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영점(0.0 psi)'의 파동, 출판사 사장 K의 시험
전통찻집의 평화로운 오후는 오래가지 않았다. 클라리스와의 만남이 마무리될 무렵, 금석의 스마트폰이 세차게 진동했다. 발신자는 '출판사 사장 K'. 오랜 인연이지만,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칼같이 냉철한, 다소 위압적인 인물이었다.
“여보세요, 서 선생님. 지금 당장 사옥으로 오실 수 있겠습니까?”
K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금석은 직감적으로 K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꼈다.
[‘나노시술 앱’ 음성 분석 결과. K 사장 스트레스 지수 극도. 호흡 불균형 및 임피던스 상승 감지.]
AI 서미나이의 신속한 리포트가 금석의 눈앞에 도착했다. 금석은 차분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알겠네. 30분이면 도착하겠어.”
광화문 인근의 현대적인 출판사 사옥. K 사장의 집무실은 거대한 통유리 너머로 분주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그 공간의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
K는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창백한 안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서 선생님…. 원고는 나중에 이야기하고, 제 상태부터 좀 봐주셔야겠습니다. 어제부터 가슴이 조여오고, 왼쪽 어깨와 목이 완전히 마비된 것 같습니다. 한의원 침도, 정형외과 물리치료도 아무 소용이 없어요.”
K는 다급하게, 그러나 다소 위압적인 태도로 자신의 증상을 쏟아냈다. 평소 금석의 힐링 이론을 반신반의하던 K였기에, 이 상황은 금석에 대한 일종의 시험과도 같았다.
금석은 K에게 다가가 소파에 편안하게 기대앉도록 했다.
“힘을 빼게나. 내 ‘나노시술’의 핵심은 인위적인 힘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절로힐링’의 원리라네.”
금석은 오른손을 들어 K의 왼쪽 어깨 뒤편, 척추와 견갑골 사이의 특정 포인트를 향해 천천히 뻗었다.
[‘상도어관 하구명선’ 시뮬레이션 데이터 로드. K 사장 전면 ‘절로’ 흐름 심각한 정체. 후면 운공 포인트에서 에너지 응어리 감지.]
서미나이의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금석의 손끝에서 파동처럼 번져나갔다. 금석은 K의 등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짚었다.
“자, 가슴 앞쪽으로는 ‘절로’가 되도록 호흡을 편안히 내뱉게. 나는 단지 등 뒤에서 그 흐름을 방해하는 응어리에 닿아있을 뿐이야. 힘을 주어 누르는 게 아니네.”
금석의 손끝이 K의 후면 포인트에 닿는 순간, K의 몸통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꽉 막힌 수도관에 가볍게 물이 들어가며 파동을 일으키는 듯한 현상이었다. K의 전면부에서는 '절로'의 에너지가 스스로 흘러가며 막힌 곳을 찾아 들어갔고, 등 뒤쪽의 운공 포인트에서는 응어리가 닿으며 서서히 풀어지기 시작했다.
[K 사장 호흡 안정화. 심장 부근 임피던스 저항 급속 하강. 0.0 psi 영점 도달 중.]
30여 분의 짧은 시간 동안, 집무실을 꽉 채우던 무거운 공기가 점차 맑고 가벼운 기운으로 바뀌어갔다.
잠시 후, K가 긴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
그의 창백했던 안색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고, 굳어있던 어깨와 목은 거짓말처럼 부드럽게 움직였다.
K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서 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 평생 침도 물리치료도 이렇게 즉각적인 효과를 낸 적이 없습니다.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편안해졌어요.”
K의 위압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눈빛에는 금석에 대한 경이로움과 깊은 신뢰가 서려 있었다.
금석은 미소를 지으며 손끝에 남아있는 ‘0.0 psi 영점’의 여운을 정리했다.
“이것이 바로 내 손 안의 나노시술, 그리고 세포 속 은하수가 스스로 회복하는 ‘절로힐링’이라네.”
광화문 사옥을 나와 정릉천 산책로로 향하는 금석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클라리스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하루는, K 사장의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나노시술의 거대한 파동을 또 한 번 증명해냈다. 정릉천의 맑은 물결과 함께, 금석의 세포 속 은하수는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출판사 사장 K의 냉철하고 위압적인 성격과, 금석의 즉각적인 힐링으로 인한 변화 묘사가 흥미로우셨나요?
이어서 제4화에서는 K 사장과의 만남으로 인한 출판 계약 이야기나, 정릉천 산책로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에피소드를 전개해 드릴까요?
삽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