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2회 후쿠오카 국제마라톤대회(2008년12월7일)
-기록: 2시간40분31초
-순위:262위
출발~5km(18'39") 5~10km(18'46")
10~15km(18'55") 15~20km(19'00") 20~25km(18'57")
25~30km(19'06") 30~35km(19'10") 35~40km(19'19") 40~골인(8'33")
제작년인가 후쿠오카 참가기를 읽으면서 나도한번 꼭 가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었었고 드디어
올 3월 한강변의 차가운 바람을 뚫고 어렵게 후쿠오카행 티켓을 따낼수 있었습니다.
07년 회사 사정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기에 그해 11월부터 촛점을 서울마라톤에 맞추어
동계훈련에 충실하였습니다. 사실 30분대라는 하나의 조건은
어렵게 만족했으나 11위로 당초 10위까지라는 범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서울마라톤의 큰배려에 힘입어 덤으로(?) 참가할수 있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촌놈 처음으로 서울행 비행기를 예약했는데 기상악화로 결항되고 부랴부랴 열차편으로 상경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계획이
꼬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날씨또한 갑자기 동장군이 몰려와 서울에 내리니 귀가 시려울 정도입니다. 이튿날 공항에서 서울마라톤 스탭분들,다른 참가선수들과 합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드뎌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설레임도 잠시 현지 날씨가 좋지
않다는 말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여름 과훈련 탓인지 하반기 떨어진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고 급기야 춘마에서 43분대를 기록했기에 컷오프 탈락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현지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대회본부에서 배번을 수령한후 우리는 각자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회출발지인 오호리공원을 조깅하기도 하고
일부선수는 마음의 부담을 떨치기 위해 가볍게 인근을 산책하기도 하면서 전의를 다졌습니다. 저녁에 있은
선수단을 위한 부페만찬에서는 최대한 자제를 한다고 하였지만 너무나 풍성한 대접에 저도 모르게 그만 많이 먹게 돼버리더라고요^^*
드디어 대회일! 9시쯤 식사를 가볍게 마치고 10시쯤
바나나 한개와 홍삼엑기스를 조금 먹고 있으려니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다른분들도 대회복장
준비하랴 테이핑을 하랴 모두 바쁩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차분하지만 선수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가 빈틉없이 되어있어 그네들의 준비성에 다시한번 놀랍니다. 출발선앞의 매트를 통과하는 것으로 참가확인이 되지만 번호대로 줄을세워놓고 다시한번 일일이 확인합니다. 가슴은 점점 뛰는 가운데 짧은 시간이 흐르고 스톱워치를 보는새
뭐라고하니 선수들이 일제히 중거리 스타트 자세를 취합니다. 국내대회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해
어리둥절 하는새 출발! 막혔던 둑이 터져 물이 흘러가듯 그렇게 물밀듯이 선수들이 밀려갑니다.
선수들이 포함된 A그룹은 운동장에서 출발했고 저는 오호리 공원의 B그룹 중간정도에 위치해 있었는데 공원을(2km) 한바퀴 조금더 돌고
합류하게 되어 있습니다. 초반에 절대로 오버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몇번을 다졌기에 그냥 흐름대로 따라가려
했는데 자꾸 추월을 당하고 그렇게 지나다 1km 표지를 지나치고
2km에서 시간을 보고는 머리에 쥐날뻔 했습니다. 그렇게 느리다고는 생각안했는데 8'06"가 찍힙니다.
이대로 가면 첫5km 관문에서 탈락입니다.도로로
나가면서 뒤를 잠시보니 뒤로 선수들이 얼마 안보입니다. 그때의 황당함이란.... 도로에 나서 페이스를 올려 요리조리 피하며 초반 나를 추월해간
선수들에 복수를 시작합니다.
5km 통과지점에 정말 말로만 듣던 제한시간에 도달못한 선수들을 무참히(?) 낚아챌 심판관을
보며 시계를 보니 18'39", 하마터면 일본까지 와서
5km 겨우 달리고 짤릴뻔 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아찔합니다. 생각도 않은 3km 템포런을 한탓에 호흡과 심박수가 올랐지만 그래도 마음은 안정이 되어 그때부터 계획된 레이스를 합니다. 춘마이후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훈련이 조금 무리가 되었는지 왼쪽무릎과 고관절이 썩 좋지는 않았기에 초반 19분/5km를, 후반에
괜찮으면 30분대 진입을 노리기로 했었습니다.
5km통과후 이제좀 여유가 생겨 응원나온 시민들도 보이고 주변 경쟁자들도 둘러보며 10km를
안정되게 통과하였습니다. 주로를 따라 줄을 하나 쳐놓은 너머로 그 많은 시민들이 정말로 열렬히 응원을
하는데 학생,아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목이터져라고 "간빠레! 간빠떼! 화이또!"를 외쳐대는 그들을 보며 이러니 일본이 마라톤을 잘할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km즈음에 첫번째 난관을 만났습니다. 초반 컷오프 안당하려고 3km를 빡시게 달린 영향이었는지 심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염려될 정도의 통증이 왼무릎과 대퇴에서 감지 되어 준비해간 BCAA를 두알 까먹으니 일단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그 이후 심해지지 않았습니다.
우려했던 바람은 그렇게 쎄지는 않았지만 어쨋든 무리에서 떨어지면 부담이 될정도(최소한 제가
느끼기에)로 불고 있었고 날씨는 조금 풀린데다 추워서 팔토시를 했기에 많이 춥다고 느끼지는 았습니다.
하프를 1:19분대에 통과하며 이제 컷오프에 대한 우려는 떨쳐버렸고 24km 지점의 태극기를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갔습니다. 하프통과후 5~6명의 무리중 한놈이 나를 힐끗 보더니 여러번 내 배번을 쳐다 봅니다.그
이후 완전히 그놈덕에 짜증 지대로 났습니다. 일부러 그러는지 습관인지 자꾸 힐끗힐끗 보며 앞에 갔다
옆으로 붙었다 간혹 걸리적거리면서 지랄염병을 합니다. 한대 쥐어 박으려다가....
어느새 24km 지점이 다가오고 눈을 크게뜨고 보니 저멀리 태극기가 펄럭이는게 보입니다.어찌나 반가운지^^* 아마 스탭분들도 제가 반가웠을 겁니다. 다른 분들은 다 통과했고 제가 기록이 제일 꼴찌기에
걱정을 하고 있었을거란 생각에 힘차게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25km지점부터 출발전 많이
들었던 하카타만의 상당히 세다는 바람은 걱정했던것 보다는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고 31km이후의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어느새 선두가 돌아옵니다.마치 타조가 달리듯 작은 키에 어떻게 그렇게
큰보폭으로 달릴수가 있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그뒤에 한참이어 일본선수 두명을 포함한 2위그룹이 달려오는데 선두는 아니어도 그중에 한국선수가 한둘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선수들이 맞은편에서 속속 지나가고 배번을 보니 마스터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길래 눈을 크게뜨고 보며 달려가는데 드뎌 김광호 선수가
힘차게 달려옵니다."광호씨 힘!" 했는데
레이스에 집중하고 시민들의
응원소리에 못들었는지 못보고 지나갑니다. 한참뒤 강호님이 오길래 이번에는 더크게 소리질렀는데
또 역시 못들었나봅니다. 반환후 페이스를 올려 30분대에
진입해야 되겠다고 마음먹고 레이스를 하는데 몸의 힘들기만큼 시간이 단축되지는 않습니다.그 와중에도 그
다꾸앙놈은 계속 신경쓰이게 만듭니다.하도 신경쓰여 한번은 진정하라는 손짓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한번 치켜줬는데도
이녀석 똑같습니다.
35km 지점을 통과하며 보니 30분대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하며 힘든 발걸음을 옮기며 다른건 몰라도 내 너는 이기리라는 목표를 정했습니다.40km 이후 이넘
스퍼트 하더니 순식간에 20m 정도 벌어지고 그뒤를 악착같이 쫒아갔습니다. 왜 그때 축구 한일전이 생각이 나는지.... 결국 운동장에 들어서서
태극기와 스탭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2코너 돌면서 이넘을 제치고 몇발앞서 골인하니 40분은 넘었지만 기분은 좋더라고요^^* 앞서 골인한 우리 선수들과
서로 격려하며 비로소 걱정을 안고 시작했던 후쿠오카에서의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의 침울했던 결과와는 달리 올해는 각자가 모두 열심히 준비하였고 20분대의 정말 대단한
기록으로 골인한 광호씨를 비롯 7명이 30분대의 좋은 기록으로,3명 40분대 초반기록으로 전원완주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회장님을 비롯 스탭분들도 정말 본인이 완주하신것 처럼 축하해주고 좋아 하셔서 그이후 분위기는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그야말로 화기애애^^* 달리는 주로 내내 적극적인 협조와 열렬히 응원을 해주는 일본인들을 보며, 작은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그들의 치밀함,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달려보겠다는듯 목이 터져라 응원해주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참 너무도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앞에, 주위에 달리는 수많은 선수들을 보며 나도
딴에는 지방에서 달린다면 달리는 놈이라 생각했던게 얼마나 우습고 우물안 개구리 같은 좁은 생각이었는지 씁쓸하기 까지 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되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해 보았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경험한 해외마라톤! 그것도 세계적인 권위의 후쿠오카마라톤! 이틀이 지난 지금도 생각할수록 가슴이 설레입니다. 또한 이러한 값진
경험을 할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서울마라톤 박영석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팔순의 연세에도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하나하나 직접챙겨 주시고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회장님! 완주후
선수들 배고플거라며 전화로 해도될 식사예약변경을 직접 달려가 챙겨주시고 돌아오는길에 관련기사가난 아사히 신문을 한부씩 주기위해 가판대마다 달려가셔서 2,3부씩 사셔서 끝내 모두에게
한부씩 들려주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마음속으로 큰절을 몇번이고 드렸습니다. 일일이 열거하면
날이새도 모라랄 정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서울마라톤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또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많은 홍삼제품과 완주축하 홍삼주를 특별히 선물해주신 정진원홍삼, 많은 응원을
해주신 달림이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삶속에서 늘 행복이 넘쳐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