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농업고등학교, 광주자연과학고등학교
개교 115주년에 부쳐 -
날개를 펴렴, 아가야. 다시 새날이 밝아왔다.
지난 밤의 폭풍도 쏟아지던 폭우도 그쳤으니
아가야, 이제 눈을 뜨고 날아 오르렴.
어둠 속 헤매던 밤길에서
아가야, 나는 너의 손을 놓지 않았다.
행여 등불마저 꺼져 버릴까
밤새워 지키며 너의 숨 내려 보았지.
별들도 눈을 감고
달마저 산너머에서 고개 돌릴 때,
그래 아가야,
너의 심장이 가늘어지던 때도 있었어.
그러나 아가야.
생명은 그렇게 연약하진 않단다.
꺼질 듯 스러질 듯, 사라져 가는 생명의 깃발은
끊임없이 들끓는 용암을 닮았단다.
천지를 개벽할 꿈을 안고 잠든 너의 숨결은
그래, 너는 지구 깊은 심장에서 끓는 마그마였지.
펄펄 타오르는 용광로의 불길이었어.
먼 태평양 심해에서 솟아오르는 생명수였단다.
포기하는 순간이 끝이라는 사실을
도전하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진실을
올바르게 세상을 보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철리를
아가야, 너는 꿈속에서 보았던 게야
화색이 돌고 고동치기 시작하는 네 심장이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허파의 내밀한 생동감이
하늘과 땅을 서서히 산책는 걸
나는 들었지, 나는 보았단다.
아가야, 소중한 나의 아가야,
이제 때가 왔다. 네 시간이 왔다, 날아 오르렴.
공중을 날아 산꼭대기에
바다를 건넌 저 먼 대지에도
오늘을 넘어 머언 미래에까지
네가 지닌 생명의 그 거대한 힘
곳곳에 씨앗 뿌려 거두게 하렴.
아귀다툼하는 뭇 중생들을 향해
아가야, 너는 삶의 원천, 소망의 결실
살아가는 힘 그 자체이니
이제 불면의 긴 밤을 거두고
날개를 펼치렴, 날아 솟아 오르렴.
하여
휴식이 필요한 이에게는 그늘이 되어주고
먼길을 걷는 순례자에겐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고
목마른 자에게는 샘물,
배고픈 사람에게는 따뜻한 밥이 되어
불안한 사람 모두 뜨겁게 안아주는
위대한 사랑이 되어라.
사람마다 마음에 음악이 밝게 흐르고
땅에는 평화로운 그림을 그려서
하늘에는 장엄한 율려꽃을 활짝 피우거라
광주농업고등학교, 광주자연고등학교
일 백 십오 년의 긴 걸음을 걸어온
오, 내 품안의 자식, 장한 내 아가야
내 자손들아
꼬옥 그렇게 그렇게 해주렴,
약속해 주겠지? 아가야!
2024.6.02. 광주자연과학고
61회 후학 이희규 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