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서울 인현동 PJ호텔에서는 중소경제인들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 등 2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관심을 집중시켰다.
PJ호텔‘카라디움홀’을 가득메운 중소경제인들은 ‘중소기업 소상공인도 뭉치면 산다’,‘한국경제의 왜곡된 경제질서를 바로잡자’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주축이 된 전국 규모의 경제인단체 ‘희망경제연합’을 출범시켰다.
“오늘날 금융자본주의 시대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힘을 함께 합치는 것입니다.”
이날 희망경제연합(이하 희경연) 창립대회에서 김진시 상임대표가 개회사를 통해 밝힌 일성이다. 김대표는 개회사에서 “개발도상국 시절엔 대기업 중심의 산업발전이 성공모델이 되었지만, IMF이후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발전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대기업 ,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서로가 베풀고 나눔을 함께하여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며 희경연의 창립 취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오 의원은 “그동안 정치를 해보니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베풀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실패를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어 그는 “희망경제연합이 중소기업 간 서로 돕고 상생하는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희경연 창립을 축하했다.
신종현 전 중소기업청장도“복지사회 건설은 국가와 국민이 함께 이룩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제는 중소기업도 목소리를 내는 모임이 필요하며, 그 목소리를 보다 조직화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희경연은 600만 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전문가들이 스스로 힘을 합쳐 자력갱생을 도모하고 왜곡된 경제구조를 개선해 희망적인 경제환경을 만들고자 뜻을 함께 한 중소경제인들의 모임이다. 지난해 7월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희망카페(http://cafe.daum.net/fhke) 개설, 희망마트(http://www.heemart.com) 구축, 희망봉사단, 희망산악회 등의 소모임을 통해 중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한 회원모집 및 단체 활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올해에는 회원들이 늘어나자 서울 강남 ·금천 ·인천김포 등지에서 지부창립이 이어졌고, 안동 ·영양 ·천안 등의 지방에서도 지부창립을 준비 중에 있다. 최근엔 회원들의 사업지원 횔동을 강화하고 제도개선 및 정책발굴을 위해 ‘희망유통본부’와 ‘희망경제정책연구소’도 설립했다.
현재 희경연은 3개 지부에 온 ·오프라인을 합쳐 400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전국 규모의 중소경제인 단체로 발돋움 하고 있다. 회원 중에는 법률 ·회계 ·세무 ·관세 ·노무 등 전문가들도 합류했고, 관계 ·재계 · 학계에서 몸담았던 각 분야의 원로들이 고문을 맡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밝힌 희경연의 회칙 및 정관은 여느 단체와는 독특한 면이 있다. 그 성격 및 목적을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 주체들이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경영의 정보와 서비스를 공유하여 상호 발전 및 친목을 도모하고, 그 성공적인 사업의 결실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한다.”는 것. 한마디로 중소경제인들도 ‘뜻을 함께 해 힘을 기르자’라는 말로 요약된다.
회칙에서 주목되는 점은 단체를 이끌어가는 운영방식이다. 희경연은 중소경제인들의 연합체인 만큼 단체를 어떤 개인이 주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5인의 공동대표 체제를 취하고 있다. 그 중 상임대표는 공동대표를 대표하는 최고 직책으로 공동대표단의 추천을 받아 총회에서 인준받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경연의 핵심기구는 33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운영위원회 위원은 희망회원의 추천을 받아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의장이 임명하며, 운영위원회 의장은 상임대표가 겸임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운영위원회는 회칙 개정을 비롯해 공동대표의 선출, 예산 및 결산의 승인, 사업계획 수립 및 집행, 산하조직 및 분과위원회의 개설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이 모든 결정을 33인의 운영위원들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이뤄진다.
이날 희경연이 밝힌 주요사업들을 보면 • 중소경제인 네트워크 구축 • 사업정보 및 서비스의 공유 • 회원간 경영 및 마케팅 지원 • 중소경제인 권익보호 • 정책발굴 및 제도개선 • 사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봉사활동 등 중소경제인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하게 된다.
창립대회 이후 희경연은 각계각층으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대기업 및 노동자 중심의 한국경제 무대에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제3의 경제세력으로 등장, 주인공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해 주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국가경제의 핵심 주체는 대기업도 노동자도 아닌 실물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다. 이들은 인체의 피와 같은 존재로 이들의 역할 없이는 어떤 사회나 국가도 원할한 경제활동을 이룰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자기 분야에서만 경제활동을 몰두해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무수한 업종들로 나눠져 각자가 추구하는 권익과 권리가 다르고, 사업체 또한 지역적으로 산재해 있어 이들의 공감대를 하나로 묶기에는 시·공간적 제약이 컸다. 그동안 이들이 경제 주체로 나서지 못한 이유다.
희경연이 이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성공적인 단체 창립에 이를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희경연의 정체성과 그 취지에 공감대가 컸기 때문이다. 즉 중소경제인들이 이젠 더이상 경제의 방관자가 아닌 주인공이라는 주체의식을 심어줬다는 것. 또한 대기업과 노동계의 대립구도에서 형성된 왜곡된 경제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중간자로서 중소경제인들의 역할론을 제시했다는 점. 그리고 정부나 대기업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힘을 모아 자력갱생을 도모하자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 등이 중소경제인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대의명분이 되었다.
허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소경제인들의 공감대를 끌어내 단체 창립에 이르기까지 그 의지를 집결시킬 수 있게 한 건 최신 IT기술 덕분이다. 희경연은 정보통신기술을 온·오프라인에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중소경제인들의 정보와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제품 및 서비스로 회원간 도움을 주고 받게 함으로써 그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중소경제인들도 뭉치면 대기업과 노동계를 능가하는 경제적 세력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게 되어 마침내 ‘희망경제연합’이라는 단체 창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희경연 창립에서도 보았듯이 앞으로 전개될 지식경제사회에선 첨단 IT기술에 기반한 지식·정보·아이디어 같은 개인의 창의성이 경제활동의 핵심요소가 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및 1인 규모의 창조성 기업들의 경제적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희경연은 앞으로 이들과 함께 ‘한국경제 무대의 새판짜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 새로운 경제무대가 어떤 모습이 될 건가는 중소경제인들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 분명한 건 소수의 경제권력자들만이 부를 독식하는 지금과 같은‘왜곡된 경제무대’가 아니라 다함께 경제적 향연을 즐길 수 있는‘희망적 경제무대’를 대다수 국민들이 염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