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방울 따기와 산행
지난6월2일 일요일 늘 벼루든 청솔방울 따기 위하여 등산 겸 산행을 시작했다. 오전10시 20분 앞산 충혼탑 주차장에서 충혼탑 동편 뒤쪽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내가 큰골 동, 서 편 넓은 길을 두고 이 쪽을 택한 것은 낮은 소나무가 다른 곳 보다 많기 때문이다. 충혼탑 아래 대명9동 미 8군 캠퍼워커 서편에 1979년 헌집을 사서 헐고 다시 반 양옥을 지어 산지가 34년이 지났다. 6년 전부터 대곡역 래미안 아파트 큰애 집에 가게 되어 대명동 집은 방 한 칸만 세를 놓고 주말에만 내왕하면서 평소에는 비워놓고 있다. 큰애 내외가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가사 돌봄이 로 징발된 셈이다. 같은 라인 6층에 큰애 식구가 살고 16층에 우리내외가 살면서 오르내리며 돌봐 주고 있다. 대곡으로 온지가 6년째 되는데 오는 11월 전세 기간이 끝나면 대명동 내 집으로 돌아 갈 작정이다.
대명9동 충혼탑 아래서 30여년 살면서 앞산 큰골 새벽산행으로 눈을 감고도 찾아 갈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곳이다. 그런데 대곡으로 간 후부터 그동안 오르지 못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목이 더 울창해졌고 산행 길도 잘 다듬어져 있었다. 교육자 대회 기념비를 따라 녹음이 욱어진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라 했지만 나무 그늘이 욱어지고 바람이 불어 땀은 흘렀으나 크게 덥지는 안했다. 구수한 흙냄새에 초목의 싱그러운 향내가 나의 코 속을 간질였다. 암굴을 거쳐 가파른 암벽을 안고 돌면서 산꼭대기에 오르니 대구시가 환하게 내려다보이고 손이 자라는 나지막한 소나무에 청솔바울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어 부지런히 따 담았다. 전망대에서 시가지와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거쳐 안일사가 내려다보이는 솔숲 벤치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먹었다. 올라오면서 딴 솔방울이 한 되 가량 되 보였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50분 산행에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밥맛이 꿀맛이었다. 가지고 간 물병도 비워버렸다. 도시락을 허깨비 기침 하듯 비우고 나니 불로주 한 사발이 간절했다. 커피 생각도 났다.
솔바람에 땀을 말린 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케이블카 휴게소와 산불감시소를 지나 앞산 정상 쪽으로 가면서 솔방울을 더 땄다. 다시 산성산 쪽으로 되돌아가면서 솔방울을 더 따서 큰골로 하산키로 했는데 솔방울 따는데 정신이 팔려 길을 잘못 드려 가파른 내리막 비탈에 서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산성산 항공무선표지소도 보이지 않고 달비골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멀리 월배 아파트 숲이 보였다. 내려가자니 길도 보이지 않고 험했다. 다시 되돌아 오르자니 까마득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이었다. 비닐봉지에는 오후에 딴것만도 한 되 가량 되고 오전까지 딴 것 합하면 두되가 충분하니 예상외의 소득이었다. 이제 솔방울은 그만 따도 되고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 되돌아 올라가기보다 처음 가는 곳이지만 모험을 감행했다. 길도 없는 산등성을 타고 낙엽이 쌓인 산길마저 보이지 않은 가파른 내리막을 잡목과 수풀을 헤치며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계곡만 보고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계곡이 나타나고 산길이 보였다. 너무 반가웠다. 땀이 팥죽같이 흘렀다. 조금 내려가니 절이 보였다. 처음 보는 원기사(圓祈寺)였다. 툇마루에 놓인 주전자의 냉수 두 잔을 연달아 마시고 나니 갈증이 풀렸다.
풍수지리에 문외한이지만 절터가 마음에 들었다. 대덕산 산줄기가 힘차게 뻗어 내려오다 잘록하게 가늘어져 다시 불숙 솟아오른 묘한 봉우리의 깎아지른 암벽 아래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도 암굴은 자연인지 인공인지 보기 드문 암굴이었다.
절 간판도 보이지 않고 대웅전이란 편액도 없이 그냥 한글로 “대웅전 입구”라고 목비가 세워져있고 조립식 건물 같이 초라하게 보였다. 한바퀴 돌아본 후 툇마루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석불과 사적비를 돌아 달비골 입구 휴게소에서 호스를 타고 내리는 냉수로 목을 다시 축이고 윗옷과 신발을 벗고 발 마사지로 피로를 푼 후 내려오면서 앞산 터널과 저수지 그리고 새로 확 터인 6차선 도로에 산뜻한 다리를 배경으로 나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청소년 수련원을 바라보면서 장미 아파트 앞에서 604번 버스를 타고 대곡 집으로 돌아 왔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산행시간이 휴식시간 빼고도 6시간을 했으니 고단했다. 무리였지만 예상외의 청솔방울 소득에 모처럼의 산행을 함께해서 즐겁고 뜻있는 하루였다. 약용 청솔방울도 따고 길을 잃어 헤매기는 했지만 임도 보고 뽕도 따는 드물게 느
낀 즐거운 하루였다.
이튼 날 따온 청솔방울을 깨끗이 씻어 솥에 넣고 솔방울이 찰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부운 다음 처음에는 팔팔 끓이다가 약한 불로 달여 식힌 후 망주머니로 짜니 우유 같은 엑기스가 약 1500cc 나왔다. 아래 사진과 같이 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하고 수시로 머금으며 입안 의 풍치예방과 입 냄새 염증 등 구강위생의 조약으로 활용할 작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으로 “청솔방울 엑기스“를 검색하면 참고 글이 많은데 그 카페 글에 내가 찍은 동영상도 실려 있다.
添記 한번에 2~3번식 2분정도 머금고 3번 반복하면 구강 질환은 굿바이 라 한다. 치과에서는 풍치(치주염)에 항생제와 소염제 그리고 진통제를 복용케 하는데 위장만 헤칠 뿐 별 효험이 없어 인사돌 등 여러 가지 약을 먹었으나 나의 경험으로는 별 효험이 없었다. 밑져봐야 본전이니 산행 겸 시도 해 볼 것을 권하면서 동영상 사진을 첨부 파일로 보내니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단 엑기스를 삼키지는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