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Revelation)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아포칼룹시스(Ἀποκάλυψις)는 ‘베일을 벗기다’라는 뜻이다. 즉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다’라는 뜻이다. 계시는 인식론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계시에 근거하여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계시란 인간의 이성과 지혜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절대타자(絶對他者)이신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나타내 보여주시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알 수 있도록 하나님이 나타내 보여주시면 알 수 있는 것이다.
Karl Barth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나님은 “계시 가운데 계신 하나님”(God in his Revelation)이시다. 즉 하나님은 “계시된 하나님”(The revealed God)이시며, 그것은 “계시하시는 하나님”(God reveals himself)을 말한다. 그리고 Paul Tillich의 말처럼, 계시는 주관적인 경험인 동시에 객관적인 사건이다. 필자가 볼 때, 객관성이 결여된 주관적인 경험만으로 이루어진 계시는 인간의 이성을 배제시킨 종교에 속하는 영역으로 평가절하될 것이고, 주관적인 경험이 없는 객관적인 사건은 그 자체로만 신앙을 불러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예를 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은 객관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라고 하는 계시의 의미가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 되어질 때 계시의 참목적과 온전함이 드러난다.
볼테르나 데이비드 흄을 비롯한 계몽주의자들과 무신론자들이 아무리 계시신학(啓示神學)을 공격해도, 계시신학은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계시라는 말 그 자체에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인식의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경에 나오는 기적 이야기들이나 비윤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 악의 문제들에 대한 것을 비평학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성경을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교회는 성경의 권위를 세우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계시에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가 있다. 일반계시는 말씀으로 말미암는 믿음과 전혀 상관없이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 가능하도록 계시된 것으로, 이에는 인간의 양심(Conscience), 하나님이 만드신 만물, 즉 자연(Nature), 그리고 하나님의 섭리(Providence)가 해당된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과 전혀 상관없을지라도, 일반계시를 통해서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일반계시도 구원을 얻는 믿음을 위해서 어느 정도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반계시가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것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핑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려졌나니 그러므로 그들이 핑계하지 못할지니라”(롬 1:20)고 증거하였던 것이다.
특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을 말한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요 1:18). 성경은 “계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많이 주고 있다. ① 마 11:27(눅 10:22)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주셨으니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가 없느니라” - 예수 그리스도. ② 계 1:1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 - 요한. ③ 벧전 1:12 “이 섬긴 바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요 너희를 위한 것임이 계시로 알게 되었으니 이것은 하늘로부터 보내신 성령을 힘입어 복음을 전하는 자들로 이제 너희에게 알린 것이요 천사들도 살펴보기를 원하는 것이니라” - 베드로. ④ 롬 16:26 “이제는 나타내신 바 되었으며 영원하신 하나님의 명을 따라 선지자들의 글로 말미암아 모든 민족이 믿어 순종하게 하시려고 알게 하신 바 그 신비의 계시를 따라 된 것이니 이 복음으로 너희를 능히 견고하게 하실” / 고후 12:1 “무익하나마 내가 부득불 자랑하노니 주의 환상과 계시를 말하리라” / 갈 1:12 “이는 내가 사람에게서 받은 것도 아니요 배운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말미암은 것이라” / 엡 1:1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 엡 3:3 “곧 계시로 내게 비밀을 알게 하신 것은 내가 먼저 간단히 기록함과 같으니” - 사도바울. ⑤ 사 1:1 “유다 왕 웃시야와 요담과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본 계시라”- 이사야. ⑥ 삼하 7:17 “나단이 이 모든 말씀들과 이 모든 계시대로 다윗에게 말하니라”- 나단.
계시를 통해 나타나는 것은 하나님의 위대하심, 거룩하심, 영광, 그리고 사랑이다: “구름이 땅을 덮음 같이 내 백성 이스라엘을 치러 오리라 곡아 끝 날에 내가 너를 이끌어다가 내 땅을 치게 하리니 이는 내가 너로 말미암아 이방 사람의 눈 앞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어 그들이 다 나를 알게 하려 함이라”(겔 38:16) / “이같이 내가 여러 나라의 눈에 내 위대함과 내 거룩함을 나타내어 나를 알게 하리니 내가 여호와인 줄을 그들이 알리라”(겔 38:23) / “내가 내 영광을 여러 민족 가운데에 나타내어 모든 민족이 내가 행한 심판과 내가 그 위에 나타낸 권능을 보게 하리니”(겔 39:21) /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그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라”(요일 4:9).
Kyle Snodgrass가 주장했던 “계시는 단지 복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복음이 곧 계시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의존한다”고 말했던 Peter Jensen의 견해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계시는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계시의 핵심이다.
무신론의 형태가 어떠하든 모든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자들은 계시를 부정하고 십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분명한 확신을 가진 자들이다.
무신론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려고 성경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다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을 보면, 하나님의 계시가 참으로 신비하고 오묘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믿지 못하겠거든 성경을 읽어보라. 만약 당신이 악인이거나 어리석은 자라면, 당신은 계시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진리를 추구하는 지혜자라면, 성경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신학자가 말한 "계시가 없다면 우리는 하나님에 관하여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그리고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의 분명하고 직적접인 증거가 된다. 그러므로 성경을 통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계시를 알게 되고, 하나님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하나님 보시기에 올바르게 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로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다"는 Charles Hodge의 말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숙고해보라: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자기 행위가 악하므로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한 것이니라 악을 행하는 자마다 빛을 미워하여 빛으로 오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 행위가 드러날까 함이요 진리를 따르는 자는 빛으로 오나니..."(요한복음 3: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