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급한 결정의 결과 >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진로는 많이 바뀌었지만, 희망 분야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내 희망 분야가 환경으로 확정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로, 한창 찾아보고 여러 방면으로 경험할 시기인데 결정했다. 조금 이른 감이 있는 거 같긴 하지만 그땐 빨리빨리 할수록 좋은 것인 줄 알았다. 다른 진로에 대해서 탐색하거나 고민하지 못한 것에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후회했다고 답할 거다. 지금도 조금씩 생각나고 후회한다. 그래서 내가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내 마음속에 후회라는 씨앗이 심어져 불안이라는 열매를 맺은 것을 바라보며 얻은 깨달음을 써 내려가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자기소개서’라는 종이를 나누어 주셨다. 거기엔 ‘희망 직업 / 희망 분야’라는 칸이 있는데, 나는 당연하게도 환경과 관련된 직업을 적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되어 수행평가를 하는데 내가 하는 게 생활기록부에 적혀 이 내용을 가지고 대학교를 진학할 생각을 하니 뭔가 막연해지면서 수행평가에서 오는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때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첫 겨울 방학을 맞이했다.
1학년 겨울 방학 때 문득 ‘난 뭐 해 먹고 살지?’라는 생각이 뇌리에 박히면서, ‘차라리 특성화고 나 갈걸’이라는 오래된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있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인터넷에 떠도는 성격 검사 같은 것을 하고, 유튜브에서 생각나는 직업 검색해서 다양한 분야의 직업 특성을 찾아봤다. 이때 난 진로의 길을 잘 못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성격과 성향이 행정이나 사무직 특성에 적합하고, 법 쪽 계열도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학기 생활 기록부가 완성된 시점에서 이런 것을 알게 되니 번아웃도 오고 예전에 조금만 더 찾아볼 것이라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의 나는 애써 외면했다. 외면한다고 사라지지는 않았다. 2학년 생활이 시작되고 그 후회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오기 시작했던 거 같다.
2학년 생활이 시작되고 압박은 1학년 때와 달리 더욱 고조되어 오기 시작했다. 특히 언제 가장 생각이 많아지고 심했냐면, 독서 활동을 위해 책을 선정할 때였다. 수행평가로 하는 독서 활동과 진로 활동에 적기 위한 책을 고를 때 매번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일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이 두 생각이 겪어보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책을 읽는 것이 관심 분양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려고 읽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책을 읽다가 멍때리는 시간도 많아졌었다. 또한, 나는 아직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학교에서는 ‘진로에 맞춰서 과목을 선택해라’, ‘왜 아직도 못 정했냐’, ‘지금 찾아라. 나중엔 시간 없다’는 등의 말들이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것들이 스트레스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삶의 의욕은 사라져갔고, 목표는 희미해져 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버렸다. 이렇게 2학년이 마무리되어 갔다.
2학년 겨울 방학 때 이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목표 대학교를 정하기로 마음먹고 먼저 가고 싶은 학과를 탐색했다. 어디서 본 건지 누가 말해 준 건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목표 대학교는 성적에 비해 낮은 것보다 높게 두는 것이 좋은 동력이 된다고 해서 나의 성적에 비해 높은 대학교를 목표로 두었다. 이렇게 목표를 설정해 두니 예전과 같은 일을 하는데 드는 생각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불안하기 시작하면 항상 ‘네가 선택하고 걸어온 길이니까 네가 불안해하면 답 없어. 정신 차려. 이 길이 어디에 도착하든지 끝은 있으니까 포기하지 마.’라고 세뇌하면서 마음을 다시 잡으며 견뎠던 거 같다. 내가 1학년 때 진로 탐색을 안 한 것, 2학년 때까지 기회가 많았지만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고 피했던 거에 대해서 후폭풍이 밀려온 거로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었다. 내가 나를 깎아내리는 어조로 세뇌하니까 내가 나를 더욱 절벽 끝으로 밀어 넣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진로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지면 ‘끝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작년보단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거 같다.
인생은 내 의지와 달리 흘러가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이 경험과 기억이 미래를 생각할 때 걱정보단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해 주었고, 과거의 마음가짐이 현재의 나를 한 층 더 성장시켜 미래에 닥쳐올 상황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준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