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획의도
극단 프랑코포니가 올해 신작으로 소개하는 이 작품은 프랑스의 신예 극작가, 연출가, 배우인 상드린느 로쉬의 희곡 <아홉 소녀들>(2011)이다. 창단 10주년기념공연으로 국내 거주 프랑스인 연출가 까띠 라뺑이 우리나라 3~40대 배우들과 야심차게 준비 중인 <아홉 소녀들>은 그간 보여졌던 극단 프랑코포니의 작품 스타일이나색채와는 많이 다른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아동을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큐에서 영향을 받아서 쓰여졌다고 하는 이 작품 <아홉소녀들>은 오늘날 폭력이라는 것이 어린 아이들에게도흔한 일상이 되고 있는 사회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이 무섭도록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이 시대에 온갖 종류의 차별(사회적 차별, 성, 젠더, 인종, 피부색,몸무게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사회 속에서 함께살아간다는 것은, 여러종류의 폭력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언론매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학교 폭력, 최근의 여중생 폭력 살인사건들을 통해서 (미성년)아이도, 여자 아이들도 살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성인과 다르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한 바 있다.
진실과 환상 사이에서 오가며 여성 관련한온갖 문제들, 성폭력, 비만, 소외, 왕따, 차별, 동성애, 자살, 이주민문제, 등이 들어있는 이 작품은 동시대의 보편적인 문제들을 잘 드러내고 있는 벽화 같은 작품으로 여겨지기때문에 동시대 프랑스작품이지만 얼마든지 한국 사회의 여기, 지금과 연결 지점이 있다고 본다. 극단 프랑코포니는 연극 <아홉소녀들>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 같지만 남성과 무관하지 않은, 인간의문제 차원에서 함께 같이 생각해보고자 한다.
3. 작품소개
상드린느 로쉬의 <아홉 소녀들>(2011)은 일반적으로 보는 전통적인 희곡의형태가 아니다. 등장인물의 이름, 나이, 직업, 국적이 드러나지 않고, 제목에서나타나는 ‘소녀’라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정체성도 지시되어있지 않다. 이들은 초/중/고등학생나이로 설정해도 가능하다. 인물 이름 없이 대사의 앞에 중간 줄’-‘만으로구분하고 있어서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알기 어려운 희곡이어서 더 많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극중의 ‘시간’ 역시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여러 날 또는 특정한 어느 날이 될 수 도 있는 ‘픽션적인시간’이다. ‘공간’에대해서도 지시된 바 없지만 어린 시절 아이들이 모여 놀며 파워 게임을 하고 사회를 느끼는 학교 운동장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
<아홉 소녀들>의 테마는 어린 시절, 여성,성폭력, 왕따, 차별, 인종 차별, 동성애, 난민문제 등이다. 이 작품은 각각의 상황들을 모은 조각들로 불균형한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희곡의 서문에서 이 작품을 재즈처럼 자유롭게 해석해서 연주해달라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혼자, 둘, 셋… 아홉까지 각각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악보처럼 소리가 만들어지고 움직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신체 움직임이 쓰여진 지문은 이 작품의 부제처럼 ‘push and pull’즉 ‘밀고 당기기’이다.
성인들의 폭력은 이미 어린 시절, 아동이나 미성년들끼리의 폭력에서 그 근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들 한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의 순진한 놀이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위험 경고 신호 같은 아동 폭력(잔인성)의 문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 속의 익명의 인물들은 크는 것이 두렵고, 너무 마초적인 사회에서 여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 아이들의 프리즘을 통과해서 나온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 성인 자신이 들어있는 현실 세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녀들만의 고유한 세계는 다시 지어내고 다시 놀이로 들어가면서 게임, 환상, 악몽 같은 이야기가 혼합된다.
4. 줄거리
아홉 명의 소녀들이 이야기 지어내는 놀이를 한다. 각자 자기 차례가 되면 자신의 실제의 상황에덧붙여 상상이 뒤섞인 부조리하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쏟아진다. 순진한 듯 보이는 소녀들의 게임을 통해이 작품의 주제들-노동, 성폭력, 차별, 비만, 동성애, 죽음, 이민자 문제-등이 다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