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이하여 그동안 숙제처럼 미루어 두었던 멜빌의 <모비딕>을 읽고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의 한가운데서 이 벽돌처럼 두껍고 무거운 책을 한문장 한문장 읽어나가는 일은 또 다른 무더위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온 몸에 땀이 흐르고 숨이 차며 온 몸을 이리뒤척 저리 뒤척이며, 마치 모비딕의 거대한 내장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무더운 한 여름에 딱 제격인 독서 체험이다. 아직 1권(열린책에서 나온 판본 기준) 중간쯤 읽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고 흥미있는 독서 체험이다.
멜빌의 자연,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온갖 관념, 유희, 위트와 유머, 비애, 숭고함 등으로 버무려져 하나의 문장으로 솟구쳐 올라올 때 그것은 마치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바다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고래를 바라보는 것 같다. <모비딕>을 읽으면서 바다 저 밑 심연을 바라본 고래의 충열된 눈의 의미를 읽어나가는 것.. 그 심연에 대한 체험.. 이 무더운 여름에 제격인 체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비딕>을 읽으면서 2025년 교사 독서 모임 시즌 독서를 <벽돌책 깨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두꺼운 벽돌책들은 혼자 읽기에는 지구를 들어올리겠다는 결심만큼이나 큰 결심이 필요하며 읽는 과정에서 자신을 수없이 다독여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같이 읽어나가면 반드시 돌파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어떤 약속, 어떤 구속에 매여 둘때 인간은 새로운 삶의 양식과 형식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 새로운 살므이 양식과 형식만이 우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2025년에는 <벽돌책 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벽돌책들을 아주 길고 유장한 호흡으로 한 장 한 장 깨어나가는 즐거움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함께 깨어 나갔으면 하는 벽돌채 목록
1. 허먼 멜빌 - <모비딕 1,2>
2. 도스토예프스키 - <죄와 벌 1,2> /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1,2,3> 민음사 판
3. 세르반테스 - 돈키호테 1,2
4. 단테 - 신곡 1,2,3 /민음사판
3~5월 - 모비딕 1,2 / 죄와 벌 1,2
6~7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2,3
8~9월 - 돈키호테 1,2
10~12월 - 신곡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