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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저녁 스테이크... | 주택가 골목인듯 조용한 식당앞에서 |
주방장이 신나게 만드는 요리감상 | 아기자기 이쁘고 맛깔스런 술 안주 |
<여행지에서의 감탄>
감탄이라 함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끼어 탄복 한다’ 라는 의미 인데, 감탄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거 같다. 흔히들 나이 먹으면 웃음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봤다. 그건 아마도 나이를 먹으면서 무언가에 자꾸 익숙해 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익숙해 지면 내 머릿속에서 “이거 다음엔 이렇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남자들이 스포츠에 빠지는 것도 감탄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아닐까 하는 변명이 될 수도 있겠다.
애들을 키우면서 느끼는것이 있다. 세 아이를 돌보는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재밌는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 수시로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엉뚱한 말, 황당한 상황에서 떠진 아이의 쩌렁쩌렁한 울음, 전혀 웃기지 않는 상황에서의 아이의 함박 웃음.....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하지만 아이들도 선생님과 부모님에 의해 교육이란 적당한 옷이 입혀지고, 꾸준한 잔소리를 듣다보면, 그것이 효과좋은 진정제가 되는지 차분해 지고, 엉뚱한 말이 줄어들고, 점점 어른 흉내를 내게 된다. 그것이 아쉬워서 가끔 5살짜리 막내의 자고 있는 얼굴을 물끄러미 볼 때가 많다.
최근에 가본 여행이 오키나와여서 역시 오키나와 사진을 찾아보았다. 이 사진들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같이 여행갔던 사람들 카톡방에서 가져 온 사진이다. 더 철판이라는 철판구이 식당인데, 마지막 오더가 오후 10:00시까지였다. 오키나와를 도착한 첫날에 저녁식사로 스테이크를 먹고 (만원 정도 했었나?) 2차로 가볍게 맥주를 하기 위해 간 곳이다. 그래서 식당에 다다른 시각이 오후 8시가 살짝 넘어있었다. 국제거리의 번화곳에 위치한 곳이 아닌 주택가에 있는 듯한 조용한 분위기의 식당이었다. 바로 철판구이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바에 4명이 일렬로 앉았다. 메뉴판을 보고 몇 가지 요리와 맥주를 한 잔씩 주문했다. 주문이 들어가자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테크니컬 한 불쇼와 양념통을 두드려 박자를 내는 요리사의 기막힌 솜씨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의 목을 시원하게 젹셔줄 차가운 맥주가 나와서 우리는 잔을 높이들고 다 같이 “치어 업” 이라 외쳤다.
외국에 왔으면 외국말을 좀 해봐야 하지 않는가? 근데 4명 중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없다. 약간의 취기가 오르자 요리사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본다. 일본인들은 영어를 잘 사용안한다고 했지만, 관광지이다 보니 약간의 의사소통은 되는 거 같다. 술이 좋은 점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용기를 한껏 끌어올리지 않는가.....요리사와 우리들이 이런 저런 짧은 얘기를 하다가 이곳에서 가장 추천해 줄 만한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요리사가 얘기해 준 메뉴는 아쉽게도 우리가 시킨 메뉴에 없었다. 그래서 주문을 하려고 했지만...아뿔사! 작은 시계 바늘이 이미 숫자 10을 넘겨버렸네.... 주문이 불가....흑. 다음번 오키나와를 올 때 그 메뉴를 시켜보는 걸로 넷이서 동의하고 기분좋게 식당을 나왔다.
감탄은 정말로 내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오는 즐거운 또는 아름다운 감정이다. 여행은 그것을 만족시켜주기 기막힌 도구인거 같다. 어떤이는 그 값비싼(?) 도구를 기막히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무 가치하게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떨까? 첫날 숙소에 묵을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뭔가모를 옛날 감성의 방안...철판구이 식당에서 요리사의 장인이 느껴지는 포스와 맛깔스런 음식....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맑고 푸른 바다...이런 모든게 감탄
그리고 또 한 가지 직장에서만 봤을 때랑 다른게 느껴지는 사람에 대한 감정...약간의 에피소들 겻들이면, 동생 중 한명이 선물한다고 면세점에서 산 양주가 있었다. 둘째 날에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 술집을 가려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동생이 산 양주를 따서 먹었다. 나와 다른 한 명은 술을 잘 못해서, 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양주는 깨끗이 비워졌다. 술은 먹는 도중에 양주를 사왔던 동생이 얘기하길 자기가 유트브로 70년대 팝송부터 현재까지 년도별로 히트송 모은 것을 보았는데, 대부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 정말?" 이러면서 우리는 술김에 그 동영상을 찾아 틀어보았다. 각 노래마다 10초정도 짧게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유명한 곡들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다 알만한 것이었다. 우리는 노래가 바뀔 때 마다 떼창으로 숙소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30여곡 넘게 떼창을 하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뻗어있는데, 주방쪽에서 달가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보단 한 살 많은 형이 조용히 뒷정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아 이 모습도 나름 아름답구나..이 모습에 또 감탄... 우리는 이런 감탄을 느끼러 하반기에 다시 한 번 출격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어떤 새로운 감탄을 느낄까 하는 기대가 나를 들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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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돋는 첫날 숙소 | 니글니글 족발정식 | 바로 입수하고픈 푸른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