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 빙상장을 찾은 시민들은, 피겨 여자 싱글에서 각각 금, 은메달을 딴 러시아 피겨 요정 자기토바와 메드베데바를 비롯하여
평창의 무대를 수놓았던 피겨 스타들이 선보인 환상적인 연기에
감탄과 환호를 연발했다.
겨울 올림픽이 폐막한 것은 2개월 전에 불과하지만,
평창 올림픽의 주인공들은 당시와 또 다른 성숙미와 노련미를 뽐냈다.
관객들의 입장이 지연되어 기존 시간보다 10분 늦게 시작된
'아이스 판타지아 2018'은
본격적인 아이스쇼 무대를 앞서 깜짝 손님의 방문으로 막을 열었다.
이날 목동을 찾은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 '팀 킴'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은
빙상 위에 깜짝 등장해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또한 차준환 선수의 이름으로 깜짝 삼행시를 짓기도 했다.
뒤이어 선수들 전원이 참가한 오프닝무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이스 쇼가 시작됐다.
여자 피겨 싱글 금메달리스트 자기토바는, 평창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쇼트프로그램 연기와 갈라쇼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1부 공연에서 검은색과 흰색으로 백조를 표현한 의상을 차려입고 평창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보인 '블랙 스완'을 연기했다. 2부에서는 평창 갈라쇼 무대에서 선보였던 정글의 여전사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연기가 눈빛으로 관객들의 탄성을 유도했다.
여자 피겨 싱글 은메달리스트 메드베데바는 부상으로
2주 전부터 점프 연습을 한 점을 고려해 점프는 생략하고
안무 위주의 연기를 펼쳤다. 뛰어난 기술력과 풍부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은반 위에서 그는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했다.
2부에서는 안경을 끼고 깜찍한 학생으로 분장해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전날 메드베데바는 “열광적이면서도 매너가 좋은 한국 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한국을 다시 찾은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예브게니 플루센코도 이번 공연에 나섰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격정적인 스텝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스케이팅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은 그는 2번의 연기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유도했다.
또한 아이스 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은, '아리랑 감동'을 재현했다.
개량한복 차림의 피겨복에 댕기 머리를 한 민유라와 겜린은
전 세계인들이 보는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인 '아리랑'에 맞춘 1부 공연을
선보였다. 두 선수는 2부 공연에서 색다른 모습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게임 '슈퍼마리오'의 마리오와 루이즈 분장한 이들은 익살 넘치는 무대를 연출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곧이어서는 메드베데바, 자기토바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난입하여, 쇼트트랙 경기를 재현하기도 했다.
생애 처음으로 아이스쇼에 출연한 한국의 차준환은,
1부 공연에 출연한 13개 팀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일 포스티노의 애절한 선율에 맞춰 차준환은 애절한 표정 연기와
유연한 스텝으로 관중들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2부 공연 오프닝에서 차준환은 젊은 선수들과 함께,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DNA'에 맞춰 단체 공연을 선보였다.
김진서, 진보양, 빈센트 저우, 미샤 지, 알렉산더 겜린과 아이돌 그룹으로 변신해
화려한 댄스 실력을 뽐냈다.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금메달리스트인
독일의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루노 마소와 남자 싱글 4위인
중국의 진보양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이스쇼의 최고 박수 갈채는, 아이스 아크로바틱 팀이 받았다.
블라디미르 베세딘과 올레세이폴리슈츠크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와 퍼포먼스, 묘기에 가까운 쇼를 선보여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