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유의지와 결정론: 인간 행동의 주체는 누구인가?
3402 백지호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한다. 진로, 관계,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끊임없는 ‘결정’의 연속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선택들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하고 있는가? 아니면, 유전, 환경, 사회적 조건, 혹은 무의식과 같은 힘들에 의해 이미 결정된 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오래된 철학적 논쟁, 즉 자유의지와 결정론사이의 충돌로 이어진다. 이 글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를 중심으로 자유의지의 관점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결정론적 반론과 현대 과학의 시사점을 함께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인간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탐색해 보고자 한다.
한 유튜브 자료에서는 “인간은 스스로 자유의지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라며 벤자민 리벳의 자유의지 실험을 제시했다. 이 실험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참가자들에게 스스로 원할 때 손목을 움직이게 한 뒤 그들이 "움직이고 싶다"고 의식적으로 느낀 순간을 보고하게 하고, 동시에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실제 움직임보다 약 550밀리초 이전에 뇌에서 움직임을 준비하는 신호가 발생했고, 참가자가 "의도했다"고 느낀 시점은 그보다 약 350밀리초 뒤, 즉 움직이기 200밀리초 전이었다. 이 결과는 인간의 뇌가 의식적인 의도보다 먼저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자유의지가 후천적으로 따라오는 환상일 수 있다는 결정론적 해석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영상에선 여기까지의 과정만 다루지만 벤자민 리벳이 또한 강조했던 점이 아직 남아있다. 벤자민 리벳의 실험은 무의식적으로 뇌가 행동을 준비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리벳 자신이 제안한 ‘거부의 자유’ 개념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못하더라도, 그 행동을 최종적으로 허락하거나 거부할 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자유의지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즉, 우리는 무의식적 충동에 의해 움직임이 준비되는 상황에서도, 의식적으로 그것을 억제하거나 중단할 자유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 ‘거부권’이야말로 자유의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리벳 실험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증거가 아니라, 자유의지가 ‘행동을 시작하는 자유’가 아니라 ‘행동을 통제하고 중단할 자유’로서 존재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화[데브스]에서는 “우리의 삶은 언뜻 보면 혼돈 그 자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정해진 선로를 달리고 있으며 우리는 자유의지라는 환상에 빠져 살아요“ ”결국 모든 건 원인이고 결과예요“라는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주체성을 부정하는 듯하지만,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에서 제시하는 실존주의는 근본적으로 이에 반대한다. 사르트르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본질이나 목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끊임없이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며, 자신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르트르는 또한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선택에 따른 책임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자유와 책임이 인간 존재의 본질임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관점에 따르면, [데브스]가 묘사하는 결정론적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무의식적 요인이나 외부 조건에 의해 완전히 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그 조건들 앞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자유롭게 선택하는 주체로 남는다. 즉, 영화가 제기하는 ‘운명론’은 인간의 실존적 자유를 부정할 수 없으며,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인간을 단순한 결정론적 대상이 아닌, 자유와 책임의 주체로서 재조명한다.
이러한 사르트르의 관점을 바탕으로, 나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확신한다. 첫째, 인간은 단순히 환경이나 과거의 원인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며 삶의 의미를 창조하는 능동적인 주체이다. 둘째,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밖에 없으며,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는데, 책임을 진다는 것은 곧 자유로운 선택권이 존재함을 전제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자기 자신의 미래를 미리 정해진 대로 수용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이며, 이것이야말로 자유의지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인간이 비록 제한된 조건 속에 놓여 있지만, 본질적으로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