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하얀왕국
<하얀왕국>이라는 작품을 보며 권력자의 우매함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다시 생각해 본다. 권좌에 앉고 싶어 죽이고 죽여 결국 자신도 그 권력에 의해 죽고 마는 권력자들이 역사에서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교훈을 모를리 없는 권력자들이 왜 똑같은 절차를 밟을까.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본다.
첫째 나쁜 권력자들은 역사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런 권력자는 100퍼센트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역사를 두려워 하는 권력자들은 국민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국민이 자신에게 잠시 위임한 권력을 국민들을 위해 쓴다. 자신을 위해 권력을 쓰면 어떻게 되는 지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는 나쁜 권력자는 권력이 깨지기 쉬운 유리라는 것을 모른 채 무소불위로 휘둘러도 강철처럼 단단하다는 착각을 한다. 국민을 위해 쓰면 권력이 강철이 되지만 자신을 위해 쓰면 언젠가 유리처럼 깨져 그 파편에 의해서나 아니면 작접 유리에 찔려 자신이 피를 볼 수밖에 없다. 권력자는 이런 단순한 논리를 간과해서 권력을 잡아 국민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을 위해 쓰다 국민도 불행하고 결국 자신도 불행한 길을 걷는다.
양충모 작가의 '하얀왕국'은 그런 점에서 볼 때 권력의 속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권력의 의자에 앉고 싶어 목숨을 걸지만 의자에 앉았을 때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잊고 마음대로 휘두르다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다. 작품에 들어간 오브제를 보면 의자와 좌판으로 쓴 진열장 그리고 의자의 다리를 분리해서 좌판과 연결해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의자로 구성했다. 의자 다리 위에 붉은 피가 선명하게 흐르고 있다. 좌판 진열장으로 쓰인 오브제가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해 권력을 휘두르다 죽은 지도자의 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피의 의미도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권력자를 몰아내기 위해 국민들이 먼저 피를 흘릴 수밖에 없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 흘린 피로 권력자의 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권력자는 역사를 두려워 하고, 권력이 유리조각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하얀왕국'은 권력자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글: 김희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