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Fellow Walkers,
시산제 산행일, 祭를 올릴 그 장소는 눈이 여전히 두둑해 地氣가 온전히 보전돼 있었고, 하늘이 눈 부시게 푸르러 몸과 마음이 저절로 청정해지는 기운이 있었으며, 냉랭한 대기가 근엄함을 더해 정성으로 祭를 올렸소이다. 금년도 모두 무탈하겠지요.
'오늘의 산행기를 기록 할 사관으로 필자를 지명한다. 한마디도 부언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사관으로 영예로운 임무를 명 받았으나 왜인지 등산화가 무겁게만 느껴진다.'라며 산행기를 집필한 김원탁君의 토로에 대해 ;
산행시작 전 그날의 '작가'를 선정해야함이 까다로운 과업이라는 표정을 회장의 얼굴에서 매번 발견하는데 회장 유고시 그를 대신해야 하는 보좌에겐 더 신경쓰이는 일임을 고백하면서, 오랜만에 출현한 '내장산 산주'를 본 순간 '언제 이 양반을 또 붙잡나'하는 화급한 본능이 발현돼 그런 것이니 이해가 있으시기를... . 다행히, 아래에 轉載한 윤신한君의 축문엔 이런 애로를 미리 알았는 듯, '산행기록을 담당하는 일일 사관(史官)으로 지명된 회원들이 지나치게 겸양하지 않고 그 수고로운 직분을 기꺼이 맡도록 용기를 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들어있으니(* 註 : 짜고 친 고스톱이 절대로 아님) 앞으로는 그 일도 많이 수월해질 것을 기대합니다.
하나 더 ;
아래 사진은 2/16일 시산제 산행때 생산된 수 많은 사진중 하나, 이미 本 산행기를 읽은 여러분에게 매우 익은 장면이렷다.
이 사진을 새삼 꺼내온 것은 이 사진에 대해 일차 이종기군의 가벼운 코멘트가 있었는데 이를 이어 몇 차례 꼬리를 문 응답이 있었고, 그 이바구들이 재미있어 한번 정리하고 싶더이다.
세월은 매개인에게 다른 속도로 흐르는 것인가..!
보라, 이 놀라운 세월의 격차를..
첨부된 사진속의 "인민군 간부 부자"가 우리를 놀라게 한다. ㅋㅋ - 이종기
대한민국 국군 "원사"님이 졸지에 인민군 간부 아바이가 되셨네....ㅎㅎㅎㅎㅎ.....너무 재미있는 사진입니다. - 신찬
상산회 회원 여러분,
평소에 이종기 회장이 나를 지칭하기를 교주급 집사라 하더니, 이번에는 사진으로 이것을 증명하였으니, 과연 이종기 회장이 지혜롭도다.
첫째, 내가 대한민국 국군의 원사인데, 대한민국의 원사는 인민군의 차수급이라는 이야기!
이는 교주급 집사 verus 차수급 원사의 등식에 맞는 이치라. 과연 이회장의 혜안에 혀를 내두를지라.
구약성경 욥기 12장 12절에 보면 "Old men have wisdom, and have insight"라고 기록 되어 있는데,
내가 과연 지혜와 통찰력이 있음이 외부로 나타날 정도로 하얀 머리와 늙은 얼굴에 표출되었으니, 천기를 숨길 수가 없을레라.
둘째, 천진난만한 최해관의 익살스런 稚氣(치기)를 이 원사의 아들에 비유했으니, 또 성경에 이르기를 "너희가 어린아이 같지 않고서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였는 바, 과연 그 천진스런 최해관 친구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없고서야 어찌 두 친구를 애비와 아들에 비유할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우리 이종기 회장이 득도의 눈을 가졌도다!
상산회 친구들, 이제 우리가 나이가 찼으니, 나처럼 늙은이의 지혜를 가지거나, 아니면 해관이처럼 천진무구한 어린이로 돌아갑시다!
인민군 차수 엄형섭
평소 존경하는 교주님께서 소인의 은유를 헤아려 주시니 감읍할 할 따름이오.
한장의 사진으로 대비해 몬다면, 과연 엄교주는 지혜와 인자함에 넘쳐나보이고 상산회의 태상왕은 풋풋하기 그지없으니 부자의 은유가 합당하도다.
내 고백컨대 엄집사를 평소 교주급 집사라 부른 연유는, 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특히 원문독서량), 또한 약간의 이단성을 내포한 독보적 해석이론을 정비하고 있음이라. 이단이란 ,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열정인지라 반드시 교주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고있는 바이라. - 이종기
인민군 얘기인지, 이단종교에 관한 얘기인지,.... .
한 장의 사진으로 담론이 이렇게 흥미롭고 유익하게 진행되다니 내공이 진정 대단들 하오. 역시 老馬는 길을 잃지 않는군요.
'박사'는 그 사진을 박아 공개하며 혹시 뉘에 누라도 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사진 우상귀(* 註 : 확대 - 오른 쪽 작은 사진), 파란 옷에 색안경 쓰고 밑을 바라보는 '아해' 는 저들 부자를 잇는 3대인가? - HK
이번 산행기 편집은 김승기君이 몸이 불편해 '태상왕' 최해관君이 작업해 준 것임을 알리며, 아울러 윤신한君의 시산제 祝文도 아래에 전재합니다.
3월엔 산 빛갈도 좀 달라질 것이고...., 그 때 봅시다.
HK
상산 2013 시산제 축문
단기4346년 癸巳年 정월 초이레 저희 상산회원 일동은 이곳 도봉산에 올라 도봉산
산신령님께 제사를 올리나이다. 1997년 어느 봄날 저희들이 모여 스스로를 상산(商山)이라 이름하고 그로부터 매달 산을 찾기 시작한 지 어언 십육 년, 횟수로는 200회를 목전에 두고 있사옵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모임이 한둘이 아니겠사오나, 저희들은 그 짧지 않은 세월을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이곳 도봉-북한산을 비롯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산과 명승지를 찾아왔습니다. 그 동안 저희들이 모든 산행과 여행을 안전하고 즐겁게 마칠 수 있었고 또한 먼저 수고로움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그 보람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오로지 산신령님의 자애로우신 가호 덕분인 줄로 아오며 오늘 저희가 이 제사를 드리는 뜻도 바로 여기에 있나이다.
올해 겨울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더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듯 하옵니다.
저희 상산회원들은 지난 십 수년을 그리했듯이 올해에도 매달 셋째 토요일이면 고향을 찾는 나그네처럼 또 산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저희 발걸음을 가볍게 하여 주시고 거친 숨결을 고르게 하여 주시어 모든 산행이 안전하고 온전하고 건전하여 삼전(三全)하게 이루어지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
이제 저희들도 어느새 60 중반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정상으로 앞만 바라보고 달려가던 것이 어제까지의 산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만족할 줄 알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과 발아래 피어있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완상하며 유유자적하는 산행을 즐기도록 인도하시옵소서. 그리하여 저희들이 삶의 후반부를 고요함에 익숙해지고 애써 한가함을 찾으며(習靜偸閑), 또한 가득 차도 넘치지 않게 (滿而不溢)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옵소서.
또한 이 모임의 책임을 맡아 밤낮으로 노심초사하는 회장단의 노고를 위로하시고 그들에게 밝은 지혜를 주시어 이 모임을 더욱 재미있고 활기 있게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박사와 편집자에게도 부드러운 토닥거리심을 베푸시옵소서. 그리고 산행기록을 담당하는 일일 사관(史官)으로 지명된 회원들이 지나치게 겸양하지 않고 그 수고로운 직분을 기꺼이 맡도록 용기를 주시옵소서. 나아가 모든 회원들로 하여금 남을 배려하고 먼저 베풀 줄 아는 넉넉한 아량을 기르게 하시어 저희들의 마음속에 이 상산회가 우아하고 정이 넘치는 모임으로 오래오래 기억되도록 하시옵소서. 그리고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모든 산우들에게도 그 지극하신 보살핌이 미치게 하시어 더 많은 얼굴이 참여하도록 이끄시옵소서.
오늘 이 자리에서 정성된 마음으로 제사를 드리는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시어 저희들의 간절한 바램을 들어주시기를 기원하오며 저희들이 준비한 조촐한 제수와 함께 올리는 이 한 잔 술을 흠향하소서.
단기 4346년 癸巳年 정월 초이레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제27회 상산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