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라이트 감독의 <오만과 편견> 영화를 보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을 읽고 함께 영화와 소설 사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이야기보다 주로 소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샘들이 열심히 읽어왔고, 또 영화를 먼저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이야기가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오만과 편견>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1. 먼저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편견과 오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그 주변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 베넷가의 사람들과 빙리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윌리엄 루카스가의 딸인 살럿의 현실적인 결혼관과 사랑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했다 거절당한 콜린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영지의 주인인 캐서린 드 보그 부인에 대한 이야기 등 그들의 캐릭터에 대해 풍성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2. 영화만 보거나, 혹은 제인 오스틴을 읽지 않고 주워 들은 이야기에 의존해서 나온 편견들 - 오만과 편견은 결국 연예와 결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짝짓기 이야기라는 편견-이 소설을 읽으면서 깨졌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오만과 편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 사회 경제적 배경들 - 18~19세 영국의 귀족과 젠트리 계급의 문화, 그들의 사회 경제적인 토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상속제도, 특히 한정상속제도-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이 소설을 다른 시각에서 읽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해준다는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3.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가?의 문제... 어쩌면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일수도 있다. 영화가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해야 하는가?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성격의 매체다. 그것은 빛과 소리, 무엇보다도 운동을 담아내는 매체다. 비록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것이지만 영화에는 소설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가령 영화에서 엘리자베스가 빙리의 집에서 앓고 있는 제인을 만나기 위해 초원을 가로질러 가는 그 이동성을 통해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의 성격을 잡아내는 그 한 순간, 수많은 문자로는 포착할 수 없는 어떤 순간을 체험할 수 있듯이 말이다.
<蛇足>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든 생각,,
이 소설을 단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혹은 맏딸 제인과 빙리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로 한정해서 읽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가서 읽기 위해서는 베넷부인의 그 파렴치하다고 할 정도의 무례함과 초조함, 예의없음, 신경증, 어떤 시간차도 없을 정도의 얼굴 바꿈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윌리엄 루카스가의 맏딸인 살럿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현실적이고 냉정한 태도와 관점에도 이 시대의 어떤 봉인된 징후가 숨겨져 있지만, 그 징후를 가장 예리하게 앓고 있는 사람은 베넷부인일 것이다. 베넷부인의 성격에는 산업혁명기, 무너지는 지배계급의 동요로 인한 초조함와 신경증적 증세가 진하게 배여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산 상속으로만 연명해야 하는-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하지만 여성이기에 유지할 수 없는 계급적 성적 불안이 짙게 배여 있는 것이다. 이런 배넷 부인의 초조, 불안, 무신경, 예의 없음의 시대적 배후는 또 한권의 책이 필요할 정도다. (배넷부인에 비해 배넷씨의 태도는 얼마나 위선적이며 혐오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또 한 인물, 콜린스는 어떤가? 이 소설에서 콜린스는 베넷가의 한정상속인으로 지정되어 있어 배넷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영화에서 한편으로는 근엄하고 도덕적이고 자신의 계급적 지위에 성실한 인물이지만, 작고 초라하게 희화하되어 표현되고 있다. 그는 캐서린 드 보그 부인과의 봉건적 위계 질서를 철저하게 승인하고 받아들이는 인물로, 그 관계를 여타의 관계에까지 확장하는 인물이다. 어쩌면 콜린스는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문제적인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의 근엄과 도덕성, 종교성은 이 시대의 위선이고, 가면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시대는 사멸해가는 질서 - 봉건질서, 가부장제, 남성 중심적 가치관-를 숨기기 위해 콜린스가 쓰고 있는 가면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제인 오스틴은 콜린스라는 인물을 통해 이 시대가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과 증상들이 무엇인지 폭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비해 캐서린 드 보그 부인의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는 차라리 정직하다.
처음에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시작하였으나 끝에는 하나의 시대, 하나의 정신을 알게 된 것 같아 즐거운 독서 체험이었다.
첫댓글 예전에 영화도 보고 책도 읽은 책이지만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영화에 집중하고, 책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누며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주변 인물들( 예를 들어 루카스경, 샬럿, 배넷 부인)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상을 옅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게요.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성실한 독자로 참여해 주시는 양샘 덕분에 더욱 풍성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