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관찰사 이성구(李聖求)에게 내린 교서(敎書)무진년(1628, 인조 6)
왕은 말하노라. 관찰사의 중임을 맡기는 일에 오랫동안 적임자를 찾지 못하였는데, 여러 사람들의 의논이 같음에 힘입어서 뭇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았다. 이에 내가 걱정 없게 되었으니, 그대는 가서 명을 잘 수행하라.
생각건대, 경은 명문의 집안에서 태어나 종국(宗國)에 마음을 두었다. 어려서부터 영명함을 드날려 이름이 안탑(鴈塔)과 용문(龍門)에 높았고, 중년에 여러 직을 두루 역임하여 직위가 봉각(鳳閣)과 오부(烏府)에 있었다. 고굉(股肱)과도 같은 군(郡)에서 시험해 보았고, 후설(喉舌)을 맡은 관서에 놓아 두었는데, 판결하는 것이 물 흐르듯 하여 복잡한 것을 처리하는 데 남달랐으며, 출납하는 것을 마땅하게 하여 밤낮없이 온 정성을 다한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건대 처음부터 끝까지 게으르게 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내직과 외직을 가리지 않았다.
저 호남 지방을 돌아다보니 실로 우리 나라 풍패(豐沛)의 고장이다. 호걸스러운 사람들이 구름처럼 일어나니 인재의 창고이고, 형세가 천험을 이루었으니 안팎이 산하(山河)로 둘러 있다. 바닷길로도 통하고 뱃길로도 통하니 조부(租賦)가 그득하여 남아돌고, 진격함은 영광이고 물러남은 수치이니 군사들이 정예롭고 강하다.
그러나 잘 다스릴 만한 인재가 아니라면 반드시 제압하기 어려운 걱정이 있다. 하물며 지금은 가뭄이 혹심한 때여서 바야흐로 기근의 재앙이 닥쳤는 데이겠는가. 비가 골고루 내려서 비록 한 도가 조금 풍년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백성을 옮기고 곡식을 옮김에 있어서 여러 도가 흉년이 들었는 데야 어쩌겠는가. 부렴(賦斂)이 치우치게 많음을 면치 못하였으니 도적들이 일어날까 염려된다.
완급(緩急)을 살펴서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사무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하고, 경중(輕重)을 살펴서 마땅하게 함에 있어서는 모름지기 방도에 통달한 사람을 써야 하는 법이다. 온 조정을 살펴보고 선발하였으니, 누구를 뽑은들 경보다 더 낫겠는가. 이에 경을 전라도 관찰사로 삼는 바니 능히 그대의 마음을 다하여 나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휘장을 걷고서[褰帷] 자문(諮問)을 하여 혜택(惠澤)을 펴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고, 말고삐를 잡고서 맑게 할 뜻을 가져 공명 정대함으로써 출척(黜陟)을 시행하라. 통훈 대부(通訓大夫) 이상과 사형죄에 대해서는 옛 법전에 따라서 품의(稟議)하여 처리하고, 곡식과 재용(財用)에 관한 일은 새로운 규정에 비추어서 잘 헤아려 하라. 하찮은 이익을 가지고 백성들과 다투지 말고, 산택(山澤)에서 거두는 세금 가운데 심한 것은 제거하라.
학교(學校)가 오랫동안 폐해진 데에 이르러서는, 이는 대개 전란이 번갈아 가며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를 외우고 책을 읽는 것은 참으로 어지러워서 할 겨를이 없으나, 윗사람을 친애하고 웃어른을 위해 죽는 것은 교화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바라겠는가. 비록 무(武)가 성할 때를 당하였지만, 문옹(文翁)의 교화를 천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천리나 되는 호산(湖山)에 백성들이 제 살 곳을 얻어 편안히 살아가면, 백 년 동안의 예악으로 풍속을 옛날처럼 순후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규획(規劃)은 한결같이 편의한 대로 하라.
난파(鑾坡)의 가까운 반열에서 떠나가니 어찌 유독 군신간에만 그리워하겠는가. 늙으신 부모와 헤어져 먼 외방으로 가니 아마도 부자간의 정이 애틋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시세(時勢)가 어려움이 많으며, 더구나 충(忠)과 효(孝)는 한 가지인데이겠는가. 아아, 경의 책임은 크고 나의 기대는 깊도다. 옛 친구의 장오죄(贓汚罪)를 거론함에 하필 소장(蘇章)의 술을 마시겠는가.탐오한 관리의 인끈을 푸니 저절로 주목(朱穆)의 풍채가 떨쳐질 것이다. 이에 교시하는 바이니, 잘 알기 바란다.
敎全羅道觀察使李聖求書 戊辰
王若曰。寄方岳之重任。久難其人。賴詢謀之僉同。爰擧於衆。吾無憂矣。汝往欽哉。惟卿出於名家。心乎宗國。蜚英早歲。名高雁塔。龍門歷敭。中年職列。鳳閣烏府。試之股肱之郡。置之喉舌之司。剖決如流。別利器於盤錯。出納惟允。知盡瘁於夙宵。惟其無懈於始終。 是以不擇於內外。眷茲湖南之地。實我豐沛之鄕。藹豪傑之雲興。人才府庫。兼形勝之天險。表裏山河。浮于海。達于江。租賦充羨。進爲榮。退爲辱。士馬精強。然非善馭之才。必有難制之患。況今旱暵之酷。方罹飢饉之災。雨公雨私。雖一道之稍䄒。移民移粟。奈諸路之俱荒。不免賦斂之偏多。恐有寇盜之竊發。審緩急而作事。必待識務之人。權輕重而得宜。須用通方之士。察傾朝而歷選。疇若采而踰卿。茲以卿爲云云。克殫乃心。毋替予意。褰帷諮度。敷惠澤而勞來。攬轡澄淸。用公明而黜陟。通訓大辟。仍舊典而稟裁。管餉理財。照新規而料量。錐刀之利。愼勿爭之。山澤之征。去其甚者。至於學校之久廢。蓋緣干戈之迭侵。誦詩讀書。固搶攘而未暇。親上死長。舍敎化而何望。雖當武競之時。宜闡文翁之化。湖山千里。民自得而奠安。禮樂百年。俗可回於淳古。凡諸規畫。一任便宜。輟鑾坡之邇班。豈獨我君臣之戀。離鶴髮於遐徼。抑念爾父子之情。諒時勢之多難。矧忠孝之一致。於戲。卿之責任也大。予之期望也深。擧故人之奸贓。何必飮蘇章之酒。解貪吏之印綬。自可振朱穆之風。故茲敎示。想宜知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