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해안길>
여객선 터미널 밑으로 난 해안산책로가 행남해안길이다. 화산의 잔재가 만들어낸 기기묘묘한 해안선과 바위와 그 위로 끊임없이 파도가 되어 부서지는 맑은 바닷물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뭣보다도 압권은 그 해안을 따라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다.
아무리 풍광이 아름다워도 돌아보지 못하면 내것이 아니라 네것, 나는 알 수 없는 것이 된다. 작년에 만들어 놓은 일주도로와 함께 해안을 빙 둘러 놓은 이런 산책로가 울릉도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런 멋있는 길을 만들어 주신 울릉도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도 인간이 없으면 그저 그대의 아름다움일 뿐이다. 인간이 있어야 우리의 아름다움도 되지만 아름다움을 승격시키고 완성시킨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은 그곳에 인간 흔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랑스 남쪽 니스 옆 동네 앙티브 해안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찬찬히 보니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얀 날렵한 요트들이 항구를 가득 메운 덕분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니스 해변, 영국인산책로로 유명한 그 해변의 아름다움은 수많은 피서객들이 해변에 더해 만들어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베니스에 집이 없이 운하만 있다면 무슨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베니스가 더 아름다운 때는 그 운하에 배가 떠 있고, 운하 위를 건너는 아치형 다리 위로 인간이 지나는 때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나 캐나다의 바다만한 호수가 아름다운 것은 그 호수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에 그림같은 별장이 있기 때문이다.
로키산맥 재스퍼-밴프 사이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두 곳을 잇는 도로가 없으면 헛 일이다. 울릉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산책로가 없고 일주도로가 없으면 아름다움의 의미는 퇴색되거나 묻혀 버린다.
울릉도 그림같은 해안이 더 아름다워지는 때는 산책로 위로 당신이 천천히 산책을 하는 때다. 산책로 낀 해안의 그림같은 풍광은 당신으로 하여 완성된다. 당신은 나의 그림이 되고, 나는 당신의 그림이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살고 싶은 삶이 되고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방문일 : 2019.10.29.
울릉도가 이처럼 상상 이상의 비경인 것은 화산섬이라는 점이 크다. 해안 바위, 해안 동굴 등은 모두 화산으로 인해 생겨난 것들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있다. 울릉도 많은 생선들이 사실상 육지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2004년과 2005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출발하여 독도까지 헤엄쳐 건너가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는 행사를 했다. 그 12년 후에 세운 기념비다.
응회암층에 오랜 시간 후에 용암이 스며 이런 부정합층이 되었다. 우리에게는 그저 더 아름다운 곳일 뿐이지만.
해안산책로를 따라갔다 돌아오는 길에 찍은 사진을 역순으로 정리한 것이다. 선플라워호가 쏟아낸 수많은 관광객들이 도동항에 내려서 전열을 정비하고 배멀미를 털어내고 한소끔 쉬었다가 해안산책로를 산책한다.
오늘은 육지가 10년만에 처음이라는 가을 황사로 종일 괴로워했던 날이다. 울릉도는 미안하게도 황사 영향권에서 벗어나 종일 맑은 날씨로 사람도 사진도 맑고 투명해서 더 아름다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