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결과 분석과 향후계획 분석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할까. 2018년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자아비판'과 더 안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행정안전부와 한국행정연구원은 19일 한국행정연구원 대강의실에서 2019년 국가안전대진단 '업그레이드'를 위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은 2015년 세월호 사고후 사회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해 시작됐다. 공공기관과 민간시설의 안전관리주체가 참여해 집중점검하는 범정부적 예방활동이다. 지난 4년 동안 220만곳의 시설을 점검해 6만곳은 현지에서 시정하고 8만곳을 보수하는 등 위험요인을 개선해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진환 행안부 재난협력실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은 점검의 책임성과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배 실장은 "오늘 세미나가 안전진단의 미흡한 부분을 돌아보고 정책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안전대진단이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범사회적인 안전점검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 사업"이라며 "올해는 내실있는 운영을 위해 안전점검 실명제, 점검결과 공개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세미나는 성과와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실무를 담당한 지용구 행안부 재난안전점검과장이 결과와 향후 계획을 통해 세미나 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 안전대진단은 스스로 점검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 대한 '한계성'을 지적했다. 지 과장은 "자체점검이 한계가 있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이 아니다"며 "안전대진단은 본인과 그 주변을 스스로 점검하는 기회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점검기간이 2개월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주체가 돼 안전을 점검해보는 것이 취지였지만 짧은 기간으로 실효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양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과장은 국무총리나 행안부 장관 등이 다중이용 시설을 불시점검하는 것도 정부가 '형식적인 점검'을 해소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시점검이라는 말 자체는 단속에 가까운 표현이고, 점검 받는 이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본래의 취지에 맞게 생각한다면 불시점검은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지 과장은 2019년 안전진단은 점검자와 확인자 실명제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실명제를 한다고 해서 부담을 갖거나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며 "한 사람이 모든 일에 전문가일 수는 없다. 이로 인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실명제를 통해 스스로 잘 점검을 했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대진단이 자율방재단, 현장관찰단 등 기존 참여기관을 넘어 대학생, 어린이 등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국민참여가 확산되고 있다"며 "제도를 통해 발굴된 자치단체의 긴급한 보강 수요는 행안부가 특교세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대진단 법적 근거 마련과 점검결과 공개 △국가 안전정보 통합 공개시스템 구축 △점검때 지적된 사항에 대한 이력관리 등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안전대진단에 대한 '주요 이슈와 정책방안'을 짚었다. 김찬오 교수는 "실제로 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용구 과장이 언급한 '실질적인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진단은 매년 사회적 이슈에 따라 성격에 변화가 온다"며 어린이집 통학차량 갇힘 사고를 비롯해 상도유치원 붕괴등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안전대진단이 점검과 다른 것은 진단과 대책을 수립하는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종합접인 평가는 시설, 이용활동, 관리 등 3가지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골고루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안전대진단이 시설점검에만 치우쳤다"고 지적한 뒤 "2019년 대진단은 이를 수렴해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진단의 목표로 안전사회 구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안전대진단은 추상적인 목표 설정으로 분야별 구체적인 사고와 위험 감소 목표 설정 등이 미흡했다"며 "위험성 평가를 통해 사고나 위험 감소율을 목표로 설정,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안전대진단에 20명 내외의 중앙추진단과 현장진단팀을 구성해 행정사항은 행안부 조직이 총괄해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진행된 안전대진단은 지금을 위한 준비 단계"라며 "앞으로 발전될 안전대진단이 안전사회를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평가방안에 대해 분석했다. 이 교수는 "양적인 평가기준을 가급적 낮게 잡고, 실적을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관리평가 지표에 반영된 대진단 결과 항목과 배점을 세분화하고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안전대진단이 재난관리평가, 지역안전지수 등 다른 평가와 중복성의 문제가 있다"며 "안전대진단 점검내용과 평가의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안전대진단을 '대학생'에 비유해 "학생들에게 수업후 모르는 부분을 알려준다고 해서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배웠는데 교수가 다음날 갑자기 그 부분을 시험 본다는 것과 똑같다"며 "안전대진단 역시 평가중심이 아닌 스스로 문제를 알고 안전예방을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토론회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를 좌장으로 김영희 서경대 도시안전센터 연구위원, 문현철 초당대 교수, 이광희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연 광주시 시민안전실장, 이종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장, 최호진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국가안전대진단에 대한 '업그레이드' 방안을 제시했다.
문현철 초당대 교수는 "안전대진단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자랑스러움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마일리지를 도입하거나 민방위 교육 인정 등 시민의 입장에서 방안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안전대진단을 기존의 제도와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들의 힘으로 위험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미한 위험을 감지해 큰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을 칭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안전대진단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통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철저하게 점검하되, 부담을 줄이고 국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이 2019년 안전대진단이 나아갈 방향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