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싸개
얼마가지 않아 헬기장을 지나고 곧 산죽숲을 지난다. 작은 봉을 지나 약간 내려서고 다시 오르면서 묘를 지난다. 통고산으로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잡목이 우거져 얼굴을 찌른다.
04:00 앞서가던 마눌 멈추어 선다. 길이 이상하다. 작은 나무가 쓰러져 우회하나 살폈지만 어디에도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잡목을 뚫고 계속 가려는 마눌을 제지하고 되돌아 20여m 올라가니 왼쪽으로 꺾어지는 좁은 길목에 리본이 많이 달려있다. 리본이 달린 곳은 깜깜한 밤중 LED랜턴으론 잘 보이지 않는 위치이다.
04:07 헬기장 흔적이다. 나무가 자라고 있어 폐 헬기장이라 하나보다
04:40 앞서가던 마눌 또 길이 없어졌다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같이 실수를 했는지, 길은 없어지고 작은 나무들을 밟아 쓰러져 있다. 그곳에서 강한 더덕 냄새가 난다, 마눌 더덕 캐고 가자고 하는데 아무리 랜턴을 비춰 봐도 보이질 않고... 꿩대신 닭이라고 마눌 두릅을 딴다. 되돌아가는 길도 보이질 않으니 산속을 헤매게 생겼다.
무조건 위로 쳐 올라가니 길을 만난다.
날 밝기 전 새소리 요란하게 울어대기 시작하고 하늘이 하얗게 보이기 시작한다. 잠시서서 치즈빵과 오이로 간식을 한다.
05:00 길을 구분할 수 있어 랜턴을 끈다. 날은 꾸무리 한데 비는 올 것 같지 않다.
05:15 임도로 나왔다. 임도를 가로질러 곧장 올라간다. 길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데, 또 잠시 길을 잃고 옆으로 샜다.
05:34 작은봉을 오르고 계속해서 올라 둔덕을 지나면서 조금 평탄해 진다. 동물울음소리가 크게 났다. 마눌은 개짓는 소리라고 가볍게 보지만 민가가 가까이 없는 이런 산중에 개가 있을리 없다. 소리를 질러 사람이 있음을 알린다.
05:50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통고산 휴양림 쪽에서 오는 길이다. 이 길과 만나고 나서 길은 넓어져 걷기에 편하다.
통고산(1,067m)
06:04 헬기장이 나오고 통고산 정상이다. 큰 정상석 주변에 동아줄을 쳤다. 사진을 직고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통고산 정상
통고산-부족국가시대 실직국의 왕이 다른 부족에 쫒겨 이 산을 넘다 통곡했다 하여 통곡산이라 불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통고산으로 되었단다.
20여m앞으로 가면 산불감시 카메라 시설이 있다. 길은 이 시설 우측으로 내려선다.
06:15 3거리에 왔다. 왼쪽은 하산길, 우측은 왕피리 방향이라 이정표가 서있다.
3거리-왼쪽은 정맥, 우측은 왕피리방향
왕피리-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피신해 있었다 하여 왕피리라 한다.
마눌이 옛날을 회상한다. 오늘이 5.16이라고...67년도 5.16땐 눈 쌓인 한라산에서 텐트치고 잠잤다고...
평탄한 초원길인데 고사리가 많이 나 있어 마눌 이를 뜯느라 지체한다.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06:45 임도와 만났다. 어제 아님 오늘 보수를 했는지, 내려서는 길엔 발자욱이 없고 흙으로 층계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걸으니 금새 망가진다.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한다. 길은 평탄하다 937m 봉으로 올라간다. 오늘 등산로엔 통고산을 제외하곤 어디에도 이정표나 표시가 없다. 배낭이 무거워 그런지 잠을 충분히 못자 그런지 피로해 지고 힘이 든다.
07:10 헬기장을 지나면서 길은 내려섰다가 오르고는 평탄한 길을 유지한다. 마눌이 저만치 앞질러 나아간다. 비닐 앞치마와 스패츠, 등산화 덮개를 떼었다. 양말이 젖은건 물리 스며 들었다기 보다는 발산되지 못하는 땀에 젖은 것 같다.
07:37 작은 봉을 오르고는 우측의 높아 보이는 봉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길은 왼쪽으로 내려선다. 마눌, 산 꾼을 한분 만났는데, 나보고 보지 못했냐고 묻는다. 2-30m 간격인데 그 중간에서 어디로 샜는지, 헛개비를 본게 틀림없다.
너무 힘들어 퍼질러 앉아 계란 한 개씩 까먹는다.
길은 길게 내려섰고, 앞의 봉을 오르는가 했더니 기특하게도 왼쪽으로 평탄하게 우회한다. 태초에 누가 길을 내었는지 고맙기 그지없다. 또 나오는 봉을 왼쪽으로 우회 하고는 왼쪽으로 구부러 진후 급하고 길게 한참동안 내려선다. 우측 가까운 계곡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앞에 나오는 작은 봉을 우측으로 우회 하고는 또 내려선다. 애미랑재다. 높은 절개지를 내려설 수 없어 우측으로 급하게 내려섰다. 경사가 급하고 젖은 흙이 미끄럽다. 바로 우측 밑은 계곡물이 흐른다.
애미랑재(628m)
08:23 애미랑재에 내렸다. 아스팔트 포장길인데, 무식하게도 산을 절개해 놓았다. 우측 옆 계곡에서 새까만 올챙이가 헤엄을 치지만 물을 병에 담았다. 비가 온지 얼마 안돼 수량은 풍부하다. 차도 다니지 않는 길을 건너 우측으로 내려가서 철망이 끝나는 절개지 경계면을 타고 급하게 산으로 오른다. 그쪽에도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데 수량은 많지 않으나 더 깨끗해 보인다. 가파르게 학학대고 올랐다.
내려다보이는 에미랑재
에미랑재옆 계곡물
09:00 물을 한병씩 넣고 봉에 올라서니 진이 모두 빠졌다. 앞에 3각으로 생긴 봉(칠보산)이 높아만 보인다. 거밀줄을 얼굴로 걷어가며 돌산을 지난다.
10:08 칠보산 정상인데 “ROKA MC"라 쓴 시멘트석이 서 있다. 이것 외에 오늘 산행중 3각점은 보질 못했다. 길은 계속해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데, 무릎의 통증이 심해 오므로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댄다.
고개에 내려 왔는데, 새신고개인가? 우측에 야영했던 자리가 있다. 작은 봉을 하나 넘으니(5분) 이곳이 진짜 새신고개이다.
새신고개(10:45)
우측에 야영을 할만한 광장이 있고, 길은 좌우로 희미한 4거리이다. 우측으로 몇100m 가면 물이 있을것도 같다. 작은 봉을 올라 내려서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배가 고파와 적당한 장소를 찾아 한동안 걷다, 풀과 낙엽이 우거진 자리에 판쵸를 깔고 양말까지 벗고 점심을 한다.
11:51 짐을 싸서 출발하고 보니 앞이 헬기장인데 뽀송뽀송한 이곳을 놔두고 축축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마눌 핀잔을 준다. 한참을 내려서며 점점 춘양목의 수가 많아진다. 동로면 황장산에는 황장목, 이곳 춘양 부근은 춘양목이라 부르는 금강송 (적송)이다. 작은 봉을 지난다. 금년 들어 처음 듣는 “홀딱벗고”가 울어댄다.
12:20 +자송이다. 어렸을 적 2-3개의 나무기둥이 자라면서 한 몸으로 뭉쳤나 보다. 싸리나무처럼 가지가 설켜 있다. 길은 계속 내려만 가다, 앞 봉으로 오르는 척 하다 왼쪽으로 우회한다. 또 내리막이다.
십자송앞에서
깃재
12:35 고개에 왔다. 그러나 좌우로 길은 없고 봉을 하나 넘는다.
12:45 진짜 깃재에 왔다. 좌우로 4거리이다. 왼쪽 신암으로 내려가는 길에 리본이 달려있다. 길은 다시 오름으로 변하고 10여분 후 봉정상에 선후 한참을 평탄하게 진행한다. 15분후 다시 봉 정상에 선후 서서히 내려섰다 올라갔다 반복한다.
돌이 섞인 봉을 지나고 큰 고목이 누워있어 그 밑으로 지난다. 평탄하면서도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13:48 헬기장이다. 나무사이로 4시 방향에 일월산(경북에서 가장 높은 1,219m 산으로 정상에 군부대 시설 있음-태백의 한 자락으로 무속인들이 많이 찾음)이 뿌연 안개속에 보인다. 평탄하던 길이 길게 내려서다, 평탄하게 이어지다, 한참을 내려간다. 이젠 개일 것 같이 해가 비친다.
14:14 바닥을 친후 길은 다시 서서히 오른다. 그리고 평탄하게 "녹색의 장원“처럼 이어진다. 늪이다. 2개의 물웅덩이가 가까이 붙어있다.
마루금에 있는 늪
15:00 계속 평탄하다 작은 오르고 내림이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 약간 높은 봉이 나오고...그리고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15:30 작은 봉에서 길은 왼쪽으로 꺾여 져서는 또 계속 내리막이다. 한티재가 가까워 오나보다. 산 구릉 3-4개에 있는 나무들을 간벌해 주었다.
16:23 3거리 봉에 왔다. 왼쪽으로도 길이 나 있지만 리본은 우측에 달려있다.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나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길등재
16:40 좁은 농로 같은 길이 가로놓인 재이다. 좁은 길의 우측으로는 임도를 확장 포장한 새로 만든 도로와 이어진다. 이 포장도로는 등산로를 잘라 가로 지르게 되고, 이 길은 수비면소재지로 가게 되어 있다. 왼쪽으로 도로에 내려서서 길을 건너 우측으로 가서 반대편으로 오른다. 2개의 수비 택시에 전화를 했다. 한분은 멀리 나가 있고 한분은 차를 두고 나가 8시나 돼야 온단다. 할수 없이 현동택시에 전화하여 값을 물으니 6만원을 부른다. 대간이나 정맥중 가장 비싼 택시요금이다.
16:53 큰 묘가 있는데 3명의 등산객이 앉아 쉬고 있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라 너무 반가웠다. “한티재 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 50분이 걸린단다. 뒤이어 오는 등산객들...창원에서 온 사람들로 검마산 휴양림에서 출발해서 길등재 까지 산행을 하는 단체 정맥꾼들이다.
한티재(430m)
나무 지치고 다리가 아프고 지루하다. 4개의 봉을 더 지나 작은 재를 만났다. 좌우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다. 그리고 4개의 작은 봉을 더 진난다.
17:33 까까머리 묘가 나오면서 길은 왼쪽으로 크게 휘고는 다시 우측으로 휘어져 평지를 간다.
17:50 한티재에 내려섰다. 다음 등산로 들머리는 길 건너 폐기물 쓰레기장 앞 큰 안내판이 서 있는 농로로 들어간다. 추령까지 6.6Km란다. 동쪽 500여m엔 주유소가 있고 거기서 300여m엔 수비면 소재지 발리이다. 이따금 지나는 차들이 자꾸 쳐다본다. 경기도 번호 차는 태워주려고 서지만 길이 반대방향일 것 같다.
한티재 다음 들머리
한티재 동쪽에 있는 주유소
18:00 택시가 왔다. 수비면 사무소를 지나 수하계곡 쪽으로 해서 애미랑재를 넘어 옥방으로 가서 검문소 직전에서 답운치로 올라 차를 회수 한다 (18:50). 지난 홍수 때 휩쓴 도로와 마을을 보수 하느라 군데군데 짧은 비포장이었다. 현동을 지나
19:10 온누리 기사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영주-풍기-중앙고속-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집에 오니 12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