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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랩 | 2016.10.09 17:31
새로운 구단주 지리(Geely) 자동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대적 프리미엄 업그레이드 작전에 돌입한 볼보. 올여름 첫 타석에 들어선 XC90은 성공적으로 안타 때렸다.
S90은 XC9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모델이다. S90도 출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첫인상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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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안 맞춤 양복
S90은 XC90의 세단 버전이다. 파워트레인과 뼈대는 물론 디자인도 XC90의 것을 그대로 이식했다. 체격이 전혀 다른 사람이 같은 슈트를 맞춰 입은 느낌이다.
첫인상은 늘씬하다. 선과 면의 수를 줄이고 간결하게 만들어 시선이 앞에서 뒤까지 막힘없이 이어진다. 과한 캐릭터라인도 없고 어디 한구석 모나고 튀는 부분도 없다. 아우디에서 근무했던 디자인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의 손길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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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한 인상에는 후륜구동을 닮은 비율도 한몫한다. XC90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 덕분에 전륜구동 기반임에도 불구하고 앞바퀴와 앞문 사이의 거리와 보닛의 길이를 늘일 수 있었다. 덕분에 좀 더 늘씬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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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볼보의 모든 라인업은 SPA와 CMA 두 가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SPA를 줄여 향후 60시리즈까지 적용할 예정이고, 더 작은 40시리즈부터는 소형차를 위한 플랫폼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사용하게 된다.
볼보의 이런 모듈화 전략은 뼈대뿐 아니라 엔진에도 적용된다. 가솔린과 디젤을 포함해 전 라인업의 모든 트림을 4기통 1,969cc 짜리 하나의 같은 블록으로 만드는 것이다. 생산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이점이 크고 부품의 공유로 물류비까지 줄어든다. 물론 터보와 압축비, 전기모터 적용을 통해 트림별로 출력에 차등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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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개발 시,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뼈대에 살을 붙이는 것은 비용과 시간에서 차이가 크다. 여러 차량에 고루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과 엔진은 한 번 만들어두면 향후 차 만들기가 훨씬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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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디자인 얘기를 해보자. S90의 얼굴은 XC90에 비해 조금 더 입체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세로 줄무늬도 안쪽으로 살짝 들어갔고, 미간에도 주름을 넣었다. 앞범퍼 좌우 흡기구(실제로는 막혀있다)도 S90은 안으로 꺾인 면을 만들고 그 안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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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도 다른 외관디자인과 조화가 좋다. 리어램프 사이 ‘VOLVO'라고 레터링이 들어간 부분의 면처리는 감각적이다. 하지만 리어램프는 XC90과 V90의 것이 훨~씬 멋지다. 어딘가 비율이 세단 엉덩이 맞춰 100% 변환되지 못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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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움을 품은 따듯함
풀LCD 계기반과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센터패시아 중앙의 9인치 세로형 터치스크린은 신차느낌, 첨단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비들이다. 피아노 블랙 소재와 대시보드를 좌우로 크게 가로지르는 크롬바는 이런 장비들을 싸고돌며 세련미와 젊은 감각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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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튀지 않는 단순한 형태의 대시보드를 부드러운 가죽과 따듯한 나무장식으로 덮어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전해준다. 차가움은 따듯하게, 화려함은 모던하게 포장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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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의 작은 스위치에도 공들인 흔적이 진하게 묻어난다. 기어노브 뒤쪽의 시동 스위치와 드리이브 모드 다이얼, 공조장치 송풍구까지 다이아몬드처럼 영롱하게 반짝거리도록 처리했으며 조작감도 고급스럽다. 뒷좌석 공조장치 조작부도 센터패시아와 같이 터치방식으로 처리한 점도 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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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인테리어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시트다. 볼보 시트는 오래전부터 인체공학적 설계로 유명했다. 특히 장거리 여행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은 과연 가구로 유명한 스웨덴 출신다웠다.
S90의 시트는 기존 볼보 시트가 가지고 있던 편안함을 얇은 두께로 실현했다. 사각형으로 펀칭된 나파가죽은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최상이고, 얇아진 쿠션은 몸을 포근히 감싸는데 부족함이 없으며, 좀 더 넓은 실내공간을 만드는데 유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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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S90의 뒷자리는 패밀리 세단으로 쓰기에도, 심지어 귀하신 VIP를 모시기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쾌적한 공간을 보여줬다. 후륜구동 독일 라이벌 대비 전륜구동을 기본으로 한 S90의 장점이다.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가 빠진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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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급을 뛰어넘는 오디오
요즘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소리를 눈으로도 전달해야 한다. 플라스틱 따위로 스피커를 덮어서는 절대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는 시대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심지어 스피커가 빙그르 돌면서 튀어나오거나 빠끔히 고개를 드는 등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볼보에 역시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알루미늄 커버 너머로 보이는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의 노란색 케블라 진동판이 ‘소리 좋다’는 선입견을 듣기도 전에 눈으로 먼저 전해준다. 대시보드 상단 중앙의 트위터도 B&W 스피커의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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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과거에도 다인오디오(Dynaudio)와 협업으로 카오디오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었다. S90 역시 인스크립션 트림에 적용된 B&W를 통해 많은 공을 들였다. B&W 엔지니어들이 개발과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소리를 가다듬었다.
시승 중 S90에 미리 선곡돼 있던 음악을 재생하고 볼륨을 매우 크게 높여보니, 흔히 듣던 카오디오와는 다른 차원의 소리임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기자는 중저음이 강조돼 둥둥거리는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데, S90에 장착된 B&W는 악기 하나하나와 가수의 목소리를 저음부터 고음까지 고르고 선명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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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동력성능
시승차로 준비된 모델은 D5 AWD 인스크립션과 T5 인스크립션 두 가지로 구성됐다. 먼저 D5에 올랐다. 역시 디젤임을 숨길 수 는 없지만 방음에 꽤 신경을 많이 썼음을 느낄 수 있다. 주행 중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정차 중에도 소음으로 인한 불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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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에 적용된 2리터 디젤엔진은 235마력 48.9kgm의 힘을 발휘한다. 동급 2리터 디젤모델들이 190마력 내외의 힘을 발휘하는 것에 비하면 확연히 높은 출력이다. 190마력도 사실 일상적인 운행환경에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D5의 235마력은 충분한 힘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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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상시 압축공기를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시 곧바로 터빈을 돌리는 ‘파워펄스(Power Pulse)’ 덕분에 저속구간도 터보래그 없이 원하는 가속을 연출할 수 있었다. 승용차 시장에서 내연기관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마당에, 특히 디젤의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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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옮겨 탄 모델은 T5. 가솔린을 마시는 T5지만 배기량과 형식은 D5와 같은 1,969cc 직렬 4기통이다. 출력은 254마력 토크는 35.7kgm를 낸다. 당연한 얘기지만 D5에 비해 발걸음이 한결 사뿐사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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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RPM을 쥐어짜보면 엔진음은 4기통의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장점을 가진 첨단 다운사이징 엔진이지만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이 주는 자연스럽고 풍요로운 감성은 흉내 내는데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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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XC90과 비슷한 느낌이다. 시내구간 승차감과 고속주행 안정감 모두 매끄럽고 괜찮은 수준이었다. 단단한 느낌의 하체는 커다란 휠과 맞물려 요철을 받아들일 때 ‘털썩’하고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식감으로 표현하자면 촉촉함보다는 바삭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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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감각은 흠잡을 곳이 없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과 반응이 적당해 만족스럽다. 더 이상의 제동성능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안전의 볼보’가 능동적 안전장비의 최전선인 브레이크를 허투루 만들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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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어시스트 2 (Pilot Assist 2)
S90 역시 XC90에 적용됐던 자율주행시스템이 그대로 적용됐다. 최신 볼보에 들어간 파일럿 어시스트 2(Pilot Assist 2)는 지금까지 상용화 된 시스템들 중 가장 진보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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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차량이 있을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없을 경우 시속 15km부터 140km까지 스티어링과 가감속을 스스로 조절한다. 대응 범위도 넓고, 작동 느낌도 부드럽다. 좌우 차선만 확실히 인식되는 환경이라면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도 매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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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큰 길과 합류하거나 교차로, 공사구간처럼 차선이 사라지는 경우 스티어링 조작을 갑자기 중단하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 자율주행시스템의 작동 조건으로 일반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변수를 모두 대응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당분간 운전자가 스티어링휠 뒤에서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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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는 신차효과와 일취월장한 상품성을 내세워 경쟁모델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BMW 5시리즈는 E클래스의 뒤통수를 정조준하고 신모델 출격 준비를 마쳤다. 캐딜락 CT6 역시 최신 디자인의 늘씬한 차체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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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경쟁자가 득실대는 준대형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 볼보가 S90을 앞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상향평준화된 품질과 강화된 안전법규로 ‘이차가 저차 같고, 저차가 이차 같은’ 상황이 돼버린 마당에 S90이 내세운 모토는 ‘스웨디시 젠틀맨’이다. 전 세계 자동차 브랜드 중 볼보만이 독점 사용할 수 있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후광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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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이런 차별화 전략은 영리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남다른 디자인과 준수한 성능으로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 볼보는 내년 초, 그들의 진짜 장기인 왜건 모델 V90과 V90 크로스컨트리를 통해 3연타를 계획 중이다.
글, 사진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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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디자인 이상하다는 평에 동의하지만 s80을 하도 오래봐와서. 전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