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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리칸트>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어보자. 해외여행이 어려운 지금 다행히 국내에 세계 각국의 음식이 있어, 적어도 음식으로는 여행이 가능하다. 거기다 맛도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식당이 곳곳에 있다. 앉아서 세계를 한국음식의 창으로 보자. 우즈베키스탄 음식은 맛이 그중 무난하면서도, 이국적인 풍취가 강해 도전하기에 좋은 음식이다. 맛도 풍모도 즐겨보기 좋은 식당도 있어 소개한다. 물론 할랄 음식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사마리칸트
주소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다문화2길 2(원곡동 788-7)
전화 : 031) 492-6984
주요음식 : 우즈베키스탄 음식
2. 먹은날 : 2020.7.30.저녁
먹은음식 : 소고기볶음밥 10,000원, 양고기스프 8,000원, 빵속에고기(삼사) 1개 4,000원, 우즈벡주스 5,000원
우즈벡 말로 오쉬, 러시아어로 쁠롭이라고 하는 소고기볶음밥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생일날 등 특별한 날은 반드시 먹는다는 음식이다.
볶음밥은 밥을 먹는 곳이면 어디나 있는 거 같다. 중국은 양주볶음밥 혹은 계란볶음밥을 주식으로 많이 먹는다. 우리는 집에서는 많이 만들어 먹지만 상품 음식으로는 오히려 중국집 요리로 익숙하다. 소고기 볶음밥은 우즈벡 대표메뉴니 주요리로 주문한다.
볶음밥도 역시 서로 다른 풍미는 향신료에서 난다. 여기에는 즈란(孜然, 자연)이라는 향신료를 넣는다. 즈란은 양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는다. 양꼬치를 먹을 때 위에 잔뜩 뿌려먹는 즈란, 양고기의 누린내를 잡고 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우리는 양고기를 안 먹어서인지 이런 향신료를 쓰지 않는다. 근데 여기서는 소고기 요리에도 넣은 것이 좀 특이하다. 대신 즈란맛은 매우 약하다.
우즈벡 볶음밥은 거의 기름에 튀기다시피 요리한다. 당근이나 양파 등을 기름에 튀기고 씻은 쌀도 거기에 넣어서 익힌다. 그래선지 밥알이 유난히 쫀득거리고 탱탱해서 오히려 따글거릴 정도다. 그러나 향을 진하게 머금어 좋다.
다음 반드시 병아리콩, 일명 이집트콩을 넣는다. 맛이 콩같기도 밤같기도 한 콩이, 모양이 병아리같다 하여 병아리콩이다. 요즘 우리도 다이어트에 좋다하여 많이 먹는다. 인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생산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아 수입하는 식품이다. 간혹 들어 있는 병아리콩이 맛에 변화를 주고, 풍미를 살린다.
볶음밥도 고기빵처럼 먹을 때 빨간 소스를 곁들이면 풍미가 확 살아난다. 모양새는 케찹같은데 매운 맛이 신선한 소스다.
양고기스프. 감자와 당근을 넣고 파를 고명으로 띄웠다. 맑은 국물이 시원하다. 뼈째 우린 국물이라선지 얼핏 소고기국같은 느낌도 난다.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다.
우즈벡의 전통 고기빵, 삼사가 압권이다. 소고기를 넣은 빵, 우리는 빵 속에 크림이나 단팥이 들어가고, 아니면 고로케의 양파 등속 정도인데, 제대로 된 고기를 넣어 빵 한 개면 한 끼가 든든하다. 만두 아닌 빵에 고기속이 웬말인가 하겠지만 의외로 괜찮다.
우리 된장같은 소스, 습관적으로 된장맛을 연상하는데 전혀 다르다. 매콤하고 톡 쏜다. 매운맛을 좋아하면 도전해 볼만하다.
우즈벡 주스다. 5천원이어서 거의 음식값 수준이라 망설이다 주문했는데, 양이 이렇게 많다. 당연히 남는다. 그런데 남은 것이 포장도 된다. 주스는 다양한 과일을 넣고 만든다. 이중 한 두개 과일은 우리 과일이 아니다. 우리 과일로는 나지 않는 맛이 난다. 특별한 풍미가 좋다.
병아리콩, 소고기 볶음밥에 한 두 알씩 들어간다. 기호에 따라서는 잔뜩 넣기도 한다. 곱게 갈아 올리브유 등과 섞어 움무스라는 소스를 만들어 빵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향신료, 양념, 소스 등을 따로 팔기도 한다. 고추장같은 소스, 다음에는 사다가 집에 두고 먹으면서 제대로 맛보리라, 싶다.
이 집은 손님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하지만 태반은 와서 빵을 사가지고 간다. 여러가지 빵을 만들어 판다. 안에 고기가 들어 있는 특유의 빵은 이들의 주식이다. 이 빵은 대개 집에서 만들기도 하지만 사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래에 있는 빵은 사람 얼굴보다도 더 크다. 한 개로 두 세 사람은 너끈히 먹음직하다.
실내 장식에서 우즈벡 색깔이 강하게 난다. 특이한 것은 접시들을 죽 늘어 놓아 벽을 온통 장식하는 장식품으로 활용한 거다.
식탁에 오른 접시다. 아라베스크 문양, 매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접시에 담으니 한층 더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장식을 위해 더욱 정교하게 만든 아라베스크 문양의 접시들이다. 아랍인이 창안한 아라베스크 문양. 보통 식물의 줄기나 잎을 도안하고 대칭을 이루며 무한대로 반복되도록 배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쿠란의 구절을 아름다운 서체로 만들어 넣기도 한다.
모스크 안에 특별한 장식이 없으므로 건물의 외양을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벽은 아라베스크 문양의 푸른빛 타일, 바닥은 역시 같은 문양의 카페트를 깐다. 티무르 시대에 이 문양이 특히 발달하였다. 우리 '당초문'이 당나라를 통해 들어온, 아라베스크 원형의 문양으로 알려져 있다.
접시 가운데 건축물은 사마리칸트 도시의 랜드마크인 레기스턴 중앙 광장이다. 티무르의 유산이다. 낙타는 실크로드의 중심도시로서 이슬람 상인들이 머물던 도시의 특성을 살린 도안이다. 이 광장은 실제로 실크로드 시절 상인들의 교역이 주로 이루어지던 공간이기도 하였다.
실내 공간 배치와 장식, 벽에 접시들이 줄지어 붙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벽지의 용 문양, 이들도 용을 똑같이 섬긴단다(?).
아래 2022.10.14. 점심
2022.10.14.
다시 오쉬를 먹으면서 물었다. 일반 볶음밥과 어떻게 다르냐고. 두 가지를 든다. 하나는 즈란, 하나는 식용유다. 나머지 재료는 별 차이 없단다. 그러나 즈란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진하지 않은 맛이고, 식용유는 한국 이름은 모르겠으나 우즈벡에서 직접 가져다 쓴단다. 여기서 커피색도 나고 특유의 향도 나는 것이다. 풍미의 차이 주된 요인은 대부분 향신료인데, 기름을 더한 셈이다.
한국에 앉아 이들 음식을 먹는 것은 큰 행운임에 틀림없다. 입맛과 요리법의 확장을 가져온다. 감사한 일이다.
양배추소고기말이. 수프를 겸했다. 국 대용도 된다. 양배추 맛이 배인 소고기가 부드럽고 좋다. 국물도 느끼하지 않고 풍부한 맛을 내서 거부감없이 다 먹을 수 있다. 파프리카에도 고기속을 넣었다. 쌈의 겉재료에 따라 고기 풍미가 달라지는 것이 확연하다. 뒤에 보이는 당근은 부드럽게 으스러져서 맛을 잘 머금고 있다.
오늘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고 인상적인 음식, 양꼬치. 그 사이 몇 번 와서 먹었는데 오늘 특히 더 맛이 좋은 거 같다. 근데 그 사이 밀전병이 빠져버렸다. 좀 서운하다. 그래도 고기 누른내 없이 향기롭기까지 하고 질기지 않으면서 쫄깃한 맛이 압권이다.
삼사. 일명 고기빵으로 부르는데 이번에는 고기 없는 호박속 빵이다. 고기와 비슷한 기분이 난다. 호박 외에도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 야채빵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구운 빵이라 베이커리에서 먹는 고로케와는 완전 식감이 다르다. 노릇하게 구워진 빵이 속과 어울려 고소한 맛을 낸다.
소스를 더하니 더 좋다. 약간 매콤한 맛의 소스다.
쁠롭을 만드는 쌀이다. 전기밥솥 밥도 가능하다고 하여 구입해 보았다. 15,000원. 1키로. 쌀은 직접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져온 것이다. 쌀의 우리말 이름은 모른단다. 우즈벡 이름은 기억하기 어려웠다. 인디카, 자포니카, 어느 계열도 아닌 거 같다. 쌀은 길어 인디카 같은데, 쫄깃거리고 탱탱한 맛은 자포니카보다 더하다. 두 쌀의 장점을 취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년 전보다는 가격이 조금 오른 거 같다. 단품당 2,000원 정도가 평균적으로 오른 거 같다.
4. 먹은 후 (아래, 이후 방문 음식 소개)
우즈베키스탄은 인구 3,300만 정도의 나라로 수도는 타슈겐트이다. 인구의 88%가 무슬림이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다. 키르키즈스탄 등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 이름이 많은데, '땅'이란 뜻이다.
수도가 아닌 사마르칸트를 식당 이름으로 삼았다. 14세기 티무르가 건설한 티무르제국의 수도로 번성한 도시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도 대부분 그시대의 것이다. 수많은 정복국가의 족속을 죽여서 유명하지만 건축과 공예를 담당하는 장인들은 죽이지 않고 데려와 사마르칸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중앙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문화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음식도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우즈벡에서 쁠롭이 가장 맛있는 곳은 역시 사마르칸트라고 한다. 이곳에 가면 실제로 500인용 쁠롭을 요리하는 대형 가마솥을 걸어두고 장사를 하는 식당이 있다. 음식, 문화, 예술이 묶어서 발달하는 것을 이 도시의 사례에서도 본다. 이쯤 되면 왜 이 식당이 사마르칸트를 상호로 삼았는지 알 수 있겠다.
실제 잠깐 밥먹는 사이에도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 외에도 빵이나 기타 식료품을 사러 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투루크족의 훤칠한 남성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한국이 또 하나의 문화를 잘 끌어안으면서 풍성해지길 빈다.
안산 다문화거리에는 각국 문화가 다 응집해 있다. 식당은 기본이다. 한국에서 세계를 볼 수 있는 세계문화 축소판이다. 문화 체험도 하고 공부도 하고 맛있는 음식 먹어도 보고, 일석 몇조의 공간인지 모른다. 이런 지역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거기다 이런 훌륭한 우즈벡 음식까지, 몸과 마음이 자라는 기분이다.
5. 이슬람 사원
안산 다문화거리가 끝나는 지점 쯤에 이슬람사원이 있다. 내부는 5층 정도로 이루어졌다. 2층에 제단이 있고, 나머지는 기도실로 이루어졌다. 아라베스크 문양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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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방문
2021.1.18.점심
양꼬치, 샤슬릭.
야채칼국수
양고기만두
샤슬릭은 러시아 요리로, 양고기 꼬치구이를 말한다. 하지만 지금은 샤슬릭이 꼬치구이를 가리키는 말로 쓰여 쇠고기샤슬릭, 염소고기샤슬릭 요리도 한다. 이처럼 밀전병에 싸먹는 것이 보통이다. 밀전병은 부친 것이 아니라 구운 것으로 불냄새도 즐길 수 있다. 약간 건조한 듯한 밀전병에 아래 양념을 넣어 싸면 풍미가 훨씬 짙어진다.
중국의 북경오리구이도 이처럼 전병에 싸서 먹는다. 보통 파채나 오이와 함께 싸는데 여기서는 양고기만 싸서 먹는다. 곁반찬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고추나 오이조림을 더하면 훨씬 먹기 좋다.
이처럼 밀전병에 싸먹는 요리들이 도처에 있다. 월남쌈도 그중 하나다. 고기와 밀전병은 안 어울릴 거 같아도 훨씬 풍미를 높인다. 우리 메밀전병은 안에도 야채를 주로 넣는데, 제주도 메밀전병, 소위 빙떡은 무채를 넣는다. 메밀의 차고 독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생활의 지혜, 이것은 풍미도 높인다.
고기만 먹는 것보다 야채나 곡물을 함께하는 것이 식사의 완전성을 높이는데, 이렇게 서로 어울리는 것들끼리 동시에 먹는 요리 방식은 시간 절약뿐만 아니라 풍미도 높이는 이중의 효과가 있어서 이래저래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소고기 칼국수
레몬차
2022.6.5.
고추피클. 3,000원.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고추다. 식초의 신맛과 고추의 매운 맛이 만나니 개운하기 이를 데 없다. 맵긴 하지만 너무 맵지 않고 시원한 맛이 있어 고기와 잘 어울린다. 우리 밑반찬같은 거지만 따로 판매한다. 쟁반에 여러 밑반찬을 챙겨 직접 고르게 한다.
오이피클. 3,000원. 통으로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작은 오이라 더 아삭거린다.
양배추고기말이. 12,000원
음식 이름에는 양배추와 소고기만 들어가 있지만, 파프리카에 든 소고기가 압권이다. 생소한 조합이다. 소고기에 파프리카맛이 강하게 배어 있다. 신기하지만 개운하고 매력적인 풍미다. 수프에 담겨 나오는데, 수프 맛도 일품이다.
삼사, 일명 고기빵. 1개 4,000원. 크롸상같이 파이빵 안에 고기가 들어 있다. 빵이 달지 않고 부드러워 의외로 고기와 잘 어울린다. 우즈베키스탄 대표음식이다.
이처럼 다양한 식품을 판매도 한다. 많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드나들며 사가지고 간다. 몇 가지를 사와봤다.
감자빵. 감자 으깬 것을 넣은 빵이다. 감자가 짭조름하다. 빵 속에 짭조름한 속이 들어 있다. 물론 먹을 만하지만, 우리 빵의 통념을 깨는 빵이다. 파이가 아니고 그냥 밀가루 빵이라 삼사하고도 다르다.
삼사와 함께 빵의 통념을 깨뜨린다. 깨어지는 통념이 재미있다. 문화 충격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니, 교류로 인해 안에서도 장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요쿠르트. 두 종류의 요쿠르트를 판다. 이처럼 액체 타입, 또 하나는 콜로이드 타입인데, 액체 타입은 소금이 들어 있다. 신맛에 짠맛이라 생전 처음 보는 맛이 우선 생소하다. 익숙해지면 몰라도 다시 쉽게 찾을 것 같지는 않다.
소금의 쓰임새가 참 넓다. 베트남 사람들은 수박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단맛은 짠맛과 만나면 당도가 더 세게 느껴지기 때문인 거 같다. 땀을 많이 흘리는지라 소금 흡수도 필요해서겠지만, 소금이 완성된 형태의 식품과 만나는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헝가리에 가면 소금빵을 만난다. 빵이 짜다. 물론 빵에도 소금이 들어가지만 감지 안 될 정도만 넣는 것이 보통인데, 대놓고 소금빵이다. 근데 아주 잘 팔린다. 낯선 일이다. 소금의 용도가 우리 상식 범주를 넘어서는 일이 조금 눈을 들어보면 들어온다. 음식에 대한 상식이 얼마나 공간적이 문화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2024.9.18.점심
뿔롭, 양배추고기말이, 양고기탕,
뿔롭
양고기탕
양배추양고기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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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즈베키스탄이 내 머리에 각인된 것은 까레이스키라는 단어와 짝을 이룬다. 까레이스키는 고려인을 뜻하는 러시아말이다. 1937년 가을, 연해주에 살던 17여만명의 韓人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가축운반용 화물차에 몸을 싣는다. 중앙아시아로 이주하라는 스탈린의 강제이주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40여일간 벌어진 참상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다닥다닥 붙어앉아 짐짝처럼 실려가니, 온갖 질병이 창궐하고 기아와 영양실조까지 더해져, 10%에 해당하는 16,5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어떤 여인은 외간남자들이 쳐다보는 짐칸에서 차마 치마를 내리지 못해 결국 요독으로 죽었다고 한다. 소박하고 조신한 조선 여인의 비극이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도착한 곳은 카자흐스탄 허허벌판이었다. 이 때 한인들을 구원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들판에 널린 건초더미였다. 그 후 한인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는데, 일부가 남쪽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에 터를 잡는다. 농민은 굶주려도 씨앗을 베고 잔다는 속담이 있다. 볍씨를 품에 품고 떠나온 한인들은 그곳에서 논을 개간했으니. 이것이 중앙아시아 논농사의 기원이다.
고려인들의 근면성과 교육열은 어디서건 빛을 발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각 분야에 적응하고 뿌리를 내렸으니, 이제 고려인들의 고통은 끝났을까.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위성국가들이 독립했다. 외세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것은 국가 구성원들의 지상목표다. 단 지배민족에 한한다. 소수민족에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까레이스키 2세, 3세들은 그대로 남을 것인가, 다시 길을 떠날 것인가. 安山은 까레이스키들의 安息處가 될 수 있을까. 안산의 사마르칸트는 내가 사는 인천에서 지척이다. 처음보는 음식인데 전혀 낯설지가 않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찾아가서 요것조것 먹고 마시고 싸가지고 오겠다. 사마르칸트는 토종 코리안 산목의 로망이 될 것 같다. (2)