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전기차 구입 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개인용 완속충전기’의 설치 가능 여부입니다.
볼트EV, 코나EV 예약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작년 6월에 볼트 EV를 받아서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냈습니다.
봄은 아직 못 겪어봤지만 가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추운 겨울 배터리 효율저하와 히터 사용 그리고 배터리 보온 때문에 주행거리가 줄어들어서 전기차는 탈 것이 못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전기차 카페에도 줄어든 주행거리 때문에 충전소까지 가지 못해 계기판에 거북이 뜨고 결국 견인차 신세졌다는 글도 가끔 올라오고요. 그러면 정말 전기차가 겨울에 최악일까요?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진다면 전기차는 대단히 편리합니다.
첫째, 개인용 완속충전기의 설치가 가능한가입니다.
사실 전기차의 구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집의 차고 또는 아파트 주차장에 개인용 완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면, 주차장에 주유기를 옮겨온 것과 같습니다. 전기차 구입 후의 만족도는 대부분 충전기 설치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주행 패턴이 일정할 것. 출퇴근이나 외근 등 하루에 다니는 거리가 일정하면 좋습니다.
셋째, 인증 주행거리가 길 것. 이번 볼트EV와 코나EV 그리고 니로EV 예약 폭주의 원인이 바로 주행거리입니다. 여름에 380~390km를 달리는 차들은 겨울에도 히터 따시게 틀고 250~300km는 달릴 수 있습니다. 효율이 가장 좋은 봄 가을에는 450km 이상 달릴 수 있고요.
개인용 완속충전기 설치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시간을 아껴줍니다. 빈 충전기를 찾으러 다니거나, 다른 차가 먼저 충전 중일 때 기다리는 일이 없죠. 그리고 퇴근해서 충전기 연결하고 출근 때 빼면 되니 주유소 갈 시간조차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연기관차보다 월등히 편리해집니다.
매일 충전해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출퇴근하면서 매일 기름 가득 채우는 분들이 있나요? 400km 전후 인증 받은 차들은 평균적인 출퇴근 거리라면 일주일에 한번 충전, 많아야 두 번 충전하면 됩니다. 그것도 퇴근 후 잠 잘 때 충전이죠. 하루 종일 켜져 있고 수시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는 다릅니다.
완속충전기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충전 단가가 가장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밤11시부터 아침 9시까지의 경부하시간대(일요일과 공휴일은 종일)에 충전하면, 외부에서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때보다 1/4에서 최대 1/10의 비용 밖에 안 듭니다(내년까지 충전기 월 기본료 1만원 면제에 요금 50% 할인, 경부하시간대 충전 조건일 때).
볼트의 경우 봄~가을 완전 충전 1800~2000원, 겨울 2400원 정도 나옵니다. 이걸로 겨울 250~300km, 여름 380km 전후, 봄~가을엔 400~450km 달릴 수 있고요. 기본료 면제와 할인이 끝난 후에도 1회 충전 3600~4800원 수준이니 여전히 저렴합니다.
집 또는 회사에 완속충전기가 없다면 결국 외부 급속충전기를 주로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상당한 시간을 밖에서 보내야 합니다. 충전하는 동안 쇼핑이나 운동, 독서 등으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불편한 겁니다. 그리고 급히 충전을 해야 할 때, 충전기가 고장이 났거나 누군가 먼저 이용하고 있다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죠. 일반차들의 주차 또한 큰 문제고요. 차 좀 옮겨달라고 하면 성내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충전방해를 위해 고의로 주차하는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옮기지 않는 매너 없는 전기차 오너들도 많고요. 이 부분은 9월 1일부터 충전자리에 주차하면 20만원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그때부턴 조금씩 나아질 것 같네요.
그렇다면 겨울은 어떤가? 전기차 못 탈 계절인가?
이 역시 인증주행거리가 얼마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행거리가 넉넉한 차들은 겨울에도 편리합니다.
휘발유건 디젤이건 냉각수와 엔진오일이 정상온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없고, 연비도 떨어지죠. 저는 내연기관차를 탈 때 시동 후 서서히 움직이며 예열하는 편인데, 이렇게 해도 예열이 끝나는데 시간이 상당히 소모됩니다. 주말에 가끔 타는 8기통 차는 거의 5km를 달려야 정상온도에 도달합니다. 뭐 가만히 세워두고 공회전하면 기약 없고요.
전기차는 이런 게 없습니다. 그냥 전원 버튼 누르고 변속레버 옮기면 끝입니다. 곧바로 급가속해도 문제가 없어요. 히터는 일반차들의 후끈함이 아닌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정도에 불과한 대신 금방 나옵니다.
그래서 전기차를 타면서 겨울에도 편해졌고, 비용은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고(사실 거의 안 든다고 보면 됩니다. 엔진오일 1회 교체비용이면 1년 충전요금 내거든요), 주유소에 들르지 않아도 되고, 엔진오일 교체하러 갈 필요도 없으며, 예열 또한 필요 없으니 시간 또한 상당히 아끼고 있습니다. 충전은 일주일에 한두 번 퇴근 후 주차장에서 코드 연결하고 카드 한번 대는 것으로 끝나고요.
제가 보는 전기차 선택 단계의 문제는 아직 다양한 차종이 없다는 겁니다. 특히 덩치가 큰 차가 없습니다. 큰 차는 무겁고, 무거운 차를 멀리 가게 만들려면 그만큼 배터리 많이 얹어야 하고, 그러면 비싸지니까 주행거리와 배터리 사이즈 등을 고려해서 작은 차 위주로 전기차들이 출시되었습니다.
한 대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사이즈의 전기차가 현재 테슬라 외엔 없는데 대중적일 수 없는 가격표를 달고 있죠. 볼트도 보기보단 실내가 넓은 편이지만 중형 세단 또는 SUV에 익숙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니로 EV가 나와야만 주행거리와 공간 모두 만족시키는 대중적인 전기차가 될 것 같네요. 메이커들도 이런 부분 아주 잘 알고 있을테니, 앞으로는 다양한 전기차가 나올 것 같습니다.
요약
-집에 완속충전기 설치가능하면 전기차 (매우) 탈만 하다
http://www.evwik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