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이름과 달리 쓰임새 많은 ‘뚱딴지’
유독 많은 비를 쏟아부었고 무더웠던 여름은 이제 꼬리만 살짝 남았을 뿐이다. 한낮의 불더위는 아직 기세등등하지만, 구월에 접어들고부터 아침저녁으로 살갗에 닿는 바람의 결은 제법 서늘하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식물들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졌다. 부지런히 종자를 맺고 다음 삶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해지는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고투는 자못 숭고하게 느껴진다.
“우둔하고 무뚝뚝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엉뚱한 행동이나 생각 또는 그런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을 ‘뚱딴지’라 일컫는다. ‘뚱딴지같다’는 용례에서 보듯 대개 예측 불가의 언행을 일삼는 사람에게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곤 한다. 요즘 시대엔 쓸모가 많이 줄었지만, 전선을 매거나 전기의 절연체로 쓰는 사기로 만든 기구인 애자(礙子)의 우리말도 ‘뚱딴지’다.
아무튼, 이 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식물 이름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설이 그럴싸하다. 요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초가을 풍경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뚱딴지’ 말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산림청 국립수목원)과 국가생물종목록(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에 버젓이 올라 있는 뚱딴지의 울퉁불퉁한 덩이줄기 실물을 보면 이 유래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뚱딴지는 국화과 해바라기속 여러해살이풀이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곳곳에서 재배하며 야생하는 개체도 더러 보인다. 한 번 번지면 개체수가 금세 늘어나기에 재배 농가가 아니라면 꽤 성가신 식물이다. 높이 1.5~3m가량 곧게 자라는 뚱딴지는 9~10월경 윗부분 가지 끝에서 지름 8cm가량의 노란색 머리모양꽃이 한 개씩 하늘을 향해 핀다. 꽃 가장자리에 10개 이상의 노란색 혀꽃이 달리며 갈색 또는 자주색을 띠는 대롱꽃은 가운데에 달린다.
뿌리처럼 보이는 땅속줄기는 끝이 굵어져 감자 같은 덩이줄기 형태로 발달하는데 크기가 제각각이고 무엇보다 생김이 울퉁불퉁 일정하지 않다. 이 덩이줄기는 즙을 내서 먹기도 하고 볶음 또는 조림 등 다양한 식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십수 년째 자취생활 중인 나도 두어 번 피클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는데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청량한 느낌이 들어 먹을 만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덩이줄기에는 천연 인슐린이라 불리는 ‘이눌린’ 성분이 다량 함유돼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뚱딴지 덩이줄기를 ‘국우(菊芋)’라 부르며 약용하기도 한다. 시중에서는 ‘뚱딴지’라는 정식 이름보다 외려 ‘돼지감자’로 많이 부르는데 이는 덩이줄기와 전초를 돼지의 사료로 이용했던 데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노년기에 접어들었으나 다행히도 나는 아직 큰 병 없이 살고 있다. 주위 사람 상당수가 당뇨나 고혈압 등 소위 성인병을 하나쯤은 달고 살던데 그런 병 없이 사니 내 몸에 고마움이 크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식생활과 건강관리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가을엔 울퉁불퉁한 뚱딴지 덩이줄기로 피클을 담가 두고 먹으며 당뇨병도 예방하고 반찬 한 가지라도 해결해야겠다.
출처 : 음성신문 https://www.u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