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바바새
남태평양 수평선에
쟁반만한 큰 해가 솟아오를 때
무성한 컴트리나무 숲에서
쿠쿠바바새가 운다.
한국 땅에선
뻐꾹뻐꾸 우는데
호주 땅에선 쿠쿠바바라고 운다.
처음 듣는 그 새소리
나는 뻐꾸긴가 했는데
그 새는 뻐꾸기가 아닌 쿠쿠바바새
원주민이 살던 때부터 울던 새란다
몇만 년 전, 그 이전부터
대륙의 내력과 함께 원주민이 들었던 새소리
오늘은 일시 방문객 코리아의 시인이 와서 듣는다.
쿠쿠바바 쿠쿠바바
뻐꾸기 울음소리보다 더 투박하고
더 황당한 큰 울음소리
무더운 상하의 나라
태양이 머리 위에 오는 날에도
큰 대륙의 주인인 양 뽐내어 운다.
쿠쿠바바새여,
투박한 너의 울음소릴 듣고 있으면
이 땅에 처음 살았던 원주민 형제들의
억센 팔뚝과 검게 그을린 얼굴 떠오른다
인간사냥꾼 백인의 총소리 처음 들리던 새벽에도
너는 대륙의 비극을 증언하며
쿠쿠바바 쿠쿠바바
무성한 숲속 날개 퍼덕이며 놀래 울었겠지.
넓으나 넓은 대륙
대양에 둥실 뜬 커다란 바닷속의 대륙
더는 옮겨 갈 데가 없는 남쪽
큰 바다 큰 땅 위에서
너의 울음도 크고 강력하다.
나는 15일 후면 다시 돌아갈 북쪽 나라의 시인,
내게 들려 준 너의 노래를 안고
나를 반하게 했던 그 찬란한 새벽을 안고
쿠쿠바바새여, 북쪽 나라로 돌아간 뒤에도
너는 내 마음 속에서
15일간의 짧은 우정을 노래 부를 것이다.
네가 들려 준 남국의 시원한 여름의 시,
그 서늘한 알파벳 모음을 안고 나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 북으로 갈 것이다
오오 나와 첫인사를 쿠쿠바바로 나눈
호주의 위대한 자연 시인 쿠쿠바바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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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
제1부 타국에서 만난 38선 / 쿠쿠바바새
문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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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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