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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Nudge
문화부 정기자 서승우
남자화장실은 소변기 주변으로 튄 소변과 오물 때문에 악취가 났다. 이를 막기 위해 소변기 주변에 조심하자는 표어를 붙이는 등 온갖 방법들이 동원됐으나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네덜란드 공항의 화장실은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 소변기에 파리 한 마리가 그려 놓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파리를 조준하는 행동을 이끌어 냈고, 결과적으로 튀는 소변을 줄일 수 있었다.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H. 셀러 교수는 이런 사례를 담은 넛지(Nudge) 효과를 발표했다. ‘넛지’의 뜻은 원래 ‘팔꿈치로 쿡 찌르다.’지만, 이 책에서는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인간의 행동을 금지하거나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팔꿈치를 툭 치듯 부드럽게 개입하면 타인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고 2017년 스웨된 왕립과학원 노벨 위원회는 제 49회 노벨 경제학상에 그를 선정했다.
넛지 효과가 발표되면서 기업에서는 이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또한 넛지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라는 세금 고지서 문구를 ‘이미 주민의 90% 이상이 납세 의무를 이행했습니다.’로 바꾸었고, 자진 납세율을 올렸다. 비슷하게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자’보다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어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더 효과적이다.
브라질의 안전벨트 미착용률은 92%이다. 안전벨트 착용을 권고하는 각종 경고 문구와 끔찍한 광고에도 안전벨트 착용은 쉽게 정착되지 않았다. 브라질은 택시에 안전벨트를 매면 무료 와이파이가 터지도록 하였고 2015년 캠페인 기간 동안 택시 승객 4,500명은 모두 안전벨트를 맸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리와 빛이 나는 계단 등도 설치 후 계단 이용자 비율을 6.5에서 22%로 3배 이상 증가시키면서 넛지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다만, 넛지 효과를 원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존재한다. 넛지로 인한 행동변화가 1차에 그치지 않고 2,3차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때 기대하지 않은 부정적 행동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강을 위해 등산을 열심히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할 경우, 사람들은 오늘은 등산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술 한잔이나, 나쁜 음식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곤 한다. 일종의 보상행동이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다.
또한 넛지를 위해 남들이 어떻게 한다는 행동을 알려줄 때, 부정적인 행동과 연결되면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등산객 75%가 산의 도토리를 주워가서 다람쥐가 먹을 게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나 말고 75%나 되는구나” 하고 오히려 행동의 정당성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넛지는 컨텍스트(context·맥락과 상황)의 변화를 통해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나 공공부문 성공사례가 우리에게 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본 원칙인 부드럽게 개입하는 것도 지켜져야 한다. 만일 기업에서 소비자를 억지로 유도하거나, 선택설계 과정에서 의도성을 들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뭔가 조작됐다는 의심을 하는 순간 넛지는 의미가 변질된다.
최장순 엘레멘트 공동대표는 “넛지는 일종의 버튼을 건드려 행동을 유도하는 것인데, 기업에서 영리 추구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 자발성이 떨어지고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넛지 효과는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것이지만 경제학 노벨상을 받은 만큼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현재에도 점점 확대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리처드 셀레 교수와 함께 『넛지: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을 집필한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2012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강연에서 “정부가 자신의 힘을 공고화하기 위해, 또는 특정 업계에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부정적인 넛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넛지의 단점을 잘 알고 이를 보완하여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