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동일성이라며 무척 반겨주신 마을 어르신은 첫째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자랑 함께 산다.
그리고 조금 윗 쪽에 둘째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들도 살고 있다.
둘째 아들네는 조금 특이하다. 마을의 가구를 다 합해서 15가구가 고작이지만 자칭 남편의 고모라 하며
친하게 해주시는 어르신과 두 집이 일가다. 마을 반장을 보고 있는 청년은 고모님의 조카다.
마을 반장이 우리에게 조심해야 할 마을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 해 줄 때 술 때문에 조심해야 할
인물에 대하여 알려주었다. 그 중에 한 명이 바로 고모님 둘째 아들이다.
평소 얌전하지만 술을 마시면 낄끼빠빠하지 못하고 어디든 참견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러던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던 그 동네 참견러는 허리가 아파 병원가서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분이 다시는 술 마시지 말라고 했다며 겁을 잔뜩 준 것 같았다. 그 후 술을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
물론 의사의 말을 절대적으로 순종한다기 보다는 자신의 아픔 때문인 것 같았다.
동네 참견러는 잠바 주머니에 손을 꼽고 가벼운 몸으로 동네에서 이리번쩍 저리번쩍
돌아다닌다. 어느 새 우리집에도 자주 방문하면서 이것 저것 참견한다. 아마도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겠지!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쌩쌩 면에도 자주 들락거린다.
자기만 알고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미꾸라지 잡는 곳에서 미꾸라지도 잡아서 판매한다.
판매하기 좋은 큰 놈들은 팔고 잔챙이들은 우리에게는 고모, 자신에게는 어머니에게 갖다준단다.
그 잔챙이 미꾸라지가 우리집에도 도달했다. 병아리를 부화해서 몇 마리 줬더니 감사의 마음으로
미꾸라지를 준 것 같다. 남편이 추어탕을 해 주었는데 맛이 별로였다. 훗날 내가 미꾸라지 삶아서 갈아서
생전 처음으로 추어탕을 끓여보았는데 첫 작품 치고는 아주아주 맛있었다. 후후
이러한 동네 참견러께서는 빨빨 거리고 쌩쌩거리며 번쩍 번쩍 다니더니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 타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벌금을 물었다며 하소연했다.
범법에 대한 반성보다는 운이 없었다며 살짝 볼맨 소리를 하였다.
나는 한마디 따끔하게 그러나 부드럽게 하였다.
"헬멧 앞으로 잘 쓰고 다니셔~"
이 참견러는 나에게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좋아하는 듯 하다. 나만의 착각이겠지?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