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막국수> 막국수
막국수와 수육을 삼부연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 시장 안에 있는 이곳까지 와서 먹어본다. 소문난 집인데다 그야말로 철원 갈말 사람들이 오랫동안 키워온 집이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입맛은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찾은 집, 멀리서 찾아 올 만한 집이다. 이럴 때 미슐랭은 별 세 개를 줄 것이다 .
1. 식당 얼개
상호 : 철원막국수
주소 :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명성로 158-13(신철원리 983-6)
전화 : 033) 452-2589, 9166
2. 맛본 음식
비빔막숙수(7,000원), 물막국수(7,000원), 돼지고기편육(18,000원)
먹은 날 : 2019.9.18.점심
3. 먹은 후
1) 물막국수 : 국물이 어쩌면 이리 맑고 시원한가 싶다. 자연의 맛이다. 인위적인 맛이 가미되지 않고, 양념이 틉틉하지 않아 청량한 국물맛이 고스란히 입안에 가득해진다.
쌀이 많이 나는 철원 지방, 강원도답지 않게 황금들녘이 펼쳐지는 동네다. 북한이 이 땅을 잃고 얼마나 애가 닳았을까 싶다. 늘 곡식이 모자라 남한의 도움을 받고 있으니 이곳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었으면 아마 식량난을 상당부분 해결하지 않았을까 싶다.
풍요로운 지역이어선지 깔끔하고 여유가 있다. 그것이 음식맛으로 담기지 않았나 싶다. 맑고 깊은 맛에 여유와 격조가 있다. 훌륭한 음식이다.
2) 비빔막국수
비빔이 들어가면 가끔 겁이 나는데 대부분 양념이 너무 진해서다. 양념이 진한 것은 좋은 일이나 진한 양념이 맵고 짠 것으로 채워지기 일쑤고 거기다 인위적인 단맛은 개평으로 들어가 맵고, 짜고, 달고가 비빔의 특성인 것처럼 비빔 음식을 해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국수는 양념이 적당하고,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않다. 청량한 맛을 낸다. 요란스럽지 않은 거섶도 양념의 긴요함과 맥을 같이 한다. 마치 물국수가 그대로 비빔으로 옷을 갈아입은 느낌, 메밀면은 너무 질기지도 틉틉하지도 않아 양념과 잘 어울리며 부드러운 느낌으로 먹을 수 있다.
3) 돼지고기편육 : 작은 접시도 18,000원이어서 조금 값이 높지 않나, 싶은 생각이 한점 먹고 수긍이 되었다. 쫀득쫀득, 고급한 육질이 와, 오랜 맛을 내는 집이라 편육맛도 제대로 내는구나. 음식맛을 제대로 내는 집이구나 싶다.
냄새 안 나고, 빛깔 좋고, 육질도 좋고, 부재 좋아 먹기에 최상이다. 쫀득쫀득 향기로운 식감이 입안 전체에 퍼지는 맛은 삶은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좋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 값을 낮춰 좀더 많은 사람이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게는 못하나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4) 반찬 : 특히 무장아찌가 눈에 띈다. 간을 살짝한 무장아찌다. 특히 편육과 먹으니 좋다.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뭔가 더 시원하고 실한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입안을 청량하게 만든다. 오래 묵은 솜씨가 무장아찌에 그대로 담겨 있다.
5. 먹은 후
1) 맨드라미에 담은 염원
맨드라미가 집앞에 있다. 요즘 맨드라미 보기가 쉽지 않다. 옛날 전통 가옥에는 대부분 뜰에 맨드라미가 있었다. 특히 장독대 주변에는 거의 대부분 맨드라미를 심어 놓았었다.
장독대 관리는 맛 관리와 같다. 그해 장맛이 된장맛이 고추장맛이 좋아야 한해 음식이 맛있게 되고 접빈객 봉제사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맛은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날씨도 좋아야 하고 메주도 잘 떠줘야 된다. 장독귀신이 돌봐야 된다. 나쁜 귀신 타지 말고 장독대 수호하는 장독대 귀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쁜 귀신 쫓아내는 빨간 색, 맨드라미를 심었다. 장맛을 좋게 해서 올해 한해도 맛있는 음식 만들어 가족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소서. 그런 염원이 이 식당 사장님의 염원인 거 같다.
2) 시장음식
이전부터 시장에는 반드시 음식점이 있었다. 사람이 모이고, 먼 길 온 사람들은 집에서 먹고 온 음식으로만 하루를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서는 곳에는 상설 주막도 있었다. 주막은 밥도 먹고 잠도 자는 곳이다. 밥을 먹으면 잠은 그냥 재워주기도 했다.
시장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손님만이 아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도 밥을 먹어야 한다. 파느라고 바빠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없고 가지고 오지도 못한다.
손님도 밥을 먹고 장사도 밥을 먹고, 이래저래 시장의 식당은 성업하기 마련이다. 전통적인 시장 음식으로 가장 보편적인 것은 국밥이다.
그래서 유명 국밥집이 시장 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전주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현대옥, 지금은 전국에 체인 음식점이 생겼지만 한 15년전?쯤에는 전주에서 제일 큰시장 남부시장 안에만 있었다. 의자도 몇 개 안 되는 좁은 식당 안에서 손님들이 몸을 부대끼며 먹어야 했다.
담양의 평창국밥집도 마찬가지, 시장 중앙에 있던 집이다. 이제는 그집 덕분에 일대가 국밥집 거리가 되었다.
시장 식당은 국밥이 보편적인데, 여기는 막국수다. 이 일대 막국수가 보편적인 것을 반영면서 국수, 편하게, 싸게,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보편적이다.
서민들이 빨리, 편하게 먹는 음식은 보편성을 갖기 쉽다. 국경을 넘어 유행하는 음식들도 그런 음식들이다. 햄버거, 피자, 샌드위치, 스시 등등이 모두 그렇다. 60년 롱런 전통, 거기다 막국수라는 음식 자체는 이미 보편화된 것이다. 막국수가 지역을 넘어 국경도 풀쩍 뛰어 넘기 바란다.
첫댓글 물막국수 국물이 육수처럼 보입니다. 돼지고기편육이 먹음직스럽네요.
네, 돼지고기도 막국수 육수국물도 맛이 좋았습니다. 뜻밖의 횡재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마 철원평야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넉넉한 평야, 넉넉한 곡식, 넉넉한 인심, 그것이 모두 음식으로 수렴되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