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山의 주인은 쟤네들이예요
자서전 반장님 김경숙
저녁 늦은 시간에 전화를 받았다.
내일 숲체원에 가는데 바람 쏘이러 같이 가자는 딸의 전화다.
더위에 긴 산책이 부담스러울 것 같으면서도 불러줄 때 가야지 하며 약속을 했다.
춘천 숲체원은 국립공원이다. 외곽도로로 간편한 길도 있는데 사위가 운전을 하며 발산리 맥국길을 골목골목 들려서 갔다. 뒷자리에 앉은 석희에게 주는 아빠의 선물인가 보다.
“촘촘히 심은 옥수수 보이지? 저건 사료로 쓸려고 키우는 거야, 어- 감자를 벌써 캤네” 하며 빈 감자밭을 차창 밖으로 확인시키며 지나간다. 아이는 빈 감자밭에 남아있는 작은 감자 한 톨을 보고 나도 감자를 봤다고 반가운 듯이 크게 말한다.
손자 석희는 이제 6살 남자 아이다.
숲체원 입구에는 승용차들이 주차해 있고 벌써들 와서 계곡을 즐기는 가족들이 있다. 우리는 좀 더 올라가 방문 등록 명단을 확인받고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석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잠자리채와 채집 가방을 챙긴다. 비가 많이 온 후 라 개울가에는 접근금지 붉은띠가 처져 있어 위험방지이겠거니 했는데, 채집금지, 취식금지, 돗자리 금지라고 씌여있어 행동에 제한을 크게 받겠구나 싶었다.
아이들은 작은 여치 한 마리만 만나도 횡재한 기분인 듯 잡으려고, 놓치지않으려고, 채집통에 가둬보려고 온통 집중을 한다. 멀리 하늘을 보니 하늘 바로 아래에 봉우리가 우람하게 펼처진다. 이런 청산 깊은 골에 내가 서 있구나, 춘천이 청정지역이라고 해도 맛볼 수 없었던 청정이 겹겹이 쌓인 산소를 흠뻑 들이마셔 본다.
“석희야 할머니랑 걸을래? 다람쥐 만날지도 몰라” 했더니 “도토리가 없어서 다람쥐 없을걸요” 하면서 따라온다. 석희의 손을 잡고 데크를 따라 걷다 보니 오른쪽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보이는데 무슨 나무인가 궁금해 네이버에서 렌즈를 찾아 찍어 보았다.
ㅡ쪽 동백나무
동백기름을 짜던 그 나무가 바로 이거구나 하며 좀 더 오르다가 왼쪽을 보니 한 나무에 잎사귀의 모양이 두 개다. 하트모양의 입새와 山자 모양의 잎사귀가 섞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알아보니 생강나무란다.
생강나무는 내가 얼마나 보고싶어 했던 나무였던가 김유정의 소설 속에 알싸한 생강나무로 표현되었던 나무, 나무의 꽃이 산수유와 비슷하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에 생강나무를 만난 건 오늘의 소득이다 싶어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할머니의 심중을 알지 못할 석희가 “그것봐요 할머니 다람쥐 없잖아 내 말이 맞지” 한다.
데크를 한 바퀴 돌아 내려와서 쉬고 있는데 석희는 다시 아빠 손을 잡고 또 가잔다. 아빠 손을 잡고 가던 석희가 한참 만에 돌아오는데 얼굴에 땀이 나 있고 피부가 불그스레 그을려 있었다.
“할머니 뱀 봤어요? 아휴 잡지 그랫냐?” 나는 아빠가 뱀보다 힘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건데 사위가 치열이 고르지 않은 치아를 들어내며 웃는다.
“어머니! 이 산의 주인은 제 네 들인데요. 우리가 손님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사위가 커 보여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을 자꾸 음미 해 보았다.
ㅡ이 山의 주인은 쟤 네 들 이 예 요.
2024. 7. 8
첫댓글 신선한 수필 한편 읽고 아직도 흥분의 도가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종일 무더운 습기의 노예가 되어 갇혀 있다고 정신이 퍼득 나네요.
좋은 글이 완성되면 일주일간 배가불러 만끽하는 것이 예술가들만이 누리는 창작의 맛
수필 예기에 자주 올려주세요.와-너무 감사
많이 미숙함을 알고 있아오나 칭찬 해 주시니 힘 이
됩니다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네 -수필은 읽는 독자의 몫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지요.
이산 주인은 쟤내들이예요'라고 하는 사위말을 ㅎ생략하는 것이 좋지요.독자들이 이미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 산 주인은 재내들이예요.로 끝내는 것이 좋다. 구구한 설명은 피하시라는 뜻 ㅎㅎ
짧은 대화는 그냥 문장으로 쓰고 특별한 것만 따옴표로" "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