏極論講學立志之道。宮府一體之義。尤菴叙復西樞。公循次降拜判府事。尋因星變。上章歷陳時弊。要歸於自上建極。十一月。差謝恩兼冬至使。赴北燕。因仁敬王后上賓。不得面辭。臨發上箚。勉以抑情愼疾。仍請國葬諸役。務從簡約。在道見彗星出。亟上章請諴小民以祈天永命。且請寢海西歲抄之擧。以除一分民怨。並被採納。辛酉三月復命。上引見而勞之。公以沿路所聞。書進別單。時有吳始壽獄事。尹趾完曲爲營救。公箚斥其非。辭甚峻正。是年冬至。公又極陳體天進德之方。扶陽抑邪之義。壬戌正朝。以新字推演爲十一條。陳戒切至。繼又箚論時事。引朱子說。綱以大本急務。而條列軍民弊瘼當釐革者凡六件。終之以禮待儒賢。又因遇灾求言。極言私字之害。反覆乎一心萬幾。終以克復歸仁。責乎上。末復以用人望恢言路養士氣三者。勉厲而曰。此亦在殿下去其私而已。批輒稱善。十月。尤菴承召入城。因李玄錫疏退歸。臺諫請竄玄錫。上只命削黜。公箚論臺啓之當從。仍請亟了此事。特降諭旨。期令時烈復來。上竟竄玄錫。尤菴更赴召。癸亥春。有虹變。公上箚。引宋宣和大水事陳戒。尤菴請休致。上召公及他大臣議。公進曰。七十致仕。固禮經大訓。而法典亦云係國家輕重者不許。况今宋時烈。朝廷士林之所倚重。不翅若泰山喬岳。昨才造朝。今豈可輒許其退。宜賜几杖。至誠懇留。上從之。上旣勉留尤菴。又致玄石朴公世采于朝。盖將聚精會神。以圖治隆。且令原任大臣輪入經筵。公亦體上意。頻數入侍。凡所以左右啓沃。贊成治道者。靡不盡力。嘗因灾獻戒曰。此不過不睹不聞之中。殿下恐懼修省之意。必有間斷而然也。又曰。今日弭灾之策。只是聚會儒賢。共圖國事而已。盖賢者在朝。則朝廷自尊。昔漢廷公卿。獨有汲黯一人而能折淮南之謀。况當此時。豈可任其去就。時尤菴必欲致仕。玄石因事遁歸。故公言云然。尤菴竟遂休致之請。公還陞領樞。正言朴泰維上疏斥言宰相迎婦。粧奩之資。至踰千金。傳者指爲公而發。公亟上章自劾。仍乞退伏鄕里以畢餘年。盖公纔爲獨子行婚。而千金之說。大非其實。然公受以爲過。不復深辨。時被泰維斥者。或慍見於自辨。泰維父世堂覽公疏。歎曰。如某公者。可謂有量矣。上禱雨祭太廟。公引疾不參。陳情待罪。遂出金村。上三遣承旨敦諭。使之偕來。公不得已入城。上卽命引見。宣諭欵至。仍問畿邑農事。對曰。若無風霜之灾。可期登熟。而竊聞民情。頗以久遠逋欠。一時徵捧爲悶。宋臣眞德秀所謂勿謂今年之告稔而矜念民生常若凶荒之時者。正君上之所當體念也。公在郊。取眞西山奏議。抄其切於君德時政者十餘篇。仍各附己見於其下。以致勸戒之意。至是具箚投 進。上優批嘉納。乙丑。有尹拯事。拯自少師事尤菴。而以其所述父碑不能滿望。積憾成釁。肆口誣辱。又以其父苟免於江都。欲掩其累。侵逼栗谷。至謂之眞有失。論者斥以背師誣賢。時輩靡然右拯。詆侮頗及於尤菴。公乃慨然陳達曰。近來朝論乖激。至於尹拯事而益甚。若以拯直謂誣賢。則渠必不服。以爲元無妄發則非矣。古語曰人惟求舊。又曰詢玆黃髮。今之老成。無過於宋時烈。而陽尊陰斥。擧世皆然。世道至此。寧不寒心。因文谷遞相付西樞。又降判樞。文谷俄復相。還拜領樞。丙寅。上疏累千言。極論時弊。於安民練軍用人立本之道。尤眷眷焉。又論摠戎軍政變通之宜。請以沿海五六邑屬之江都。使爲首尾掎角。以備臨急捍禦。盖才有虜中嘖言。主辱亦甚。故累以兵事陳白如此。上因筵臣論後宮事。天怒遽震。處分非常。公不勝憂嘆。上箚力諫。不聽。丁卯元朝。又上箚陳戒。仍請特行勸農祈糓等事。上從之。後遂爲故事。戊辰三月。奉太祖影幀。往全州。旣復命。啓言湖西失稔狀。請於所經各邑。量减春稅。民田之割入道路者。計其糓種

而償之。又言湖西灾邑湖南山郡大同。一半退捧於秋後。以紓目前民憂。洪州拯米。亦宜蕩减。並從之。莊烈大妃違豫累月。公連在內局。侍藥弗懈。時逆宗杭恃寵憑奧。意望非常。國言頗喧藉。玄石以冢宰。造朝進袖箚。首言杭待遇過偏。大忤上意。至目以一怪物。領相南九萬，右相呂聖齊請對辨白。引楨，柟事爲言。天怒大震。並竄絶塞。而左相趙師錫在外未至。上謂國不可一日無相。特拜公領相。仍命速出。公連箚祈免。迫於敦召。遂出謝請對。力救南，呂二相。又言諫院之批。有人面獸心之敎。昔宋帝譴訶羣臣。朱子在上藍寺聞之。大加憂傷。明燭不寐。作書時宰。責以不能規諫。今殿下此擧。不幸近之。抑又有大者。朴世采讀書守志。素有重名。自上以禮召致。今乃目以怪物。此則有甚於獸心之云。辭令之間。恐不當如是。上答曰。卿言至此。此兩語予當改之。公又曰。以臣一言。卽改批旨。臣誠感激。但雷霆之下。百物摧壓。國事將無以收拾。更願聖上平心深念。一以和平鎭定爲務焉。公在直中。衂血猝劇。上命還家調治。公旣出。又大衂昏窒。上遣御醫。持藥物看救。公連上五箚。辭相職及內局兼任。皆不許。病中。箚申前日筵白之未究者。極其懇叩。八月。莊烈大妃上賓。上以憂煎積傷。創鉅益凜凜。公力疾入對。泣陳從權之請。得允。冬。因灾異乞免。兼陳懲窒之道。一日命招。與左相入言兩相及朴公事。上久不答。最後有不敢聞之敎。公惶恐退出。與左相聯名待罪。十月。景廟誕降。公進曰。臣待罪內局。今已三年。日夜祈祝。思見高禖之慶。今聞王子誕生。喜幸何極。仍陳愼護養擇乳母事。上曰。三十之年。始見男子。雖甚喜幸。大行大妃日夜懸望。終未及見。愴感罔喩。公對曰。殿下追慕之誠。安得不然。臣等追思聖母遺意。亦不禁悲愴。自今以後。本支百世之休。日夜誦祝而已。己巳正月。上命招大臣六卿三司長官引見敎曰。國本未定。國勢單弱。卽今莫大之計。不在於他矣。若其遲徊觀望。敢有異意者。納官退去可也。羣臣皆愕。莫曉上旨所在。上敎再及。公乃對曰。盖自王子始生之後。擧國臣民。莫不懽忭。前頭若無正宮螽斯之慶。國本歸於何地乎。但今者王子生纔數月。方在襁褓。而遽定名號。恐非所以惜福。上曰。宗社大計。不在多言。定名號事。分付擧行。公旣退。有柳緯漢者。投疏攻公。以公前日獻賀。謂之塞責。且以不先請建儲爲罪。至曰旣定之後。尙有不快之心。其言絶痛。公陳箚待罪。答曰。國綱不嚴。人心不淑。幺麽狐鼠之輩。敢生嘗試嫁禍之計。肆然投疏。語極兇慘。事之痛惋。莫此爲甚。若不明辨快斥。則末流之害。有不可勝言。故已施投畀之典。於卿無一毫難安之嫌。陳章乞免。何若是其太過乎。仍遣承旨傳諭。翌日。命卜相。公承牌赴闕。上卽賜對。開諭甚懇。旣退。復陳情乞免。又下溫批。公自庚申造朝以後。凡有所懷。或面奏或箚陳。無非政理時務之重者。而其要歸於純心用賢。故前後語及尤菴。十居七八。嘗請刊行其所註朱子書。至是又言孝廟與宋時烈密勿謀猷者。有前後御札在。藏之深山。不以示人。若使此事泯沒無傳。聖祖奮大義經營之志。將無以垂耀後世。乞命取進。以補國史之闕。上命遣史官取來而未及焉。時尤菴疏賀建儲。因略申勉戒之意。上摘其句語引古事者。謂有異議於旣定之後。特命削黜。翌日。命招公卜相。公不進。特命罷職。並罷政院三司諸官。特起一番人。盡塡其代。而朝廷變矣。公卽日出城。待命於金村。尤菴首被臺論。謫耽羅。繼有兩司合啓。公配長鬐。文谷得珍島。時逮捕四出。火色滔天。人皆重足褫魄。然公言笑自若。夷然若無事時。金吾郞至。卽發行不留。一家上下擧皆號哭。而公亦不動。到配。樂其土俗。安之如素居焉。始公蒼黃就途。未得與文谷訣。只寄一書以勉曰。平生學道眞實義。不與生死俱存亡。乃東坡與子由詩也。在謫寄書文谷。滿紙皆處坎愈亨之意。及文谷被後命。亦有訣書。而公病危篤。家人恐其驚動。不敢進。自坤聖之廢。以至尤菴被禍。幷皆秘之。公每問文谷安否。其抵伯氏谷雲公書。至引跨海淸光與子分之句。如見京客。輒問尤菴海外消息。及冬末病稍間。似若有隱約領會者。遂不復問。但時時向壁自語曰。人之云亡。邦國殄瘁。仍噓唏太息。至庚午秋。病又加劇。一日謂家人曰。夜夢。與文谷具公服。共朝孝廟。此何兆也。豈吾其殆乎。竟以十月十二日。告終于縣城村舍。享年六十五。子昌說先以病。尋醫上京。獨夫人與庶弟一人在側。僅成含殮。遂以柩返于金村。翌年辛未。涓吉永窆于先兆下丙向之原。後三年甲戌四月。上始悔悟。命復官爵。遣官致祭。尤菴，文谷並次第伸雪。而坤聖亦正位如初。公議之定。可謂不待百年。而天道亦不可誣矣。夫人南原尹氏。牧使衡覺之女。仁明有達識。勉夫子以名節。處困安命。無嗟怨色。後公十九年而沒。合祔公墓。凡生二男九女。男長昌烈及女四人早夭。次卽昌說。郡守。五女婿縣令洪澤普，郡守宋光涑，參判李喜朝，判書李晩成，牧使李聖佐。昌說娶判書吳斗寅女。生四子。元謙，亨謙，利謙，貞謙。洪生二子。得壽奉事。得福洗馬。宋生三子。徵卨，徵履俱進士。徵啓正字。李生一子宗臣。敎官。次李生一子絿。司禦。內外孫曾玄捴九十餘人。公胚胎前光。稟質純美。文正公甚愛之。嘗侍疾。扶護祈禱。多人所不及。餘力劬書。藝業驟進。文正公亟加稱奬。文正公入瀋陽。始歸于承

旨公所。承旨公沉痼在床。委身於公。自抑搔諸節。以至帶袵匙筯。公皆代爲運用。晝夜不去側。承旨公每對人稱其孝曰。未嘗見如此兒。以早歲失恃爲至痛。事從母及伯姊。一如先妣。善事庶母。推及弟妹。遇之曲盡其道。丙丁亂。庶弟壽徵生纔九月。在道患痘。公負而走。賊追又至。力盡勢不兩全。僕欲投之林壑。公哀號抱持。得以保活。是時公年甫十一。聞者嘆而異之。於所後妹。護視尤篤。以至內外族戚。無不曲加存恤。眞實懇欵。一出誠意。資性簡靖。器度寬平。莊重自持。威儀必飭。惰慢不設於身。鄙倍不發於口。平居氣象雍容。色笑可親。遇物坦然。不置町畦。亦無所滯礙。雖公私酬應。紛紜轇轕。而常以易直和順存心。絶未見有忿厲之容。尤不欲以察察爲明。唯持大綱。簡節疎目。聰明絶人。莅事果敏。最長於政術。於其端緖錯雜。人所難了者。一擧目。卽挈其要。裁判輒中肯綮。以是前後所歷。如坐大府管諸衙。皆事無不擧。人樂其便。久而民愈歌頌之不衰。旣以才諝進用。年除歲遷。遂陟三事。距釋褐纔十九歲。登擢之驟。國朝希有。公益感激自勵。思欲殫竭心力。以報知遇。以爲儒賢國家元氣。本不當有所摧折。况如尤菴。是孝廟同德之臣。苟或有不承權輿之歎。則貽累聖德。亦非細故。今日道理。當以格君爲主。不避形迹之嫌。不顧煩瀆之誚。左右扶翊。終始如一。庚申還朝。職居閒散。而又不欲袖手傍觀。遇事必言。盡其忠慮。及夫復入政府。世變益棘。國勢將傾。事已無可爲者。而猶不忍捨去。必欲强此之衰。艱彼之進。以救宗國之顚危而竟未能得焉。盖文正先生於是非淑慝之辨。剖判甚嚴。公旣承受淵源。又講之天倫。以上泝朱夫子法門。視世之牢籠苟且。陰爲自全之計者。恥之若凂。故其受禍如此。然公固期以此自靖。以獻於先王先祖。而終無怨尤天人之意。苟非平日所養之深。其如是乎。噫。公以英才敏識。早負時望。大結主知。逮其晩節。德學並進。望實俱隆。蔚然爲世道之棟樑。善類之模楷。又與文谷公。對領兩府。迭爲元輔。隨事匡翼。力扶士林。雖被禍有輕重。而乃若守正不撓之節。忘身衛國之忠。實難兄而難弟。其視文忠，文正二先生。並立大節。共樹風聲。亦可謂殊塗而同歸。克配而無忝矣。嗚呼盛哉。公爲文贍暢。尤長於章箚。詩亦格力蒼健。孝廟末。議選湖堂。主文者欲以公爲首。事雖中寢。其屬望可知。有文集十卷印行于世。公沒三十餘年。而國家轉益多故。易名之典。久未得行。至壬寅。士禍又大作。公之從子夢窩公以首相殉國難。乃今离日克明。羣枉畢伸。首命復官賜諡。大修曠典。凡於肅廟舊臣。次第貤贈。文谷亦命賜諡。於是郡守公謂宜顯曰。我先人德業。宜有太常之議而尙未也。盖有待焉爾。子盍撰次事行。以請於朝。宜顯辭不獲。仍又竊念先子雩沙府君實爲公之甥。余小子自在幼年。趨隅覿德。盖非一再。今當世故百變。喬木摧盡之後。猥以荒陋。記公遺蹟。俯仰今昔。其何以爲心哉。悲夫。

[주1] 장명(將命) : 왕손이 입학할 때 성균관의 유생으로서 시위의 임무를 맡는 직책이다.

[주2] 문곡공(文谷公) : 김수항(金壽恒, 1629~1689)으로, 본관은 안동, 자는 구지(久之), 호는 문곡이다.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의 손자이고 동지중추부사 김광찬(金光燦)의 아들이며, 김수흥의 동생이다. 1651년(효종2) 알성 문과에 장원급제하고 1656년(효종7) 문과 시에 급제하였으며, 벼슬은 청요직을 두루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다. 송시열과 함께 노론을 이끌었으며 1680년(숙종6) 경신환국 이후 영의정으로 정국을 주도하다가, 1689년(숙종15)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재집권하자 진도에 유배된 뒤 사사되었다.

[주3] 홍문관 …… 기록되었다 : 홍문록에 기록된 것을 말한다.

[주4] 중고(中考) : 관원의 근무 성적을 상, 중, 하로 나누어 고과(考課)하는데, 중에 해당함을 이른다. 이조나 병조에서 매년 두 차례 관원의 공과(功過)를 조사하여 벼슬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는데, 중고를 받으면 승진하지 못하였다.

[주5] 심경(心經)에 …… 의미 : 《심경부주(心經附註)》 〈천명지위성장(天命之謂性章)〉에 소병(蘇昞)이 “여씨(呂氏)가 ‘마땅히 희로애락이 발하기 전에 중(中)을 구해야 한다.’ 하였으니, 진실로 이 말대로라면 손을 대어 잡을 곳이 없을 듯하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정자에게 질문한 내용을 말한다.

[주6] 대각에서도 …… 때문이었다 : 효종이 인평대군의 상에 친히 제사 지내려 하자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들이 대군의 상에 전후로 두 번이나 왕림하신 것으로 정과 예를 이미 다했으니, 세 번 임상한다는 옛 제도를 원용하여 조종(祖宗)께서 행하지 않았던 예를 앞질러 행할 수는 없다고 아뢰었다. 그리고 또 집의 이단상(李端相)이 신하의 상에 친히 제사 지내는 한 조목은 《오례의(五禮儀)》에서 거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례(儀禮)》 중에도 확실한 조문이 없으니, 설사 후세 제왕들이 한때 행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원래 정해진 제도가 아니므로 본받을 수 없다고 하며 친제를 만류하였다. 그러자 효종은 신하들 모두가 대군의 상에 친히 가보는 것을 옳지 않게 여기고 있으므로 친제하는 것을 그만 두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대간들의 계사에 ‘국조(國朝)의 예문에 실려 있지 않은 일은 감히 길을 열어 놓을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오례의》에 실려 있는 예는 모두 거행할 것이라고 하며, 근래에 무예를 강마하며 사냥하고 짐승을 모는 일들은 행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므로 조종조의 법이 없어질까 염려되니 유사로 하여금 절목을 미리 강구해 놓았다가 가을을 기다려 거행하게 하도록 명하였다. 《孝宗實錄 9年 5月 29日ㆍ30日, 6月 1日》

[주7] 이때 …… 삼았다 : 큰 뜻이란 병자호란의 치욕을 씻고자 품은 북벌의 뜻을 말한다. 송시열은 기축봉사(己丑封事) 가운데에서 존주대의(尊周大義)와 명나라를 멸망시킨 여진족에 복수하여 숭정제 등의 치욕을 씻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 왕의 북벌 의지와 부합되어 효종의 신임을 얻었고, 1658년 9월에 특명으로 이조 판서로 승진하였다. 이후 1659년에 효종이 갑자기 승하할 때까지 절대적인 신임 속에 북벌계획을 추진하는 핵심 인물로 활약하였다.

[주8] 5월에 …… 공격하니 : 홍여하가 상소하여 본도의 사정과 당시의 폐단, 그리고 현종의 학문과 공부 과정 등의 내용을 아뢰고, 전조가 음관을 추천하는 데에 공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서 벼슬길이 문란하고 혼란스럽다고 하였다. 그런데 당시 송시열이 이조 판서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논의들은 이 상소가 송시열을 헐뜯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顯宗實錄 卽位年 6月 2日》

[주9] 당주(唐朱)로 …… 것 : 당시 수찬이던 김만중(金萬重)이 집상전의 중건과 관련하여 김수흥을 탄핵하면서 “전각의 안 기둥의 단청을 당주(唐朱)로 칠하라고 김수흥이 청하였다고 합니다.”라고 아뢴 일을 가리킨다. 이에 현종은 김수흥이 올린 차자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단청에 대한 일의 경우 당초에는 번주(燔朱)를 쓰려고 하였는데 호조에서 당주(唐朱)가 남아 있다고 하였으므로 분부한 것이지, 호조 판서가 청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顯宗實錄 9年 2月 3日》

[주10] 맹자(孟子)에 …… 설 : 횡역(橫逆)은 강포(强暴)하여 이치에 따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어떤 사람이 횡역(橫逆)으로 대할 때 군자(君子)는 반드시 스스로 반성하여 ‘내가 어질지 못하였거나 예가 없었나보다. 일이 어찌하여 이렇게 되는가.’ 한다. 스스로 반성하여 어질며 또 예가 있었는데도 그 횡역함이 전과 같으면 군자는 다시 반성하여 ‘내가 충실치 못하였나보다.’ 한다. 또다시 반성하여 충실하였는데도 그 횡역함이 전과 같으면 군자는 ‘저 사람은 망녕된 사람일 뿐이다.’ 한다. 그런 사람은 금수(禽獸)와 무엇이 다르랴. 금수와 무엇을 힐난하겠는가.” 하였다.

[주11] 비국에서는 …… 청하였다 : 김수흥이 신임 호조 판서에 제수된 후 여전히 강화도의 임소에 머물러 있었는데, 비변사에서 현 상황은 탁지의 장관이 해야 할 일 매우 많은 때이니 상규에 얽매이지 말고 시급히 도성으로 부르는 명을 승정원에 하유하도록 청한 일을 말한다. 《承政院日記 顯宗 12年 6月 14日》

[주12] 동춘이 …… 하였다 : 1672년(현종13) 4월 17일에 송준길(宋浚吉)이 상소하여, 허적(許積)을 논척했다가 체직된 윤경교(尹敬敎)를 변호하고 허적을 당 덕종(唐德宗) 때의 간신인 노기(盧杞)에 비유하였다. 허적이 상소가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교외로 나가자 현종은 승지 홍주삼(洪柱三)을 보내 유시하였다. 그 가운데 “충성을 다하여 나라를 위해 힘쓰는 자는 없고, 당파를 두호하고 자기들과 다른 자를 배척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자만 있다.”라는 내용이 있다. 《顯宗實錄 13年 4月 17日ㆍ20日》

[주13] 계축년에 …… 하였는데 : 영릉(寧陵)은 효종(孝宗)과 그 비 인선왕후(仁宣王后) 장씨(張氏)의 능을 말한다. 1673년(현종14) 3월 24일에 영림부령(靈林副令) 이익수가 상소하여, 영릉을 조성할 당시에 흙을 단단히 다지지 않아서 이후 내린 장맛비에 의해 지대석(地臺石)이 주저앉아 봉분의 사면에 있는 가석(駕石), 병석(屛石), 상석(裳石) 등이 기울어지고 틈이 생기게 된 것을 아뢰고 천릉(遷陵)할 것을 청한 일을 말한다. 《顯宗實錄 14年 3月 24日》

[주14] 문곡공 …… 되자 : 영릉이 조성되고 난 후 봉축이 무너지고 빗물이 스며드는 문제가 발생하자 정미년(1667, 현종8) 봄과 가을, 신해년(1671, 현종12)에 봉심(奉審)하여 수리하였으나, 결국 천릉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현종이 정미년과 신해년에 봉심했던 신하들을 처벌하였는데, 문곡 김수항은 신해년 당시 선공감 제조로 있었기 때문에 파직 당한 것이다. 《顯宗實錄 14年 4月 22日》

[주15] 장응일(張應一)의 상소 : 영릉(寧陵)의 터를 정할 당시에 조정에서 수원산(水原山)이 좋다고 한 논의가 있었는데 송시열(宋時烈)이 이를 무시하고 현재의 자리에 능을 쓰도록 주장하였던 것에 대해 비난한 일을 말한다. 《顯宗實錄 14年 6月 14日》

[주16] 참소하는 …… 없다〔讒人罔極〕 : 《시경》 〈청승(靑蠅)〉에 보이는 말로, 그 전문(全文)에, “앵앵거리는 파리가 울타리에 앉았구나. 화락한 군자여, 참소를 믿지 말지어다. 앵앵거리는 파리가 가시나무에 앉았구나. 참소하는 사람 끝이 없어 온 나라를 교란하네.〔營營靑蠅, 止于樊. 豈弟君子, 無信讒言. 營營靑蠅, 止于棘. 讒人罔極, 交亂四國.〕”라고 하였다.

[주17] 이공 숙(李公䎘)이 민희(閔熙)를 논척하고 : 이숙이 상소하여, 형조 판서였던 민희가 강화 유수로 있을 때에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탐욕스럽고 야비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도록 청한 일을 말한다. 《顯宗實錄 14年 8月 14日》

[주18] 김공 만중이 허적을 논척하자 : 허적이 다시 정승이 되어 조정에 복귀하게 되자 김만중이 상소하여 과거 허적이 송준길에게 배척을 받았을 때 소장을 올려 ‘형벌을 주고 복을 주는 권력이 상에게 있지 않다.’라는 말을 했던 내용을 아뢰면서 그의 행동이 남곤(南袞)ㆍ심정(沈貞)과 다름이 없으므로 백관의 우두머리에 둘 수 없다고 논척하였다. 《顯宗實錄 14年 9月 12日》

[주19] 민공 정중(閔公鼎重)이 …… 명하였다 : 현종이 민정중은 대대로 녹봉을 받아온 신하인데도 먼 외방에 물러가 있으면서 여러 차례 미안한 분부가 있게 했으며, 올라오면서도 이르는 곳마다 소장을 진달하여 교만하고 방자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삭직을 명하였다. 《顯宗實錄 14年 9月 14日》

[주20] 그가 …… 하였다 : 김우명이 청대하여 국릉에 표석을 세우는 일은 3백 년 동안 행하지 않았던 일인데 송시열이 소를 올려 있지도 않은 영릉의 석물을 보고 신릉의 석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청한 사실과 교관 민업(閔嶪)이 죽었을 때에 송시열(宋時烈)ㆍ민정중(閔鼎重)ㆍ박세채(朴世采) 등은 업의 아들 세익이 미친 병이 있어 상례를 주관할 수 없다고 여겨 세익의 아들 민신으로 하여금 대신 참최복을 입도록 하여 마치 아버지가 죽어 할아버지를 승중(承重)하는 것처럼 한 사실을 아뢰며, 송시열이 무슨 말을 꺼내든지 간에 사람들이 논의를 하지 못하니, 이는 ‘경대부(卿大夫)가 말을 꺼냄에 사서인(士庶人)이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라고 한 것과 같다고 한 일을 가리킨다. 《顯宗實錄 14年 9月 9日》 《顯宗改修實錄 14年 9月 17日》

[주21] 김우명은 …… 사람이고 : 김우명의 딸이 현종의 비이자, 숙종의 모후인 명성왕후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22] 현궁에 …… 것이고 : 송시열의 상소에서 영릉의 흙을 한 자쯤 파헤친 뒤에 현궁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았지만 일을 맡은 여러 신하들이 망극(罔極)한 사람들의 말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대로 봉하자는 의논을 끝내 내놓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신릉(新陵)이 길하다는 것은 예부터 일컬어 온 바이지만 편안한 땅에 그대로 모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다고 한 부분을 말한다. 《顯宗實錄 14年 10月 12日》

[주23] 김공 만중 …… 일 : 이숙이 상소하여, 형조 판서였던 민희가 강화 유수로 있을 때에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탐욕스럽고 야비한 짓을 했다는 이유로 파직하고 서용하지 말도록 청한 일을 말한다. 허적이 다시 정승이 되어 조정에 복귀하게 되자 김만중이 상소하여 과거 허적이 송준길에게 배척을 받았을 때 소장을 올려 ‘형벌을 주고 복을 주는 권력이 상에게 있지 않다.’라는 말을 했던 내용을 아뢰면서 그의 행동이 남곤(南袞)ㆍ심정(沈貞)과 다름이 없으므로 백관의 우두머리에 둘 수 없다고 논척하였다. 현종이 민정중은 대대로 녹봉을 받아온 신하인데도 먼 외방에 물러가 있으면서 여러 차례 미안한 분부가 있게 했으며, 올라오면서도 이르는 곳마다 소장을 진달하여 교만하고 방자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삭직을 명하였다. 《顯宗實錄 14年 8月 14日, 9月 12日ㆍ14日》

[주24] 초나라에서 …… 일 : 한(漢)나라 때 초 원왕(楚元王)이 목생(穆生)ㆍ백생(白生)ㆍ신공(申公) 세 사람을 예우(禮遇)하였는데 목생이 술을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그를 위하여 항상 단술을 마련해 두었다. 원왕(元王)이 죽고 그의 손자 무(戊)가 즉위했을 때에도 단술을 마련했었는데 그 후 잊어버리고 마련하지 않자, 목생이 말하기를, “떠나가야겠다. 단술을 마련하지 않고 있으니 왕의 뜻이 태만해진 것이다. 그런데도 떠나가지 않는다면 초나라 사람이 장차 나를 저자거리에서 목에 형구(刑具)를 씌워 억압할 것이다.” 하고, 병을 핑계대고 떠나갔다. 《漢書 卷36 楚元王傳》

[주25] 기해년 …… 명하자 : 신명규는 기해년 영릉을 조성할 때에 산릉 도감 낭청으로 석공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영릉이 수차례에 걸쳐 개수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고, 기어이 천릉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현종은 산릉의 역사를 감독하는 중요한 임무를 공장(工匠)의 손에 맡겼을 뿐만 아니라 좌우의 석역(石役)이 정밀한지 아니한지, 지정(地正)이 굳은지 아니한지를 돌아보지 않고 다만 빨리 일을 끝내려고만 하였다고 하며 이들을 사형에 처하도록 명하였다. 《顯宗實錄 14年 11月 2日》

[주26] 채확(蔡確) : 송(宋)나라 때 간사한 사람으로, 자는 지정(持正)이다. 왕안석(王安石)에게 붙었다가 신종(神宗)이 왕안석을 싫어하자 그의 과실을 말하여 곧다는 명성을 샀고, 벼슬이 지제교로부터 참지정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이것들은 옥사를 일으켜서 남의 지위를 빼앗은 것이었다.

[주27] 기해년 …… 논의하였는데 : 1659년 발생한 1차 예송논쟁, 즉 기해예송을 말한다. 효종이 승하하자 자의대비(慈懿大妃)의 복상 기간을 기년(朞年)으로 할 것인가 3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는데, 이 논란에서 송시열 등이 주장한 기년복이 채택되었다.

[주28] 우암이 …… 하니 : 가공언은 당나라 영년(永年) 사람으로, 영휘(永徽) 연간에 태학박사(太學博士)를 지냈다. 송시열은 가공언이 《의례주소(儀禮注疏)》에서 말한 ‘비록 승중(承重)일지라도 삼년복을 입을 수 없는 네 가지 경우’ 가운데 ‘체이기는 하나 정이 아닌 경우이니, 이는 서자(庶子)를 후사로 삼은 경우이다.’를 인용하여 효종은 서자가 뒤를 이은 것이므로 자의대비는 삼년복을 입지 못하고 기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승중은 상제(喪祭)나 종묘의 중한 임무를 위임받은 것을 말한다. 가공언의 《의례주소(儀禮注疏)》에서 비록 승중(承重)일지라도 삼년복을 입을 수 없는 네 가지 경우를 설명하였는데, 첫째는 ‘정체(正體 적자이면서 장자)이나 전중(傳重)하지 못한 것〔正體不得傳重〕’이니 적자(嫡子)가 폐질이 있어 종묘의 제사를 주관할 수 없는 것을 이르고, 둘째는 ‘전중하였으나 정체가 아닌 것〔傳重非正體〕’이니 서손(庶孫)이 후사가 된 것을 이르고, 셋째는 ‘체(體)이기는 하나 정(正)이 아닌 것〔體而不正〕’이니 서자(庶子)를 세워 후사가 된 것을 이르고, 넷째는 ‘정이기는 하나 체가 아닌 것〔正而不體〕’이니 적손(嫡孫)을 세워 후사를 삼은 것을 이른다 하였다.

[주29] 국전이 미비하다면 : 《대전(大典)》의 복제에 장자의 아내에게 기년복을 입어주고 중자의 아내에게는 대공복을 입어준다고 하였을 뿐 승중(承重)의 여부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으며, 《대전》의 〈오복조〉에 중자가 왕통을 계승할 경우 장자가 될 수 있다는 조문이 없기 때문에 한 말이다. 《국역 현종실록 부록 현종대왕행장》 《顯宗實錄 15年 7月 13日》

[주30] 유세철(柳世哲)이란 …… 공격하였다 : 유세철(柳世哲, 1627~1681)의 자는 자우(子遇), 호는 회당(悔堂), 본관은 풍산(豊山)이다. 그는 효종이 죽은 뒤 자의대비(慈懿大妃)의 복상문제에 대하여 경상도 유생을 대표하여 ‘상복고증(喪服考證)’ 29조를 지어 송시열 등 서인측의 기년설(朞年說)을 반박하는 ‘의례소(議禮疏)’를 올렸다.

[주31] 송시열의 …… 주장 : 1660년(현종1)에 예조가 대왕대비의 복제에 관한 대신들의 논의를 아뢴 상소에서 송시열이 아뢴 내용으로 “장자가 성인이 되어서 죽었는데도 차장자를 모두 장자라 명명하고 참최를 입는다면, 적통(嫡統)이 존엄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로서는 몸 하나에다 너무나 많은 참최복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라면 지존의 존재이지만 딸이 출가한 후에는 감히 참최를 입지 못하는 것이니, ‘참최복을 두 번 입지 않는다〔不貳斬〕’는 뜻이 얼마나 확실합니까. 그런데 하물며 아버지가 자식에 대해서겠습니까. 첫째 아들을 위하여 이미 참최를 입었는데 어떻게 또 둘째부터 그 이하로 모두 참최를 입어 한계와 절제가 없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내용을 가리킨다. 《국역 현종실록 1년 4월 16일》

[주32] 정거(停擧) : 유생(儒生)에게 일정 기간 과거(科擧)에 응시(應試)를 정지시키는 처벌을 말한다.

[주33] 오삼계(吳三桂)가 …… 일으키고 : 삼번(三藩)의 난을 말한다. 오삼계의 자는 장백(長白)ㆍ월소(月所)이며, 랴오둥〔遼東〕 출신이다. 광둥〔廣東〕의 상가희(尙可喜), 푸저우〔福州〕의 경중명(耿仲明)과 함께 삼번이라 불리며 독립 정권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1673년 청나라 강희제(康熙帝)가 철수명령을 내리자 반란을 일으켰고 상가희의 아들 상지신(尙之信)과 경중명의 손자 경정충(耿精忠)의 번도 이에 가담하여 ‘삼번의 난’이 일어났다.

[주34] 정금(鄭錦)이 해도(海島)를 차지했다는 : 정금은 중국 정지룡(鄭之龍)의 후손으로 명나라 사람으로서 청나라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싸움에 크게 패하자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臺灣)으로 들어가서 웅거하였다.

[주35] 이 당시 …… 말았다 : 1674년(현종15)에 효종의 비 인선왕후(仁宣王后)의 상에 효종의 모후 자의대비(慈懿大妃)가 어떤 복을 입을 것인지를 두고 벌어졌던 남인과 서인간의 두 번째 예송(禮訟)이 일어났는데, 이 예송에서 서인이 패하여 정계에서 물러나 정국이 크게 변한 일을 말한다.

[주36] 기미년에 …… 사망하였다 : 송상민(宋尙敏, 1626~1679)의 자는 자신(子愼), 호는 석곡(石谷), 본관은 은진(恩津)이다. 1674년 효종비인 인선대비(仁宣大妃)가 죽자 모후 조 대비(趙大妃)의 복제 문제로 송시열이 덕원으로 유배되자 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소를 올렸다. 이로 인하여 당시 영의정이던 허적(許積)의 탄핵을 받고 심문 도중 옥사하였다. 《肅宗實錄 5年 3月 12日, 17日》

[주37] 경신년 …… 발각되었다 : 1680년(숙종6)에 김만기(金萬基)와 김석주(金錫胄) 등이 허적(許積)의 서자인 허견(許堅)과 종실인 이남과 이정 등이 역모를 꾸민다고 고변하여 사전에 다스린 일을 말한다. 이에 따라 이들 형제들과 허견과 허적, 윤휴(尹鑴) 등이 사사되고 허목(許穆)은 파직되어 문외출송되는 등 남인이 몰락하고 서인 정권이 들어섰다.

[주38] 숭릉(崇陵) : 조선 제18대 왕 현종(顯宗)과 그의 비 명성왕후(明聖王后) 김씨의 무덤이다.

[주39] 사유(四維) : 나라를 다스리는 네 가지 강령인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를 말한다. 나라에는 사유가 있는데, 예가 없어지면 나라가 기울어지고, 의까지 끊어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염마저 끊어지면 나라가 전복되고, 사유가 모두 끊어지면 나라가 멸망한다고 하였다. 《管子 牧民》

[주40] 지패(紙牌) : 조선조에 남자 16세 이상이 휴대한 신분증명서로 숙종 때에 잠시 시행하다가 목각 호패(號牌)로 바뀌었다.

[주41] 분황(焚黃) : 선조에게 관직이 추증(追贈)될 경우, 예조(禮曹)에서 사령장(辭令狀)과 황색 종이에 쓴 사령장의 부본(副本)을 주면 그 자손이 추증된 선조의 묘소 앞에서 이를 고(告)하고 황색 종이의 부본을 불태우는 의식을 이른다.

[주42] 요전상(澆奠床) : 무덤 앞에 차려 놓는 제물상(祭物床)으로, 임금이 하사해 주는 것이다.

[주43] 궁중(宮中)과 …… 의리 : 이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의 출사표(出師表)에 있는 말이다. 궁중(宮中)은 임금이 관할하는 궁궐이고, 부중(府中)은 승상(丞相)이 관할하는 승상부(丞相府)로 여기서는 의정부(議政府)를 가리킨다.

[주44] 건극(建極)의 다스림 : 인륜 도덕의 모범적인 표준을 세워 만민의 법칙을 정립하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임금이 그 극을 세운다.〔皇建其有極.〕” 하였고, 그 주에 “극이란 북극(北極)의 극과 같이 지극하다는 뜻이요 표준이라는 명칭이니, 나라 중앙에 세워져 사방의 표준이 되는 것이다.” 하였다.

[주45] 인경왕후(仁敬王后) : 1661~1680. 숙종의 정비로 광성부원군(光城府院君) 김만기(金萬基)의 딸이다. 1670년(현종11) 10세 때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의동(義洞) 별궁(別宮)에 들어갔고, 다음해 3월에 왕세자빈으로 책봉되었다. 1674년 현종이 죽고 숙종이 즉위하면서 왕비가 되었고, 1676년 정식으로 왕비의 책명(册命)을 받았다. 1680년 10월에 천연두 증세를 보이다가 발병 8일 만에 경덕궁(慶德宮)에서 승하하였다. 능은 고양에 있는 익릉(翼陵)이다. 1713년 존호(尊號) 광렬(光烈)이 올려졌고, 1722년(경종2) 휘호(徽號) 효장명현(孝莊明顯)이, 1753년(영조29) 존호 선목(宣穆)이, 1776년 존호 혜성(惠聖)이 각각 올려졌다.

[주46] 세초(歲抄) : 임진란 이후 개병제도(皆兵制度)가 무너지고 나서 생긴 법으로서 해마다 6월과 12월에 군사의 결원을 보충하는 일을 말한다.

[주47] 오시수(吳始壽)의 …… 하자 : 1671년(현종12)에 이남(李柟)이 연경(燕京)에 사행을 다녀와서 청나라 군주가 우리나라를 가리켜 ‘신하가 강성하다〔臣强〕’고 말하였다고 하여 논란이 되었는데, 1674년(현종15) 오시수(吳始壽)가 원접사(遠接使)가 되어 청나라 사신을 맞이하고 돌아와서는 청나라 역관 장효례(張孝禮)의 말을 거짓으로 인용하여 이남의 말을 증명하였다. 1681년(숙종7)에 당시의 진상을 다시 조사하여 오시수가 거짓을 날조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오시수를 사사(賜死)하라는 명이 내리자 당시 대사간으로 있던 윤지완(尹趾完)이 오시수를 용서하여 먼 곳에 위리안치 시킬 것을 청하였다. 《顯宗改修實錄 12年 2月 20日》 《肅宗實錄 7年 4月 21日, 22日》

[주48] 사욕을 …… 허여한다 : 《논어》 〈안연(顔淵)〉에, 안연이 인(仁)을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자기의 사욕(私慾)을 이겨 예(禮)로 돌아감이 인을 하는 것이니, 하루 동안이라도 사욕을 이겨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인을 허여할 것이다.〔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라고 하였다.

[주49] 10월에 …… 돌아갔다 : 우승지로 있던 이현석이 상소하여 자신이 1679년(숙종5) 정언으로 있을 때에 장기(長鬐)에 위리안치 되어 있던 송시열을 절도(絶島)로 옮겨 위리 안치할 것을 청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송시열을 불러들여 온 상황에서 자신을 여전히 근밀한 자리에 두는 것은 옳지 않으며, 송시열에 대한 예우와 접대에 관한 온갖 일을 봉행하는 것 또한 내키지 않는다고 아뢰었다. 이 상소 때문에 송시열은 자신 때문에 소란의 실마리가 이미 싹텄으며 조정의 불화가 점점 일어나서 조정이 분쟁과 소란의 장소가 되었다는 내용의 상소를 올리고 돌아갔다. 《肅宗實錄 5年 3月 25日, 8年 10月 15日ㆍ16日》

[주50] 홍변(虹變) :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은 변고를 말한다.

[주51] 궤장(几杖) : 궤(几)와 지팡이로, 궤는 작은 책상 모양으로 만들어 앉아 있을 때에 몸을 기대는 물건이다. 벼슬이 1품에 이르고 나이가 70이상이 되었으나 나랏일 때문에 치사(致仕)하지 못하는 신하를 우대하여, 임금 앞에서 궤에 기대고 지팡이를 짚어도 괜찮다는 뜻으로 내려 준다. 《經國大典 禮典 惠恤》 또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대부(大夫)가 70세가 되면 치사(致仕)를 하는데, 만약 사(謝)하지 못하게 될 경우면 임금이 반드시 궤장을 내려준다.” 하였다.

[주52] 옛날에 …… 꺾었습니다 : 급암(汲黯)은 자가 장유(長孺)이고 복양(濮陽) 사람이다. 한나라 경제(景帝) 때 태자세마(太子洗馬)가 되고 무제(武帝) 때 동해 태수(東海太守)를 거쳐 구경(九卿)의 반열에 올랐다. 성정(性情)이 매우 엄격하고 직간(直諫)을 잘하여 무제로부터 옛날의 사직의 신하에 가깝다는 말을 들었다. 회남왕(淮南王) 안(安)이 오피(伍被)를 꾀어 모반하였는데 그의 말이 “한나라 조정에서 급암만이 직간을 좋아하고 절개를 지켜 의에 죽는 인물이어서 그른 것으로 속이기 어렵다. 승상 공손홍(公孫弘) 쯤은 아주 간단하다.” 하였다. 결국 모반이 탄로 나 회남왕은 자살하였다. 《漢書 卷50 汲黯傳》

[주53] 포흠(逋欠) : 관가(官家)의 물건을 빌려서 없이 하거나 숨기고서 돌려주지 않는 행위나 국가의 조세(租稅)를 납부하지 않는 것, 혹은 이러한 미납으로 인한 결손액을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관원(官員)들의 포흠을 관포(官逋), 이서(吏胥)의 포흠을 이포(吏逋)라고 하였다. 연이은 흉년 등으로 백성들이 조세를 제대로 납부할 수 없게 되면 때때로 이전에 포흠된 것을 탕감하여 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주54] 진서산(眞西山)의 …… 올리니 : 김수흥이 바친 《명신주차(名臣奏箚)》를 말한다. 《肅宗實錄 9年 7月 20日》

[주55] 우암이 …… 뒤로는 : 윤증이 부친 윤선거(尹宣擧)의 묘갈명(墓碣銘)을 송시열에게 부탁했는데, 송시열은 박세채(朴世采)가 지은 행장(行狀)을 그대로 인용하며 불성실하게 응대하고, 윤선거가 병자호란 시에 자결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기롱하는 뜻을 내비쳤다. 이 일을 계기로 윤증과 송시열의 관계는 점차 소원해지게 되었다.

[주56] 율곡에게 …… 하였다 : 《현종실록》을 개수할 때 이단하(李端夏)가 윤증에게 부친 윤선거(尹宣擧)가 강도에서 한 일의 시말(始末)을 물었다. 이에 윤증은 “이제 강도(江都)의 일로써 선인(先人)을 헐뜯는 이가 있으니 이는 곧 율곡(栗谷)의 이망색비(以妄塞悲) 상소를 가리켜 자신의 도리를 다했다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러나 율곡은 참으로 산에 들어갔던 과실(過失)이 있었지만, 선인(先人)에게는 처음부터 죽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율곡을 비방하였다. 그러자 관학 유생이던 김성대(金盛大) 등이 팔도에 통문을 돌려 윤증을 배척하였다. 《국역 숙종실록보궐정오 11년 2월 6일》 윤증이 말한 ‘이망색비(以妄塞悲) 상소’라는 것은 율곡이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19세에 금강산에 들어가서 불도(佛徒)가 되었다가 20세에 다시 내려와 유학에 정진한 일이 있었는데, 1568년(선조1) 홍문관 교리에 제수되었을 때 “제가 일찍이 자모(慈母)를 여의고는 망녕된 것으로써 슬픔을 잊고자〔以妄塞悲〕 불교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본심이 어두워져 드디어 깊은 산으로 달려가서 거의 1년이 되도록 선문(禪門)에 종사하였습니다.”라고 자책하는 사직 상소를 올린 일을 말한다. 《宣祖修正實錄 1年 5月 6日》

[주57] 사람은 …… 찾는다 : 《서경》 〈반경(盤庚)〉에 있는 말이다.

[주58] 백발의 노인에게 자문한다 : 《서경》 〈주서(周書) 진서(秦誓)〉에 “그렇긴 해도 앞으로는 이 백발의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잘못된 일이 없게 될 것이다.〔尙猷詢茲黃髮, 則罔所愆.〕”라고 보인다.

[주59] 청나라가 …… 당하였으므로 : 동지사(冬至使) 겸 진주사(兼陳奏使) 낭원군(郞原君) 간(品) 등이 연경(燕京)에서 돌아올 때 청나라 예부에서 “그 나라 임금이 임의로 하인을 놓아 보내어 금령을 어기고 강을 건너와 산삼을 캐느라 흠차(欽差) 한 관역(官役)에게 창을 던져 사람을 해쳤으니, 법령을 크게 범하였다. 이 때문에 조선 국왕 아무개에게 벌은(罰銀) 2만 냥을 물린다.”라는 내용의 자문을 보내온 일을 말한다. 《肅宗實錄 12年 3月 7日》

[주60] 이항(李杭) : ?~1701. 인조와 귀인(貴人) 조씨(趙氏)의 소생인 숭선군(崇善君) 이징(李徵)의 아들로 동평군(東平君)에 봉해졌다. 희빈(禧嬪) 장씨(長氏)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숙종의 총애를 받아 권세를 휘둘렀는데, 1701년(숙종27) 인현왕후(仁顯王后)가 죽은 뒤에 희빈 장씨와 장희재(張希載)의 저주 사건이 발각되자 이에 연루되어 절도(絶島)에 유배되었다가 사사(賜死)되었다.

[주61] 수차(袖箚) : 임금을 뵙고 직접 바치던 상소를 말한다.

[주62] 영상 남구만(南九萬)과 …… 말하자 : 이정과 이남은 인조의 셋째아들인 인평대군(麟坪大君)의 아들들로, 효종에게는 조카로서, 현종에게는 종형제로서 지극한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680년(숙종6) 경신환국(庚申換局) 시에 역모를 꾀하였다는 죄목으로 삼형제가 모두 사사(賜死)되었다. 1688년(숙종14) 7월 14일에 남구만(南九萬)과 여성제(呂聖齊)가 함께 박세채(朴世采)를 구제하기 위해 입대하여, 예전에 송준길(宋浚吉)이 현종에게 이정과 이남의 방자한 행태를 단속하도록 경계하였으나 현종이 그 말을 옳게 여기면서도 시행하지 않다가 경신년의 일이 있게 되었음을 아뢰고, 이어서 당시 송준길의 언사가 박세채보다 훨씬 극렬하였으나 현종이 노여워하지 않고 관대히 받아들였던 점을 아뢰며 박세채를 계속 도성에 머물게 할 것을 청하였다. 《肅宗實錄 14年 7月 14日》

[주63] 고매(高禖) : 아들이 없는 사람이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신(神)을 말한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중춘(仲春)의 달에 제비〔玄鳥〕가 오는데, 오는 날에는 태뢰(大牢)로 고매에게 제사한다.”라고 하였다.

[주64] 본손(本孫)과 …… 경사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힘쓰고 힘쓰신 문왕이 훌륭하신 명예가 그치지 않으시어 주에 베풀어 주시되 문왕의 자손들에게 하시니 문왕의 자손들이 본손(本孫)과 지손(支孫)이 백세를 전할 것이며 모든 주나라의 선비들도 드러나지 않을까, 또한 대대로 하리로다.〔亹亹文王, 令聞不已, 陳錫哉周, 侯文王孫子, 文王孫子, 本支百世, 凡周之士, 不顯亦世.〕”라고 하였으며, 그 주에 본(本)은 종자(宗子)요 지(支)는 서자(庶子)라고 하였다.

[주65] 종사(螽斯)의 경사 : 자녀를 많이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 〈주남(周南) 종사(螽斯)〉에 “메뚜기가 많이 모였으니 마땅히 네 자손이 많겠구나.〔螽斯羽, 詵詵兮. 宜爾子孫, 振振兮.〕” 하였는데, 집주(集註)에 “메뚜기는 한 번에 새끼를 99마리나 낳는다.” 하였다.

[주66] 투비(投畀)의 형법 : 왕명으로 죄인을 지정한 곳에 귀양 보낸 것을 말한다. 《시경》 〈소아(小雅) 항백(巷伯)〉에 “승냥이나 범도 먹지 않으면, 북쪽 불모지에 던져 주겠다.〔豺虎不食, 投畀有北.〕”라고 한 데에서 온 말이다.

[주67] 사대(賜對) : 임금이 신하를 불러서 묻는 말에 대답하게 하는 일을 말한다.

[주68] 효묘께서 …… 못하였다 : 효종과 송시열이 북벌에 관해 주고받은 서찰을 송시열이 거처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진소(陳疏)하여 올리고자 했으나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김수흥이 청하여 사관을 보내 가져오게 하였는데, 송시열이 “이는 초초(草草)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마땅히 문자(文字)에 넣어 성조(聖祖)의 큰 뜻과 사업을 서술해 함봉(緘封)하여 진달하는 데 붙이고자 한다.” 하였다. 그런데 송시열이 이때 마침 상소문에서 원자(元子)의 명호를 정하는 일을 말하여 찬축(竄逐)을 당했으므로, 끝내 시행되지 못한 것이다. 《肅宗實錄 15年 1月 23日》

[주69] 고사(古事)를 인용한 구절 : 송시열이 올린 상소에 “철종(哲宗)은 열 살인데도 번왕(藩王)의 지위에 있다가 신종(神宗)이 병이 들자 비로소 책봉하여 태자(太子)로 삼았습니다. 당시에는 가왕(嘉王)ㆍ기왕(岐王) 두 왕의 혐핍(嫌逼)이 있었는데도 이와 같이 천천히 한 것은, 제왕(帝王)의 큰 거조(擧措)는 항상 여유 있게 천천히 하는 것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지금은 혐핍의 염려가 있지도 않음이겠습니까?”라고 한 부분을 말한다. 《국역 숙종실록 15년 2월 1일》

[주70] 그러고는 …… 변하였다 : 1689년 숙원(淑媛) 장씨(張氏) 소생인 왕자 윤(昀 경종)의 원자 책봉을 반대한 송시열 등 서인들을 쫓아내고 남인들로 그 자리를 채워 정국이 변한 것을 말한다.

[주71] 인재들이 …… 병든다 : 《시경》 〈대아(大雅) 첨앙(瞻仰)〉에 나오는 말이다.

[주72] 반함(飯含) : 시체를 염(殮)할 때 구슬 또는 돈으로 입을 채우는 것을 말한다. 선비나 서인인 경우 쌀로 채우기도 한다.

[주73] 문정공이 …… 돌아왔다 : 문정공이 1640년 심양에 들어가 3년 동안 머물다가 의주(義州)로 잠시 나와 있을 때 김수흥이 곁에 머물면서 학문을 배웠고, 이후 문정공이 다시 심양으로 들어가자 승지공에게로 돌아왔다. 《三淵集 卷28 仲父退憂先生墓誌銘》

[주74] 임인년에 …… 희생되었다 : 몽와공은 김창집(金昌集, 1648~1722)으로, 몽와는 그의 호이고 자는 여성(汝成), 본관은 안동(安東)이며, 문곡 김수항(金壽恒)의 아들이다. 1721년(경종1) 10월 17일에 김창집ㆍ이이명ㆍ조태채ㆍ이건명이 당시 세제의 대리청정에 대해 정유년의 절목(節目)에 따라 품지(稟旨)하여 거행하도록 차자를 올렸다. 이에 소론인 사직(司直) 김일경(金一鏡) 등이 노론의 주장을 경종에 대한 불충이라고 몰아 소를 올리자, 경종이 많은 노론 인물들을 파직 시키거나 유배 보냈는데, 당시 영의정이던 김창집 또한 거제도에 위리안치 되었다. 뒤이어 1722년 3월에 목호룡(睦虎龍)이 노론측이 세자 시절의 경종을 시해하려 했다고 고변하자, 소론은 이를 기화로 옥사가 일으키고 김창집은 성주에서 사사(賜死)되었다.

[주75] 이일(离日) : 남쪽의 밝음을 상징하는 말이다.[주-D076] 추우(趨隅) : 학생이 공손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는 모습이다. 《예기(禮記)》 〈곡례 상(曲禮上)〉에 “남이 벗어 놓은 신발을 밟지 말며 자리를 넘어서 가지 말며, 옷깃을 걷어잡고서 구석에 앉아 반드시 응답을 근신(謹愼)하게 한다.〔毋踐履 ,毋踖席, 摳衣趨隅, 必愼唯諾.〕”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